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효율선Eco-Ship 시대 본격 개막
지난 몇년간 조선산업을 이끌었던 사업분야는 단연 해양플랜트였다. 2008년말 이후 지속된 해운시장 불황과 상선의 과잉발주는 4년여간 상선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이로인해 국내외 조선업체들은 FPSO,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를 통해 사업을 이어나갔던 것.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꽉 막혀있었던 상선수주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바로 ‘에코십’으로 불리우는 연료효율선. 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인한 운항비 부담과 EEDI, EEOI 등 각종 환경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상선교체 수요가 증가했고, 세계 최대 선사인 Maersk가 1만 8,000teu Triple E급 선박을 최대 20척(옵션포함) 발주하면서 이른바 에코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에코선대는 분명 선사의 경영상황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중심으로 에코십으로의 선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머스크 라인은 경쟁선사의 부진 속에서도 흑자 영업을 지속하고 있고, 작년 말부터 에코십 탱커선을 집중 발주하고 있는 Scorpio가 에코십을 통한 영업개선 효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코십을 주력으로 한 상선시장의 불황은 최근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10월 17일자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조 계약은 대형 상선이 주도하고 있다. VLCC는 전년도 대비 60%이상 상승했으며, 케이프사이즈 벌커도 전년대비 283%, 8,000teu 이상 대형(초대형) 컨선은 638% 급등했다. 반면 오프쇼어 분야는 전년대비 44% 감소해 지난 몇년간 조선시장을 주도했던 해양플랜트가주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에코십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한국과 함께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던 중국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간 낮은 선박가격을 무기로 중형급 선박을 대거 수주했던 중국 조선산업이 에코기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은 경쟁국에 비해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을 계속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조선산업이 특유의 기술력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세계 주요 화주들도 에코십을 이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에코십으로의 교체는 해운, 조선은 물론 이용자인 화주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선 물류비 절감이 필요하고, 이는 곧 화주들도 선박 연비개선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미 Cargil을 비롯한 주요 화주는 “해운시장에서 보다 연료 효율성이 높은 선박을 용선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에코십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조선산업의 경향은 이제 조선업계는 물론 해운업계, 화주 등 관련된 모든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중심에는 ‘연료효율 개선’과 같은 물류비 절감이 있고, 이 중 에코십 기술은 해사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한국 조선 에코십 수주로 활력 찾아
해양플랜트를 주도했던 국내 조선업계는 에코십 중심의 상선수주도 독점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해양플랜트 수주가 이른바 ‘BIG 3’라고 불리우는 국내 대형 조선소에 집중됐다면, 최근의 에코십은 국내 중대형 조선소들도 활발히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십 수주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Maersk의 Triple E급 ‘맥키니 몰러’호를 지난 7월 성공적으로 인도해 1만 8,000teu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시장을 활짝 열었다. 동 선박은 압도적인 크기 뿐만 아니라 연료 효율성을 고려한 U자형 설계 등 다양한 연료효율 기술이 접목된 가장 진화한 에코십 컨테이너 선박이다.

현대미포조선은 2012년부터 세계 MR탱커 시장의 절반을 수주하고 있다. 2011년 26.9%였던 시장 점유율을 2013년 50.5%까지 끌어올린 배경에는 동사의 에코십 기술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한 에코십은 총 154척으로 이중 108척이 MR탱커이다. 동사에 MR탱커를 집중 발주한 글로벌 탱커선사인 Scorpio는 2012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의 에코십을 이용해 하루 약 5,000달러의 연료비를 줄였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세계 에코십 선박을 국내 조선소가 집중 수주하게 된 배경은 경쟁국보다 앞선 기술력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고 조선국의 지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선박 발주 배경이 과거의 저선가·선복 확보의 트렌드가 아닌 고효율·운항비 절감의 트렌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선사들의 무차별적인 선대확충 시기에는 낮은 선가로 중무장한 중국 조선산업이 메리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단순한 선대확충이 아닌 효율성이 높은 선박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선가가 다소 높더라도 효율성이 검증된 선박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간 꾸준히 에코선박에 대한 기술개발을 진행했던 국내 조선업계는 분명 이러한 수혜를 받고있다고 분석된다.

