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내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경쟁력은?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로’”

 

신규사업 발굴, 정부-기업 공조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설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설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 중 건조 분야를 제외한 타 분야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수준일까. 크게 설계, 건조, 운영, 운송, 설치, 해체, 부대사업으로 분류되는 해양플랜트 산업 중 건조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극히 취약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익은 건조 이외의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된다는 점은 이제 우리 해양플랜트 산업이 건조를 넘어 타 분야로 확장해야 함을 보여준다. 아직 걸음마 수준인 해양플랜트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기업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신규사업 발굴이 핵심 과제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탐사와 시추를 통한 광구 개발-설치-해체에 이르기까지 설계, 건조, 운송, 설치, 운영, 각종 부대사업, 해체사업 등 적어도 30여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제작(건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타 분야 진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또한 건조실적 1위에도 불구하고 낮은 국산화율과 중소기업의 참여 미비 등은 그 성과가 일부 기업에만 편중돼 산업 전반적인 성장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최근 보고서(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인력양성방안)에 따르면 “세계 1위의 건조부문과 달리 서비스 부문은 인력과 기업이 전무할 정도로 경쟁력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며, “최근 국내기업들도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려는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초기 사업의 리스크와 해운·조선 불황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여력 부족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운영사업 대부분 소규모 지분투자가 대부분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불리우는 운영사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국석유공사의 ‘두성호’ 운영이 유일한 사례였으나,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광구 진출로 최초 운영사업 진출에 성공하게 됐다.
두성호는 국내 유일의 반잠수식 시추선으로 1984년 대우조선소에서 건조된 이래, 한국, 알라스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에서 시추작업을 실행했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를 생산할 수 없는 시추선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는 고부가가치 운영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 석유·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의 직접 운영과 용선사업의 진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올 7월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광구에서 생산을 시작함으로써,최초로 생산 해양플랜트의 운영권을 확보했으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해외광구 지분투자를 통한 자원 확보에만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한편 삼성물산, SK네트웍스 등 대기업 상사들은 자원 사업을 위해 해외 광구 운영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안요한 KMI 연구원은 “해외 광구 운영권 확보는 상당한 기간과 투자금액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공기업·대기업도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운영권이 확보되면 그에 따른 부가가치는 엄청난 만큼 초기 리스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운송사업 역시 미미한 상황이다.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물류시장의 불경기로 인해 몇몇 대형 해운업체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운송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나,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과 해운기업의 유동성 관리로 인해 신규 투자가 힘든 상황이다. 국내 대형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도 해양플랜트 관련 설비를 운송할 수 있는 대형 운반선 보유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대상선은 최대 650톤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국제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양플랜트 운송장면
해양플랜트 운송장면

설계·설치 사업, 대형 조선사 주도로 자체 역량 강화
설치사업 분야는 그나마 국내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자체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 중소업체들도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주로 EPCIC 턴키 입찰로 진행된다. EPCIC는 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조달), Construction(제작), Installation(운송), Commissionig(시운전)을 합친 말로 국내 기업의 경우 설계 기술, 설치 장비·기술이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 대형조선소들도 해양플랜트 건조, 설치, 시운전까지 턴키 입찰을 수행하지만 작업의 대부분을 해외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들이 자체 EPCIC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들 중 해양플랜트 설치 실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인도 ONGC로부터 해상 설치공사 및 파이프라인 부설공사를 수행했고 이후에도 다수의 해양플랜트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사업의 EPCIC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해양 엔지니어링 센터를 건립해 설계 전문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올 초에는 미국에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계열사를 세우는 등 내부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동사는 올해 사업목표를 ‘종합엔지니어링 그룹 도약’으로 정하고 해외 거점 확보와 엔지니어링 인력 육성에 힘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한 ‘Offshore 1 consulting Corporation’을 설립하고, 글로벌 해양플랜트 설계회사인 영국 아멕(AMEC)사와 공동 출자해 ‘AMEC Samsung Oil & GAS, LLC’를 설립했다. 동사의 지분은 삼성 측 출자회사인 ‘Offshore 1 consulting Corporation’이 51%를, 나머지 49%는 아멕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직접 채용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500여 명의 설계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급성장 추세에 발맞춰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T서브마린의 선전도 눈에 띈다. KT서브마린은 태국만 해저 파이프라인 공사 중 매설작업 구간공사, 인도네시아 해저케이블 프로젝트 등 다양한 해저구조물 설치공사를 수행했으며, 현재 케이블 선박 2척 등 해저장비 5기를 보유하고 있다. 동사는 KT와 한진해운이 공동출자한 해저케이블 설치 업체로, 해저통신케이블 뿐 아니라 해저 송유관, 각종 특수 해저케이블 등 사업영역을 해양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부대사업 분야는 몇몇 소규모 중소기업 위주로 진출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인력공급, 소모품 공급 등의 영역으로 진출했다. 부대사업은 인력 공급, 소모품 및 선용품 공급 외에도 OSV 분야가 핵심인데 국내 OSV산업의 경우, STX OSV가 지난해 말 해외 매각되면서,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만이 일부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사업의 경우 우리기업의 진출이 전무한 상황이지만, 향후 해체량 증가에 따라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관련기사, 해양한국 2013년 7월호 ‘해양플랜트 해체산업과 국내 기업 진출 가능성’)

