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주년 기념호를 준비하며 ‘해양한국’이 발간해온 그간의 편집내용을 살펴보니, 그 안에 한국해운과 연관산업들의 성장사, 그 과정에서 얻은 상흔傷痕과 도약의 발전사, 또다시 당면한 도전의 내용들이 시대별로 담겨 있었다. 아울러 그 40년 역사 속에서 업종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부단없이 한국 해사산업계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해온 많은 선배 해운인들의 족적足跡 또한 접할 수 있었다.

마치 완행열차를 타고 차장 너머로 나라의 곳곳을 둘러보며 그 모습을 스케치하듯, 우리해운과 연관산업의 역사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 40권의 앨범을 훑어보며 긴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다. 40년동안 한권의 결호도 없이 발간해온 정통 해운전문지의 편집자로서 감흥이 일었다. 또한편으로는 해운업과 언론매체의 환경변화에 부합하려다가 창간당시 과제로 삼았던 ‘발간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로 과월호의 목차를 빠짐없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향후 해양한국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재정립해보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


 
 
1973년 10월 창간된 본지는 그동안 매년 12권씩 총 480권의 책자를 발간해왔다. 창간호에는 ‘△해사분야 국제정보 제공과 국민경제적 논의의 장으로 해사산업 발전에 기여 △각계각층 해사관계 인사들의 의견개진과 소통의 광장으로 건설적 정책제언과 해사산업에 대한 계몽및 반성에 이바지 △해사통계와 자료정리 등 제반사항의 판단자료와 중요기록 남기기 △해양사상 계발고취로 해양인식 제고’ 등 4대 발간취지를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편집할 것과 해운업을 둘러싼 주변산업의 종사자에게 유용한 실무중심의 강좌와 국내외 산업계동향, 통계자료에도 주력한다..”는 구현방법까지 발간사를 통해 밝힌 창립자의 의지가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양한국은 창간당시 많은 정부기관과 업계의 관심 속에 탄생했으며 이후 매년 좌담과 대담, 인터뷰, 칼럼과 논단 등을 통해 국내 해운산업을 비롯한 항만, 물류, 조선, 무역에 이르기까지 해사산업계 전반이 처한 시대별 제반 현안들에 대해 산학연정(産學硏政)의 많은 핵심관계자들이 함께 소통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권두언을 통해 해사관련 각계의 당시 현황과 발전방안들을 점검했고 좌담류 지면에서는 현안에 대한 정책담론을 담아냈으며, 인터뷰를 통해 기라성 같은 해운계 인사들과 기업, 관련단체의 면면(面面)을 기록해온 시공간의 역할도 해왔다. 여기에는 현존 해운원로분들과 고인이 되신 해운인들의 해운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켜켜히 기록돼 있어 당시 그들의 활약상을 짐작케 한다. 또한 기상도와 발행인 편지, 시론, 원탁 등 칼럼을 통해 해운정책에 대한 감시 기능으로 관련업계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왔으며, 시황진단과 보험 및 해상법관련 실무강좌 등 다양한 해사관련 전문지식의 입문을 돕는 글도 편집해왔다.


 
 
시대별 본지 편집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70년대에는 주로 계획조선 방향, 선원의 의식, 외항해운진흥방안, 자국화자국선정책, 오일쇼크와 관련 장기해운불황 대책관련 내용들이 편집돼 있다. 이 시기에 ‘바다의 날(97년)’의 전신인 ‘해운의 날(77년 3월13일)이 제정돼 해운인들의 연례행사로 치러져왔음을 볼 수 있다.

80년대에는 해운진흥법의 개정과 발전방향, 해운산업합리화 조치 관련내용들, 선화주협력방안 등이 주요 편집내용이었다. 80년대말부터 해운연관산업에 대한 대외개방 논의가 태동하면서 북방정책들에 대한 언급도 잦아졌다. 이는 90년대 과거 공산권 국가들과의 교역이 열리는 과도기에서 관련논의가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중국, 러시아 등과의 북방정책 실현이 투영돼 있으며 이때부터 남북경제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남북해상운송활성화 방안을 담은 글들이 보인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계기로 해운관련산업의 대외개방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96년 신설된 해양수산부에 대한 정책제언들과 함께 우리해운의 또한번의 불황에 대한 우려와 제2선적제도 도입 추진 논의가 등장했다. 96년부터는 해운항만전문인력양성사업이 시작됐으며 본지는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사산업계의 인력양성 현황을 수차례 특집으로 보도했다. 99년은 새 밀레니엄을 맞으며 전세계가  긴장했던 Y2K에 대한 해운업계의 대응현황과 문제발생시 법적문제 등의 글들이 재미있다.


