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복지제도를 지탱하는 힘

스웨덴 복지제도를 지탱하는 힘
                                                                   스톡홀름 무역관 이 수 정 차장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잘 알려진 복지모델의 전형 스웨덴은 유아 복지를 비롯하여 교육, 건강, 연금, 노인복지와 사회복지 부문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행하고 있다. 물론 이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186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스웨덴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착실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생활수준 향상과 여가시간 증대로 황금시대를 맞게 되었고 1950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하나로 성장, 1950년대 중반부터 현재의 스웨덴식 복지라고 부르는 복지 모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복지제도를 실천하려면 지속적인 고도성장과, 이를 떠받치는 인구구조가 필수적이다’라고 한 정부 관계자는 역설한 바 있다. 이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재원 없이는 이러한 복지를 실천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스웨덴이 복지국가로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며, 재정 확충이 어려운 경제위기시에는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알아봄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가능케 한 힘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제일의 복지국가 스웨덴의 성장, 그 발단
먼저 스웨덴이 복지국가로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대전이 발발한 때에도 중립노선을 표방함으로써 전화에 휩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쟁 특수를 통해 경제 붐을 이루면서 경제력을 쌓은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근검 성실한 루터교적 노동문화로 높은 생산성을 통한 기업의 채산성 증대, 복지 재원확보를 위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 높은 세금 부담률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런가 하면 전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를 실행할 수 있을만큼 적은 인구 등도 들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웨덴 정부가 지속적인 복지 실천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였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자유경쟁주의원칙을 도입함으로써 저생산 부문을 가차 없이 도태시키고, 도태된 분야의 기업과 노동자들은 재교육을 통해 발전가능성과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이동시켰다. 한편, 기업에 대한 우대세제를 적용하고 합병촉진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얻은 부를 사회에 골고루 분배함으로써 복지의 성공을 이룬다.

또한 협소한 국내시장 타개를 위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였고,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자동화를 이루어냈으며,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입으로 놀라운 공업 발전을 이룸으로써 경제성장을 통한 높은 수준의 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근간에는 노동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존중한 공동경영이 이루어낸 ‘기업의 투명성’을 들 수 있다.

위기의 극복 파노라마
그러나 40여년 이상 이어진 고복지로 정부 지출이 가파르게 급증하면서 스웨덴 경제는 1990년대 들어 일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스웨덴의 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39%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았고 복지 부담을 위해 50%에 가까운 높은 조세 부담률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결국 과중한 사회보장 비용부담으로 1993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12.3% 까지 치솟게 된다. 특히, 실업보험과 병가제도 등 너무 완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일하기를 기피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꾀병이 증가하는 복지병이 등장하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노조의 임금증가와 함께 기업의 사회보장세와 법인세가 증가하면서 높은 세율을 견디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대량실업 사태로 번져나갔다.

이에 따라 스웨덴정부는 복지제도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퇴직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조기 퇴직자의 연금 수급액을 감축하는 등 공공연금을 개혁하고 복지 지출을 축소시켰으며, 공기업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조세수입 상향을 통한 재정수입 확충 등 탄탄한 재정 마련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결과 1990년대 후반부터 흑자재정으로 전환시킨 뒤 재정 흑자 목표를 ‘GDP 대비 2%’로 정하고 재정 상태를 관리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1998년 말 발생한 금융위기에도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2009년 들어서야 유럽 각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 지출에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스웨덴은 이미 17년 전에 과도한 복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속성장이 가능한 복지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비법의 키워드, ‘신뢰’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웨덴이 보편적 복지를 지금껏 유지할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한한 신뢰’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으로서, 국민은 정부와 정치지도자와 기업인을 신뢰하고, 정부는 국민과 기업인을 서로 신뢰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탈법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국가공동체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신뢰를 통해 스웨덴 복지는 지속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때로 ‘한 사람이 낸 세금으로 두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이 스웨덴 복지의 문제점’이라고 스웨덴의 복지병을 꼬집는 경우가 있지만 ‘믿어주면서, 약자도 함께 끌어안고 가는 사회’가 바로 스웨덴의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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