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물류포럼·동북아역사재단 공동학술회의

 

구랍 13일 동북아역사재단, 한반도 지정학·동북아 물류망 구축 논의
“북한 나진선봉 경제특구, 항만개발 적극 참여해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물류망 구축방안에 대한 학술회의가 지난해 12월 13일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려 주목된다. 남북물류포럼과 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주최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한반도 지정학과 동북아에서의 복합적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주제로 하여 한반도 물류네트워크 활성화 방안과 함께 동북아 경제·물류 네트워크의 역사적 고찰과 전략적 의미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동북아 경제협력 네트워크의 돌파구는 ‘물류’이며 이에 따른 복합적 물류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남북한 직항로, 백두산 항로 등 운항 중단 상태
“북한 나진선봉 경제특구, 항만개발 적극 참여해야”

범한물류 백성호 대표(UNDP 운영위원)는 ‘한반도 중심 동북아 물류망 구축 방안과 남북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북한 나진선봉 경제특구와 항만개발에 적극 참여해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화 전략을 완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에 따르면 그간 추진돼 왔던 남북한 직항로, 부산-보스토치니 항로, 백두산 항로, 한중일러 정기 화객선 항로 등은 현재 운항이 중단되거나 매우 침체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부산~나진’간에 화물선 ‘추싱호’(2,283톤, 100teu)의 취항으로 남북한 직항로(주 1항차)가 개설됐으나 2008년 9월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와 세계적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 물동량 격감 등으로 2009년 3월말로 운항 중단과 함께 해운회사가 해산했다. 북한의 경우 2007년 5월 정부 산하의 개선총회사가 ‘부산~나진’ 간의 항로에 ‘단결봉호’(1,952톤, 1,321teu)를 취항시켜 운항을 해왔으나 2010년 5월 24일 우리 정부의 대북재제 조치로 운항 중단됐다.


2005년 발효된 남북 해운합의서에는 남한 측 7개 항만(속초, 포항, 울산, 부산, 여수, 군산, 인천)과 북한 측의 7개 항만(나진, 청진, 흥남, 원산, 고성, 해주, 남포)을 내항 항로로 상호 개방하고 양측 정부로부터 운항의 허가를 받은 선박에 대해 상호 동등한 대우와 운항의 보장(동해안 동방 25마일의 공해상의 NLL통과 가능)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백 대표는 “양측의 해운합의서는 남북한 간 교류 확대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양측의 경제 수준 차이와 선박 운항비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남측 해운회사로서는 당초부터 원가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북측 회사와는 경쟁상대가 될 수 없었다”면서 “향후에는 현실에 맞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남북한 간의 재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보스토치니,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는 1991년 7월 ‘부산~보스토치니’간의 정기선 항로(4,000톤급, 주 1항차 운항)가 개설돼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실물경제 침체로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한 상태이다. 백두산 항로는 2000년 4월 ‘속초~자루비노~훈춘’간의 ‘백두산(북방)항로’가 개설돼 한중러 3개국을 연결하는 유일한 국제 정기화객선(INTL Car-Ferry, 1만 5,000톤급 화객선 운항)이 취항했다. 이 항로는 2010년 3월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당초 계획대로 정기운항이 불가능하게 됐으며 여기에 더해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 이후 운항의 채산성이 악화되어 2010년 10월 정기운항이 중단됐다.


