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항만경쟁력은 서비스에 달렸다”

10월 28일 ‘국회 동북아해양물류연구회 정기 토론회’
항만효율성 향상 염두에 둔 경쟁력 강화방안 필요
선택과 집중 통한 항만개발과 선사에 대한 항만대응력 요구


시설확충에 치중했던 국내항만정책은 향후 항만생산성 등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

편 항만개발은 트리거 룰(Trigger Rule)에 의한 개발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28일 국회 동북아해양물류연구회(대표 박승환 의원)가 주최하는 정기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신한원 해양대 교수와 진형인 KMI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이 설명하고 향후 항만의 경쟁력은 결국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승환 국회 동북아해양물류연구회
“한국의 대표항만 육성은 필연”
이날 열린 토론회는 박승환 의원과 이상배 농림해양수산위원장,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과 관련 학계, 업·단체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위기의 항만물류;동북아 항만물류환경의 변화와 예측’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신한원 해양대 교수와 진형인 KMI 선임연구위원의 주제발표와 함께 박창호 재능대학 교수, 안청홍 고려종합국제운송 이사, 조성환 한국허치슨터미널 상무 등의 지정토론으로 이어졌다.


박승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세계 항만환경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형선이 기항 가능한 핵심적인 대형 항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 허브항을 중점육성해야 하는 과제는 필연적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향후 우리 항만의 변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항만 물류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 토론회를 계기로 우리 항만이 세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토론회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신한원 한국해양대 해운경영과 교수
“선사 기항패턴 변화 현실로 다가와”

‘동북아 항만질서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항만물류 경쟁전략’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신한원 해양대 해운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해운항만의 변화를 설명하며 “세계 각국은 물동량 확보를 통한 중심항만으로 도약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선박의 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 노력과 이에 따른 기항지 선정 패턴의 변화 등이 예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급격한 시설 확충과 물류체계 개편, 일본의 수퍼중추항만 육성 계획, 카오슝을 중심으로 한 대만의 자유무역지역항만육성책 등이 동북아 항만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라며 동북아의 항만경쟁 상황을 정리했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한 항만의 대응 전략은 “개발과 운영의 두가지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며 특히 운영관리 측면에서 항만의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민간참여 확대, 항만간 파트너쉽 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만 분산화는 특히 경계해야”
현재의 중심항만 경쟁은 외형 위주의 몸집 불리기 항만개발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향후 물동량 급증세가 둔화될 경우 과잉투자와 항만시설의 유휴화를 초래할 우려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다수의 학자들은 항만의 규모가 클수록 화물이 모이게 된다는 어긋난 규모의 경제 논리인 집중화에 동조하고 있다.


다수의 항만에 투자하는 것 또한 과거 일본의 항만 분산 개발에 따른 처리물량 부족, 항만가동률 저하, 투자효율성의 악화라는 선례를 남긴 바 있어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광양항의 양항체제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항만 증설 경쟁 등의 무분별한 개발은 결국 항만 분산화와 효율성 없는 과잉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항만 인프라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한다는 자체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인위적인 투자로서 다수의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례로써 광양항은 8개 선석을 확보했으나 부두 시설의 절반이 이미 유휴화 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광양항 투자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컨테이너부두 신규개발 수요는 부산항과 광양항에 집중되어 있지만 기간항로 상에 속하는 부산항은 33개 선석에 불과한 반면 기타 지방 항만에 65개 선석(광양 29개, 지방 36개)을 개발한다는 것은 앞서 제시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다.
또한 항만의 성장은 시장의 자율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나 정부는 2011년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부산, 광양에 분담하는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수요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인위적인 물량 조정이 가능한지도 크게 의문이다.

항만효율성 향상이 장래 과제
과거의 항만 경쟁은 단순한 하역시설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경쟁의 성격은 점차

최신 정보시스템, 선적서류, 통관절차, 일관 수송을 위한 운송수단의 협조, 화물 추적 시스템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브항을 표방하고 있는 부산·광양항의 서비스 수준은 중국의 상해, 천진항보다는 다소 높은 서비스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싱가포르, 홍콩, 카오슝 등지에 비해 열악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항만 효율성은 동아시아 경쟁국가들 중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의 하나로서 세계은행이 지난 2001년에 분석한 항만 효율성 지표를 들 수 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동아시아 주요 항만 중 싱가포르와 홍콩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항만개발전략 ‘선택과 집중’
한국 항만, 특히 대표선수격 항만인 부산항의 항만물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물량에 따른 항만특성화, 항만 생산성 제고와 탄력적인 항만개발전략, 배후지 특성에 맞는 항만 개발 등이 적절하다.


향후 중국의 환적화물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시설확충이 시급한 항만은 과감한 재정 투자로 선점효과를 극대화 하고 장기적으로는 환경변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개발하는 ‘트리거 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항만은 매몰자본이므로 지역별, 권역별 거점항을 육성해 권역별 경제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밖에도 항만의 최대 고객인 선사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단순한 환적비용에 대한 인센티브 보다 항만 서비스 극대화를 실현해나가는 마케팅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진형인 KMI 선임연구위원
“수요자 염두에 둔
탄력적인 항만개발 절실”

진형인 KMI 선임연구위원은 제 2 주제발표를 통해 “북중국 항만이 최소 1,000만teu를 목표로 항만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거세지고 있어 부산항의 동북아 메가포트화는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부산항도 환적이 편리한 항만은 아니며 향후 이에 필요한 시설확충이 뒤따라주어야만 환적항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면서 항만 정책방향을 요약했다.