 

유정油井 없어 관련산업 발전 취약, 건조에만 집중된 정부정책도 문제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가스나 원유가 매장된 유정油井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의 경우 자체 유정이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발전이 용이하지만, 우리나라는 동해 가스전 외에 추가적으로 유·가스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밖에 없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소규모 지분투자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출발점이 대형 조선소를 통한 건조에서 시작되다 보니, 정부 정책이 건조기술에만 치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진행해온 해양플랜트 관련 정부 정책의 대부분이 기자재 국산화율 제고와 플랜트 수출확대에 치중됐으며, 인력양성 방안도 건조 및 기술인력에만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이 인력 양성인데 우리의 인력양성 정책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고 지적하며, “기자재 산업이 발달한 부산지역에서는 기자재 관련 인력을, 연구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에서는 설계나 운영, 서비스 등 다양한 인력양성 체계가 갖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대학과 정부는 기술 인력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양성 외에도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선해운 시장의 침체로 국내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보 및 인력 부족으로 시장 진출 자체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전문인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들에 의해 독과점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내 기업의 역량을 고려할때 정부 지원없이는 이들 메이저와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얀마 가스전 진출에 성공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정부의 성공불융자 제도를 활용해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리스크가 큰 산업영역 개발에 정부가 그 위험부담을 일정정도 분담해 주는 제도로, 기업의 신사업 전개와 정부의 재정확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미얀마 가스전 추진 당시, 워크아웃 상태로 투자제한을 받던 대우인터내셔널이었기 때문에, 동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해양플랜트 작업지원선(OSV)
해양플랜트 작업지원선(OSV)

“OSV 이용한 지원사업 해외진출 용이”
이 같은 사례처럼 관련 기업과 연구자들은 해양플랜트 신규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선도사업의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육성·지원방안이 마련돼야 날로 성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연구자는 “우리나라가 집중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건조사업은 다른 해양플랜트 관련 사업에 비해 수익 창출이 낮은 분야이다. 건조실적 1위라는 타이틀에만 집착하지 말고, 더 큰 수익을 올려 관련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는 기반을 정부가 나서서 닦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M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업체들이 비교적 진출하기 용이한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으로는 △OSV를 이용한 지원사업 △FPSO, FSO, FSRU 운영사업 등이 있다. 특히 OSV를 이용한 지원사업은 초기시장 진출이 어려운 해양플랜트 운영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초기 사업으로, OSV를 통한 임대사업으로 관련실적을 확보하고 이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이 고려되야 한다는 제안이다. 타 사업에 비해 투자비가 적어 재정 부담이 적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점, 선박과 비슷해 기존 해운선사들도 진출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와 기업간의 역할분담과 협력도 요구된다. 우선 정부는 신흥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처를 발굴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민간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협의체SPC를 구성 운영자금을 확보해 진출한다면 개별기업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또한 SPC 주도로 자본이 부족한 해외 기업과 조인트벤처나 M&A를 진행해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해외시장의 높은 진입장벽도 허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선박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은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기 때문에, 금융계들도 수요처만 확보된다면 금융 조달은 물론 적극적인 투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침체에 빠진 국내 해운·조선업계가 신사업 발굴을 통해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정부도 해운과 조선업계 모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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