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인도네시아 바탐에서의 1박 2일

잘 갖춰진 연안 터미널과 싱가폴 新 랜드마크 ‘마리나배이샌즈’ 인상적

마리나배이샌즈 쇼핑센터. 쇼핑센터 내부에 목선을 탈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마리나배이샌즈 쇼핑센터. 쇼핑센터 내부에 목선을 탈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싱가폴 페리 시스템, 한시간내 인도네시아 휴양지로 연결
10월 7일 새벽 5시 40분. 인천을 떠난 싱가폴항공 SQ603편이 싱가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가을의 정취가 제법 느껴졌던 한국과는 달리 싱가폴은 새벽에도 26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이용해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Tanah Merah Ferry Terminal)로 향했다.

싱가폴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의 내부
싱가폴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의 내부
짧은 싱가폴 일정을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싱가폴-인도네시아 바탐(Batam)-싱가폴-발리(Bali)로 이어지는 빠듯한 일정이기에, 우선 바탐으로 향하는 첫번째 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싱가폴에는 대형 페리 터미널이 2곳 있다. 가장 크고 유명한 페리 터미널은 하버프론트(Habour Front) 페리 터미널로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지하철인 MRT를 타면 약 40여분 소요되고, 택시를 이용하면 30여분 걸린다. 다만 싱가폴에서의 택시 이용은 높은 물가를 감안할때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은 창이공항과 매우 가깝다. MRT로 두 정거장, 택시를 이용해도 1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다. 하버프론트가 대형 터미널로 전용 쇼핑센터를 지니고 있고, 인근에 센토사 리조트 및 도심과의 연결성이 좋다면, 타나메라 터미널은 소도시 연안 터미널에 비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작은 터미널이다.

서핑, 골프, 휴양 등 당일 페리 이용객 북적
오전 6시가 지나자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에도 하나 둘 여객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요일 오전은 이곳 터미널이 가장 북적거릴 시간이다. 싱가폴은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섬으로 이뤄진 도시 국가로,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의 많은 섬들과 인접해 있다. 하버 프론트에서건, 타나메라에서건 페리로 한시간만 타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휴양지에 닿을 수 있는 만큼 페리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싱가폴에서 페리를 이용해 가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빈탄섬(Bintan)으로, 전세계적인 호텔체인인 라군, 클럽메드, 빈얀트리의 리조트를 갖추고 있어 일년내내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도 오전부터 빈탄섬으로 향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 일본, 유럽, 호주 등 각기 다른 곳에서 온 관광객이 아침부터 빈탄행 페리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도 있었고, 당일 골프여행이나 서핑(surfing)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도 빈탄 리조트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어, 간단한 검색만으로 쉽게 빈탄 리조트 정보 및 여행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경비 아끼려면 2 Way Ticket 이용하자
우리의 목적지는 바탐. 바탐행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터미널 한 곳에 마련된 바탐패스트(BatamFast) 부스에서 티켓을 구입했다. One way Ticket(편도)과 Two way Ticket(왕복) 구입이 모두 가능한데 왕복권을 구입하면 약간의 할인이 적용된다. 장점은 바탐패스트의 페리만 이용한다면, 페리선이 정박하는 모든 터미널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동선과 시간, 그리고 지인과의 약속을 고려해 바탐 입국시엔 타나메라-농사푸라(Nongsa Pura), 바탐 출국시엔 바탐센터(Batam Center)-하버프론트 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했다. 왕복권의 경우 45sgd, 편도의 경우 23sgd(터미널 이용료 포함, 1sgd=약 902원)이다. 페리는 오전 8시부터 보통 한시간 간격으로 오후 8시 30분까지 9회 운항(타나메라-농사푸라)되며, 만약 하버프론트에서 페리를 이용한다면 바탐패스트와 함께 Penguin 페리도 이용할 수 있다.(오전 7시 40분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총 12회 운항) 이들 모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해 국내에서도 쉽게 배편을 구할 수 있다.
(바탐패스트: http://www.batamfast.com, 펭귄: http://www.penguin.co.sg)

