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개발이 한국의 미래다. 이 말에 토를 달기보다 이제는 수긍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해양개발이 의미하는바 단순히 바다의 이용을 뜻하는 고전적 정의에 그치지 않는다. 주변국가와 해양경계를 획정하고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것도 해양개발이다. 또한 해양개발 속에는 바다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일이 포함된다. 독도를 지키고 주변해역 명칭을 “동해”와 같이 우리식 표기로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것 역시 해양개발의 중요한 영역이다. 이 외에도 오늘날 해양개발은 급격한 기술발전과 함께 그 범위가 과거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한 나라의 해양개발 수준은 그 국가의 해양개발 범위와 같다고 보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 해양개발은 어느 수준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의 일천한 해양개발 역사와 이에 따른 관련 공공재 부족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해양개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는 정부가 1999년에 이르러서야 “해양개발기본계획(일명 Ocean Korea 21)” 수립 기본방침을 확정한 데서 자명하다. 이 방침에 따라 2004년 비로소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이 국가계획으로 공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계획 채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해양개발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해양개발에 소요되는 엄청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한편 해양개발을 위한 공공재 부족이 우리나라 해양개발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공공재는 민간재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을 통해 공급되는 재화 및 서비스를 일컫는다. 즉 공공재는 시장의 실패를 야기시킴으로써 정부의 개입을 불러일으키는 재화 또는 서비스다. 해양은 선진국에서 보듯이 이런 공공재의 공급이 없으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예컨대 해양관련 대표적 공공재로 해양개발을 위한 기초기술을 들 수 있다. 해양관련 기초기술은 직접 생산력이 있는 기술이 아니다. 대신 해양기초기술은 간접적으로 생산자본의 생산력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이런 기초기술은 시장을 통해 원만하게 공급하기 어렵다. 결국 소기의 해양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가 해양기초기술을 공급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수상항공기로 부르는 위그선 개발 기술에 상당액의 예산을 배정한 것은 이와 같은 해양기초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그밖에 항만 및 배후단지, 하역장비, 물류시설, 방파제, 수로, 해양 지질 및 기후 정보, 해류, 등 수많은 해양 시설물과 정보가 대부분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다. 이런 공공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해양개발 범위는 그만큼 위축된다. 마지막으로 해양개발을 위한 관련 공공재로서 해양전문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상당수 국가에서 해양개발의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의 하나는 관련 전문인력의 부재다. 우리나라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주변국과의 어업협상에서 전문가 부족으로 늘 애로를 겪어왔다. 독도문제만 해도 우리나라는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일본과 견줄만한 인재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는 독도문제에 대비해 국제적 해양법학자 양성에 매년 거액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물류 중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정부가 물류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적인데 이 점 역시 우리나라와 크게 비견된다. 일본과 이들 나라는 각각 해양법학자와 물류인력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늦기 전에 해양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구되는 바, 그 첫 걸음은 해양개발을 위한 공공재 공급에 대한 정부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명은 해양관련 국가예산 증액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양개발이 한국의 미래임을 자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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