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린포럼 세미나 11월 8일 해양박물관서 열려
해양안전우수사례 경진대회 ‘한진에스엠’ 대상

해양사고의 인적 요인에 대한 연구 활성화와 타 산업분야 전문가들과의 지식공유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주목된다. 휴마린포럼은 11월 8일 국립해양박물관 대강당에서 세미나를 갖고 해양사고 원인의 90%를 차지하는 인적과실 예방책에 대해 논의했다. 휴마린포럼은 해양사고의 인적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지난 5월 발족했다.

이날 세미나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공동후원하고 휴마린포럼이 주최했으며 항공 등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포럼 운영위원, 회원, 해양수산업·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정룡 대한인간공학회 회장이 ‘변덕스러운 인간, 시스템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으며 김대호 공군항공안전관리단 박사가 ‘항공안전과 인적요인’에 대해, 김영모 해양수산연수원 교수가 ‘한국선원의 행동특성과 안전문화 설계’를 한진에스엠 최규환 차장이 ‘제4차 해양안전경진대회 대상작’을 각각 발표했으며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민과 함께 하는 해양안전캠페인’이라는 주제로 해양수산부와 해양안전실천본부가 공동주최한 해양안전 포스터 공모전과 해양안전 우수사례 경진대회의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우수사례 21개가 응모한 경진대회에서는 한진에스엠이 대상인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받았다. 한진에스엠은 사고의 직접원인인 ‘현장에서의 행동’에 초점을 두고 의식교육과 병행하여 ‘행동중심안전(BBS : Behavior Based Safety)’기법을 적용한 안전문화 캠페인을 전개했다.

최우수상은 케이에스엠과 포항지역어민회·장학회가 차지했으며 우수상은 하스매니지먼트, 코리아쉽메니져스, 평택국제자동차부두, 세양쉽핑, 웰체인쉽핑이 수상했다. 우수사례 경진대회 입상작 8점은 책자로 만들어져 해운기업과 관련 공공기관 등 기관·단체에 배포될 예정이다.

 
 
‘변덕스러운 인간, 시스템을 만나다’
이날 김정룡 대한인간공학회 회장(한양대학교 인체공학연구센터)은 ‘변덕스러운 인간, 시스템을 만나다’는 제목의 기조발표를 통하여 “인간 실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시스템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룡 회장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원래 사람은 기계보다 신뢰성이 낮은 수행도를 보인다. 기계 실패 확률이 0.01~0.001%이면 사람의 실패 확률은 1~0.1%이다. 사람들은 매우 제한된 주의 집중 자원을 갖고 있으며 15분 정도 집중하면 에너지 재충전이 필요하다. 사람의 기억력으로는 동시에 3가지 이상을 회상하기 어려우며 사람에게는 타고난 편견 성향이 있다.

김정룡 회장은 “인간의 실수는 인간이 타고난 기능적 현상으로 생물학적 체계가 갖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한 후 “인간의 변덕스러운 또는 불완전한 행위 습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시스템 설계에 반영해야만 전체 시스템의 안전과 효율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회장은 안전불감증의 원인은 인적 위험요인 부지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므로 본질적인 문제점은 불감증이라는 증상이 아니라 이를 유발시킨 발병원인, 즉 인적요인을 고려한 안전 수칙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의 부재”라고 설명했다. 작업자는 단지 사고의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며 잠복사고 원인이 실제 실수의 원인이라는 것. 이어 김 회장은 “인적요인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정밀하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시스템의 효율을 증대시키고 시스템의 안전도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또한 시스템에 대한 정서적 만족도도 인적요인을 얼마나 정교하고 민감하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원특성에 맞는 해양안전문화 설계해야”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영모 교수는 ‘한국선원의 행동특성과 안전문화 설계’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해양안전문화 설계의 필요성과 한국선원의 성격특성, 한국선박의 안전문화 향상방안 등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해양안전문화는 선원들이 오랜 직업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념과 행동의 결과”라며 “해양사고의 90% 이상이 선박운항 부주의 등 인간과실에 의한 것으로 발생되므로 해양안전문화를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선원의 행동특성을 식별하고 이들 요인에 대해 적절한 강화물을 적용해 안전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선원사회는 아직 유교적 문화가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 한국선원들의 행동특성은 직책별, 성별, 연령별로는 큰 차이가 없이 보편적인 행동양태를 보이고 있으나 항로, 선종과 학력별로는 다소 현저한 행동특성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어선과 상선간, 고졸자와 대졸자간 인식차이가 큰 편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한국선박의 안전문화향상방안으로 △정精중심의 선박관리 △질서·협동의식의 고양 △의식의 개방화 △안전관리체제 준수 △눈높이 안전관리방안 도입 △적절한 국가통제를 꼽았으며 향후 추진과제로는 한국선박에 외국인 선원의 고용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문화적 차이에 대한 안전행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중 정精중심의 선박관리는 안전을 위반했을 때 제재나 처벌보다는 이해와 업무개선을 통해 인간적인 문제해결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정겨움은 우리나라 국민성의 대표적인 특성이면서 한국 선원들이 가장 높게 인식하고 있는 특성”이라며 “하지만 정중심의 선박관리를 한다고 해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공사를 혼동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남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한국선원들은 교육수준에 따라 상이한 행동특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선원 다수가 고졸출신임을 고려할 때 이들이 선호하는 행동특성을 고려한 눈높이 안전관리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