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걸으며’
고추잠자리가 뭉게구름 속에 숨고 고샅길 텃밭에는 옥수수가 터져가는 8월의 여름날, 콤파스도 방학에 들어갔다. 올해의 여름나기는 예년에 비해 훨씬 힘들었다. 장마로 인해 무덥고 찐득한 7월을 보내고 8월에 들어서니 이젠 머리가 띵할 정도의 폭염으로 기진맥진했다. 햇볕에 한 시간만 있어도 어지러워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충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전력수급 경보가 연일 발동되어 에어컨을 꺼야하는 실내근무도 어렵긴 마찬가지. 솔선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관공서의 여름나기는 그래서 더욱 힘들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40도를 웃돌고 중동과 유럽 모두 폭염에 시달리는 것을 보니 지구촌의 온난화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옛날 사람들은 열매를 여름이라고 했다. 성하盛夏의 폭양을 거쳐야 탐스러운 과실이 열린다는 뜻이리라. 얼음냉수 같이 무더위를 식혀준 것은 손녀출생이다. 사람들은 웃겠지만, 내겐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의 아들 조지왕자 탄생만큼이나 소중하다. 남몰래 누린 기쁨, 귀한 것은 감추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써먹었다. 밤낮이 바뀌어 한밤중에도 보채는 응애소리에 잠 못 이루지만, 유일한 표현이 울음밖에 더 있겠냐 싶어 바깥세상에 빨리 적응하기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가까이 다가가자 울음을 그치고 호기심 찬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참 신기하다. 도대체 이게 다 뭐냐” 하는 표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미지의 나라에서 내려온 귀여운 선물...... “별나게, 웬 호들갑”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팔불출에 자식자랑이 들어 있다는데, 혹시 손자는 빠지나? 눈치가 보여 자식 자랑을 못했다가 때는 왔다 하고 맘껏 하는지도 모르겠다. 손자 자랑하려면 돈 내고 하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못 봐주겠다는 뜻이긴 하다. 남의 자식이 웃고 울고 옹알이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 싶지만, 팔불출이라 놀려도 기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새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들고 창조주께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올해 선상세미나에서 만난 동신대 조병기 교수. 조 교수가 시인인줄 알게 된 것은 그의 시집 ‘산길을 걸으며’를 받고 나서다. 그곳에 실린 ‘아가에게’라는 시를 소개한다. 나도 손녀를 보아선지 감회가 새롭다.
“아가야!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훨훨 나비가 되고 싶지./ 영롱한 눈망울 반짝이며/ 부끄러워하는 아가야/ 너는 세상의 평화 세상의 축복인 것을 모르고 있지만/ 아가야!/ 너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사랑의 꿈동산을 이룰 거야./ 꽃피고 새들 지저귀는 꿈동산을/ 너와 함께 놀고 있으면/ 세상의 큰 평화 얻고 있구나./ 너랑 나랑 온갖 시름 모두 잊고/ 소망스런 꿈을 꾸어야 하지./ 아가야-.”

중국방문기
중국에 다녀왔다. 제6기 선박금융교육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해외 워크샵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행선지는 국제 선박금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 목적은 배를 타고 선박구조와 항만에서의 입출항 과정을 살펴보고 조선소도 둘러보자는 뜻. 또한 선박금융 세미나에 참석하고 선박금융기관의 선진 선박금융기법도 배우기 위함이다. 7월 9일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위동항운의 카페리 뉴골든브리지호에 오르며 중국으로 떠나는 교육생들의 표정이 밝다. 서로 장난을 치며 활짝 웃는다.

해운과 금융이 융합하는 순간이다. 짐을 풀고 기관실 견학을 위해 승무원을 따라 배 밑창으로 내려갔다. 많은 트레일러 틈을 비집고 아래로 내려가니 엔진과 터빈의 굉음이 귀청을 때리고 열기로 숨이 막힌다. 이곳은 기관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곳이다. 기관구조에 대한 기관장의 설명이 소음 속에 묻혀버린다. 이어 대피하듯 브리지로 올라갔다. 선교는 우선 탁 트인 시야로 시원하다. 1항사가 항해기기들을 열심히 설명한다. 본선의 안전운항은 선교와 기관실 간의 호흡에 달렸다.

