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시대 대비한 경쟁력 강화 필요

 

선박을 이용한 여행에 대해 ‘싸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스러운 여행’이란 인식이 강하던 예전과 다르게, 나날이 대형화·고급화되어가는 선박들로 인해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당당한 여행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한-중간에는 14개 지역을 잇는 카페리 서비스가 제공 중이며, 한-일간에도 5개의 카페리 루트가 있고 이를 이용하는 관광객 숫자는 연간 23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관광버스에는 버스터미널이 필요하고 여객기에게는 공항 터미널이 필요하듯이 국제해상항로를 오가는 여객선들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박을 이용하는 여행객의 증가로 그 입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국제여객터미널들의 현황을 짚어보았다.

 

현재 국내에서 국제 정기 여객선이 취항하고 있는 곳은 인천, 부산, 평택, 군산, 속초 등 5개 지역이다. 이 중 부산과 인천에 각각 12척과 15척의 국제여객선이 취항하여 국내 국제여객의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외에 평택에 2개 항로, 군산과 속초에 각각 1개의 항로가 운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제주나 목포 등지에도 정기 카페리 항로가 있었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항로가 폐지되었다. 제주의 국제여객터미널은 비정기적으로 입항하는 크루즈선만을 위해 운용되며, 목포에서는 K훼리가 항로 재개설을 위해 선박을 물색 중인 상황이다.

 

인천 터미널, 카페리선 15척 취항 중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위치도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위치도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항만 중에서도 12척의 국제여객선 중 4척만이 카페리선인 부산에 반하여 인천을 취항하고 있는 선박 15척은 모두 규모가 큰 카페리선이므로 대표적인 여객터미널로 꼽을 수 있다.


인천항은 한-중 항로의 증가로 2002년도에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건립하여 현재 2개의 국제여객터미널을 운용하고 있다.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연건평 1만8,793평방미터의 지하1층, 지상4층의 건물로 3개의 여객전용부두를 이용하여 1만~1만5,000G/T의 카페리선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옥외주차장과 지상4층 규모의 주차건물을 갖추고 있어 총 234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제2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3개 선사가 4개 항로를 운용 중이며, 연건평 1만122평방미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총 주차가능 대수는 326대이며, 내항의 4개 선석을 사용하여 최대 3만G/T의 선박까지 접안할 수 있다.
각 터미널의 이용인원은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2003년 21만명에서 2006년 49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에 있으며, 제2국제여객터미널 역시 2003년 15만명, 2004년 22만명, 2005년 31만명, 2006년 38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o 1터미널 이용객수 단위:명

구분

대련

단동

연태

석도

영구

진황도

합계

2003

44,377

55,904

64,319

31,592

17,541

213,763

2004

62,427

83,579

103,679

65,841

40,426

10,274

366,226

2005

94,199

93,614

106,497

105,757

39,365

36,421

475,853

2006

97,896

104,038

95,987

114,896

40,302

46,558

499,677

 

o 2터미널 이용객수 단위:명

구분

위해

청도

천진

연운

소계

합 계

증가율(%)

2003

81,016

37,932

36,688

155,636

369,399

2004

104,257

60,173

55,576

64

220,070

586,296

58.7

2005

124,202

75,869

68,905

44,680

313,656

789,509

34.66

2006

158,701

85,594

73,997

65,994

384,286

883,963

12

 

과거에는 이러한 터미널 이용 인원 중 상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60~65%이상이었다. 그러나 작년 통계에 따르면 상인 비율이 40%선으로 낮아지고 순수 관광객의 비율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상인 비율의 감소에 대해 IPA 내항운영팀의 김순철 과장은 “IMF 이후 국가적으로 실업구제 차원에서 보따리 무역을 허용을 했지만, 이제 통관절차를 강화하여 1인당 수송 가능한 농산물의 양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득의 감소로 인해 소무역 상인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2009년 정도면 FTA 체결에 따라 저가의 농산물이 많이 수입될 수 있게 되므로 상인들의 마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마진율의 감소에 따라 국내 상인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중국인 상인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항만의 트랜드로 봤을 때 부산항도 예전에는 일본인 소무역상인 위주였다가 우리나라 상인들의 비율이 높아지더니 현재는 상인비율이 10%대로 낮아졌다. 인천도 그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08년 북경 올림픽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관광객의 비율도 현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객 편의를 위한 적극적 개선 사업

IPA 내항운영팀 김순철 과장
IPA 내항운영팀 김순철 과장
관광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관광객과 상인을 잘 구분하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은 공항과 같은 검색 시스템을 도입하여 여행객들은 사전에 X-Ray 등을 이용한 검사를 통해 세관을 전수검사 없이 바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소무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검사도 과거 3~4시간 걸리던 것을 1시간 30분가량으로 단축시켰다.