더 큰 성과는 그간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국내 중형 조선소의 선전에 있다. 지난해까지 해양플랜트가 중심이었던 조선산업에 중형 조선소는 설자리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코십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전 선종에 대한 교체수요가 존재하며, 이는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국내 중형조선소에게 분명 부활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물론 성동조선해양, SPP조선이 올해 MR탱커 신규수주를 달성했으며,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가선급 DNV GL 탄생 세계 선급지형 변화

세계 선급시장의 지형을 바꿀만한 대규모 합병이 진행됐다. 글로벌 메이저 선급기관인 노르웨이선급(DNV)이 독일선급(GL)을 흡수 합병한 것. 두 선급기관은 DNV GL그룹이란 이름으로 세계 최대 선급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양 선급의 합병으로 DNG GL은 총 등록톤수 3억 5,400만dwt, 등록척수 1만 2,000척을 보유해 세계 최고 선급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간 세계 최대 선급 자리를 지켜오던 ClassNK는 3억 2,160만dwt를 보유해 2위로 내려앉았으며, 그 뒤를 ABS와 로이드선급(LR)이 따르고 있다. 종합인증분야에서도 SGS, BV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양 선급의 합병을 주도한 DNV재단은 DNV GL그룹 지분의 63.5%를 소유하고 GL의 현 소유주인 메이페어SE(Mayfair SE)는 36.5%의 지분을 갖게 된다. 올해 9월 양 기관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승인되면서 DNV GL그룹은 총 1만 7,000명의 근로자를 보유하게 된 명실공히 세계 최대 선급으로 운영된다.

DNV GL그룹은 DNV 본사가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Oslo)에 그룹 본사를 두고 조선·해양 사업 본부는 독일 함부르크, 정유&가스사업 본부는 노르웨이 오슬로,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사업 본부는 네덜란드 아른헴(Arnhem), 인증사업 본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하게 된다. 이는 기존 DNV 사업 본부와 유사한 형태로, 이번 합병을 DNV가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해사 본부는 GL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에 자리한다.

한편 국내외 선급기관들은 DNV GL 탄생으로 인한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메가선급 탄생으로 선급시장에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선급 시장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계산이 지배적이다. 반면 2개 선급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오히려 다른 선급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
양 그룹의 M&A는 적대적 M&A라기 보다는 전략적 M&A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극대화가 예상된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유동성과 성장동력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GL이 DNV와의 M&A를 통한 활로 모색을 꾀했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순수 선급사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선급기관이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진행된 합병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대 선급이 탄생했지만 이를 기회로 여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하나의 선박·기자재도 복수 인증을 받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DNV GL이 합병되면서 다른 선급에게 추가 인증을 획득하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형급 선급기관들은 인증 확대를 위해 오히려 더욱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도 전해지고 있다.

▶‘마린위크 2013’ 대성황, 해외참가 열기 뜨거워
격년으로 개최되는 ‘부산 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하, 마린위크)’은 역대 최대 성과를 남기며 국내 대표 해양·조선·기자재 전시회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았던 마린위크는 세계 55개국 1,590개 업체가 참가해 9억 9,000만달러의 상담실적과 방문객 7만 9,000여명의 기록을 세웠다.

이번 행사는 ‘마린위크 2013’이라는 행사 내에 ‘국제 조선 및 해양장비전(KORMARINE)’, ‘국제해양방위산업전(NAVAL&DEFENCE)’, ‘국제항만·물류 및 해양환경산업전(SEA-PORT)’가 통합돼 부산 벡스코 1, 2 전시장 전체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특히 전시회 중심이었던 역대 행사와는 달리 한국선급(KR)이 주최한 ‘코마린컨퍼런스’가 전시기간 내내 계속됐고, 전시장 인근에서 ‘서울국제해사포럼’도 함께 열리는 등 다양한 ‘학술교류의 장’으로서 면모도 보여줬다.

