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편견벽 깨고 승선교육 강화” 한 목소리

전 세계 선원 150만명…여성은 1~2% 극소수
여성해기인력 양성 확대, 미래 해기사 부족 대안되나

 
 
IMO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후원한 ‘여성해기인력 개발을 위한 IMO 아시아 지역 컨퍼런스’가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해양수산연수원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각국 여성해기사들의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이들의 활발한 해상진출을 위한 양성방안과 정책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IMO 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IMO와 세계해사대학WMU, 아·태 지역 주요 국가의 선원 및 여성해기사 등 국내외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작지만 알찬 논의’의 장을 이뤘다. 여성 참석자들의 비중이 높았으며 제복을 입은 예비 여성해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첫날 16일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대강당에서 외부공개 세미나로 진행됐으며 다음날부터는 롯데호텔에서 전문가 그룹 토론이 이어졌다.
전 세계 150만명의 선원 중 여성해기사의 비중은 1~2% 정도이며 해상에서는 매우 극소수의 인력이다. IMO는 UN의 여성인적자원요소 개발과 역할강화 정책을 반영해 ‘해운산업에서의 여성인력통합을 위한 전략’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여성해기인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재, 지원 부족, 현황 문제 등의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첫 여성해기사를 배출한 이후 현재까지 1,200여명의 여성해기사가 양성됐지만 실제 현업에는 50~60명만 승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 장황호 해사안전정책관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여 여성해기인력 개발을 위한 정책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여성들이 해운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정형택 원장은 “여성해기인력의 확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해기인력에 대한 사회주체들의 이해와 관심도 높아져야 하고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여성해기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양성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MO의 동아시아 지부 브렌다Brenda 지역담당관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은 바로 영국을 해양강국으로 만든 것”이라며 해양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선원업무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은 서로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여성들의 해상진출을 위해서는 여성해기인력의 장벽을 제거하고 유리천정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보호조항 ‘역차별’ 우려 있어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발표자 및 참석자들은 미래 해운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양질의 해기인력 공급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해기사의 해운산업 참여와 인력확대를 준비해야할 시점이라는데 공감했으며 “여성해기인력의 승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고 승선 및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조소현 교수는 ‘여성해기인력 사회적 인식조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여성해기인들의 근무환경, 인식, 채용 등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의하여 여성의 해상 진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과 개발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여성해기인력의 승선율이 낮은 통계상의 이유로는 ‘선상 숙박시설 부족’이 46%, ‘결혼 및 출산으로 인한 높은 하선율’이 37%를 차지했다. 여성해기사들과 승선경험이 있는 남성들의 경우 여성해기사들이 커뮤니케이션 및 자기관리면에서 업무 수행도가 뛰어나다고 응답했으며 여성해기사의 긍정적인 면으로는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수행을 잘한다’, ‘승선분위기 및 근무환경이 개선된다’, ‘일반적 근무환경으로 느껴져 기분이 좋다’는 답변이 나왔다. 동시에 부정적인 면으로는 ‘여성해기사는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다’, ‘로맨스 관계’, ‘여성은 여성일 뿐’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노동법상 보호조항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전영우 교수가 ‘2006 해사노동법협약 관점에서의 여성선원을 위한 발전기회 검토’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 및 일본의 여성선원에 대한 안전과 보호조항을 설명하자 일부 외국 참석자들은 “왜 그런 조항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나친 여성의 보호는 여성해기인력 고용의 기회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법률상에 보호조항이 포함돼 있기에 선주가 여성을 쉽게 고용하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 세계해사대학 모모코 키타다 교수 또한 “여성해기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나은 별도의 숙박시설과 근무환경이 아니다. 침실과 목욕탕에 커튼만 있으면 된다. 선주가 비용을 들여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및 학계에서는 그 동안 여성해기사들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이 같은 행사가 자주 열려야 한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선박관리업체에서 왔다는 한 여성 참석자는 “현재 회사에서도 3~4등 여성해기사들이 승선하고 있지만 여성은 아직 리스크가 크다”면서 “회사에서 지원하고자 해도 여성해기사 스스로가 하선한 경우가 많고, 회사가 여성인력을 보내려 해도 선주나 선장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해상직 뿐 아니라 육상직에서도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면이 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운업계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새로운 해기인들을 유치하는 과제에서 여성의 진출이 답이 될 수 있다”면서 “여성정책의 실행방안과 계획이 필요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승선과 해기사의 커리어는 매우 매력적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대의 한 교수는 “여성해기인력에 대한 세미나는 처음이었고 내용이 좋았다”면서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앞으로 자주 열려야 한다”고 전했다.
IMO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결과를 권고안으로 채택해 올 7월 열리는 IMO TC 63차의 정식 의제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여성해기인력의 해운산업 진출 장려정책을 개발하고 더불어 기존의 선원정책 캠페인을 ‘Go to sea’에서 ‘Go to sea TOGETHER’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IMO 기술협력국 파멜라 텐시Pamela Tansey 부국장

