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K Line 한국법인 오가와 유지 부사장, 두 번째 사진집 발간
한국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한 ‘난생 처음’ 시리즈

폭탄주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폭탄주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NYK Line 한국법인의 오가와 유지 부사장이 지난 6월 출간했던 사진집 ‘난생 처음’에 이어 이번에 ‘일본인 주재원이 한국에서 겪은 놀라운 체험담 속편 - 난생 처음 2’를 펴냈다. 오가와 유지 부사장은 호주 지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꽃을 테마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꽃은 내 평생의 테마”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은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일종의 선입견이지만 꽃과 나무에 대한 근접촬영이나 한국과 일본사이의 아주 작고 미묘한 차이에 주목한 유지 부사장의 사진들을 보면 단순히 편견이나 선입견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은가 싶다.


사진집의 첫인상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위 ‘Blog 사진’들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간단한 풍경과 알록달록한 음식들, 낯선 정물에 대한 접사 등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씩 찍는 사진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사진들의 피사체가 저자에게 주는 느낌을 담은 간단한 문장들이야말로 이 책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놀라운 체험’이라는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있을지도 모른다. 인도에서 소들이 길거리를 활개 치는 장면이라든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먹는 광경 등을 봤다면 정말 놀라운 체험이란 말을 하기 쉽지만, 당장 우리가 일본으로 여행을 가도 ‘헉’소리가 날만큼 놀라운 일을 겪기는 쉽지 않다.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다. 이 책의 묘미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 비슷한 문화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해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새해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신기한 공간과 일상의 공간
우리가 여행을 가는 모든 곳에는 사람이 산다. 물론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이나 남극점과 같은 곳에 가는 건 대게 여행이라고 하진 않는다. 여행지는 주로 ‘도착’하는 곳이지 ‘정복’하는 곳은 아니니까 말이다. 우리가 이러한 여행지들에서 항상 간과하는 사실은 세상 모든 ‘여행지’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상 우리에겐 아무리 신기해도 그들에겐 일상이다. 1년 내내 추운 기후와 아름다운 오로라도 그저 날마다 겪는 시시한 삶의 일부인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한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가와 유지 부사장도 그러한 사람 중에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마주치는 문화 하나하나가 모두 생소하게 느껴지는 외국인이다. 책에 등장한 일례로 그가 인사동을 방문했을 때 한 커플이 주문한 팥빙수를 받자마자 위아래를 뒤 섞으며 비비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본에는 ‘비벼 먹는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비빔문화가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단다. 밥을 반찬과 양념으로 비벼먹는 것도 신기한데, 외국인이 서투르게 비비는 모습에 답답했는지 밥알의 하얀 부분이 보이면 절대로 안 된다며 대신 비벼주던 식당 아주머니, 일본요리인 치라시스시(설탕, 식초, 소금으로 간을 한 밥에 야채·생선 등 다양한 재료를 섞은 요리)도 받자마자 비비기 시작하는 한국 사람들. 우리가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신기하게 다가온다는 게 놀랍다. 오히려 일본 사람들은 팥빙수도 비비지 않고 가만히 떠먹는다는 사실이 더욱 신기하다.


비벼 먹기 외에도 필자는 지하철이든 고속도로든 무언가를 판매하는 사람이 나타난다거나, 장례식장이 병원에 붙어있다거나, 김장을 담근다거나 하는 다양한 일상에 주목한다. 그 중 재미있던 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음악가가 ‘유키 구라모토’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점이다. 유키 구라모토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잘 알려진 일본 음악가로 그의 연주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CF나 영화·드라마에 사용되고 있어서 한국에서는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에선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 화투가 한국에서는 국민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월드컵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월드컵 - 오가와 유지 부사장 사진집 '난생 처음' 中

서양인과 동양인 그리고 여행자와 주재원
사진집 ‘난생 처음’에는 그러한 문화적 차이에서 발견한 놀라움들이 기록되어 있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실리는 서구권 사진작가들이 찍은 우리나라 사진과는 뭔가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서양 작가들은 오히려 한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상들을 싣는데 말이다. 이는 아마도 문화적 차이에도 그 정도에 따른 시각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당장 유럽 한복판에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떨어뜨려놓는다면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이들의 국적을 구별해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독일인과 영국인, 프랑스인을 외모로 구별해내기 힘들듯이 말이다. 서양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동양인들이 코가 좀 낮고 머리색깔이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도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많은 문화적 차이와 더불어 공통점도 상당수 가지고 있으므로 저자는 좀 더 세밀한 시각을 가지고 우리 문화를 살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이 사진집이 가진 깊이 있는 시각은 유지 부사장이 스쳐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주재원이란 점에서 기인한다. 만약에 그가 여행자였다면 한국식 장례식에 참여해볼 기회도 얻기 힘들었을 것이고 한국 사람들은 체면과 겉치레를 너무 중시해서 등산이나 조깅을 할 때도 화려하고 좋은 복장과 장비를 고집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난생 처음’에는 오래전 보았던 만화 ‘은하철도 999’와 비슷한 느낌이 배어있었다. 주인공 철이가 메텔을 따라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마주치는 낯선 별들과 사람들을 속에서 ‘컬쳐 쇼크(Culture shock)’를 통해 점차 성장해 간다는 것이 이 만화의 주요 테마이다. ‘난생 처음’도 일본인이 한국이란 나라에 와서 겪는 낯선 문화와 이를 차츰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은하철도 999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고 또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오늘날의 일본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문화 탐구 작업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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