인권위, 해사고 여학생 입학제한 허용권고 조치/ 한국해대 해사대학 女신입생 최근 7년간 4배 증가, 취업률 소폭 감소

전액 국비운영 해사고, 여학생 전문인력 교육기회 차단?
인권위, “여학생 입학제한 차별 소지 충분해”

현역 여성해기사들(해양한국 2008년 10월호, '선원문제 함께풀자'에 실렸던 사진)
현역 여성해기사들(해양한국 2008년 10월호, '선원문제 함께풀자'에 실렸던 사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1월, 차별행위 등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을 조정토록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2조에 따라, 국토해양부를 대상으로 해사고등학교의 여학생 입학제한에 대한 차별행정을 시정토록 권고조치했다. 이같은 조치가 내려진 배경은 지난해 인권위에 제출된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해사고등학교의 신입생모집관련 행정이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밝혀 달라”는 내용의 익명 진정서에서 시작된 것으로, 작년 10월 인권위 조사국의 직권조사과정을 거쳤다.


조사결과,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현 시대적 흐름에 반해 해운인력 양성분야에서 여성 교육을 배제하는 것은 성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최종판단이 내려졌다. 해사고등학교는 국내에 인천과 부산 두 곳에 각각 78년과 81년에 개교했다. 상선 항해사와 기관사 등 국내 해운산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해운특수목적의 양 중등교육기관은 설립이래 현재까지 남학생으로 입학지원 자격을 제한해 왔다. 교육비를 전액 국비로 충당하고 있는 만큼 해사고가 남학생에게만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문인력 양성의 성별에 따른 형평성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단 판단이다. 이미 국내 해양관련 고등교육기관인 한국해양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에서도 신입학생 모집시 여학생 비율을 각각 15%, 10%씩 허용하고 있다.

 

 

 

한국해대 2012학년도 여학생 모집정원 52명
최근 7년간 女입학생 4배 증가 취업률은 2%감소
한국해양대학교는 1991년도부터 여성의 해사대학 입학을 허용했고 2007학년도까지는 인원제한없이 모집생을 받았으나 여성인력의 해운업계 취업 등의 문제로 2008학년도부터는 15%로 여학생 입학생 정원모집 비율을 조정했다. 실제로 2005년부터 최근 7년간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의 여학생 졸업자수는 2005년 15명에서 2011년 61명으로 약 4배가량 증가했으나 여학생 졸업자의 취업비율은 2005년 80%에서 지난해 78%로 2%가량 감소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의 2011학년도 신입학 여학생 모집인원은 수시전형으로 21명, 정시전형으로 24명으로 총 45명이었으며 2012학년도 모집인원은 총 52명으로 지난해보다도 7명 확대 모집했다. 지난 2005년부터 한국해양대학교의 승선생활관 여학생 시설은 2인 1실 침실이 총 103실에 달하며 수용가능인원도 206명에 이른다. 해사대학 여학생의 기숙사 입주자 수는 총 193명으로 전체 기숙인원(1,128명)가운데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여학생 성적 상위권대 분포, 지난해 장학금 수혜비율 25% 차지

“여 입학생 비율 점진확대 고려해볼 필요 있어”
또한 정원(모집정원의 15%)대비 여학생의 성적장학금 수혜비율이 학기별 25~26%가량으로, 여학생이 높은 성적분포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행정실 관계자는 “각 학부조교들에게 유선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각 학년별, 학부별 편차는 있지만 여학생들의 졸업성적이 상위권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여학생들의 성적분포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학교에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는 있는 만큼, 여학생의 입학정원은 해운산업 분야에서의 여성인력 수요를 충분히 검토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사고 측이 “여학생 수용에 따른 기숙사, 화장실 등 여학우의 편의를 위한 전용시설 개선문제와 해사고 여학생 졸업자들에 대한 업계의 고용규모 등에 따른 취업경쟁 완화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실질적으로 여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밝힘에 따라, 직권조사로부터 약 3개월이 경과된 올해 1월 2일 인권위 차별조사과는 국토해양부 선원정책과에 해사고의 여학생 입학과 교육을 위한 시설개선 소요예산 지원 및 관리제도를 개선하라는 권고사항을 전달했고, 국토부는 현재 이를 반영하기 위한 단계별 정책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상호 국토해양부 선원정책과 사무관은 “해사고 여학생 졸업자들의 고용수요조사를 통해 입학인원과 그에 따른 여학우 전용시설개선 규모를 파악해 예산액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자는 왜 안되나요?"

항해사 남녀구분모집 관행개선 고려해봐야..
지난해 한 입시전문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는 ‘인천해사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은데, 남자만 갈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전 여자인데요, 항해사가 되고 싶어요. 부산해사고등학교는 남자만 진학할 수 있다는데, 인천해사고등학교도 남자만 진학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며, “근데 왜 여자는 못가는 걸까요? 남녀차별 당하는 기분이 드네요”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드러냈다. 해당글 게시자는 또한 항해사가 되고 싶은데 남녀의 구별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특목고의 특성상 일반교육기관에 비해 교육기관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해양관련 특수목적 학교의 경우, 여학생 졸업자가 일선 학교의 여학생 졸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업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구조적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국토부가 밝힌 국내 선원 취업현황에서 승선 해기사와 예비 부원 등 지난 10년간 취업선원은 4만 9,130명에서 3만 8,758명으로 2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원을 포함해 해기사는 2만 1,272명에서 2만 1,972명으로 약 3%가량 증가했다. 동 데이터를 통해 현역 해기사의 남녀비율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소폭이나마 해기사 수가 증가했고, 여성 해기사 등 해사산업계의 관련 전문가를 꿈꾸는 여자 예비고등학생들의 입학문의 및 인권위 여학생 입학허용 제한 진정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양대학교 등 국내 해양·해운 관련 전문 고등교육기관의 선례를 감안한다면 해사고가 그간의 성별을 문제시삼아 교육 기회조차 박탈했던 미래의 예비 여성 해기전문가의 수를 제도적으로 제한해온 관행을 이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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