“여성해기인력 해상 및 승선훈련 강화해야”

역사 속 여성은 바다와 함께 해 왔다. 일반적으로 고대 이집트 투탕카멘은 잘 알아도 가장 위대한 해군을 구축한 하시슈트 이집트 여왕은 잘 모르고 있다. 여성은 그 동안 가시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18세기에 여성들은 남자행세를 하며 승선했다. 이제는 남장하지 않고도 승선이 가능해졌으며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흔히 해운산업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두 개이고 한 손으로만 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한 손만 쓰는 것은 최대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해운사업에서도 남녀를 모두 활용해야 해운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다면 인력의 절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과 같다.

이번 컨퍼런스의 슬로건은 TVR로서, 교육Training, 가시성Visibility, 인정Recognition이다. 즉 여성인력을 양성하여 가시성을 제고하고 취업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해기인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IMO의 역할이며 25년 전부터 기술협력위원회를 통해 여성개발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1988년에는 여성을 입학시키는 해사교육기관이 없었고 여성들이 해양에 진출해야 한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2003년 지역차원협회들이 설립되고 여성을 받아들이는 해사교육기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운분야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위해 2004년부터 피지, 케냐, 알렉산드리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지역차원의 네트워크 단체가 만들어졌다. 2010년 필리핀에서는 아시아 지역 여성해운인을 대상으로 WIMA Asia가 발족됐다. 2011년에는 파나마에서 라틴아메리카 여성해기사 단체가 설립됐다. 지역기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해운산업에서 여성들의 동등한 참여를 장려하고 해운취업 기회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IMO는 글로벌 선상 교육 이니셔티브를 실시하고 있다. 2010년 6개 해사대학들과 글로벌 선상훈련센터(Global On-Board Training Center)를 설립하여 예비해기사들에게 승선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도상국가에게 교육의 우선권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는 아카데미 교육을 받는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고 심지어 이론시험을 잘 치러도 해상 및 선상훈련을 받지 못해 채용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성해기인력들의 해운산업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해기인력들에 대해 해상 및 승선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IMO의 주요 도전 과제이다. 또한 훈련받은 여성해기인력이 있음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고 고용주 뿐 아니라 동료직원의 인정을 널리 받도록 해야 한다. 롤모델과 선배와의 멘토링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필리핀 여성해기인력협회 칼라 림카오코Carla S.Limcaoco 회장

“해사교육기관 여학생 졸업 비중 1%도 안돼”

여성해기인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여성해기사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인종의 진정한 가치는 여성들의 특징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2007년 필리핀 여성해기인력의 기회창출과 양성평등을 위해 필리핀여성해기인력협회(Women in Maritime Philippines Association)가 설립됐다. 필리핀 해운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권익을 향상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것이 협회의 비전이다.

협회가 수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2011년 30여개 필리핀 해사교육기관에 입학한 엔지니어링분야 입학생은 4만 6,550명이며 졸업생은 8,850명이다. 전체 졸업생 중 여학생의 비중은 5명으로 0.00056%이다. 중간에 포기한 여성의 수는 37명이다. 해상운송분야는 6만 2,946명이 등록했으며 이중 졸업생은 1만 3,083명이다. 하지만 여성은 123명이 졸업했으며 비중은 0.00094%에 그친다. 중간에 포기한 여학생의 수는 85명이다. 해군분야에서는 여성졸업생이 한명도 없다.

