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해운업계의 운임동맹 활동에 대한 EU의 독점금지 면제규칙이 지난해 10월 15일부로 폐지되었다. 이에따라 2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2008년 10월부터 EU 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기선 해운동맹의 공동 운임설정과 선복량의 조절행위 등이 전면 금지된다.  


이는 150여년간 정기선 해운업계의 보호막 역할을 해온 운임동맹의 해체를 의미하며, 유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선사들간의 운임과 집화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해운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그런 맥락에서 2월 12일 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주연합(EU) 경쟁법 개편에 따른 해운환경 변화와 대응’ 세미나는 주목할만 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유럽지역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EU의 ‘경쟁법 규칙’의 적용을 받게 된다. 주제발표를 맡은, EU의 경쟁법 개편내용에 정통한 영국로펌의 변호사는 작년 9월 25일 최종 공포된 EU의 이사회 규칙 내용을 소개하고, 이의 공포로 정기선 운임동맹의 활동에 대한 EU의 경쟁법 적용에서 포괄적으로 면제한다는 내용의 ‘86년의 포괄면제 규칙’이 20년만에 폐지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기선 해운동맹이 누려온 독점금지법 적용면제가 종료됨으로써 경쟁법에 익숙치 않은 해운기업들도 2년 뒤에는 모든 업무에서 경쟁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동규칙에의 저촉을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아울러 아주 사소한 일상업무도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법에 저촉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천문학적 벌금’이나 ‘임직원 징역형’ 등 무거운 페널티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해운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 움직임은 EU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과 호주, 싱가폴 등지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해운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되었다. 부정기선 부문의 경우 이미 작년 10월부터 EU 경쟁법제 적용에 들어갔고, 정기선 부문은 원활한 법 이행을 위해 유예기간 내에 세부지침이 마련된다. 이 지침이 세계 해운시장에서 쟁점이 될 것은 자명하다. 


동 경쟁법이 정식 발효되면 그 파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동법의 적용대상이 EU 역내 수출·수입품의 해상운송 전반으로 알려지고 있어, 구주 발착의 타 대륙간 환적화물의 해상운송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연말에 발표예정인 EU의 경쟁법 지침 초안이 공표된 뒤, 1달간의 의견조회기간에 해운기업들도 초안상 문제점을 짚어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에 선주협회는 경쟁법 적용에 관한 다양한 행사와 회장단회의, 나아가 ASF 안건으로 논의하는 등 해운업계에 주지시켜 업무 시스템상 저촉 여부를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EU의 경쟁법 적용은 유럽항로를 축으로 정기선 해운시장의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경쟁으로 단기적인 시황의 불안정과 화주의 입지강화가 예상되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유럽 거대선사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동맹과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입지는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U의 경쟁법에 대응하기에 2년은 결코 길지 않다. 연내 완성될 세부지침에 우리 선사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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