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양사고 30% 감축을 목표로 해상안전정책 강화방침을 공표한 가운데 6월 4일 개최된 ‘해난방지 세미나’는 해상안전 정책의 방향에 도움이 될 다양한 방안이 개진된 자리였다. 특히 해양사고 발생요인의 대부분이 인적요인에 기인하는 현실에 기반해 해상안전문제를 기술적인 개선책과 함께 문화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에 대한 제안이 주목할만했다.

권영섭 조선대학교 교수가 제시한 해상안전을 문화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화두는 통섭과 융합학문이 강조되는 현사회에서 시의적절하고 새로운 시각이어서 인상적이다. 80%이상이 인적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해상사고의 원인분석 결과는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방식이 선내외 해상사고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박기술이 발전하면서 배 자체는 더욱 안전해지고 항해기술 여건 또한 크게 개선됐으나 해양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인적요인에 따른 해양사고 감축을 위해 사전예방차원의 안전문화 강화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해상안전의 이슈가 돼 있다.

특히 선박 및 운항기술의 발달로 1인 선원당 업무량은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고 업무내용도 복잡해졌다. 이는 선원 심신의 건강과 선원간 갈등및 폭력 등의 안전문화가 해상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국적선박의 승선근무 환경중 선원구성의 변화들이 해상안전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대책의 강구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국적선박의 승선근무자 구성에서 드러나고 있는 변화는 크게 ‘선원연령의 고령화’와 ‘선원의 다국적(다인종)화’, ‘여성해기사의 등장’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선원 구성의 변화는 과거의 관행과 관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낳게 마련이다. 선원의 건강악화나 혼승 선원간의 분규나 갈등 등에 따른 심신의 불안정이 자칫 돌발행동과 판단미숙 등을 야기할 경우 크고작은 해상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화된 환경으로 선상의료의 문제와 인종차별 등 다문화문제, 여성선원 승선에 따른 성폭력 등의 문제들이 예상되며 이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별 교육 강화와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선원 구성원의 커다란 변화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적인 현상인 선원의 고령화는 국적선박에서도 뚜렷하다. 선원복지고용센터의 ‘2012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대 선원의 수가 2004년 6,098명에서 2011년에는 3,724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30대 선원 역시 2004년 8,748명에서 2011년에는 4,054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40대선원도 같은 기간중 1만2,683명에서 8,610명으로 32%가량 감소했다.

이에반해 50대 선원은 오히려 2004년 1만2,665명에서 1만4,506명으로 14.5% 증가했고 60세이상의 선원도 2011년에 8,104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까지는 50이상의 선원수로 집계돼왔고 선원공급문제가 본격화되면서 2006년부터 60세이상의 선원수가 별도 집계되고 있다. 그에따르면 2006년 35,90명이던 60대선원은 5년만에 125.6% 증가했다. 50-60대 선원의 수를 총합하면 2006년 1만8,257명에서 2011에는 2만2,610명으로 23.8% 증가했다. 2011년 기준 20-40대 선원의 수 1만6,388명과 50대이상의 선원 2만2,610명을 비교하면 고령선원의 승선비율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선원의 고령화는 상선대의 급증과 젊은층의 선원직 기피 등의 이유로 급속하게 진행돼왔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선원의 고령화는 승선생활중 건강상태와 의료 관리라는 새로운 문제를 등장시키고 있다. 고령의 선원은 노련하고 전문성이 깊을 수는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인병 등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연령의 고저를 불문하고 선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장기간 바다위를 그것도 여러 기후대를 통과하는 선원들의 건강관리와 안전교육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면 판단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질병시 타선원에 업무가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박기술의 고도화로 과거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정보들을 통해 상황을 판단해야 하고 때론 최첨단의 기술에 대한 의존이 오히려 사고로 이어지는 현대의 승선업무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선원의 건강과 안전의 위급시 대응관리체계의 강화는 해상안전의 예방차원에서 긴요하다 할 것이다.

선원고령화와 재해율의 상관관계는 본지(2008년 5월호)에서 ‘선원 고령화와 선원재해 해부’라는 심층취재를 통해 점검한 바 있다. 당시 내외항의 선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2007년말 재해대상선원은 2,010명으로 전체 선원대비 5.4%였다. 이중 해기사의 재해대상인원은 758명으로 나타나 선장과 1항사의 재해율이 72.4%(529명)나 됐다. 이는 선원의 고령화와 재해율이 상관관계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서 재해율은 선내 사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시니어 해기사의 노령화 심화는 선원의 사고와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선원클레임이 늘자 당시부터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안다. 외항상선의 경우 대형선사의 경우 승선전 선원의 강화된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해율이 낮지만 그렇지 못한 소형선사나 영세한 내항선사들의 경우 재해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선원의 질병에 대한 관심과 건강관리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대책이 선박내 재해율 감축은 물론 중대형의 해상사고 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ILO(국제노동기구)의 해사노동협약에 의거한 선원의 건강관리와 선상의료의 강화는 정부와 업계가 선원의 의료문제에 보다 적극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과거에는 '선상의(ship doctor)'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가 선내 승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선원중 의료관련 교육을 통해 의료관리자를 두고 관리하도록 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격 의료를 통해 선상의료의 질제고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의료담당 선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승선자 구성에서 또다른 변화는 선원의 다국적화이다. 1990년대 부원선원 승선으로 시작된 국적선박에의 외국선원 승선은 단계적인 외국인 선원고용 정책으로 꾸준히 증가해오다 2000대 중후반 관련 개방정책의 급진전과 함께 급증했다. 