여학생들의 학업 중단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 관심 저하, 부모지원 미비, 동료집단 압력 등이 꼽혔다. 100여곳의 선원관리업체를 통해 취업하거나 해기사로 활동하는 여성 수를 파악한 결과, 2008~2010년 8개 회사에서 26명의 예비해기사들이 일반 선원, 3항사 및 2항사, 4항 및 3항 엔지니어 등으로 채용됐다. 2010~2011년에는 3개 회사에서 7명의 여성해기사를 고용했다. 이들은 갑판부 및 엔진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에 성공한 여성해기사와 선원들의 개인적인 특성 및 요인으로는 결심과 의지가 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았고 승선 내 비판적 사고 능력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 회사들의 의견이다. 팀워크가 잘되고 기술협조, 리더십, 성실성, 동기부여, 책임성과 신뢰성이 강했다는 이유다. 반면 여성해기사를 채용하지 않은 업체들은 모성, 휴가, 성희롱 문제 때문에 고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2004년 ILO에 따르면 전체 선원 중 여성은 1%도 되지 않는다. 2011년 필리핀에서 36만 9,104명의 해기사 및 선원인력 중 여성의 비중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사교육을 받던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중간에 승선을 포기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국가적인 전략을 마련해 여성해기인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협회는 여성들의 자질성을 인정받는 인식 강화활동과 더불어 인적자원 만족을 위한 교육과 여성훈련생들이 어떤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 근무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있으며 여성 일자리 확보, 출산휴가, 성희롱 방지, 여성커리어 개발 등 멘토쉽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여성해기인력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지만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우리가 적절히 교육을 제공한다면 충분한 자원이 된다. 여성고용 태도 변화, 선박과 해운산업의 여성취업기회 증대라는 혁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여성이 승선하고 해운산업으로 진출하여 글로벌 전문인이 되기 위한 여성들의 비전이 각 국가에서 현실화되길 바란다.

 
 
▶세계해사대학 모모코 키타다Momoko Kitada 교수
“문제점 공유하고 여성해기인 편견·차별 깨야”
여성해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해기인들의 목표는 남성과 경쟁하거나 여성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갖고 자신의 업무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더 나은 근무환경도 아니다. 여성을 위한 별도의 거대한 숙박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침실과 목욕탕에 커튼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선주들이 부담스러운 큰 비용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 인도의 경우 같은 방에서 자기 때문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해기사의 승선을 위해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성은 OO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은 각기 다르고 여성해기인들도 상당히 다양한 부류가 있다. 대부분 여성해기인들은 배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갑판장이나 일반선원으로 한 배에서 2명의 여성해기인이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1명 이상의 여성해기사가 근무할 경우 서로 친구가 될 것 같지만 여성도 각각 다르기에 반드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여성이 결혼과 육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해기인들에 대한 성적인 오해가 있다. 여성들이 승선해서 로맨틱한 관계나 성관계를 갖는 것을 터부시하면서도, 남성동료에게 관심이 없다고 할 경우, ‘레즈비언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상당히 쇼킹하지만 이것도 실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여성이 승선하면 폭풍이 온다는 등 미신적인 것들을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여성들은 선박문화에 맞추어 간다. 선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선박문화에 대해 다시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여성성을 감추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남성적인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해기인으로서 남성보다 2배를 더 근무해야 하고. 자신들이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때로는 과격히 행동도 하고 남성성을 띠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머리도 옷도 잘 갖추어 전략적으로 여성성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분들이 선장으로 승진되면 굳이 남성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성을 숨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기인이라는 직업이 여성해기인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해상에서는 감정을 절제하다가 육지에서는 다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여성선장은 집에 가서도 명령조로 남편에게 말한다고 한다. 또한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남성적인 사고방식을 개발하다보니 여성들과 일할 때 업무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이와 함께 여성해기인들은 여전히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여성이 배를 타는 것이 맘에 안든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남성들이 있다. 여성들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한 여성해기사는 특별한 업무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선주 측에서 “여름에는 사람이 부족해서 여성을 뽑았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메세지를 선장에게 보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원 초기 젊은 여성해기인력들은 결혼과 가족문제를 우려한다. 많은 여성해기인력들이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다시 해기인으로서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어렵다. 일부 국가에서는 선원으로 근무하기에 선원계약갱신 수수료 및 승선교육비가 상당히 높다. 피지나 폴란드는 수수료가 1,000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 해기인으로 돌아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글라데시 해사아카데미는 지난해 여성해기사 16명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2014년 1월부터 승선교육이 가능하지만 어떤 교육용 선박도 존재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방글라데시 해운회사에서는 여성해기인들을 채용할 지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현지에서 적용이 가능한 세계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여성해기인력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승선 및 교육기회의 부족, 해기인으로서의 자격증 갱신의 어려움 등이 있다. 여성해기인을 위한 글로벌 전략에는 단순히 여성해기인의 숫자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여성 멘토링이 강조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이것이 자신들만의 문제라 생각한다. 제대로 표현하지 않기에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하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함으로 자신들의 문제가 전 세계의 다른 여성해기사들도 갖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직접적인 추행이나 학대를 신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간접적인 차별관행에 대한 증거를 모을 뿐 아니라 선주들에게 모범적인 고용관행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이와 관련 내년 3월말에는 스웨덴 세계해사대학에서 여성해기사 글로벌 리더십과 관련된 국제 심포지엄이 열릴 예정이다.

