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을 중심으로-

회원들의 요청에 의해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이 10월 콤파스 강사로 나왔다. 요즘 해운정책 하면 선박금융이 연상될 정도로 해운업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배 한 척의 가격이 큰 공장과 맞먹는 자본집약적 산업이 해운업이고,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국제산업이 또한 외항해운업이기에 경쟁력 있는 선박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해운업계가 선박금융공사니 해운보증기금이니 P-CBO 같은 해운금융 시스템에 목을 매는 이유이다.

 

우리 외항업체들이 회생하여 세계무대에서 선진해운국과 당당히 겨루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금융정책이 시급한데도, 막상 해양수산부가 부활했음에도 해운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작금의 해운업계 분위기다. 정책은 선제적이며 실기하지 않아야 한다. 정책당국으로서도 각 부처와 조율하며 해운정책을 수립 집행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없어야 한다. 이에 콤파스는 해운정책과장을 초청하여 선박금융을 중심으로 한 해운정책을 직접 들어보았다. 김성범 해운정책과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학 해양정책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행정사무관으로 임용되어 대통령비서실 농어촌행정관을 역임했고 해양수산부 기획예산담당관 기획담당과 선원과장, 연안해운과장을 거쳐 해운정책과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국제기금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 의장을 연임하였고, 허베이스피리트 피해지원단 보상협력팀장으로서 국제기금과 협상업무를 진행하며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날 김성범 과장은 선박금융을 비롯한 각종 해운정책의 방향과 추진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발표하였다. 여러 해운부서에서 익힌 실무경험들을 살려 우리나라 해운정책의 현안과 과제들을 잘 풀어나가기를 기대하며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신 해양수산부의 해운정책 방향
국제물류팀을 포함한 해운정책과가 추진하는 주요 해운정책은 선박금융과 신성장동력 발굴과 관련된 것들이다. 또한 선박금융은 단기 유동성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중장기 선박금융 안전망 마련을 위한 해운보증기금의 설립추진이며, 선성장동력 발굴은 북극해항로와 크루즈 산업 활성화이다.

 

1. 해운기업 유동성 지원대책
해운불황에 처한 해운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직후 해운위기대응협의체를 구성하여 해운시황 점검 및 대응방안을 협의하였다. 금년 4월에는 매월 1~2회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해운시황 및 대응방안을 보고하여 관계부처와 협의하였고, 5월 이후에는 STX팬오션 회생절차신청 전후 해운위기의식이 대두되어 해운보증기금 설립검토 방침 등을 도출해냈다. 또한 STX팬오션 법정관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3월 팬오션에 대한 공개매각이 무산된 후 산업은행에 인수를 요청했으나 산은이 채무구조 조정과 금융권 부실방지를 내세워 인수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팬오션의 회생이 신청된 후 해양수산부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화주사와의 장기운송계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산자부 등에 요청하였다. 아울러 금융경색에 대응하는 선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들을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팬오션 사태 이후 해운분야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금융위 등에 유동성 지원을 요구하고, 금융권의 자금회수 자제와 원금상환 유예 요청과 함께 중견 및 중소선사에게도 채권담보부증권인 P-CBO(Primary-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를 발행할 수 있게 하였으며,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였다. 지난 7월 8일에는 회사채시장 정상화방안을 발표하였다. 작년 10월 웅진사태 이후 A등급 회사채까지 투자기피대상으로 확대되었고, 팬오션사태 이후 해운 건설 조선 등의 업종에 차환발행이 더욱 어려워져 회사채시장의 양극화와 불안정 해소를 위한 차환과 신규발행을 지원한 바도 있다. 2014년 12월까지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산은이 인수한 뒤 매각하여 80% 한도 내에서 차환지원하는 방식인데, 약 4조원 대상이며 선사 수요는 1.4조원 지원이 가능하다. P-CBO 발행방안으로는 건설사 P-CBO를 시장안정 P-CBO로 확대하여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견 및 중소선사의 회사채에 신보의 보증으로 P-CBO를 발행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차환과 건설사를 제외한 일반이 3.2조이며 중견기업에게 1,500억원, 중소기업엔 750억원을 한도로 하고 있다.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은 운용시한을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로 잡고 재원은 8,5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인데, 신용보증 1,500억원 정부재정 3,500억원 정책금융공사 출연 3,500억원이며 한국은행이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한다. 지원대상은 신용보증기금, 채권은행, 금투업계로 구성된 차환발행심사위에서 결정하여 차환을 발행하고, 신보가 신용등급과 부채비율 등을 심사하여 P-CBO를 발행한다. 지원시점은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에 주채권은행을 통해 신청하면 심사하여 가결시 만기일에 차환발행을 지원하며, P-CBO는 매월 신청을 받아 일정규모 이상 모집되면 발행한다. 추진현황은 현대상선에 2,800억원 차환 발행했으며 지원액은 2,240억원이다.  P-CBO 발행은 1차 발행시 30개 해운기업들이 신청하여 모두 포함되지 않았으나 2차 신청접수에는 3~5개사가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접수 사유는 부채비율(650%) 초과, 차입금이 매출액보다 과다, 신용등급 미달, 이자보상비율 1 미만 등이다.


