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금융시스템인 ‘국제물류투자펀드’가 설립 이후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구랍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2년 2차 해외물류사업 설명회’에서는 국제물류투자펀드사업이 소개됐다. 국제물류투자펀드는 총 1조 3,800억원에 달하는 금융시스템으로 지난 2007년 12월 구 해양수산부 시절 출범했으며 △해외항만터미널 개발 및 인수 △해외 물류센터·배후부지 개발 및 인수 △물류기업 M&A 지원 등을 위한 사모형 투자펀드로 KDB국제물류펀드 8,800억원, KB국제물류펀드 5,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소개된 KB국제물류펀드는 국민은행, 수협은행, 농협중앙회, 컨테이너관리공단,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등이 펀드 출자자로 구성됐으며 펀드기간은 15년이다. 물류기업, KMI 등이 투자사업을 제안하면, 외부사업평가기관 및 법무법인에서 투자사업 검토와 실사를 하고, KB자산운용에서 국제물류펀드 운용사의 투자의사를 결정한 뒤 펀드 투자사들이 투자금액을 납입(Capital call)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범한 물류펀드는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동 펀드를 활용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를 검토해 온 사례는 많아도 실질적인 투자집행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붕따우항, 러시아 자루비노 및 나호드카항 등을 비롯한 해외항만 개발사업에서 타당성조사를 거쳐 MOU를 체결하고 투자협상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으나 투자자 간 지분문제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KB은행 인프라운영본부 에너지물류팀 윤승준 부장에 따르면, KB국제물류펀드는 그간 스페인, 미국, 대만, 러시아, 베트남의 컨테이너 항만과 인도, 호주, 캄보디아 다목적항 및 석탄항 등의 투자검토를 상당부분 진행해 왔으나 수익률 문제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인한 투자 위축으로 현재까지 이용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베트남 붕따우항 투자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그 때 사업이 깨지면서 우리도 손해를 입었다”면서 “당분간 펀드를 이용한 해외투자사업에는 참여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물류펀드의 수익률(이자율)이 10%로 금융기관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물류펀드는 타당성 분석결과 최소 10%의 수익률이 확보되어야만 자본에 참여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으나 상당수 투자사업이 최소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펀드 설립 당시와 작금의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도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다. 물류펀드는 글로벌 해운항만 호황기였던 2007년 조성됐으나 현재는 세계 경제의 깊은 불황과 장기침체로 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추진 절차의 경직성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투자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공동투자방식을 진행하다 보니 추진절차가 길고 사업타당성 검토 단계 이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대형펀드는 얼핏 보면 매력이 넘친다. 그러나 기업의 활용의사는 매우 저조하므로 단순히 수익률을 낮추는 것 외에 펀드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물류업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구축사업’이라는 거창한 정책의 구색맞추기용 사업이 아니라, 작더라도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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