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물류학회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국제학술대회인 아시아해운물류국제학술대회(ICASL,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sian Shipping and Logistics)가 올해는 8월 29일부터 30일, 양일간에 걸쳐 일본 코베대학 해사과학부(구 코베상선대학)에서 개최되었다.
세계 해상물동량의 50%, 선박건조량의 90%, 선원의 70%, 컨테이너물동량 기준 상위 10대항만이 모두 위치하고 있는 아시아가 해운물류연구에서도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제로 아시아각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서 관련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의견교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서 ICASL은 2008년 처음 시작된 이래 관련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한 ICASL은 일본에서 최초로 열렸는데 이는 2011년 제4회 대회가 타이완 타이난에서 개최된 이후로 두 번째로 외국에서 열린 대회이다. 발표논문은 총 33편, 우리나라,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에서 7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였다. 학술대회를  시작하기 전, 일본의 높은 숙박료와 항공료 등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급작스런 일정 등을 이유로 일부 참가자의 취소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행사의 안전성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또 학술대회 기간 중, 일본항만경제학회가 타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일본학자들의 참가도 저조할 것으로 우려되었지만 본인을 기억하고 있는 일본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해 주었고, 29일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일본측의 환대가 이어지면서 여느 대회보다 내실 있는 발표가 이루어졌다.
30일 오전 오다 게이지 코베대학 해사대학장은 개회사에서 ICASL이 아시아의 해운, 물류, 항만, 항공연구자들을 위한 격조 높은 학술대회로 연구자뿐만 아니라 정책담당자, 현장전문가들의 지식과 아이디어교환의 장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회장으로 참가한 본인도 개회사로 2일간의 학술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타이완 중국해양대학의 Ted TC Lirn교수가 키노트 스피커로 ‘해사연구기관의 지식경영관리’에 대하여 발표하였고 일본측이 초대한 게스트 스피커로 참석한 타이완의 Ming-Miin Yu교수는 ‘DEA분석을 활용한 정기선 항로의 기술적·범위적 효율성’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수논문을 선정하여 한국선주협회 회장상,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회장상,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상을 시상하였다. 최우수논문에 해당되는 한국선주협회회장상은 동경해양대학의 엔도노부유키교수 등이 공동발표한 ‘일본물류기업의 해외투자-외국자회사의 소유권 결정요인’이 선정되었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회장상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성우박사와 송주미연구원이 공동집필한 ‘북극해항로의 경제적 가능성’ 및 코베대학 무리카미 히데아키교수 등이 공동발표한 ‘일본의 수출입통계를 활용한 제품 라이프사이클과 항공물류 선택에 관한 연구’가 선정되었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상에는 타이완 카오슝해양대학의 Tsai, Chur-Luh교수가 발표한 ‘카오슝항의 터미널운영부분의 조직환경과 종업원의 업무만족도 연구’,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빈타이교수와 인천대 여기태교수 등이 공동발표한 ‘항만브랜드자산의 구축방법’, 충남대 이정선교수 등이 공동발표한 ‘한국 중소조선업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가 선정되었다.


 엔도 노부아키교수는 논문에서 일본물류기업의 국제전개를 외국자회사의 소유권전략 결정요인을 기업레벨요인과 진출국레벨요인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일본물류기업은 높은 수준의 기부자산이 있을 경우, 외국자회사의 소유권 비중이 높고, 보완적자산을 많이 취득해야 하는 일본물류기업은 외국자회사의 소유권 비중이 낮다고 하였다. 또 국제비즈니스의 경험이 많은 기업일수록 외국자회사 소유권 비중이 높고 진출국과 일본의 제도적 차이가 클수록 외국자회사의 소유권비중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였다. 이는 일본제조업의 국제진출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일본물류업계가 화주기업과 연계하여 해외진출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 학술대회는 한국선주협회,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한국해사문제연구소, SW해운, 여수해양 등이 경제적으로 후원해 주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연구자들도 한국의 관련단체나 기업이 국제학술대회를 후원하는 것에 대하여 찬사와 함께 감사의 인사가 있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지만 한국해운물류학회가 주최하는 본 학술대회를 계기로 우리 학회의 국제회의 주최 역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본해운의 미래가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 학회기간을 통하여 느꼈다. 이는 해기사교육의 몰락을 보았기 때문이다. 학술대회 개최장소인 코베대학 해사과학부는 구 코베상선대학이 코베대학과 통합되면서 1개 단과대학으로 변신한 곳이다. 일본정부의 국립대학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동경상선대학은 동경수산대학과 합병하여 동경해양대학으로, 코베상선대학은 코베대학 해사과학부로 변신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해운물류교육이 약화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금번 학술대회를 전적으로 후원해 준 교수가 금년으로 정년이 되어 은퇴하면 더 이상 코베대학 해사과학부에서는 해운경제론은 열리지 않는다는 애기를 하면서 일본해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상선대학에서  단순한 해기사가 아닌 해운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결과적으로 해기사에서 선사의 경영관리자로, 선주로 진출할 수 기반이 되는 교육이 없어진다는 점은 나도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사대학은 그런 의미에서 보다 폭넓은 교육을 실시하고 해기사에게 다양한 캐리어 패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이라고 자부심도 들었다.
ICASL 2014는 서울 개최를 예정하고 있는데 관련 업계와 단체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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