수급부족이 예상되는 항만 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지만 단순한 수출입 창구역할을 하는 항만개발보다는 수요자 중심, 시장 중심으로 탄력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이며 첨단의 기술이 집합된 항만이 돼야 한다. 이로써 이루게 되는 항만의 물류 거점화는 글로벌 기업 유치를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우리나라의 부산, 광양, 인천 등 주요 컨테이너항만을 경제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개발해 대형 선박의 기항을 유도하고 그에 따르는 환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창호 재능대 유통물류학과 교수
“부산항 국제물류거점 취약 구조”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박창호 재능대학 교수와 박찬재 선주협회 전무, 안청홍 고려

종합국제운송 이사, 조성환 한국허치슨터미널 상무 등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박창호 재능대학 교수는 “국제물류는 기존 항만물류 중심에서 복합물류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포착해 적절한 항만개발 및 경쟁력 확보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 그러나 부산항은 국제 공항의 기능과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약해 국제물류 거점으로 성장이 곤란한 상태다”며 현재 국내 항만의 여건을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산국제신공항 건설과 인천공항을 연계하는 e-Logistics를 강화하는 한편 북부 중국과 장강유역권, 일본 서안과 동남아까지 아우르는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선박의 고속화에 대비해 부산, 인천 등지에 고속선 및 특수선 대응 터미널 건설이 긍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간선항로 재편성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부산항의 환적물량 감소추세는 향후 부산항이 모항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한국 물류체계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박 교수는 부산과 인천의 항만공사를 선진국 수준의 공영자치제로 전환하는 항만자치공사화를 통해 지자체로 관리권을 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재 선주협회 전무
“단일창구 통한
원스톱 서비스 실현돼야”

박찬재 선주협회 전무는 “순수히 처리물량으로만 책정한 순위인 세계 5위라는 위치도 이제는 위험하게 됐다. 부산·광양항의 처리물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로컬 물량이 부족한 부산항 등 국내항만이 중국 항만에 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이보다는 항만 효율성 향상을 염두에 둔 경쟁력 강화 방안을 걱정해야 할 때다. 그러므로 향후 논의의 초점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단순한 물량확보차원의 포트세일 및 토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선사의 입장에서는 현재 Port Charge, 줄잡이, 도선사 등 수없이 많은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그 주체 또한 다양해 부산항 기항을 번거롭게 느끼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단일창구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부터가 경쟁력을 키우는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CIQ 기관과의 상호통합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추가해야 한다”면서 국내 항만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들을 설명했다.

 

“피더망 재정비 통한
활성화 전략 강구해야”

이어서 “현재 부산항은 피더선이 처리하는 물량만 400만teu 이상이다. 그러나 협소한 피더 선석으로 인한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부산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대응한 피더망의 확충이다. 또한 피더 전용터미널의 건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항 건설 계획에도 피더선석 개발이 고려되지 않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없이 외치는 구호는 이룰수 없는 목표일 뿐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의 피더망을 단기간 내에 재정비하고 피더선에 인센티브 제공, 피더선석 개발 등 피더선사의 활성화는 장래 부산항의 뛰어난 강점이 될 것이다. 특히 현재 피더가 활약하고 있는 북중국 화물에 대한 선점효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하는 한편 “부산·광양항을 관리하는 주체도 하나로 통합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운송능력을 높일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이 전문기관의 설립으로 과거 내륙의 임해공단과 항만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중구난방식의 개발을 지양하고 국가 전체적인 실정에 맞는 기획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안청홍 고려종합국제운송 이사
“복합운송업자 고려한
항만정책 필요”

안청홍 이사는 앞선 신한원 교수의 발표에 공감하며 우리 항만은 향후 로컬 화물을 유치하는 것이 주 전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는 별도로 복합운송업자에 대한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지만 정작 항만정책은 선사만을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물류망의 적절한 조합과 배분을 담당하며 물류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복합운송업자는 국가 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항만을 보완하는 항공망 구축과 함께 전체적인 육상운송망의 재구축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항만산업이 매몰자본화 되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환 한국허치슨터미널 상무이사
“선사요구 부응하는
운영이 항만경쟁력”

조성환 한국허치슨터미널 상무는 “한국의 항만개발 및 그에 따른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의 정확성과 미래 예측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선 주제발표의 내용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장비, 인원, 설비, 하역공간 등은 동북아 주요항만들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항만요율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 공급초과로 인한 항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해운물류시장의 bargaining power(교섭능력)는 선사의 차지가 되었다.
이러한 해운시장의 변동으로 메가 허브포트의 출현이 요구되며 기항패턴 또한 2~3개 항만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부산항이 여기에서 잔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결국 부산항은 갈수록 높아지는 선사의 교섭능력 증대(예를 들면 항만이용료 인하 요구, 서비스 수준 개선 요구 등)에 대비한 유효한 전략을 강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주제발표자와 토론 패널들은 현재의 국제 해운항만물류의 패러다임을 진단하고 국가 차원의 물류허브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동일한 주제를 두고 각자 약간의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한국 항만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고민을 하고 그 대책과 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특히 ‘트리거 룰(Trigger Rule) 시스템’ 도입을 통한 항만개발, 단일창구 구성을 통한  원스톱서비스 체제구축 등의 의견에 대해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균 해양부 항만물류국장은 관심을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이재균 국장은 부산신항의 37만평 배후물류부지는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규 물량창출형 항만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존 북항과는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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