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해양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인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드디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2000년(해양수산개발원)과 2001년(한국개발연구원), 그리고 2006년(한국해양대학교) 세 차례에 걸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에야 겨우 건립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개무량하다는 표현 외에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에는 건물 1,072억원과 전시물 확보 201억원 등 총 1,27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올해 중에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BTL 민간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연말께 민간투자사업자 선정을 완료하여 내년 중에는 본격적인 건립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지역의 언론과 해사 관련 언론에는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관련 소식을 주요하게 다룬 바 있지만, 국립해양박물관에 무엇을 전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나 해양계, 언론계 등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해양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물이지 박물관 건물 자체가 아니다. 박물관 건물 건립 비용이 전시물 확보 비용의 5배에 달하기 때문에 박물관 건물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람객들이 국립해양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건물을 보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과 전시물들을 보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불과 1년 후면 건립이 착수되는 현 시점에서 그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과 물품 수집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귀중한 해양유물들이 폐품으로 취급되어 사장되어 가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 해운업을 이끌었던 대한해운공사, 원양해운을 개척했던 수산공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조했던 각종 선박들, 각종 어구들과 선구들. 모두가 우리 근대 해양사를 증명해줄 생생한 자료들이지만,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한때 우리의 밥상에 올랐던 오징어와 명태, 고등어, 멸치 등을 잡았을 어선들도 세월에 밀려 감척 대상이 되어 포구에 방치되어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2004년까지 근해어선 634척, 연안어선 1,175척을 감척한 바 있고, 2008년까지 6,300여척을 추가로 감척할 예정이다.

 

이들 어선들은 먼훗날 우리의 수산업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줄 중요한 유물들이다. 하지만 수 백억원의 국고가 투입된 감척 어선들이 아무런 보존 대책 없이 쓰레기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해양산업계에서 ‘최초’로 기록될 각종 자료와 실물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물들과 자료들이 사라진다면 국립해양박물관에는 모조품 밖에 전시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번 찾은 관람객들은 다시는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할 유물들을 수집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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