한중일러 정기 화객선 항로는 2009년 7월 28일 4개국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동북아훼리(주)’가 강원도의 속초항, 일본의 니가타항, 러시아의 자루비노항, 중국의 훈춘 등의 4개국 지역을 연결하는 국제 정기화객선 항로(INT’L Car-Ferry 1만 6,000톤급, 주 1회 운항)가 개설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방정부 등의 지원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항로 개설 후 단기간에 운항이 중단됐다. 한일러 정기 화객선 항로는 2009년 7월 운항을 개시한 ‘동해~사카이미나토~블라디보스톡’ 항로가 개설됐는데 이 항로는 강원도와 일본 지방정부의 운항장려금과 손실보조금 등에 힘입어 지금까지 힘겹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백 대표는 환동해권 물류운송망의 활성화 방안으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북한의 나선 경제특구와 항만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에 따르면, 북한의 나진항은 동해의 최북단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물류의 요충지로 사용되기에 적합한 자유무역항이자 천연의 부동항이다. 제 1호, 2호, 3호의 3개 부두로 10개의 안벽이 있으며 안벽 총 연장은 3,290m, 평균수심 9~11m로 연간 화물처리능력은 300만톤이다. 제 1호 부두는 3만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며 컨베이어가 설치돼 대량의 석탄과 같은 벌크화물의 중국남방으로의 운송 및 수출화물용 부두로 사용되고 있다. 3호 부두는 유일하게 수출입화물을 취급하는 외항선 전용의 부두이며 2010년부터 러시아 정부의 철도회사에 의해 7만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도록 부두 끝단의 30m 연장 등의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1만톤급 선박 3척과 함께 대형 선박의 동시접안이 가능할 전망이다. 북한과 중국은 현재 나진항에 제 4호, 5호, 6호의 부두와 컨테이너 장치장의 신규 건설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선봉항은 나선 자유경제무역지대 내에 위치한 소형 항만으로 주로 유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항구이다. 선봉항의 원유 입하부두는 3,236m의 해저 송유관으로 돌핀과 연결되어 25만톤급 유조선의 접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1만톤급 선박 2척의 동시 접안이 가능하며 연간 1,500만톤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다. 선봉항은 나진항과 함께 나선 자유무역지대를 이루어 북한과 중국 간의 공동 관리위원회에 의한 개발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의 나선특구개발과 나진항의 물류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성과가 미흡하고 그 완성에는 앞으로 상당한 자본과 기술의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백 대표는 “북한에게는 이러한 막대한 자본과 혁신기술을 감당하기가 매우 벅찰 것”이라며 “그동안 항만 인프라 구축에 관한 세계 최고기술과 노하우를 비축하고 투자자본을 충분히 축적해 온 우리나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 당국의 정책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나진항
북한 나진항

 

 

또한 나진항을 통한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 운송체계가 정비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럽향 화물을 부산항으로 유치할 수 있으며,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서 동남아, 일본, 미주 지역 등으로 향하는 새로운 물동량을 나진항을 거쳐 부산항 등으로 유치함으로써, 우리나라 환동해권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남북한 사이 적대적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교류, 협력관계가 활발해지는 경우 나진항을 이용하는 북한의 물자와 함께 중국 러시아 등의 화물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부산항과 나진항 간에는 처음부터 직항 정기선 항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KMI 황진회 박사는 “중국이 나진선봉특구 조·중 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 지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나진항과 물류 여건이 비슷한 청진항 개발에 대한 투자참여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나진항을 이용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환동해권 물류허브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한러 공동 성명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황 박사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나진항 개발사업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즈니스로 흘러갈 수 있고, 북한과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은 더욱 더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 후 “차제에 정치권력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한반도 정책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사적 물류 중심지 ‘연변 훈춘’
“한국 협조는 필수 불가결 조건”

중국 연변대학교 지리학부 김석주 교수는 ‘중, 북, 러 접경지역 경제, 물류네트워크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역사적 통찰’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역사적 물류거점이던 연변 훈춘이 최근 새로운 물류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접경지역인 연변은 발해시기와 청조 초기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물류거점으로 발전해왔으며, 특히 훈춘은 중국 공산화 이후 소련과 인접지역으로 전략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인식돼 외부 교류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서부대개발, 동북노후공업기지 진흥책, 소수민족 정책, 장길도개발개방정책, 두만강지역(훈춘)국제합작시범구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연변지역을 동해로 진출하는 물류거점으로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변지역 중 훈춘은 동북지역에서 동해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중국영토로 블라디보스토크, 크라스키노, 나진항, 청진항과 인접해 동해로 진출하는 교두보이다. 또한 연변은 길림, 흑룡강, 요녕성의 광활한 배후지를 갖고 있으며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육해 수송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 양국이 공동관리 및 개발을 시행하는 나선경제무역구가 정식 가동됐고, 북한의 원정리에서 나진항에 이르는 도로는 2012년 10월 16일에 이미 개통됐으며 훈춘의 권하세관과 북한 원정리세관을 잇는 신두만강대교도 계획되고 있다. 나진항을 이용한 항로와 훈춘-자루비노-속초와 훈춘-자루비노-니카타 항로, 장춘-훈춘 고속도로가 이미 개통했으며, 장춘-훈춘 고속철도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연변은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 등과 통하는 도로, 철도, 항공, 해상항선 등 다원화된 교통망이 형성돼 물류거점으로 갖추어야 할 개방조건을 만족시켰다. 2012년 9월 한국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2억 달러를 투자해 훈춘에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를 건설하는 것도 시사점이 크다.

