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재개발로 인한 부두재배치를 두고 내항 운영사들과 정부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내항 재개발이 시행될 경우, 현재 활발하게 운영 중인 내항 부두운영사의 대체부두 확보와 항만 노동자 고용승계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 정부는 내항 운영사들에게 북항 이전 계획서를 올 연말까지 제출하도록 했지만, 해당 운영사들은 북항 인프라 부족과 항운노조 고용문제 해결의 보상을 요구하며 북항 이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5월, 2015년 6월까지 인천 내항 8부두를 전면 개방하겠다는 인천내항재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12월까지 재개발사업계획안을 마련하고, 2014년 5월까지 계획안을 확정하며, 내년 12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해 2015년 내항 8부두의 항만기능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의 로드맵에는 내항 8부두만이 재개발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수년전부터 인천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1부두도 재개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8부두 개방으로 인해 내항 전체의 물류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거시적인 로드맵이 확정되면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이하, 인천청)은 지난 7월 인천 내항 재개발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다. 연구용역의 주요 내용은 △인천항 부두기능 재배치 △내항 부두운영사 재편 △내항 부두운영사 항운노조원 고용문제 등으로 내년 8월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업계와 정부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현재 8부두는 동부익스프레스, 영진공사, CJ대한통운, 대주중공업 등이 운영 중으로 단순 부두재배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인천 신항개장과 신규 건립중인 국제여객부두 등을 고려한 기능 재배치가 기본으로 진행돼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것. 인천 항만업체들은 내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항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항 운영사들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항 이전 요구”
지난 8월 정부는 국내 수입목재의 대부분을 처리하던 인천 내항에 원목화물 모선 입항을 전면 차단했다. 인천내항 재개발에 대비한 조치로, 지난해 10월부터 내항 1·8부두에서 처리된 목재화물이 북항으로 이전됐지만, 전면 차단조치로 내항에서 목재화물을 전혀 처리할 수 없게된 것.(관련기사, 2013 해양한국 9월호, ‘목재업계 “야적장 부족, 하역·부지 임대료 부담” 三重苦’) 당시 목재업계는 “대부분의 목재 화주들이 인천 내항인근에 입주해 있어 지난해부터 물류비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여기에 인천청이 올 연말까지 사료부원료 처리 부두운영사들에게 화물이전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해 업계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내항에서 사료부원료를 처리하는 부두운영사는 우련통운(2부두), 동방(2부두), 세방(3부두), 동부익스프레스(3부두), CJ대한통운(5-1부두) 등 모두 5개사. 이들 운영사들은 인천청이 제출하도록 한 사료부원료 북항 이전 계획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들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그간 내항에서 사료부원료 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투자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내항 내 연간 200만톤을 수용할 수 있는 분진방지 창고시설, 에코호퍼, 수림대 등을 완비했으나, 북항으로 이전한다면 이러한 시설을 중복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 사료부원료 화물의 경우, 화물처리 시 발생하는 분진 등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 특화된 창고시설과 에코호퍼 등의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천 북항에 이들 시설이 전무한 상황으로 이로 인한 재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부두운영사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또한 내항 사료부원료 처리 부두운영사 중 일부는 북항에 항만내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로, 몇몇 부두운영사들은 물동량 이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정온 수역이 유지되는 내항과 달리 북항은 조수간만 차이로 원활한 하역작업이 어렵고 사료부원료 처리를 위한 상옥, 야적장 등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운영사 관계자는 “인프라 부족과 환경 설비 중복 투자가 불가피해 가뜩이나 어려운 항만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 여기에 주요 화주들이 내항 인근에 입주해 있는 상황에서 물류비 증가로 인한 피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어 내항 부두운영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으로 인천항에서 철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항의 경우 에코호퍼 등 사료부원료 처리 가능 시설이 부족한 만큼 해당 구청에서 강력한 환경 단속을 실시하게 되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데다가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인천항 처리 물동량이 평택항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북항은 현재 내항이 처리하고 있는 사료부원료를 모두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평택·당진항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것도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화물만 이전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후단지도 협소하고, 새로운 투자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운영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항운노조 보상 운영사 몫? “정부 주도 재개발에 책임은 업계가 진다”
내항 부두운영사에 고용된 항운노조원의 고용보장 여부도 ‘뜨거운 감자’이다. 1·8부두의 재개발이 진행되면 해당 운영사들의 영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항운노조의 고용보장과 더불어 이에 따른 보상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천 항운노조 측은 인천 내항 재개발과 관련해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에 명시된 조합원의 고용, 정년, 임금수준 등 고용보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수립 △항만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운영사의 영업권 보장 △1·8부두를 제외한 나머지 부두의 내항기능 유지를 위한 친수공원화 추진 △재개발에 따른 인근지역 상권침해 우려에 대한 보완책 수립 등을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항 부두운영사들은 정부가 항운노조와 관련한 모든 부담을 운영사의 책임으로만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천 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인천내항 재개발을 위해 정부-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실무 TF팀을 가동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극명하게 나타나고만 있다. 정부 측이 “재개발 대상 부두운영사 소속 항운노조원 근로기회 보장을 위한 부담을 인천항 부두 운영사가 모두 분담한다”는 내용을 업계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부두 운영사들한테 정부 입장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라면서, “업체들이 항운노조원 고용보장에 대한 정부 보상과 대책을 요구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항만물류협회 관계자도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천 내항 재개발에서 정부의 책임은 전혀 없이 모두 운영사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해당 운영사의 불만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항운노조 고용에 대한 부두운영사 부담은 타당하지만,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부두 운영사들과 협의를 진행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바심’보다 ‘대안’부터 고심해야..
이렇듯 내항 재개발로 인한 문제가 개발 시작 전부터 터져나오면서 인천항만 업계의 불만은 식을줄 모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천 내항 재개발에 찬성한 기업인은 거의 없다. 인천항 중에서도 내항은 날씨 영향을 덜 받고 수심이 일정해 선사와 하역사가 가장 선호하는 항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천혜의 항만을 항만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은 채 재개발한다고 결정해놓고, 책임은 업계가 지라고 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도 “우선적으로 1·8부두만 폐쇄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내항 전체의 물류활동이 영향을 받는다. 결국 내항 전체의 항만기능이 축소되는 것인데, 인천항 전체에서 내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의문이 든다. 단순 화물 처리량도 그렇지만, 자동차 화물 같은 경우 내항 아니면 처리할 곳 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빨라도 2015년 이후 논의될 것으로 보였던 인천 내항 재개발이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올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보는 인천 항만업계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이 업계와 시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바심’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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