그 결과 2011년말 국적선박의 외국인 고용인원은 내외항상선과 어선 총합 1만9,550명으로 2만명에 육박했다. (해양한국 2012년 9월호) 외국선원의 국적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다양하며, 외항화물선의 경우 동기간 외국인 선원은 8,912명이며 이중 해기사가 1,462명이었다. 외항여객선의 외국인 선원은 125명, 내항상선에는 564명이 국적선박에 승선하고 있다. 

국적선박의 외국인 선원의 고용확대는 선내 다문화와 다인종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국적의 외국인과 제한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의사소통의 문제가 중요하다. 내외국인 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도 해상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내외국인 모두에 대한 업무교육은 물론 이국의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거나 강화돼야 할 것이다. 

해기사협회에서 발표한 ‘혼승선원의 생활의식조사’(해양한국 2012년 11월호)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선원은 다국적 선원의 혼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40-50대 선원은 그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수록 외국인선원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였다. 이는 연령별로 다국적 선원의 문화에 대한 교육의 내용이 달라야 함을 시사하고 있으며, 고령의 해기사가 증가한 현 상황에서 타국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의사소통을 위한 환경조성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국적선박에 외국인 승선이 2만명시대를 맞아 외국인 혼승에 따른 선내문화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다문화환경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다른 선원 구성의 변화는 여성해기사의 등장으로, 가히 획기적이다. 승선여성 선원은 국제적으로도 극소수이지만 선원공급 부족문제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최근 논의가 시작된 사안이다. 올해 4월에는 우리나라에서 ‘IMO 여성해기인력 개발을 위한 국제세미나’가 개최된 바도 있다.(해양한국 2013년 5월호) 전세계 선원 150만명 가운데 여성 선원은 1-2%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1995년 첫 여성해기사를 배출한 이후 많은 여성선원을 배출했으나 현업에 승선 중인 인원은 현재 50-60명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첨단 선박이 등장하고 선내 환경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 여객선이나 단거리 항로, 최첨단선 등에서 여성해기인력의 진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최근 해사고의 여학생 입학제한이 차별행정이라는 민원제기를 계기로 일부 해사고에서 2014년부터 여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한국해양대학의 경우는 1991년부터 여성의 해사대학 문호를 개방한 뒤 2011년에는 여학생 졸업자수가 61명에 달했다. 

이처럼 여성에게 해기인력으로 양성되는 길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은 장차 여성의 해상근무 진출자가 장기적으로 많아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간 남성 중심의 선내환경을 개선할 필요성과 함께 성적인 문제 등 안전부문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크고 민감하다. 

여성해기사들과 함께 승선한 경험을 남성선원들은 ‘승선분위기와 근무환경 개선’ ‘일반적 근무환경으로 느껴져’라는 등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선원의 승선이 선내 분위기의 개선에 긍적적인 효과와 함께 선원직 매력화에도 기여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 요구되는 현대 선박에 여성 해기사의 섬세한 업무수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육사에서 발생한 여생도에 대한 성폭행을 사례로 볼 때, 선상에서 예상할 수 있는 유사사건을 배제할 수 없다. 여성 선원이 늘어날수록 그 위험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 자칫 위험한 해상사고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성폭력의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여성해기사와 관련 문제와 대책중 우선시돼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여성해기인력의 승선 확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인 이해와 관심은 물론 여성 스스로의 인식전환과 노력도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국비를 들여 애써 양성해놓은 고급 여성해기인력이 활용될 수 있도록 선상의 안전시설과 문화환경 정비 등을 고민하고 준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문제는 일부 대형 국적선사에서 이미 여성해기사가 승선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현장경험과 제언을 수렴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긴다. 기왕에 해사교육기관에서 여성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 신규 해기인력의 유치에 여성의 진출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산학연정(産學硏政이)이 지혜를 모아 성별과 관계없이 전선원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과 시설,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기 국적선박 승선자들의 구성 변화와 그에따른 제 문제들은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에서는 이미 겪은 문제일 것이다. 이들 선진해운국의 사례를 조사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이를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인적과실이 해상사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승선인력인 선원에 대한 세심한 안전강화책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적선 선원구성의 변화는 해양안전문화 강화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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