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6.25가 들어있는 호국보훈의 달 6월.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순국한 호국영령들을 추념하는 달이다. 집 없는 설움은 집 없는 사람만이 알 수 있듯이 나라 없는 백성의 슬픔은 나라 없이 세계를 떠돌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라를 잃고 이천년간 세계를 떠돌아다니던 디아스포라 유태인. 그들은 나치의 폭정으로 동족 600만이 집단학살당해도 딱히 호소할 곳이 없었다. 망국과 전쟁의 아픔을 겪은 우리 민족이기에 나라의 소중함이 뼈에 사무칠 것이나 나라사랑하는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으며 나라를 지키고 다시 찾았는가. 과거를 망각하는 자, 과거의 실패와 고통을 되풀이할 것이다. 자유와 독립은 그 가치를 알고 유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으리라.

6월 콤파스엔 해양수산부 김준석 해운정책과장이 나와 ‘최근 해운산업 위기와 2013년 해운물류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해양수산부 부활과 태안에서 개최된 바다의 날 행사로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 3위 외항업체 STX 팬오션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여 해운당국으로선 멘붕상태에 빠져있다고 김준석 과장이 말했다. 희망과 비전을 말해야 할 시점에 STX 문제가 터져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해운불황과 관련된 국토해양부 시절부터 이어진 것이지만, 신설 해양수산부 해운정책 주무과장으로선 심적 부담이 매우 큰 듯하다. 김 과장은 서울대와 영국 카디프 대학에서 해운을 공부하고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에서 해운 항만 물류 선원 및 법무업무를 두루 다룬 정통 해운관료이기에 잘 대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해운물류 전문지식이 정책에 반영되어 작금의 해운불황을 극복하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위기에 처한 해운산업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해운물류정책 방향을 소개한다.
 

1. 최근의 해운산업 위기 요인
작금의 해운산업이 어려워진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언밸런스에 기인한다. 수요인 물동량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감소 추세이나 공급인 선박은 8,000TEU 이상 컨테이너 선박이 2012년 현재 2009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2010년은 2009년의 대폭적인 감소로 인해 일시적인 반등을 보였으나 그 후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과 건화물 운임을 보면, 컨테이너 운임은 회복중이나 선박 공급량은 여전히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건화물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중이다. 아시아 유럽간 연평균 운임은 2010년에 TEU당 1,769달러 하던 것이 2011년 875달러까지 떨어졌고 2012년 1,379달러까지 회복하였으나, 건화물선 운임은 2009년 4만2,656달러에서 계속 떨어져 2012년에는 7,682달러까지 떨어졌다.
또한 연료유가가 폭등하자 세계 해운시장은 치킨게임 장이 되었다. 2012년 벙커C유 가격이 2009년의 톤당 371달러에서 662달러로 2배 수준으로 올라 원가압박 요인이 되었다. 머스크가 촉발한 세계 해운시장은 치킨게임이 되어 무한경쟁으로 돌입하여 글로벌 얼라이언스인 CKYH와 G6, MSC + CMA CGM, 머스크 간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최근 해운산업의 위기 요인은 거시경제 측면에선 유럽재정 위기와 국제유가의 상승이고, 산업 즉 시장측면에선 공급과잉과 치킨게임에 비유되는 출혈경쟁이다. 파급경로를 보면, 선박금융이 위축되어 은행의 신규대출이 억제되어 선사들의 유동성이 악화되었다. 유동성 악화는 담보선박 가치하락과 추가담보 부담 가중으로 물동량 감소를 불러와 선진국 경기가 침체되고 해운사의 매출이 급감하였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은 연료비가 증가하여 비용상승에 따른 선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선복량 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자 선가가 하락했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머스크가 대규모 신조선을 발주하여 저가운임정책을 펼치자 각사는 치킨게임에 돌입하였다. 운임이 하락하자 후발선사들은 자구책으로 선박공동운영 협정을 맺고 박리다매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시장환경은 해운 조선 무역이 시차없이 동시불황이라는 동시패션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전년의 폭락에 의한 반등으로 반짝호황을 일으켜 선사들의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 지금의 장기불황의 단초가 되었다.

2. 2013년 해운정책 환경
IMF는 유럽 위기의 장기화와 불확실성 증대로 2013년 세계경제를 3% 대의 성장으로 예측했다.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5.2%였으나 올해는 3.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 성장률도 2010년의 12.8%에서 계속 낮아져 2013년에는 3.6%로 떨어질 것이며,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저효과는 금년 하반기에나 세계경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의 우리나라 GDP가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0년엔 6.3%, 2011년 3.7% 하던 것이 2% 대로 떨어졌다. 무역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어나되 그 증가율은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 세계와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추이를 보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무역성장률 둔화 등으로 세계 물동량은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되는데, 금년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작년의 3.3% 보다는 높은 5.8%가 예상되며 내년엔 6.7%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의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2012년의 1.9% 보다는 높은 5.1%가 예상되나 향후 불확실성 요인이 관건이다. 

