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멤버 최성원, 제주에 머물며 작사·작곡

성시경이 리메이크해 불러 대히트…드라마, 영화도

 
 
최성원 작사·작곡의 ‘제주도의 푸른 밤’은 2004년 5월 20일 음반으로 나온 발라드곡이다. 4분의 4박자로 가수 성시경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잔잔한 리듬이 흐르는 곡으로 차분히 여행준비를 할 때 감상하면 안성맞춤이다. 푸른 바다, 맑은 햇빛, 노랗게 핀 유채가 가득한 제주도 풍광사진을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몸과 마음은 그곳에 가있는 느낌이다. 보사노바(쌈바와 재즈가 섞인 장르) 곡으로 신혼여행지가 제주도이면 어울리는 결혼축가다. 조금 빠르게 여럿이 부르면 더욱 경쾌하다.
1절 노랫말에 나오는 ‘낑깡 밭’은 제주도 말이다. 낑깡의 표준어는 ‘금귤’이다. 일본서 들어온 작은 귤처럼 생긴 것으로 달고 시며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싱어 송 라이터 최성원, 처음 취입한 곡
이 노래는 원래 노래그룹 들국화멤버였던 최성원(58)이 처음 불렀다. ‘이별이란 없는 거야’로 유명한 싱어 송 라이터 최씨는 이 노래를 작사, 작곡, 취입까지 했다. ‘돌고 돌아가는 길’ ‘님 그림자’ ‘파랑새’ 등을 작곡한 김욱씨가 제주도에 살았다. 최씨가 그 사람 집에서 한 달쯤 머물며 만든 노래가 ‘제주도의 푸른 밤’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푸르매’는 김욱씨 딸 이름이다. 푸르매는 공군의 고유색인 푸른색의 ‘푸르다’와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보라매란 뜻이다.

최성원 곡을 리메이크해 음반타이틀곡으로 쓴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11만장 판매)은 2004년 초 음반시장을 휩쓸었던 이수영의 ‘Classic’(30만장 판매) 등과 함께 리메이크 앨범들이 맥을 못 췄던 가요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올렸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나왔다. 2004년 KBS-TV의 ‘제주도의 푸른 밤’은 드라마시티에서 방송됐던 단편드라마다. 박지숙 작가의 당선작으로 김규태씨가 연출하고 김민주(희숙 역), 엄태웅(기태 역), 김윤석(경수 역), 김갑수(노숙자 역) 등이 출연했다.
노래는 2005년 영화 ‘애인’에도 소개됐다. 하루 동안의 짧은 불륜을 다룬 영화는 내일이면 아프리카로 떠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둔 여자의 만남을 그린 것이다. 둘은 일상생활의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첫눈에 끌려 깊은 관계를 갖는다. 영화 중간 연주곡으로 잔잔히 흘러 또 다른 운치를 준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배우 장동건이 나오는 CF(Speed 011 영상메일편)에도 삽입곡으로도 소개됐다.

 
 
방송학 석사 출신 성시경, 2000년 가수데뷔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성시경은 1979년 4월 17일생으로 세화고, 고려대 사회학과,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방송학 석사)을 졸업했다. 그는 학창시절 방황 끝에 가수의 길을 택했다. 2000년 가을 제1회 드림뮤직 신인가수 선발대회 ‘뜨악 페스티벌’ 인터넷오디션 ‘發樂(발악)’을 통해 데뷔했다. 첫 싱글음반은 2000년 11월 발매된 ‘내게 오는 길’. 2001년 4월 데뷔앨범 ‘처음처럼’이 나왔다. 지금까지 7개의 정규앨범, 3개의 리메이크앨범, 스페셜앨범, 1개의 베스트앨범을 내놨다. 베스트앨범엔 일본어 제목으로 된 노래가 들어 있다. 그는 데뷔 후 오랜 기간 감성적 발라드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 6월 28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가진 뒤 그해 7월 1일 춘천 102보충대에 현역입대해 2010년 5월 17일 군악병으로 제대했다. 그 뒤 두 차례 콘서트를 거쳐 MBC FM4U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프로그램의 DJ로 활동 중이다.

이 노래를 만들고 처음 불렀던 최성원은 ‘한국 록의 전설’로 통한다. 노래그룹 들국화의 베이시스트였던 그의 별명은 ‘어린왕자’. 데뷔 후 27년간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제주도의 푸른 밤’, ‘매일 그대와’)을 노래했고 순수한 세상(‘파란 하늘만’, ‘솔직할 수 있도록’)을 꿈꿨다. 그는 지난해 2월 디지털싱글앨범 ‘사람의 풍경’을 발표했다. 21년이 흘렀지만 부드럽고 서정적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사람의 풍경’은 전소현 감독의 영화 ‘기타가 웃는다’의 주제곡(OST)이다. 언더그라운드뮤지션과 치매할머니의 우정을 다룬 영화로 ‘그것만은 내 세상’ ‘생각이 나는지’ 등 들국화 노래 5곡이 들어갔다.
영화에 카메오(유명 인사나 인기배우가 극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나와 아주 짧게 연기하는 일)로도 출연한 그는 들국화 결성 때부터 해체와 재결합, 활동상을 다룬 책 저술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운 금강산’ 작곡한 아버지로부터 작곡능력 받아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아버지(최영섭)로부터 뛰어난 작곡능력을 받은 그는 한 때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제대 뒤엔 CM송을 작곡하거나 음반제작에 관여하며 신촌의 ‘모노’란 카페에서 통기타로 노래를 부르던 전인권, 허성욱 등을 만나 들국화를 만들었다.
들국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해체 뒤엔 동아기획 소속가수들의 음반제작에 참여한 그는 아름다운 곡들과 편곡, 아기자기한 노랫말들을 만들었다.

최성원의 첫 앨범은 전곡이 사랑을 받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별이란 없는 거야’ ‘제주도의 푸른 밤’이 심야 라디오방송을 강타했다. ‘이제는’, ‘난 이제’ 등이 최성원의 여린 음성으로 전해져 인기를 끈 것이다. 한 번 들으면 또 찾는 마약 같은 멜로디들로 가득했다.
여러 가수들의 음반을 기획하고 만들던 그는 1990년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1집처럼 자신이 프로듀싱하고 전곡을 만들었다. 타이틀곡 ‘솔직할 수 있도록’은 TV에 얼굴 한번 나가지 않았지만 높은 순위에 오르며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솔로음반이 2장밖에 없지만 최성원 곡들은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에서도 동물원, 언니네이발관 등이 불러 들국화 못잖은 영향력을 떨쳤다.

 
 
필자=왕성상 wss4044@hanmail.net
마산중·고,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신문방송대학원을 나와 1979년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몸담아오고 있다. 특히 ‘남인수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에 등록(865호), ‘이별 없는 마산항’ 등을 취입했다. ‘기자가수’로 가끔 무대에 서면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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