특히 이번 행사는 해외 업체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평가다. 이전 행사에 비해 참가국이 10개국 이상 늘어났으며, 외국업체 참가 비율도 48%에 달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주요 임원들도 행사에 직접 참여했는데, 세계 최대규모의 제조업체이자 선박 엔진 생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스(GE, General Electrics)의 제프리 이멜트(Jeffery Immelt) 회장은 ‘코마린 컨퍼런스 갈라 디너쇼’에 참가해 GE의 조선해양부문 글로벌 본사를 한국에 설립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발라스트수 처리장치(BWTS)' 분야였다. 조선산업 불황으로 국내 기자재 산업도 동반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80조원 이상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동 분야를 우리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테크로스, 파나시아, 엔케이, 삼건세기 등 국내 대표 발라스트수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UV, 필터, 오존, 플라즈마 방식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전시회 자체가 지나치게 대형업체 위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대형업체와 해외 메이저 업체 위주로 부스가 배정되다 보니 중소 기자재 업체들의 부스 배정에 역차별이 있었다는 불만이 나온 것. 부스 규모는 참가 비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소형 업체의 경우 접근성이 낮은 전시장에 배치돼 관람객들이 거의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벡스코 전시장 전체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메인 전시장은 벡스코 1 전시장은 대형 업체의 부스가 집중돼 있었고, 1 전시장에서 연결통로를 통해 1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2 전시장은 거리도 문제거니와, 안내요원들도 부족해서 관람객이나 바이어들이 불편을 겪었다.

7년차 마린위크는 그간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대표 해양·조선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세계 조선 1위 국가의 대표 전시회이자 글로벌 전시회로의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행사에 참가하는 참가업체와 바이어, 관람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重 영도조선소, 5년만에 상선 수주 재개
올 7월 한국 조선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때 국내 조선업계 'BIG4'로 불리며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약 5년만에 상선 수주에 성공한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닥친 조선·해운 불황에 극심한 노사문제를 겪으며 도크가 텅텅 비어있던 영도 현장에 드디어 일감이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동 계약은 현대상선이 발주한 4척의 15만dwt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한진중공업이 2015년까지 1척, 2016년까지 3척을 인도하는 것이다. 동 선박은 한전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의 발전용 유연탄 장기운송에 투입될 예정이며, COA 계약기간은 15~18년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에는 그리스와 터키 선주로부터 18만dwt급 벌크선 4척을 2억 2,000만불에 수주했다. 올해 수주한 상선물량은 총 8척으로 2015년까지는 영도조선소의 도크를 가득 채울 전망이다.

그러나 올 수주분이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지금 당장의 곳간은 텅텅 빈 상태이다. 본격 건조작업 전 설계과정을 거쳐야 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발전사들의 유연탄 운송시기에 납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휴직자들은 여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관계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감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형선·특수선 위주로 수주에 나서는 영도조선소는 중국 조선소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낮은 선가를 무기로 수주를 진행하고 있지만, 영도조선소는 수익성 때문에 저가 수주는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가 수주를 상쇄할 만한 다른 수입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몇년간 폐업상황을 겪었던 영도조선소에는 그럴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을 최대한 낮춰 제시하더라도, 중국 등 경쟁사들이 더 낮은 가격을 제출해 수주에 실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반면 대형선 위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이미 2016년 일감까지 채우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도조선소 근로자들 사이에선 쉬느니 차라리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한편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한진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범 시민운동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협소한 부지·도크로 중소형 선박만을 건조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는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조능력 확충을 위해 해수부와 부산시 등에 영도조선소 확장을 건의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부산지역 경제와 함께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아직까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5년간 맥이 끊겼던 수주가 재개됐다는 점은 영도의 부활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게하고 있다. 하루빨리 영도 도크에 일감이 채워져 영도조선소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에코십 기자재와 LNG 연료 선박
에코십으로의 선대 교체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외 선박 기자재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기회 포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에 따르면, 에코십 확대와 녹색 규제 강화는 선주에겐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조선 기자재 업체는 이러한 트렌드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조선 기자재의 모든 방향성은 연료효율성 제고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진과 프로펠러와 같은 추진체, 프로펠러와 러더에 설치되는 PSS(Pre Swirl Stator), 최적화된 선체설계, 선박도료 등 선박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기자재는 단 1%라도 선박 연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것.

