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미르’로 사전예방은 강화..

“사후대책 마련, ‘서비스 연속성’ 확보 필요”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재난 및 재해예방과 피해복구 대책이 수립되고 있다. 항만분야도 마찬가지. 태풍과 지진,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2003년 태풍 매미, 2011년 쓰나미로 인한 일본 동북부 항만의 경우에서 확인했듯 엄청난 피해와 손실이 동반된다.
그렇다면 우리 항만의 자연재해·재난대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정부는 2011년 7월, 선제적 해양방재대책인 ‘아라미르’ 프로젝트를 수립·발표하고 전국 재해취약 항만의 정비계획을 마련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 광양, 울산, 인천 등 주요 무역항의 관리를 맡고 있는 각 PA들은 각각 재난·재해 대책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이에 대한 협력과제도 진행 중이다. 덧붙여 재난·재해에도 멈추지 않는 항만물류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활용하는 BCM(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개념의 도입을 항만에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라미르 프로젝트’는 전국 항만시설의 정비와 외곽시설 보강을 통해 해수면 상승 및 지진해일에 대응하기 위한 항만 보강 대책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54개 항만(무역항 29개, 연안항 25개)를 조사한 결과, 32개 항만이 재난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예상 피해액만도 약 4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정부는 항만 및 배후도심권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선 항만 외곽시설의 설계 강도를 상향 조정하고, 대상항만의 중요도를 감안해 2단계에 걸쳐 취약항만을 정비하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플립형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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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사업(2012~2020)으로는 예상 피해규모, 경제성, 시급성을 고려해 부산, 광양, 목포, 통영, 장항, 군산, 옥포, 장승포, 삼천포, 삼척항을 우선 정비한다. 그외 재해 발생빈도가 적고 비교적 안전지대에 위치한 항만은 2단계(2021~2030)로 추진하도록 했다. 방제시설 보강을 위해 해안 방제에 효과적인 게이트형, 방재언덕형, 방호벽형을 도입해, 각 항만마다 적절한 형식을 도입하도록 계획했다. 총 1조 1,885억원이 투입되는 동 프로젝트는 정부가 1951년부터 2006년까지의 국내 태풍 내습사례를 한국해양연구원과의 R&D 사업을 통해 조사하고, 일본 지진해일 사례를 국내 상황에 맞게 검토해 국내에 야기될 수 있는 폭풍·지진해일 피해에 대비한 프로젝트이다.

 

수직리프트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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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삼척, 목포에 침수시설 설치 착수
전국 32개항만 재난 위험 ‘취약’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재해취약 항만기역으로 분류된 마산항, 삼척항, 목포항에 대한 침수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마산항에는 10월부터 방재언덕이 착공되며, 삼척항은 지난 7월 침수방지시설 설계가 완료됐다.

 

목포항도 올 12월 침수방지시설에 대한 타당성조사가 시작된다. 마산항에 착공되는 방재언덕은 총 589억원이 투입되고, 삼척항에는 790m의 방호벽과 30m 규모의 게이트가 설치되며, 약 236억 2,000만원의 사업비가 예상된다. 목포항은 플립형 게이트 620m, 수직리프트 게이트 240m가 구축될 예정으로 약 4,284억원의 사업비가 드는 대형 공사가 진행된다.


아라미르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해수부는 부산 남항 호안에 침수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정비에 주민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부산 남항동 방파호안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상륙시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배후 주거지에 침수피해를 입힌 적 있는 곳이다. 지난 2010년부터 공사에 들어간 동 시설은 9월 중 준공될 예정이며, 준공 이후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 족구장, 농구장 등 주민 친수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방재시설 보강차원의 아라미르 프로젝트 추진으로 항만 및 주변시설 보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구축 사업이 진행될 것이며,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기상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해 대응체계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PBCM 도입으로 재해 이후에도 항만 기능 연속성 유지해야”
아라미르 프로젝트와 같은 계획은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태풍·지진·해일 등 재해에 견딜 수 있게 시설을 보강하는 사전 예방적 차원이 강하다. 그러나 사전예방 만큼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개념이 기업의 핵심경영 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항만분야에서도 이러한 기업 차원의 위기 관리 대응전략을 도입해 항만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발간된 보고서(‘항만에서의 재난 및 재해 영향과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BCM(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을 어떻게 항만 SOC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제시됐다.


동 보고서에는 항만비즈니스 연속성 관리(PBCM, Port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제시하며, 민간 운영서 입장에서의 BCM과 국가 입장에서 수출입화물의 안정적 물류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BCM의 방법이 제시됐다. 국가로부터 부두 운영권을 취득한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의 영업범위 내에서의 BCM 관리만을 수행하면 되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해당 항만의 모든 부두시설, 나아가 국가 전체 항만을 대상으로 부두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 영역이 다르다. 이에 따라 항만 기능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방안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항만의 PBCM 수준은 어느정도 일까. 부산항은 항만 재난으로 인해 부두기능의 20% 가량이 소실되더라도 항만기능의 연속성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난으로 인해 자사 부두가 소실될 경우 대체 부두에 대한 계획은 수립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KMI 한 연구원은 “광양항의 경우 부두 기능이 중단되면 부산항이 동 기능의 100%를 수행할 수 있지만, 부산항의 부두 기능의 28.9%만 중단되도 광양항이 이를 대체할 수 없으며, 전국 29개 항만의 PBCM 진단 결과 화물부두의 특성을 고려한 대체 부두·항만에 대한 사전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동일본 쓰나미 이후
재난·재해 대응방안 수립

일본 항만의 경우, 2011년 3월 동일본 쓰나미 이후, 항만에서의 재난·재해 대응방안을 재검토하고 BCM 관점을 도입한 재난·재해 대응 방안을 수립해 2011년 하반기에 정식으로 심의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년간 대형 태풍의 피해는 물론, 소규모 지진 발생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BCM을 고려한 재난·재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KMI 보고서는 이를 위해 △항만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체계적 PBCM 구축을 위한 법·제도 토대 구축 △광역적 차원에서 대체항만 기능 강화 △항만위기 대응지표 개발 및 활용방안 구축 △항만운영사 차원의 재난·재해 대응체계 수립 △항만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위한 신속한 재해복구체제 검토 등을 제안했다. 우선 재난 감소 목표를 구체·명확화하고, ‘항만 재난 및 재해대응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대체항만 기능 강화를 위해 항만간 협정·지원체제는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포함한 백업체제 구축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재난발생 위험도에 따른 대응지표를 개발하고, 항만운영사 차원의 모의훈련 등 대응체계 수립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각 PA들 자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완료
한편 올 8월 8일 인천항만공사I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울산항만공사UPA 3사는 재해시에도 항만물류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했다. 동 시스템은 데이터 백업의 개념을 넘어서 천재지변이나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참사에도 항만물류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이에따라 해당 PA의 주요 전산시스템이 중단됐을 경우에도, 복구센터의 이중화 시스템을 통해 운영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고 제공된다.


한편 국내 최대항만인 부산항만공사BPA는 이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항의 재해복구 시스템은 BPA, 부산신항만주식회사가 각 2개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와 케이엘넷도 관련 시스템을 적용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PA의 한 관계자는 “잦은 기상변화와 폭우, 태풍, 지진, 해일을 대비해 BPA는 물론 국내 PA들이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후 항만복원 시스템은 물론, 사전 예방 설비들을 더욱 강화하고 확충해 재해없는 항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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