엇박자라도 생기면 대형사고는 피할 수 없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여전히 항해 중이다. 이윽고 칭다오항 여객부두에 도착, 승무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칭다오. 중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바다를 보려는 내지 사람들이 대거 몰려드는 청정해안이라지만, 이말이 무색하게 녹조가 거대한 섬을 이루며 여기 저기 떠다닌다. 베이징올림픽때 요트경기를 위해 수많은 어선들이 동원되어 녹조를 건져냈다고 한다. 바다도 절대 무한하지 않으며, 해양오염은 어족자원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가거니와 사람이 살아갈 환경도 잠식하며 황폐화시킨다. 지금도 엄청난 양의 생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수많은 선박들이 쉴새없이 오폐물들을 바다에다 쏟아 붓는다. 버스를 타고 길이가 무려 42킬로미터인 세계 최장의 교주만대교를 건넜다. 논스톱으로 달려 30분은 족히 걸렸다. 다리 중간에서 좌우를 보니 수평선만 보여 어느 쪽이 땅이고 바다인지 가늠할 수  없다.

칭다오를 떠나 상하이 홍차오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밤 10시. 선박금융세미나 강사 쟝 링 박사가 우리를 맞는다. 이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준 쟝 박사가 고맙다. 상하이에는 국제공항이 푸동과 홍차오가 있는데, 푸동공항은 국제선 전용이고 홍차오는 국내선이나 최근 홍차오에 제2터미널이 완공되어 이곳에서도 국제선이 취항한다. 해안의 매립지에 건설한 푸동공항에 안개가 심해 하나를 더 만들었다고 한다. 상하이 도심을 관통하여 황푸강을 건너 푸동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7월 11일 아침, 이름도 긴 상하이푸동국제금융항운중심연구센터에서 쟝 링(莊   ) 소장의 ‘중국 선박금융의 최근 현안과 전망’이라는 주제 강의를 들었다. 쟝 박사는 중국의 선박금융과 한중 해사산업 현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소개했다.

그의 발표가 양국의 선박금융을 통한 해운 조선 해사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어 상하이항운교역소로 가서 루 지앙궈陸建國 소장으로부터 상하이항운교역서의 업무와 활동상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상하이항운교역서의 업무종목은 운임지수 작성과 발표, 운임신고, 선가평가 및 선박매매지수 발표, 선박매매, 해운정보 분석과 발표로 활동영역이 매우 넓다. 담당자로부터 운임지수 작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선박매매 부서로 옮겨 그 작업과정을 지켜봤다. 세계 1위의 조선대국이자 5위의 해운강국이면서도 운임지수와 선박매매지수를 만들지 못하고 해운거래소도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된다. 조만간 상하이항운교역서가 세계 해사산업을 주도하는 교역센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이항운교역서를 나와 황푸강 하저터널을 빠져 나갔다. 양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 가기 위해서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푸동지구, 김일성 부자가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고 할 만큼 뉴욕의 맨해튼을 옮겨놓은 것 같다. 푸동의  끝자락 해안과 바다 속 섬을 연결한 동해대교. 서해바다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져 있다. 소양산도와 대양산도 사이를 매립하여 건설한 양산 심수항 컨테이너 터미널. 이런 곳에 대형 컨테이너항만을 건설하다니 정말 중국인답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 수 없다. 입출항하는 선박들과 60여개의 갠트리 크레인에서 하역작업하고 있는 컨테이너선들이 빼곡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컨테이너 야드엔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예전에 이곳은 한적한 어촌으로 고기잡이로 생활하던 주민들은 육지와 거의 단절되어 살았다고 하는데,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해적으로 변신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동해대교 건설비를 포함한 양산항의 개발비는 천문학적 수치라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선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주비 보상 문제와 환경단체의 압력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원가가 없는 항만이라고나 할까? 양산항의 최대 약점은 짙은 안개로 접안에 어려움을 겪는 날이 잦다고 한다. 상하이 북쪽 장강 하구의 기존 와이카오차오항은 수심이 얕아 대형 컨테이너선이 입출항하기 어렵거니와 수많은 선박들로 붐벼 양산항 개발을 서둘렀는데, 안개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요즘 1만 8,000teu급 컨테이너선 ULCV(Ultra Large Container Vessel)가 기항할 수 없는 항만은 이미 허브항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한다.