올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 Maersk에 인도한 Triple E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현존하는 최고의 연료절감 기술이 접목된 선박으로 알려져있다. 동 선박은 기존 V자형 선체 디자인을 탈피하고 U자형 선체 디자인을 도입, 적재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파도 등 해수의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들을 접목시켜 타 컨선들 보다 최대 35%의 연료절감 효과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로펠러에 설치되는 PSS 기술은 약 5%의 연료 효율을 감소시키며, 안티-파울링 선박도료는 최소 2~5%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폐열회수장치는 약 5%의 효과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상시 변하는 해상·기상 상황에 맞춰 최적의 운항루트를 제시하는 라우팅 기술, 선박 재원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입력시킨 후 운항 컨디션에 맞춰 에너지를 절감해주는 ESS(Energy Saving Syetem)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다만 획기적인 연료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LNG 연료 선박과 하이브리드 엔진, 연료전지(Fuel Cell), 대체연료 선박 등은 아직 상선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LNG 선박이나 하이브리드 엔진의 경우, 유럽 등지에서 소형 연안선박과 예인선 등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형 상선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연료전지와 대체연료 등도 아직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 최근 GE, 바르질라, 롤스로이스 등 주요 엔진 업체들은 메탄올 에너지를 중형선에 적용하기 위한 대체연료 엔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NG 연료 선박의 경우 상선에 적용되는 기술적 기반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LNG를 충전할 수 있는 벙커링 시설의 확충이다. 주요 항만에 LNG 벙커링 시설이 갖춰진 이후에야 동 선박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LNG 가격이 기존 HFO 연료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는 점도 LNG 연료 선박 상용화에 가능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LNG 선박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미국·캐나다의 셰일가스 개발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LNG 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이렇게 된다면 환경·효율적인 측면에서 LNG는 선박의 차세대 연료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청 노동자 자살, 단가 후려치기.. 동반성장?
국내 조선사의 ‘동반성장’의 허와실에 대해 돌아보는 한해였다. 연초부터 대형 조선사 하청 노동자의 자살소식이 들려오더니, 연말에는 ‘갑의 횡포’ 논란까지 더해져 대기업 조선소들의 동반성장 구호가 무색해졌다.
계속되고 있는 조선업계의 불황 때문이었을까. 조선소 하청 노동자에겐 더 없이 추운 겨울이었던 듯 하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중공업 전 사내하청 노동자 이운남 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고, 부산 영도구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씨가 지회 사무실에서 목을 맨채 발견됐다.

숨진 이 씨는 1997년 비정규직 노동자로 현대중공업 직업훈련원에 취업, 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초대 조직부장으로 활동했으나 노조 설립의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04년 이 씨와 함께 해고된 동료 노동자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회사 안에서 분신자살했으며, 이를 눈앞에서 본 이 씨는 크레인 농성을 시작했으나 5시간만에 끌려 내려와 진압 경비대에게 폭행을 당한뒤 구속됐다. 이후 실업자가 된 이씨는 지난해 12월 말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동료 30여명이 농성을 벌이다 심한 몸싸움을 벌여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 투신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과거 현대중공업 소속이었지만 자살 당시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하청 노동자의 아픔을 닦아주지 못하는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다.

올 10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전현직 임직원의 납품비리로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구속됐고, 협력업체에게 단가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지급했다며 공정위로부터 236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국내 대표 조선사에서 연이어 터진 두 사건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갑의 횡포’ 문제와 다름아니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울산지검에 따르면, 대우조선 전현직 임직원은 납품업체로부터 총 34억여원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상무, 이사급 임원에서부터 대리급 말단 직원까지 포함돼 있으며, 뒷돈에 더해 수능시험을 치는 아들을 위해 ‘순금 행운의 열쇠’, 아내가 갖고 싶어하는 ‘김연아 목걸이’까지 사오라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정위는 2008~2009년, 89개 수급 사업자에게 가공, 조립, 도장 등 각종 작업을 대우조선이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 산출에 기초가 되는 시수 항목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해 약 436억원의 단가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측은 임직원 납품비리는 인정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이은 사건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는 믿음이 생명인 한국 조선업 신뢰도에 금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정위 발표가 나오자 마자 ‘동반성장펀드’에 600억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은 3년간 총 1,618억원 규모의 대규모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게 돼 모범적인 동반성장 기업으로 자리마김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대응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새해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조선업에 관련된 모든 식구들이 웃을 수 있는 기업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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