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글로벌선박금융전문인력양성사업단GSF’ 단장
이기환 ‘글로벌선박금융전문인력양성사업단GSF’ 단장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최근의 해운불황에 대응하는데 국가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들이 선박투자를 하면 머지않아 해운경기가 호황으로 반전된다는 속설이 있는 그리스 선사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신조선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경제성 있는 고효율 선박을 저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찬스이고 선가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와 가장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선사들도 고비용 용선선박의 적극 반선과 함께 신조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신규투자 여력이 없는 우리나라는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하고 금융권은 신규투자를 위한 대출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이다.

최근에는 해운경기의 회복이 14년 후반으로 예측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그리스나 일본선사들과 우리 선사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운경영의 기본은 불황기에 저가격으로 선복을 확보하고 신성장분야로 진출해야만 호황기에 과실을 경쟁자보다 장기에 걸쳐 향유하고 다시 찾아올 경기 사이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원리에 충실한 해운기업들은 신성장분야를 찾아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후반에는 제조의 국제화에 대응, 물류분야로 진출,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했다. 2000년대에는 고유가와 해양유전개발의 활성화에 대응, 해양개발에 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나 일본선사의 해양개발에 대한 진출 사례는 이들 선사가 왜 세계제일선사인가를 증명한다.

일본 최대 선사인 니혼유센은 노르웨이의 북해유전에서 FPSO를 운영하는 크누센을 2000년대 초반에 인수, FPSO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양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금년에 크누센을 뉴욕증시에 상장, 자금확보도 성공하였다. 우리 조선소들이 참여를 포기했던 브라질 해저유전개발에도 일본의 종합상사, 조선소 등과 올 저팬(ALL JAPAN)으로 협력진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개발 오퍼레이터로 하는 브라질 해저유전개발 컨소시엄과 사이에 FPSO 2기의 용선·조업에 관한 오퍼레이션·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북미산 세일가스 수송에도 적극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선사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하여 일본정부도 파나마운하를 통항할 수 있는 파나마정부와 안전기준 협상 및 모스형이나 멤브레인형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스전용선 개발에 예산과 세제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는 현재에 지나치게 매달려 미래에 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성급하게 특정부문에 정책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루오션으로 보이는 북극해 항로 선점전략의 실행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해양개발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레드오션에서 성공한 기업이 블루오션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정된 자원과 능력을 보유한 우리 해운이 현재 진출가능성이 더 높은 사업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자문한다. 도요타 자동차나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처음부터 고급차인 렉서스나 최고급 폰인 갤럭시를 출시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해운분야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블루오션인 북극해항로도 상업이용에 활용되는 순간, 레드오션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무조건 블루오션을 찾아 헤매기보다 레드오션을 지키면서 블루오션으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북극해연안 5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선사들이 상업이용에 북극해항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북극해항로의 블루오션은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업수송보다도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개발이 가능해지는 북극해지역의 자원개발과 이에 따른 수송시장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응하려면 자원개발과 수송에 세트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국가적인 협조체제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국부를 지킨 좋은 사례가 있다. 가스수송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선사들이 가스수송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가스공사의 우리 선사의 선박건조에 대한 장기수송계약을 통한 시장 진출기회 제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에너지개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해저유전 개발에 필수적인 FPSO건조는 우리 조선소들이 세계 최고이다. 에너지개발기업, 선사, 조선소와 한국해운이 협력체제를 구축,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고 또 하나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개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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