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거래와 독일 산업의 변화

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 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EU 탄소배출권 거래와 독일 산업의 변화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조일규 차장

EU의 탄소배출권거래 제3기의 시작인 2013년을 한해 앞둔 2012년은 유럽 산업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탄소배출은 비용이다’라는 화두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가늠해 볼 한해가 될 것이다. EU는 역내 기업들에 대부분 무상으로 분배되어오던 탄소배출권을 2013년에 2010년 탄소배출량의 80% 수준으로 줄이고, 매해 1.74%씩 감축해 제3기의 마지막해인 2020년에는 30%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매해 감소되는 탄소배출 허용량 이상을 방출할 경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벌금을 내야하는 등 실질적 부담을 지는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EU는 사전 준비를 통해 21개 분야 52개 제품별로 온실가스배출이 적은 상위 10%의 작업장을 표본으로 벤치마킹 수치 등을 정해서 후발주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러한 조치의 유발 효과로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 에너지 고효율 기술개발 촉진 및 수용확대, 대체 생산 프로세스 강화, 바이오매스의 사용증가, 이산화탄소의 포집 등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가는 지금, 유럽은 선제적으로 규제와 촉진책을 통해 환경산업을 정비하고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준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항공 산업은 이미 탄소 분쟁 중
2011년은 유럽 항공 산업계가 당장 2012년으로 다가온 항공분야 유럽 탄소배출거래제(ETS)에 시행에 따라 몸살을 앓은 한해였다. EU지역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편에 대한 탄소배출세 부과가 예정되면서, 미 하원에서는 미국적 항공사의 EU ETS참여 금지 결의가 있었고, 인도 정부 명의로 26개국이 합의한 시행 반대 공동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미국 항공사 협회가 EU사법재판소에 이를 국제법위반으로 제소했으며, 유럽 항공사 연합 조차도 EU가 주장하는 200억 유로의 추가 수입 효과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추가비용 발생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Lufthansa 등 항공사들은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 등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EU측은 타협 없이 강행할 예정이지만, 향후 국가간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기술 경쟁 본격화
이러한 변화에 대한 독일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독일의 주간 경제전문지 Wirtschaftswoche에 따르면 피터 뢰셔 회장이 이끄는 지멘스가 친환경 산업기술 분야의 제1위 선도 기업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뢰셔 회장이 경영자가 된 2007년 이후 최근의 독일정부의 원전폐쇄 정책에 이르기까지 지멘스는 환경 인프라에 대한 선진 노하우로 친환경 트렌드를 가장 잘 이용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왔다. 이미 그룹 내 친환경 기술 매출액이 전체매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조력, 태양열 발전 기술 등 뿐 아니라, 향후 친환경 거대도시 건설, 교통 인프라, 송전 분야 등에서 초대형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분양에서 최고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프란츠 페렌바흐 사장이 이끄는 보쉬이다. 알려진 바대로 보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로 탄소절감과 관련된 친환경 사업분야로 개척한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축적된 기술로 이미 13개 완성차 메이커에 납품을 하고 있다. 현재 그룹 R&D의 45%를 태양광, 열펌프, 풍력전기,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생산공정에 있어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렌바흐 사장은 이러한 친환경 트렌드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기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전력망을 확충하고, 또 전기 저장장치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BMW사이다. 2013년 상용화를 목표로 탄소섬유 소재를 대폭 활용한 I시리즈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BMW 생산 차량의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I시리즈의 생산에서 폐차까지 관련된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는 컨셉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결과로 독일 자동차산업 연구기업인 CAM의 2011년 보고서에 의하면 BMW는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최대 6%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메이커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자동차 산업분야는 독일의 대표 산업분야로 유럽 자동차 산업분야에 특화된 2015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킬로미터 당 130그램 이하라는 숙제를 풀기위해 진지한 노력이 새로운 시도들로 나타나고 있다.

신산업의 태동기를 벗이나 탄소중립 시대로 가는 길목에 서서
탄소배출이 전지구적 차원으로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시대적 또 인류적 문제를 풀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생에너지 산업이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침체기를 맞으면서 기업의 생존 자체가 화급한 문제가 되고, 이에 따른 위기에 대한 우려가 조성되고 있다. 또한 EU내에서도 탄소배출에 대한 제한이 도입되지 않은 여타 경제권으로 생산지가 옮겨 가는 ‘탄소누출’, 즉 생산지의 역외 이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생에너지 산업은 전형적으로 규제와 지원책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서 탄소배출 유상화 압력과 이에 대응한 탄소배출저감 기술을 통한 규제 준수가 핵심적인 동력이자 효과이다. 한편, 성공적으로 탄소배출을 저감할 경우, 잉여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추가 수익이 창출되는 한편,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 중 발명한 신규기술의 지원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적인 패러다임이 사회적 중심으로 자리잡아 감으로써, 친환경 기술이 더 이상 변방의 것이 아닌 핵심기술로 들어설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인 독일이 2011년 탈원전 경제 선언으로 방향성을 확실히 선회하고서 2012년으로 들어서며 새로운 길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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