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현대중 한국인 근로자 습격 소식 충격
韓, 나이지리아 대형 프로젝트 잇따라 수주
불안정한 현지사정 파견 근로자에 치명적

 

대우조선 나이지리아서 해운사 설립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중장기 비전이다. 올해 초 대우조선은 이 비전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낭보’를 전했다. 나이지리아에서 해운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97년 루마니아에 설립한 대우망갈리아조선소에 이어 중국의 블록공장과 오만 수리조선소 그리고 올해는 네 번째 해외 프로젝트로 나이지리아에 진출하게 됐다. 


대우조선과 나이지리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엔엔피시(NNPC : Nigerian National Petroleum Company)社는 지난 1월, 49% : 51%의 지분으로 합작 해운회사 ‘나이다스社(NIDAS : Nigeria Daewoo Shipping Ltd.)’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나이지리에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원유 운송물량을 제공하고 선박의 운용 등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은 대우조선이 맡는다. 대우조선으로서는 운송할 화물을 이미 확보한 셈이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고, 이를 통해 대우조선은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정제제품의 수입, 건화물(Dry Bulk), 컨테이너 등 연근해 해운 그리고 육상 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 회사의 매출을 최고 1조2,000억원까지 확대시킨다는 것이 대우조선의 중장기 목표이다.


세계 8위 원유 산유국, 나이지리아
하루 평균 200억 달러 생산

나이지리아 지도
나이지리아 지도
대우조선이 신조건조 사업이 아닌, 해운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진출하게 된 나이지리아는 어떤 나라일까? 나이지리아는 현재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출하는 아프리카 산유국으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오래 전부터 석유수출기구의 회원국으로 활동해 온 나이지리아는 국가가 독점적으로 석유를 생산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약 400억 배럴에 가까운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는 2004년 정부세입의 80%, 외환수입의 90%, 수출소득의 96% 그리고 국내 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하루 평균 생산되는 원유는 210만 배럴로 그 가치는 2004년 가격으로 200억 달러 이상이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는 대부분 니제르삼각주 내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250여 곳의 유전에서 끌어올려진다. 그 막대한 석유생산으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석유부문은 이제 이 나라의 최대 산업기반으로 자리잡았다.

 

국가 프로젝트서 한국 기업 잇따라 낙찰
불안정한 국가사정, 현지진출 사업에 걸림돌
이런 거대 규모의 산유국, 나이지리아. 최근 나이지리아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2005년에는 심해광구 개발권, 2006년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철도사업권 등 국가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낙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하역설비(FPSO) 등 원유개발 및 운송사업에 우리나라 조선사들 또한 적잖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지리아의 불안정한 국가정세. 이로 인해 우리는 올해 1월 우리나라 현지 파견 근로자가 피격되는 비보(悲報)를 접해야만 했다. 현대중공업 문찬우 과장이 현지 무장괴한들에 의해 대퇴부에 총상을 입은 것. 이 사건은 1월 17일 새벽 1시경(한국시간) 리버스주 지역에서 일행 9명과 30인승 보트로 이동 중 보트에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발생했다. 다행히 문창우 과장은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네덜란드인 감독관 1명과 나이지리아인 경비요원 1명이 각각 사망했고, 현대중공업 문찬우 과장을 포함한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에 앞서 꼭 일주일 전에도 대우건설 직원 9명이 납치되는 등 2005년부터 이 나라 무장단체들에 의한 한국인 피해사례만 4건에 달한다.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무력단체 탄생
현지민들에게 석유는 오히려 ‘저주’로 전락
그렇다면 나이지리아에서는 외국인 피납사건이 왜 이렇게 잦게 발생하는 걸까?
막대한 석유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석유개발은 거의 대부분이 쉘이나 엑손모빌 등 외국자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정이 매우 심해 석유 등의 자원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국민의 1%만이 그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패와 가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조직범죄단을 구성해 국적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단순히 몸값을 노리거나 강도나 납치행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해에만 6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납치됐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올 4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치세력간 대결로 불안정한 정국을 틈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결국 풍부한 천연자연으로 배를 채우는 이는 한정적이라는 것. 이러한 불만 때문에 나이지리아에는 2003년 이후 몇 개의 무장단체가 나타났고 그들의 행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를 피납하는 것은 약과에 불과하다. 아예 송유관을 폭발해 수백명이 참사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일반인들에게 ‘검은 황금’의 석유는 ‘저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가적으로는 석유가 넘쳐나도 정작 자신들은 돈이 없어 연료를 구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석유개발로 심각한 기름 오염에 시달리고 또 그로 인해 농사와 어업 등 생업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도 있다. 고질적인 종족 및 종교 분쟁이 바로 그것. 이는 석유 이익 분배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충돌과 맞물려 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1999년 2월,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이 취임해 민주화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내부의 종족 분쟁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은 다른 나라 일일 뿐이다. 나이지리아엔 현재 수백 개의 부족이 저마다의 관습을 주장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크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에 의하면 나이지리아의 국민 일인당 소득은 1965년과 2004년을 비교해 250달러에서 212달러로 줄어들고 소득불평등은 현저히 증가했다. 1970년에서 2000년 사이에 나이지리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린 사람의 수는 1,900만 명에서 9,000만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의 한 보고서에서는 “이 나라에서 석유가 삶의 기준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지 파견 근로자 위한 보안대책 더욱 절실
이러한 나이지리아의 내부사정에 따라 나이지리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일단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게도 올 초 연달아 들려온 한국인 근로자 피납 소식은 ‘나이지리아=위험국’이란 인식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셈이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지리아를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제한 지역으로 설정하고 현지 대사관을 통해 기업체들에 안전정보를 수시로 제공하는 등 안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나이지리아에 파견돼 있는 한국인 전체 근로자 수는 800~900명 정도, 5~6군데에 분산돼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등 플랜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BTIP(Bonny Terminal Intergrated Project) 공사와 EGP3 공사 등에 18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피납된 문찬우 과장이 참여하고 있는 공사인 BTIP 공사는 쉘사가 총괄하는 것으로 2002년 약 7억 8,000만불에 수주해 이곳에만 1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공사현장인 보니섬은 내륙과 연결돼 있는 곳이 아니어서 무장괴한이 출연하기 힘든 지역인데다 이 시설에 군대와 경찰이 상주하며 지키고 있어 40년 이상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공사에 파견된 직원들은 모두 이곳에서 상주하며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으며, 지난번 부상을 입은 문찬우 과장의 경우도 이 섬 내 NLNG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하며 문찬우 과장의 경우는 내륙에 나가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빌미로 현대중공업측도 아무리 보니섬 자체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안전급수별로 안전매뉴얼을 수립해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컨소시엄을 통해 이미 2005년 심해광구 개발권에 동참해 나이지리아에 손을 뻗었지만 나이다스社의 설립은 그와는 많은 부분 성격이 다르다. 특히 전반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고, 사업의 확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다수의 한국 근로자 파견은 불가피해 보여 보안에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우리나라에게 나이지리아는 여러 면에서 기회의 땅이지만, 국가가 안고 있는 어지러운 분쟁은 오히려 늪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이번 ‘낭보’가 마냥 기쁠 수만은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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