또한 이자상환만 하는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아 기업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에 장점이 있으나 해운기업 자체 신용만으로는 발행이 어려워 은행의 신용보강이 필요하다. 정부는 상반기까지 영구채 발행지원에 소극적이었으나 해양수산부가 지속적으로 설득하여, 8월 21일 산업은행이 지원가능 입장을 표명하였다. 현재 일부 선사가 산은에 신용보강을 요청중이나 민간은행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해운위기 극복대책 추이를 보면, 2009년 4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강구하여 캠코 선박펀드를 도입하였고, 2009년 11월 해운산업 동향 및 대응방안으로 무보 보증범위 확대 및 캠코펀드 기금 투입비중을 상향하고, 2010년 10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해운사업 신성장전략을 세워 캠코펀드 연장과 선박펀드 규제완화 및 신시장 개척을 하였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서별관회의에서 해운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유동성 지원방안과 해운기업 지원방안을 수립하여 지원하고 있다.

 

해운기업 정책금융 지원제도와 실적을 보면, 캠코가 펀드를 통해 구조조정기금 4,700억원을 투입하여 선박 33척을 매입하였고, 산업은행이 KDB선박펀드로 1,020억원을 투입하였으며, 무역보험보증공사가 수출기반보험으로 9척 6,665억원을 보증하였다. 또한 수출입은행이 포괄수출금융과 중고선 구매지원 및 외항선박운항자금을 대출 및 지원하고, 정책금융공사가 온렌딩 프로그램으로 외화자금 330억원을 대출하였다. 이렇듯 해양수산부 주도로 해운기업의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방안을 관계부처와의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보고 및 제시하였는데, 금융 재정당국이 처음에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결국 해양수산부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담보가치LTV 보증 도입방침을 포함시키고, 가스공사 LNG 운임채권담보 유동화 지원에 대한 산자부의 반대 입장을 해양수산부의 설득으로 철회시키기도 하였다. 해운기업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이용 현황을 보면, 2008년 이후 보증금액 955억중 부실금이 63%인 600억원으로 추정되어 신보는 해운분야에 대해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대책으로는 첫째, 회사채 차환발행은 큰 문제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둘째, 영구채 발행을 위해 산업은행의 신용공여 협의 등 간접지원을 할 것이다. 셋째, P-CBO 발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보완대책을 요청할 계획이다. 따라서 2014년 말까지 각종 유동성 지원대책이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2. 해운보증기금 설립 추진