싱가폴 하버프론트 터미널에 도착한 '바탐패스트 19'호
싱가폴 하버프론트 터미널에 도착한 '바탐패스트 19'호
Water와 Mineral water, 작지만 ‘엄청난’ 차이

Bording Pass(승차권)를 구입하고 짐을 부친 다음 선착장에서 페리를 기다렸다. 이미 선착장 대기실 안은 첫 배를 기다리기 위한 승객들로 꽉 차 있었다. 간단한 주류 및 담배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으며, 한켠엔 가볍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카페 코너도 마련돼 있다. 배를 기다리면서 목을 축이기 위해 카페 점원에게 "Water, please"라고 하면서 물을 주문했다. 물 한잔에 0.5sgd을 주고 구입했는데, 중간 크기의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담아주는 것이 아닌가. PET병에 담긴 시원한 물을 생각했기에, 뜨거운 물을 받고도 어안이 벙벙하던 찰나 메뉴판 끝에 적혀진 글귀를 보고 실소를 참지 못했다. “Mineral Water 1.50sgd.” 싱가폴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다면 ‘Water'가 아닌 'Mineral Water'를 주문해야 한다는 사소한 Tip을 얻었다.

드디어 페리가 출발하고 바탐 농사푸라 터미널을 향해 바다를 가르기 시작했다. 약 200석 규모의 작은 페리의 시설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특이한 점은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추위를 느낄정도의 ‘엄청난’ 냉방시설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 배 속도가 올라가면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배멀미를 유발할 정도의 흔들림은 아니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벌써 농사푸라 터미널에 도착해 있었다.

새로운 휴양지 바탐(Batam)에서의 하루
싱가폴이 잘 정리된 도시국가의 이미지를 남겼다면, 농사푸라 터미널에서 본 바탐의 첫 인상은 ‘시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바탐섬도 최근 뚜리비치(Turi Beach) 리조트 등이 휴양지로 큰 관심을 끌고 있고, 한국인 관광객들도 휴양 및 골프 여행을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바탐섬의 가장 큰 매력은 낮은 물가이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RP)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며, 1RP가 약 0.1원이다. 바탐의 대형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4인 한끼 식사 가격이 배불리 먹어도 3만원이면 충분할 정도로, 저렴한 물가는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높여주었다.

바탐에서 묵었던 숙소는 ‘Harris 바탐센터’라는 호텔이다. Harris는 인도네시아의 호텔 체인인데 바탐센터 말고도 바탐섬 내에 두 곳의 지점을 갖고 있으며, 발리에도 새로운 호텔을 건설하고 있다. 바탐 내 대형 리조트 외에는 낙후된 시설의 호텔이 대부분인데 반해 Harris 호텔은 깨끗하고 편리했으며 무엇보다도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어서 중국 관광객이나 유럽, 호주 관광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하루 숙박료는 우리 돈으로 약 10만원 정도로 바탐의 다른 물가와는 달리 매우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바탐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싱가폴로 가기위해 바탐센터 터미널로 향했다. 호텔에서 터미널까진 걸어서 5분거리로 매우 가깝다. 바탐센터 터미널은 바탐 내 가장 큰 터미널인 만큼 대형 쇼핑몰인 Mega Mall과 연결되어 있는데, 4년전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현대적인 시설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커피체인인 스타벅스와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등이 입점해 있었으며, 터미널 내에도 브런치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페리타고 대형 컨선, 중량물 운반선 사이를 휙~
8시 30분에 바탐센터를 출발해 9시 30분(인도네시아 시각 기준)에 하버프론트에 도착하는 페리를 탑승했다. 바탐에 입국했던 타나메라-농사푸라 루트가 촌스럽지만 휴양지적인 풍경을 보여줬다면, 싱가폴로 돌아가는 바탐센터-하버프론트 루트는 도심간 터미널을 이동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30여분을 달려 싱가폴에 가까워 지니 세계 2위 항만인 싱가폴 항만에 입항하기 위한 거대한 상선들이 눈에 띄었다. 먼 바다에서 보았던, 혹은 사진으로만 접했던 대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그리고 중량물 운반선 사이를 페리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싱가폴 하버프론트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싱가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터미널이자 도심과도 가장 가까운 터미널로 흡사 국내 대형 백화점에 온 것처럼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터미널과 3층짜리 쇼핑센터가 합쳐져 있으며, 터미널 지하에는 MRT가 연계돼 있어 싱가폴 중심지로의 이동이 간편하다. MRT를 이용해 지인과의 약속 장소인 싱가폴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인도네시아의 날씨가 덥지만 건조해 활동하기엔 무리가 없던 날씨였다면, 싱가폴의 날씨는 마치 우리나라 한여름의 폭염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더운 날씨이다. 건물 내에서는 냉방시설로 더위를 느끼지 못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가면 10분 이상을 걷지 못할 정도로 뜨겁고 눅눅한 날씨였다.