 

 2012년 9월 훈춘에 건설 예정인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착공식
 2012년 9월 훈춘에 건설 예정인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착공식

그러나 연변의 작은 경제규모, 낙후된 배후지 경제발전, 낮은 서비스 수준 등은 물류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특히 러시아의 극동지역 경제발전 의지와 북한의 적극적인 개방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면 연변의 발전은 다시 지난 90년대 두만강개발이 성공하지 못했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중국의 지난 경험서 교훈을 찾아 북한경제 재건을 적극 지원해야 할 뿐 아니라 대북한 투자도 적극 확대해 북한을 경제개방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의 노력과 협조는 필수 불가결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중·북 경협과 남·북 경협의 사업 목적(북한의 자원개발 및 저렴한 노동력 이용)이 비슷한 상황에서 양국의 소모적인 경쟁을 극복하고 대북경협에서 상생하려면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북 경제협력, 새 중요단계 진입
“동북아 물류망 구축, ‘철도망’ 핵심”

중국 요녕대학교 장동명 교수는 ‘동북아 경제물류네트워크 구성과 중국의 정책적 영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동북아 경제협력 네트워크 돌파구는 바로 ‘물류망 구축’”이라고 강조했으며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등 모든 시각에서 보아도 북한의 참여 없는 동북아 협력은 충분한 협력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현재 남북한-중국, 중국-러시아, 북한-러시아, 중국-몽골 간에 교통, 에너지, 자원산업, 물류 분야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북한-러시아의 초 국경 관광산업 협력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4월 1차 시범운영 이후 삼국관광기구대표들이 협약을 맺고 2011년 4월 삼국 간 무비자 초국경 관광프로젝트가 최초 출범했으며 21명의 단원은 길림성 장춘시를 출발해 길림성 훈춘시 통상구로 러시아 스라브양카, 브라디보스토크, 핫산, 북한 두만강 및 나선 지역을 관광하고 다시 훈춘으로 왔다. 이는 동북아지역 각국 간 협력에 새 돌파구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중국 북한이 실시한 새로운 경제발전전략은 양국 간 경제 및 무역관계 발전에 중요한 전략적 기반을 구축했다”면서 “양국 협력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 중”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의 무역관계는 ‘원조협력’에서 ‘협력원조’로 바뀌고 있다. 양국은 에너지, 교통, 물류협력과 함께 초 국경 자유무역구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중북간 주요 통상구는 12개이며, 그 중 단동 통상구가 대부분 무역화물을 담당한다.


특히 중국-북한 나선경제무역구와 황금평-위화도경제구 일부 사업의 성공적인 가동은 실질적인 시범효과가 기대된다. 2011년 6월 양국은 개발협력 나선경제무역구(두만강지역 개발협력) 및 황금평-위화도 경제구(압록강지역 개발협력) 일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법에는 황금평에 IT산업, 경공업, 현대농업, 상업 및 관광업 등 4대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2년 9월 황금평과 위화도관리위원회 청사 착공식을 진행했으며 위원회 산하에는 건설, 투자유치, 재정 등 부문을 설치했고 첫 단계는 1.6㎢를 개발할 계획이다.


두만강지역 개발과 연계해 추진하는 ‘창지투 개발계획’은 국제 대통로 구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북한 나진항 사용권으로 대외 물류통로를 실현하고, 훈춘-도문고속도로 개통으로 창지투 대통로를 형성했으며 해관총서에 국외항만을 이용해 국내화물을 운송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장 교수는 “동북아 경제협력의 매커니즘은 아시아-유럽을 지향한 동북아 물류망을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경의선을 연계한 철도 물류망 구축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장기적으로 이러한 물류망 구축 및 운영은 미래 동북아 경제무역협력 체계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이외에도 △중국 창·지투 개발과 라·선 경제특구 연계 물류망 구축의 정치·경제 (현동일 연변대학교 동북아연구원장)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과 북한 개발협력(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남북관계 개선 전망과 남북경협 제3의 길(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동북아 협력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인식공동체 형성방안(이춘복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박사)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당국간 및 전문가 복합네트워크 형성 방안(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각각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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