2008년 이후 장기 해운불황을 겪으면서 해운특화 금융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2010년 선박금융 강화를 위한 재정역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였다. 2012년 이진복 의원이 선박금융공사법을 발의하였고, 2012년 하반기 대선공약에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포함되었다. 금년 들어 김정훈 의원이 해양금융공사법을 발의하였고 이어 장윤석 의원이 해운보증기금 설립근거를 규정한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4월 국정과제로 ‘해운보증 강화’가 채택되었고,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정립 TF’에서 선박금융공사와 해운보증기금 설립방안을 논의하였는데, 해운물류국장이 참여하여 설립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또한 해운업계는 해운보증기금을 일단 설립한 후 금융공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하였다. 지난 8월 27일 발표한 ‘정책기능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을 보면, 정책금융기관을 재편성하여 선박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해운금융종합센터를 설립하고 해운보증기금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즉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고, 선박의 담보가치를 보증하고 미래 운임수입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대출하고, 통상마찰을 감안하여 선박관련 인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여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설립하며, 관계부처와의 공동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재원 50% 이상의 해운보증기금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해운보증기금의 주요기능은 첫째 해운기업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에 대한 상환보증과 선가하락에 따른 담보부족 발생시의 선박잔존가치 보증, 둘째 선박관련(후순위) 투자회수 보증, 셋째 국적선사의 구조조정 대상 선박을 매입하여 운용후 가격회복시 매각하는 톤니지 뱅크(Tonnnage Bank) 기능 및 연구조사와 전문인력 양성 효과이다. 선박금융공사와 해양금융공사 및 해운보증기금을 비교하면, 선박금융공사는 조선사의 제작금융을 중심으로 한 해운 조선업에 금융을 제공하고, 해양금융공사는 해양산업에, 해운보증기금은 해운업에 제공된다. 감독도 해양수산부가 맡는 해운보증기금 이외에는 모두 금융위원회가 담당한다. 해운보증기금 설립추진에 따른 주요쟁점은 공약이행 논란, 통상마찰 우려, 재원조달방안, 기금형태 및 감독 문제이다. 부산지역에서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인 해운업은 통상문제가 없으나 조선업에 대한 간접지원효과 때문에 통상문제가 생기고, 민간재원 50% 조성은 장기불황으로 해운기업에 여력이 없으며, 별도기금 설립과 기존 기금에 해운보증기금계정을 설치하는 방안, 금융위와 해수부 중 누가 감독할 것인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운보증기금에 대한 향후 추진계획은 우선, 관계부처와의 합동 연구용역을 착수하였는데, 세부방안 마련에 해양수산부가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다. 아울러 용역과정에서 제기된 통상마찰과 재원조달 운영방안 같은 쟁점에 대해 집중 검토하여 가능한 한 2014년 초까지 설립방안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해운업계와 부산지역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청된다.

 

 3. 주요 해운정책 과제
해양수산부가 시행할 주요 정책과제는 북극해항로 상용화 기반 구축, 크루즈산업 활성화, 선박펀드 세제지원 지속, 톤세제 연장 등이다. 우선 북극해항로와 관련하여 지난 9월 16일 현대 글로비스가 내빙 케미컬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용선하여 러시아 우스트루가 항을 출항하여 북극해를 지나 10월 21일 광양항에 입항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한러회담을 통해 러시아 당국의 운항허가절차 간소화, 쇄빙선 이용시 우대요율 적용, 선원교육 MOU 체결 등을 이끌어냈다. 북극해항로에 대한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극해 연안국과의 협력강화. 북극해항로 이용화물 관련 선주 화주 항만당국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예산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다음은 크루즈산업의 활성화 추진이다. 지난 7월 대통령 주재 관광진흥회의에서 크루즈산업 활성화방안을 보고하였다. 주요내용은 외국 크루즈 유치를 확충하고, 배후 복합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며, 국적 크루즈선사를 육성하여 크루즈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크루즈선 건조기술을 개발 지원하고 크루즈 복합해양레저 관광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구축 제공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크루즈산업협의체를 구성하여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여 추진하며, 2014년에 10억원의 예산을 중장기기본계획 수립용역, 국제세미나 개최, 인력양성 지원에 쓸 계획이다.


