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이혜민, 진해 삼포마을 여행 때 악상 떠올려 작사·작곡
황석영 소설 ‘삼포로 가는 길’과도 접목…같은 제목 영화도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 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산마루 쉬어가는 길손아 내 사연 전해 듣겠소
정든 고향 떠난 지 오래고 내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 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이혜민 작사·작곡, 강은철 노래의 ‘삼포로 가는 길’은 서정적인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의 가요다. 1980년대부터 국민애창곡으로 사랑 받고 있는 이 곡은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닿은 마음의 고향을 노래했다. 4분의 4박자, 다장조, 컨트리(Country) 풍으로 멜로디가 흥겹다.  

 

진해 삼포마을 입구 전경
진해 삼포마을 입구 전경

고교 때 여행지 기억 1983년 노래로 발표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이혜민(53)은 ‘아빠와 크레파스’, 김흥국의 ‘59년 왕십리’ ‘호랑나비’, 김재희의 ‘애증의 강’, 이예린의 ‘포플러나무 아래’ 등의 작사·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이혜민이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0년대 말 8월 남녘지방을 무전여행하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창원시 진해구로 바뀐 진해시 웅천 삼포(三浦)마을을 만난다. 이혜민은 비탈진 산길을 돌아 한참을 가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고 푸른 뒷동산 위로 뭉게구름이 펼쳐진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1983년 이곳을 노래로 나타냈다.
이혜민이 노랫말을 떠올린 때는 산업화가 한창이었다. 그 무렵 진해는 개발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더우기 삼포마을은 진해도심에서 떨어져있어 사람의 손길이 덜 미쳤다. 비탈진 산길을 돌아야 갈 수 있는 바닷가마을로 고교생 이혜민의 감성과 어우러져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곡은 같은 제목의 소설 ‘삼포로 가는 길’(작가 황석영)과도 이어진다. 산업화과정에서 바깥을 떠돌다 고향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은 소설은 노래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때보다 10년 전(1973년)에 ‘삼포’와 ‘길’을 조합해 먼저 발표됐다. 배경지는 진해가 아니다. 황씨가 젊은 시절 충남 조치원에서 충북 청주까지 걸어가며 지어낸 지명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정씨와 영달이 부랑 노무자와 떠돌이로 살다 고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엮으면서 ‘삼포’를 만들어냈다. 황석영은 가상의 고향 ‘삼포’를 통해 잘 살기 위해, 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난 사람들 마음의 안식처를 소설에 그려냈다.
반면 노래 속의 진해 삼포마을은 옛 모습이 남아있어 추억의 고향으로 다가온다. 군항도시에서 물류항만도시로 바뀌고 있는 이곳은 개발의 박동이 울리는 저 너머 한적한 어촌으로 남아있다. 소설과 노래에서 ‘삼포’와 ‘길’은 도회지출신에겐 상상 속의 고향으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겐 추억 속의 고향으로 다가온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마을입구엔 노래기념비 우뚝
노래가 히트하면서 마을(진해시 명동)입구엔 ‘삼포로 가는 길’ 노래기념비(가로 3.5m, 높이 5.0m, 10t 무게의 화강석 브론즈 재질)가 2008년 1월 15일 세워졌다. 비의 작품명은 ‘소리가 있는 풍경’. 앞면엔 가사, 뒷면엔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이 적혀있다. 앞쪽의 단추를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비에서 삼포마을을 내려다보면 아늑한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활처럼 굽은 포구 모습은 오래된 전설을 생각나게 한다. 노래비 근처엔 명동마을과 모세의 기적을 일으킨다는 동섬, 군함을 볼 수 있는 음지도의 해양공원이 있다. 삼포 주변지역은 노랫말을 떠올릴 그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큼 바뀌었다. 신항만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면서 배후도시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마을 앞엔 바다를 메운 넓은 주차장과 횟집들이 있다. 삼포마을은 진해해안공원 안내판을 따라 STX 선박회사 입구로 들어가면 나온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 듣기 장치
삼포로 가는 길 노래 듣기 장치

노래를 작사, 작곡한 이혜민은 1983년 ‘은지’로 데뷔한 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 하나요’, ‘비와 찻잔 사이’, ‘아빠와 크레파스’ 등 배따라기란 이름으로 많은 히트곡들을 냈다. ‘삼포로 가는 길’, ‘포플러 나무아래’ 등 다른 가수들의 히트곡을 쓴 작곡가로도 유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캐나다 벤쿠버로 이민을 갔으나 음악의 꿈을 접을 수 없고 후배양성에도 뜻이 있어 가수로 되돌아왔다. 그는 가수 김흥국과는 3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1985년 김흥국의 데뷔곡 ‘정아’를 작곡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1959년생 동갑으로 서울 왕십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둘은 최근 듀엣(왕십리보이스)을 결성, 첫 곡인 ‘나는 사나이니까’를 선보이며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자신들의 고향 같은 왕십리를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삼포로 가는 길’을 부른 강은철은 통기타 보컬가수로 1953년 11월 10일 서울 태생이다. 동대문상고 출신으로 이남이, 하남석, 홍세민 등과 동문사이다. 그는 골프업계 최초의 연예인 ASX골프구단장을 지낼 만큼 골프를 잘 친다.
한편 노래와 같은 제목의 영화 ‘삼포로 가는 길’(1975년 5월 23일 개봉, 95분짜리)도 만들어졌다. 영화는 14회 대종상영화제(1975년), 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2007년) 초청영화음악 회고전(이만희) 때 상을 받았다. 이만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김진규, 백일섭, 문숙이 주연을 맡았고 김기범, 석인수, 장인한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막노동으로 하루를 사는 노영달(백일섭)은 겨울 벌판에서 공사장을 맴도는 출옥수 정씨(김진규)를 만나 그가 10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 삼포에 동행한다. 둘은 산길을 걷다가 도망쳐 나온 술집작부 백화(문숙)를 만난다. 그들은 고향이 없는 백화를 삼포에 데려가 주기로 한다. 가진 것도, 고향도 없지만 그래서 순박할 수밖에 없는 세 사람은 눈길 들판을 걸어  목적지 강천역에 닿는다. 그러나 정씨가 말한 것과는 달리 삼포는 현대화 바람을 타고 한참 개발 중이다. 그들은 ‘마음의 고향 삼포’를 잃고 백화는 영달이 남은 돈을 털어 사준 차표를 갖고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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