향후 해운시장을 전망하면, 공급과잉이 완화되는 2014년 이후에는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급전망을 보면, 2014년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6.7%이고 선복량 증가율은 4.8%에 이르고, 건화물 물동량 증가율은 4.1%이나 선복량 증가율은 2.3%에 달해 회복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해운컨설턴트인 클락슨과 드류리가 예측했다. 이에 따라 2014년은 2012년 평균운임 대비 컨테이너 운임은 11% 오를 것으로 RS플라토가 전망했고, 건화물 운임은 12% 상승할 것으로 드류리가 전망했다. 이는 4,400TEU급 컨테이너선과 18만톤급 대형 벌크선 1년간 정기용선을 기준으로 예측한 것이다. 반면에 MSI는 컨테이너 운임이 거의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였고 건화물선 운임도 RS플라토와 MSI는 드류리와 상이한 예측을 하여 전문 해운연구기관들 간에도 시황을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대형선사와 얼라이언스에 의해 어느 정도 조정되는 컨테이너 운임시장에 비해 건화물 운임시장은 개별선주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수요 공급에 의한 무한경쟁이 가능하여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3. 2013년 해운물류정책 추진방향
2013년 해운물류정책의 추진방향은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글로벌 해운물류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하고, 목표로 해운항만산업 안전망 구축을 통한 경기대응력 제고, 해운물류산업 뉴프런티어 개척을 통한 일자리 창출, 안전하고 성장(공생)하는 해운물류 생태계 조성으로 정하였다. 해운보증기금 신설 등 선박금융의 강화, 국적선사의 경영여건 개선과 경쟁력 제고, 항만운영 효율성과 부가가치 제고, 해운물류산업의 신성장동력 육성 및 해외 신시장 개척, 해운물류산업 공생생태계 조성 및 복지개선, 연안해운 활성화 및 CO2 절감 및 안전사고 감소 등 안전망체계 구축, 해운물류 정보 고도화와 맞춤형 인력양성 등이 중점과제이다. 해운업의 회복 가능성이 보여야 금융기관의 지원이 가능하나 우리 해운당국도 시황회복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SOC 해운산업은 국가경제에 필수불가결한 국가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이므로 정책적인 지원 육성이 요청된다.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보증기금을 내년 중에 설립할 수 있도록 추진하며, 정책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선박펀드 투자 활성화, 규제 합리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선박펀드에 대한 대선기간 단축, 펀드운영사 겸업금지 완화 등을 시행할 것이다.

해운보증기금이 해운특화사업이라면 선박금융공사는 해운 조선 해양을 포함하는 사업으로 이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아울러 선제적 투자를 위한 토니지은행(Tonnage Bank) 운영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적선사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량화물에 대한 국적선 수송물량을 확대하고, 국가필수국제선박제도의 합리화로 손실보상기준을 명확화하고, 연안선박 건조자금에 대한 이자보전을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항만운영 효율성과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항만물류산업 발전방안으로 항만하역업 등록기준 강화와 하역요금 인가제 개선 등을 마련하고, 항만배후단지의 고부가가치 물류창출 기능을 강화하여 선화주가 협력하고 항만시설 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해운물류산업의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국적 크루즈와 선박관리산업을 육성하고, 북극항로를 시범운항하며, 전문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크루즈선 운항과 연계하여 선박관리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아시아~유럽간 수송되는 화물을 대상으로 국적선사의 북극항로를 시범운항하며, 해운항만물류기업을 전문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종합물류기업 인증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해외매출 중 3자물류 매출산정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해운물류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정보 및 투자 컨설팅을 제고하고 해외 유망사업 타당성 조사비 지원 및 해외유망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자 및 다자간 해운물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터키 조지아 등 흑해연안 국가들 및 아세안 국가들과 협정을 체결하며, 제5차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를 차질없이 준비하며, 선진해운그룹(CSG)회의, APEC ACEAN 물류회의 등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4. 공생발전 및 친환경 해운항만시스템 구축
해운물류산업의 경제민주화와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운항만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선화주간 및 선사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적선사의 장기운송계약 확대 및 원양 근해선사간 피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생생태계를 조성하고, 터미널 운영사 통합부두에는 하역장비 개량 및 증심준설 등을 지원하여 부두운영사 대형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화주 물류기업 공생발전협의체를 구성 운영하여 표준계약서 사용, 유가상승 위험분담 등의 자율적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함께 법적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선원복지 향상과 관련하여, 노동분야의 PSC라 할 수 있는 ‘2006 해사노동협약’과 연계한 선원복지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퇴직금 공제제도 도입 및 외국인 선원 고충상담 콜센터도 운영할 것이다. 낙후도서 지역민 생활복지 개선을 위해 여객선 기항지 접안시설 등 해상교통 인프라를 확충하여 도서교통여건을 개선하고, 원격지 도서를 중심으로 정부 건조 대형 고속 카페리 선박을 투입하여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전환수송을 촉진하기 위해 전환교통 보조금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참여기준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75억원의 전환수송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항만운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항만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고 카페리 부두에 육상전원공급시설 설치 및 LED 조명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보다 안전한 항만구축을 위해 제1차 국가항만보안계획을 수정보완하고 항만시설기준 강화, 선박보안업무 절차 표준화 등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미래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해운시장 종합정보망 3단계 사업을 시행하여 1, 2단계는 주간단위 시황분석, 해운업계 주요 이슈분석 등을 제공하고 3단계는 정보포털 DB로 해운기업과 금융기관의 정보검색이 가능하도록 개방할 것이다. 우수 해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개선으로 오션폴리텍 과정을 활성화하고, 해양대학교 승선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부산과 인천 해사고의 운영비를 지원할 것이다. 끝으로 청년구직을 지원하기 위해 물류포털 역할을 수행할 ‘물류랑’을 본격가동하기 위해 회원을 모집하며 이를 널리 알리고자 대학생 홍보대사를 50명 선정한 바 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답변이 이어졌다. STX 팬오션의 법정관리로 충격을 받았다. 국내선사들의 피해가 크다. 대책은 있는가? / STX 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신설 해양수산부는 멘붕상태다. 당국으로서도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정말 안타깝다. 법정관리가 되더라도 피해가 최소한이 되도록 하겠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될 수 있도록 이끌겠다. / 중대 벌크선사들의 유동성이 심각하여 애로사항이 많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 선사들의 채권담보증권인 P-CBO를 발행했으면 한다. /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려면 30%를 부담하는 후순위채권 담보 단체가 신규채권을 모아 발행해야 하는데, 단체도 개별선사의 요청도 아직은 없다. 현재 해운보증기금 신설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중소 중견 해운회사는 해운보증기금이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하다. 선박의 캐스케이딩(cascading)으로 인해 근해선사들의 피해가 크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부산신항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했으면 한다. / 면밀하게 검토중이나 세계추세는 다르다. / 우리 해운업도 종합물류로 나가야 한다. 택배시장이 4,000억원에서 4조로 급신장했다. 유엔화물도 신경 써야 한다. 물량은 적지만 고가로 부가치가 높다. 우리 예산으로 실어나르는 평택 미군용화물(U.S. Military Cargo)를 우리가 적취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맡아 머스크가 싣고 있다.