 
 
2000년대에는 한국의 여러 해운정책 시행 관련글들이 주목된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의 탄생과 선박투자회사법 시행, 톤세제도와 국제선박등록제도 등의 추진과 함께 남북해운합의서 채택 등 남북해운협력이 무르익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이 시기는 해운업의 초호황으로 인해 한국해운 상선대의 선복량이 세계5위로 성장했지만 미국의 금융위기(2008년) 여파로 불황기에 접어들어 장기화되고 있는 해운위기국면에 대한 보도와 극복을 위한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찍부터 유럽과 일본의 친환경물류 경향을 기고와 외신을 통해 보도해온 본지는 최근 세계해운의 현안인 에코십과 관련, 2012년(10월)에는 녹색해운을 주제로 한  특집을 통해 녹색트렌드를 주지시키기도 했다.


이상 해운업의 이슈변화에 따른 편집내용 뿐만 아니라 해양한국은 편집의 형식도 시대별로 조금씩 변화해왔다. 창간 초기 해양한국에는 많은 논단과 기고의 글이 실려있어 학술지와 같은 면모가 강했지만 이후 해법학회나 해운학회, 로지스틱스학회 등 여러 학회가 설립, 학회지가 발간되면서 점차 관련연구논문의 논단 게재가 줄어들고 중계 형식으로 연구논문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많아졌다. 이는 지적재산권의 강화 추세로 인해 학술지와 이중게재가 문제시되는 현실에서 논문 그대로의 장문을 편집하기 어려워진 때문이며, 각종 세미나와 학술발표회에서도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통한 요약 발표가 대세를 이루게 됨으로써 과거에 비해 연구물에 대한 전달형식이 논단형식보다 기자들의 보도중심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해왔다. 해운연관산업의 발전과 다양한 관련정책들과 급변하는 국제해운의 환경은 본지의 다양한 취재를 요구하는 환경으로 바뀌어옴으로써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보도하는 기획·심층기사가 많아졌다. 


초창기에는 해운인의 중심이었다고 할 수 있는 선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해기사 출신 육상 근무자들이 논단을 비롯한 다양한 기고문을 통해 해사산업계의 국내외 동향을 구석구석 전달해준 것은 물론이고, 해상 근무 선원들의 문예작품을 소개하는 지면이 상당히 많이 할애됐다. 지면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선원의 권익에 대한 기고문이나 문예물의 기고문은 계속 받아서 게재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 해양소식이라는 칼럼명으로 전해지는 해외통신은 창간초부터 부단없이 이어온 편집내용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해운의 강국으로 존재했던 시절을 더듬어 볼 수 있고, 정기선항로 화물의 컨테이너화와 선박의 대형화에 대한 시대별 기록은 더욱 흥미롭다. 5,000teu급 컨선의 취항에도 흥분했던 해운업계의 모습은 현재 1만 8,000teu급 선박이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외신은 예나 지금이나 해외소식을 전해주는 중요할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외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수월하고 개인의 외국어능력도 크게 향상돼 더 다양하고 깊이있는 해외소식을 전해야 하는, 편집진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환경으로 변화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해양한국의 발간형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05년 10월에 홈페이지를 개장하고 월간으로 발간되는 책자의 내용을 모두 게재하는 것은 물론 빠른 뉴스와 정보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이를 이메일로 전송하며 온·오프라인의 2중 편집을 하게 됐다. 2008년에는 컬러편집을 통한 디자인의 현대화를 꾀했고, 2010년에는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스마트폰에서도 검색하기 좋은 시스템도 구축하며 언론매체의 시대적 변화에 부합해왔다.


창간 40주년호를 준비하며 이러한 시대적 환경변화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앞서 자칫 발간취지가 퇴색된 점은 없는지 뒤돌아보고 해양한국이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다시금 정립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해양한국이 창간때 주창한 ‘4대 발간취지’를 좌표로 삼아 변화하는 제 환경에 부합하면서 해사산업계의 ‘정론지’로서 목표했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사명을 절감하며, 독자여러분의 더 큰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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