 
 
▶한국해양대 박진수 교수

“여성해기사 600명 배출…승선은 제한”

전 세계적으로 해기인력 부족 현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여성해기인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1991년부터 여학생에게 입학의 문을 열었다. 한국해대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약 600명의 여성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매년 60명의 여성해기인력을 해운산업으로 배출하고 있다. 여성 졸업생의 수는 전체 졸업생 6,735명 중 8.7% 수준이다.

586명의 해양대 여성 졸업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5명 1명, 2001년 50명, 2012년 61명 등 매년 여성 졸업생들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여학생들의 학업 실력이 매우 좋으며 그런 측면에서 졸업 후 취업상황도 좋았다. 이들은 졸업 후에 80%가 승선하거나 관련산업에 취업했다.
승선경험과 관련하여 586명 졸업생 중 154명(26.3%)이 승선경력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승선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선기간은 2~3년이 39%, 3~4년이 22%, 1~2년이 20%를 차지했으며 1년 이하가 6%, 4~5년이 6%, 5년 이상이 10%를 차지했다. 육상직을 제외하고 현재 승선하고 있는 사람은 102명으로 감소했다. 2012년 기준 3년 이상 승선한 비중이 42%로 2009년 16%에 비해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1995~2006년, 2007~2012년을 비교해 보면 승선경험은 19.9%에서 30.9%로 늘어났으며 파생 및 관련서비스업 종사자는 12.1%에서 19.2%로 증가했다. 최근 졸업생들 중에서 해기사 활동 비중이 많았다. 많은 해사대 졸업생들이 경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주부는 20.6%에서 1.3%로 감소했으며 비해양계 직업도 6.6%에서 1.9%로 감소했다.

이를 볼 때 해기사 승선경력이 있을 경우 선장이 되고 연계산업으로 종사할 수 있으며 정책입안자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연구와 교육계에 종사할 수 있다. 이것이 이상적인 해기인력의 진로일 것이다. 해사대 여성 졸업생의 80%는 승선하거나 선사, 조선사, 공공부문 등에서 첫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졸업 후 6~7년이 지나면 결혼을 하는 비중이 늘고 근무하지 않는 비중이 30.7%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여성 졸업생의 해운산업계 종사율이 60%로 줄어든다. 하지만 승선경력은 육상 및 관련산업으로 나아가는 열쇠이다. 승선경력이 있다면 결혼, 출산 후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

여성 졸업생의 4분의 1이 승선경력을 갖고 있으며 평균 승선기간은 2.5년이다. 3년 이상 승선 경력을 가진 여성 졸업생들의 수도 지난 4년간 16%에서 42%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승선경력은 여성 졸업생들에게 취업에 큰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졸업한 여성해기사들이 승선하는 일은 비교적 제한되어 있다. 이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을 때이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 졸린 테이Jolyn Tay 포트마스터

“지역 탱커선 전용 여성해기사 교육 시행”

처음 배를 탔을 때는 구토도 많이 하고 힘들었다. 17살 첫 항해 때 홍콩으로 갔는데 몬순시즌이어서 2노트 밖에 못 나갔다. 싱가포르를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당시 여성 선원은 나 밖에 없었다. 20살에 COC3(2급항해사) 자격을 취득하고 선장이 되기 위해 2000년에 다시 공부를 했는데 수업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예전에는 40명 중 5명이 여성동료였는데 다 그만뒀다. ‘선장이 되려는 여성은 너 밖에 없다’고 하더라.