프레이트 포워더(freight gorwarder) DHL는 이제 대규모 선사다. 이런 회사를 우리 항만이 유치해야 한다. 2자물류 얘기가 하도 나오니까 그룹 간에 운송물량을 바터 식으로 나누고 있다. / 국제물류팀에서 검토하여 대처할 것으로 생각한다. 세종시에서 새벽기차로 올라와 해운현안과 정책방향을 개진하고 질의에 답변해준 김준석 과장이 고마웠다. 올해가 생존의 고비라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쪼록 세계해운시황이  빨리 회복되고 우리해운도 난관을 극복하여 성장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해기사 명예의 전당’과 ‘국화와 칼’

2013년 ‘해기사 명예의 전당’ 헌정식에 다녀왔다. 올해의 헌정인물은 이재송 선장과 윤상송 박사인데, 삼주 윤상송 박사는 우리 해사문제연구소의 창설자이기에 더욱 감회가 깊었다. 부산시 영도의 태종대 등대공원. 앞바다엔 선박들이 오가고 멀리 해양대학이 보이는 풍광이 수려한 곳에 건립된 동상 앞에 서니 가슴이 설렌다. 모두가 척박한 한국해운을 일구어 세계 5대 해운강국의 기틀을 만든 분들이기에 삼가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숙였다. 그분들의 바다사랑과 해운진흥의 열정이 등대가 되어 거친 바다를 비추며 우리해운을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

요즘 한일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독도 위안부 역사왜곡 군국주의 부활 같은 과거사 문제에다가 엔저까지 겹쳐 우리를 힘들게 한다. 북핵과 이에 따른 남북 긴장상태로 정신이 없는 우리에게 일본마저 힘 빠지게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웃이니 멀리할 수도 없고 가까이 하자니 사사건건 부딪히고...... 선상세미나로 일본을 다녀온 후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었다. 일본인들의 내면 의식구조를 알고 싶어서다. 일본을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일본인들은 속을 까도 알 수 없는 양파와 같다. 혼네와 다데마에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여전하다. 그런 면에서 일본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면서도 일본을 국화와 칼에 비유한 루스의 통찰력은 예리했다. 일본인들은 역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그녀의 진단이다. 뒤에 시퍼런 칼을 감추고도 면전에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꽃을 내밀 수 있는 민족. 이는 살벌한 봉건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겠으나 우리네 상식으론 좀체 이해가 안 간다. 일본인들이 학교 교과서에 넣을 정도로 중시하는 미담과 교훈들도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기이하다 못해 섬뜩하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만이 아닌 주변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 의리요 명분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임진왜란과 한일병탄의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로선 호전적인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의심의 눈으로 일본을 바라본다. 장기불황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일본인들은 요즘 아베총리를 위시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같은 우경인사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지난 사과까지 뒤집고 “우리가 무얼 잘못했기에 사과하냐”며 헌법개정 군대부활 실지회복까지 들먹인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부추긴 우경화는 필경 국수주의와 군국주의로 이어져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일본제국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인들이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본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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