마리나배이샌즈 쇼핑센터 내부
마리나배이샌즈 쇼핑센터 내부
‘마리나배이샌즈 호텔’ 싱가폴 먹여살리는 랜드마크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하다는 칠리크랩을 ‘맛있게’ 먹고 이동한 곳은 싱가폴 최대 리조트이자 쇼핑몰인 ‘마리나배이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이하 샌즈)이다.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고 불릴만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의 하나인 샌즈의 위용은 실로 놀라웠다. 국내 기업인 쌍용건설이 2011년 완공한 샌즈는 3개동, 2,511개 객실 규모의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있는 모양의 건축물로 싱가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사실 그동안의 싱가폴에서 내세울만한 관광명소는 센토사 리조트가 전부였다. 도시국가와 깨끗한 이미지, 야경 관광 위주였던 싱가폴 관광산업은 샌즈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호텔에 카지노, 세계적 명품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쇼핑센터가 밀집해 있는 샌즈의 건설로 관광객 급증에 따른 수익에다 카지노 효과로 싱가폴 국민의 세금을 감면해 줄 정도라고 하니 잘 계획된 건축물 하나가 국가경제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며칠 전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이재균 의원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샌즈 호텔은 총 8조원이 들어간 메가톤급 프로젝트로 연간 관광객이 2,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투자규모가 엄청난 만큼 그에 따른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싱가폴이 관광수익으로 14.7%의 GDP 성장을 보였고, 이로 인해 복지재원을 확충하고 고용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도 'Marina Bay'이다. 해양문화가 결합된 관광지로 대단한 성공을 누렸다고 하니, 우리나라 항만 재개발 정책자들이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제안을 허투루들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아직 ‘Marina Bay’가 없다
1박 2일의 짧은 싱가폴 여행은 이리저리 샌즈를 구경하면서 끝을 냈다. 창이 공항으로 돌아가는 차창 밖으로 높고 화려한 싱가폴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를 타고 싱가폴에 와서, 페리를 통해 바탐에 다녀오고, 마지막 일정은 MRT로 마쳤으니 싱가폴의 육·해·공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아시아의 허브’라고 불리울 만큼 항만 산업과 물류, 그리고 금융산업이 발달한 싱가폴에 대한 느낌은 'Different & Dynamic'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작은 도시국가에 살면서 풍겨내는 문화와 함께 마치 서울의 여의도, 강남 한복판에 있는 것 처럼 빠르고 다이나믹한 느낌이 풍겼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4년전 싱가폴에 처음 갔을때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Manchester United Park Ji-Sung”이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표현했던 이곳 사람들은 이제 “Gangnam Style!”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싱가폴은 강남과 많이 닮았다. 다만 강남, 아니 한국에는 아직 싱가폴과 같은 Marina Bay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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