26살에 선장자격을 취득하여 총톤수 3,000톤 이상의 VLCC를 탔다. 공장관리자들처럼 시설들을 관리했다. 여성해기사들이 겪는 문제는 우선 해운산업이 남성중심의 산업이라는 것이다. 상사는 남성과 똑같이 대우받으려면 8시간이 아니라 16시간을 일하라고 했다. 저 역시 수습일 때 16시간을 일하고 인정받았다. 이처럼 여성이 인정받고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여성이 배를 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며 일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요구된다. 결혼 후에는 해기 경력이 단절되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저는 2004년에 해양항만청 소속이 되어 지금까지 포트마스터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GDP 중 7%는 해양산업이 차지하고 15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싱가포르 국제해양센터에는 5,000여개 이상의 선사와 항만관련기관, 조선 및 수리서비스 회사들이 있다. 싱가포르는 여성해기사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함께 여성들이 해기경력을 갖고 해운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 여성해기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변했다. 업계에서는 ‘여성 선장을 아냐’고 서로 물어보는 등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제가 배를 탔던 과거에는 여성이 타면 엔진이 멈춘다고 말하던 시기였으나 이제는 여성도 힘이 강해지고 남성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집을 떠나 장기항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육아와 결혼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동시에 육상직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요구에 따라 싱가포르정부는 선사와 싱가포르선주협회 등과 논의를 거쳐 2년 전부터 특별교육코스를 마련했다. 지역 국가를 항해하는 탱커에 승선할 여성해기사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보통 2년 정도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한다면 그 지역을 다니는 탱커선의 1등 항해사가 될 수 있다. 국제항해를 원하지 않는다면 항해가 짧은 항해를 택할 수 있고 이에 준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이 코스를 마친 여성이 배출됐다. 선사에서는 여성해기사를 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선장이 되거나 도선사가 되는 것이 보통의 진로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 승선경험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식강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위해 관련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여성 해기사 인재들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해기사 커리어는 여성에게 길지 않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승선경험으로 커리어가 시작된다. 젊은 여성은 승선경험을 통해 세계를 보는 기회를 갖게 되고 1등 항해사가 되면 아무도 여러분을 무시하지 못한다. 향후 선장이 되면 사람들은 여러분을 다르게 볼 것이다. 저는 현재 최초 포트마스터가 되어 수천대의 선박을 매일 관리하고 항만청 내 부서를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해기사 커리어는 좋은 커리어의 시작이다.

 

 
 
-여성해기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여성해기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보통 선상에 1~2명의 여성해기사들 밖에 없는데 이들은 사회적·문화적인 이유로 매우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 배에 최소한 3명 정도의 여성해기사들이 있어야 한다.
-여성해기사 확대를 위한 해결방안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여성해기인력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각국 정부 및 산업계에서 여성해기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남녀 할 것 없이 해기사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선주 및 선사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요구되는 사항은
세계 각지마다 상황이 다르다. 어떤 국가에서는 선주가 문제가 아니라 선장이다. 남아프리카 여성해기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선장은 여성이 한명이라도 타면 항해할 수 없다고 승선을 거부했다고 한다. 따라서 선장의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최소 선상에 3명의 여성해기사가 탄다면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은 쉬울 것이라 본다.

-전 세계 여성 선장은 몇 명인가
이번 행사에도 각국의 여성 선장들이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 여성해기사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선원 중 1~2%로 매우 작은 비중이다. 영국,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여성선장이 배출됐다. 일단 여성이 배를 책임지는 선장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선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다. 

-여성해기사와 남성해기사 간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육만 받는다면 남녀 해기사 간의 차이는 절대 없다. 오히려 여성들이 조금 더 낫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여성들은 인내심이 강하다. 여성들이 훈련만 받는다면, 남녀 간 능력상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문제는 남녀 해기사간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다음에도 이런 행사를 계속 개최할 예정인지
사실 행사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힘들다.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여러 사람의 관심도 끌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가 가장 좋은 적합한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아시아에 위치한 해운강국이자 기술 선도국이기 때문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끝나면, 매년 전 세계 각지에서 우리가 마련한 전략을 설명하는 방법을 마련하겠다. 해운산업이 어떻게 여성해기사를 더 많이 교육시키고 훈련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여성의 참여를 촉진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끝나고 채택되는 건의문의 내용은
여성해기인력의 개발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핵심 전략을 건의문에 포함시킬 것이다. 건의문을 통해 앞으로 여성해기인력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누가 고용할 것인지, 전 세계 해사분야나 항만관련기구에서 어떻게 이들을 활용하게 될 것인지 연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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