양산항은 섬에 있어 수심이 깊고 진입하기 쉬우며 갠트리크레인들이 한번에 2개의 컨테이너를 하역하여 속도가 2배로 빨라진 것이 장점이나 태풍이 오면 직접피해가 예상되고 진입로인 동해대교의 통과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러한 약점이 경쟁항인 부산항의 강점이 될 수 있도록 잘만 대비한다면 부산항의 동북아물류 허브항의 꿈도 실현될 것이다. “양산항 별것 없다. 부산항 화이팅!” 기념촬영을 하며 외친 교육생들의 구호제창처럼. 

상하이는 난징, 우한과 함께 중국의 3대 폭염지 중의 하나인데, 이번 워크샵기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숨이 막혀 거리를 나다닐 수 없었다. 상하이는 매립지가 많은 저지대이고 주변에 산이 없고 땅속에는 물이 고여 있어 폭염으로 대지가 달궈지면 수증기로 인해 찜통더위가 극심하여 탈진하기 일쑤라고 한다. 그런데도 일기예보는 늘 섭씨 39도라고 발표하는데, 그 이유는 40도가 넘으면 모든 직장이 휴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날 어제의 일기를 정정하며 “대기의 온도는 39도였는데 지열이 올라와 40도가 넘었다”고 발표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한여름에 40도를 넘는 것이 보통이기에 모든 작업장과 관공서가 휴무에 들어가면 상하이의 경제가 마비되기 때문이라는데, 그럴 바에야 아예 규정을 고치면 될 텐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자자오朱家角를 둘러보는 행운을 누렸다. 날씨가 너무 무더우니 일정을 바꾸어 쑤저우나 다녀오자는 교육생들의 간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는 4시간 정도. 과연 가능할까? 양산항 견학을 마치고 상하이해사대학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쑤저우는 시간상 무리라고 판단, 상하이 외곽의 주자자오로 향했다. 주자자오는 상하이와 쑤저우, 자싱의 삼각형 중심에 있는 주씨들의 작은 마을인데, 마을이 온통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이탈리아의 베니스가 연상된다. 이곳 주민들은 얼마 전만 해도 학교와 가게 우체국 심지어 이웃집까지 배를 타고 타녔다고 한다.