선박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비과세 또는 세제감면 축소 여건 속에서도 선박펀드 세제혜택을 2015년까지 연장하겠지만, 개인투자자에 대한 과세혜택 규모는 일부 축소될 전망이다. 또한 내년에 일몰되는 톤세제도를 연장할 계획이다. 2005년에 톤세제도를 도입하여 2012년까지 1조5,000억원의 법인세를 절감하였다. 톤세도입에 따른 효과는, 2012년의 국적선이 2004년 대비 2.1배인 1,034척 3,730만총톤으로 증가하였다. 이런 성과를 들어 2014년 8월 기재부의 세제개편방안 수립시 톤세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외항선사 등록현황을 보면, 해운호황기에 급속히 늘어난 업체수가 불황기에도 감소하지 않아 현재 177개나 된다. 2003년의 75개사에서 100개 이상 늘어난 셈이다. 외항선사의 총매출은 47조7,056억원에 달하나 5대선사 이외 25개사 평균 매출은 3,525억원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2008년의 당기순이익 2조3,090억원에서 2012년엔 2조2,767억원 손실로 전환되었다.


각종 정책을 추진하려면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책대상과 우선순위 설정이 이슈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과제를 잘 만들어야 한다. 우선, 해운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지원해주는 우군(해운 Supporters)을 만들어야 하며, 특히 금융 및 세제 부문 관련부처와 금융기관 정치권 언론지원이 중요하다. 사안이 있을 때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홍보가 필요하다. 해운산업의 국가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히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대국민 홍보자료를 작성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범해운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어진 질의답변 요지를 소개한다. 선박금융공사는 해운과 조선업을 지원하기위한 것으로 국내 조선소의 국적선사 포션은 10% 정도이므로 90%를 외국선사를 지원하는 꼴이 된다. 금융당국은 해운시황이 좋아지면 지원하겠다는 말인가?  죽을 때 살려주어야지 죽은 다음에는 선박금융공사 해운보증기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톤세에서의 법인세 절감부분을 해운발전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부산항에 중소 근해선사를 위한 전용 터미널을 확보해주면 좋겠다. 해운의 중요성을 홍보하여 국민적 인식을 제고시켜야 한다. 선진해운국들의 대국민 홍보를 활용했으면 한다.   

 

대우 옥포조선소 그리고 부여
10월 18일 선박금융교육 7기 교육생들과 함께 거제도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이순신 장군의 최초 승전지 옥포만에 자리 잡은 대우조선해양.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역동적 현장과 국난극복을 위해 분전했던 옥포해전 장면이 순간 교차된다. 분주히 움직이는 골리앗 크레인 아래로 5대양을 누빌 초대형 선박들이 한창 건조되고 있다. 우리 해사산업의 힘이다. 벌써 조선업엔 봄이 왔나? 온기가 느껴진다. 장기불황에 처한 우리 해운업도 기지개를 펴고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으련만.


작가 최인호가 지병으로 타계했다.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해신’으로 우리에게 친근했던 소설가. 별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동해바다로 고래사냥을 떠났다는 애도의 글을 읽고 그의 책을 한권 샀다. ‘소설 맹자’.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비를 떠나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학을 실천하기 위해 천하를 누빈 맹자처럼 현실에서 이상을 찾으려한 낭만주의자로 최인호의 이름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전주에 다녀오다가 부여에 들러 낙화암과 고란사를 둘러보았다. 부소산에 자리 잡은 백제의 도성 반월성, 이젠 성벽만 덩그렇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숲길을 따라 올라 낙화암 백화정에 이르니 절벽 아래로 백마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 낙화처럼 강물로 뛰어내린 삼천궁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낙화암 아래 있는 고란사의 고란정, 임금님께 진상할 때 잎을 띠웠다는 바위틈의 고란초가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샘물 한 모금을 들이켜니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찬란한 문화를 자랑했던 망국 백제에 대한 회한이 조금은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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