집들을 보면 정문에 배를 댈 수 있게 해놓고 보행을 위해서는 후문을 이용하여 주요 이송수단이 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집집마다 자가용 격인 자가선自家船도 있었고.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과 인사동 전통거리를 합쳐 놓은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점은 이곳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인 뱃사공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올라갔다. 가게 식당 편의시설들이 뱃길로 다 연결된다. 다리 밑을 통과하니 제법 넓은 수로가 나오고, 지류를 따라 좀 더 올라가 청나라 시절의 우체국 앞에서 우리를 내려 준다. 당시의 우체부들이 배를 타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우편물을 전달했기에 모든 정문에 개인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수로 옆길을 따라 걸어내려 왔다. 다리를 만든 성조性潮스님이 물고기를 사서 풀어주었다는 방생교放生橋를 건너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바로 불심佛心이리라. 수향水鄕 주자자오, 중국의 풍치를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황푸강의 유람선에서 보냈다. 와이탄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황푸강변의 야경을 즐겼다. 푸시 쪽엔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건물들이 위용을 뽐내는 반면에 푸동엔 초고층건물들이 높이를 경쟁하고 있다. 옛날부터 밤 뱃놀이가 제일이라고 하던데, 과연 배를 타고 야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연 세계 제1의 야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낮에 올랐던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국제금융센터빌딩, 그 옆을 보니 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한창 짓고 있다. 세계 제일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자꾸 좀더 좀더 높이 짓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7월 13일 푸동공항, 4박 5일간의 중국 웍샵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우리를 태울 아시아나 여객기가 보인다. 아직 출발을 안 했는데도 벌써 우리나라에 온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TV로 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아시아나기 사고 장면이 눈에 어른거린다. 기체고장, 공항의 구조적 결함, 조종사의 운항과실을 두고 조사가 한창이다. 원인규명을 정확히 해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나 대부분의 사고들은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시간이 걸릴 듯하다. 드디어 우리나라 하늘의 현관 인천공항, 유익했던 중국여행 선박금융 워크샵이 끝나는 순간이다. 내겐 좋은 추억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올 여름엔 장마도 길었지만, 폭염 또한 대단했다. 온도가 40도를 넘고 습도도 90%를 넘는 찜통더위를 중국인들은 ‘끓는 만두솥 속’이라고 말하는데 참 적절한 표현이다. 숨이 목까지 차 헉헉대는 찜통더위. 나의 오랜 피서법 중의 하나는 독서인데 올해는 그마저 쉽지 않다. 일주일채 읽을 엄두가 안나 표지만 만지작거린다. 망설인 끝에 택한 책 ‘그리고, 산이 울렸다(And the Mountain echoed)’.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작품.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외신들이 극찬한 소설. 지은이는 할레드 호세이니.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1965년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 의대를 나와 의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작품을 쓴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어 70여개국에서 출판되고 있는 주목받는 인물.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아프간에 그런 소설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이 놀랐다.

그곳은 세계의 관심을 끌만한 문학소재들이 산재할 것으로 짐작은 되나 이를 엮을 사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데, 뛰어난 이야기꾼 호세이니가 이 일을 해냈다. 외세와 탈레반 내전 테러로 이어지는 파괴와 살육으로 인해 폐허와 절망으로 변한 땅 - 전사와 군인들과 장갑차가 오가며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는 신작로. 그곳에 아스라이 핀 들꽃의 향기를 맡게 하는 감동과 경이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 책은 계층간의 갈등 부조리 전쟁이라는 이념을 다룬 이전 두 소설과 달리 인간의 내면과 가족애를 다루어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여울처럼 소리를 내며 급하게 흐르다가, 이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침묵의 깊은 강으로 빠져 들어간다. 메아리처럼 아련하고 애잔한 여운을 남기며...... 산은 인간이 행하는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그것을 영원히 반향하는 존재다. 산은 자신이 목격한 것을 울림으로 변환시켜 물결처럼 퍼지게 만들고 그 물결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그러한 울림과 물결의 여파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남매 그리고 자매, 주인과 하인, 모녀와 부부의 이야기들이 큰 강을 이루며 흘러간다. 작가는 진정한 자아의 영혼이 자유로운 인간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것이 신기루 같은 환상일지 몰라도......

광복과 통일
8월 15일 광복절. 빛을 다시 찾은 날. 맹인이 눈을 뜬다면 그 기쁨과 감격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아무나 부둥켜안고 기뻐 뛰며 눈물을 흘리리라.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멋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국학자 정인보가 작사한 광복절 노래다. 그날의 감격과 광복의 환희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올해로 광복절 68주년을 맞았다.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은 우리민족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다시는 나라를 빼앗겨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더욱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진정한 광복은 한반도 통일”이라고 말했다. 해방이 바로 분단으로 이어지는 아픔을 지닌 우리민족이기에 숙원인 통일은 광복에 비길 만큼 중요하다. 윤극영의 노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반달’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민족의 한을 담고 있는 노래이기에. 반달이 온달이 되고 토끼가 잃어버린 짝을 찾을 날은 언제일까? 요즘 염원하던 통일이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이산가족이 상봉한다는 소식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남북 분단이 너무 길어져 이질화가 심해져 통일 후의 진통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가 될까 걱정스럽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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