 

소무역상과 여행객의 구분은 상인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지는데, 여행객들이 먼저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쳐야 상인들도 원활히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과장은 이에 대해 “상인들은 타고 왔던 배를 저녁에 다시 타지만, 여행객들은 다른 목적지를 향해야하므로 최대한 신속히 터미널을 통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척의 배가 접안했을 때에는 게이트가 하나뿐이므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필연적”이라 밝혔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적극적인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김순철 과장에 따르면 IPA 개설 초기만 해도 여객터미널 실내에서 상인들이 수화물을 어지럽게 펼쳐놓거나 흡연을 하는 등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상인회와의 협의를 통해 별도로 수화물 개·포장 시설을 만들고 질서유지에 협력을 구하여 현재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올해에도 많은 시설투자비를 들여 화물과 여객, 차량이 분리될 수 있는 동선 설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의 가장 큰 현안은 ‘새로운 국제여객터미널의 건립’과 ‘수익구조의 개선’이다.
김과장에 따르면 지금의 터미널 시설은 공항을 기준으로 건물 설계가 되어있어서 한 번에 입국할 수 있는 인원이 비행기 1대 분량인 200~300명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대형 카페리선 1척이 접안하면 700명 이상이 동시에 터미널을 이용하게 되므로 발권장 및 입·출국장의 경우 항상 혼잡한 상태이며 모선 접안 후 입국까지 선상에서 1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 이상의 대기시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제2국제여객터미널의 경우 1터미널과 달리 여객선전용부두가 아닌 내항 화물부두 사용으로 이용객의 안전사고 문제와 인천항, 나아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원화된 터미널 운영으로 관리비 과다 발생 및 CIQ 요원의 이중 배치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인천에서는 새로운 여객터미널 건립을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다.


시설 건립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인데, 근본적으로 터미널 이용료가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공항 터미널의 이용료는 1만8,000원에 이르는 반면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의 이용료는 1,600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의 여객터미널 이용료 5,000원에도 못 미치는 요금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향후 5~6년에 걸쳐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이용요금을 중국 수준까지 올린다는 것과 2011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 국제여객터미널에 상업시설을 대거 유치하여 흑자전환을 노린다는 것이다.


김순철 과장은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터미널 이용 편의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공공성을 가진 공기업의 역할이라며 “연간 인천항 이용객이 300만에 이르는데, 이 중 여객터미널을 이용객이 200만이다. 이들이 터미널에는 적자를 입히지만 인천과 국내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면 이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김과장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부산 국제크루즈터미널 활용 논의 중
가장 많은 항로와 이용객을 보유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는 현재 한국과 일본을 잇는 4개 노선에 카페리선 4척과 고속선 8척 등 12척의 국제 여객선이 취항하고 있다.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의 시설을 살펴보면 10번부터 14번까지 5개 선석을 사용하고 있으며, 카페리 화물을 위한 1만1,370㎡ 규모의 야적장과 1,288.2㎡규모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전경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전경

여객을 위한 시설 중 출입국심사 관련시설은 14개의 세관검사대, 4대의 X-Ray 투시기, 14개의 출입국 심사 부스, 4개의 문형 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여객 편의 시설로 차량 174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과 관광안내소, 면세점, 은행, 휴게실, 연계 교통편 발권소 등이 각각 1개소씩 있으며, 매점을 포함한 음식점 4개가 입주해 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1978년 5월 20일 운영을 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1일 1,000명, 연간 3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으나, 지속적인 시설 개선과 1회 이용객 숫자가 적은 고속선이 많이 취항하고 있어 아직까지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다.
지금은 입항 크루즈선이 없을 경우 항상 휴무상태인 부산 국제크루즈터미널을 국제여객터미널로 함께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한다.

 

평택국제여객터미널, 상인비율이 94%
현재 평택국제여객터미널에는 대룡해운의 ‘대룡호’가 터미널 준공(2001. 9)과 거의 같은 시기인 2001년 10월 취항하여 중국 영성항으로 매주 화, 목, 토요일 주3회 출항하고 있으며, C&훼리의 ‘KC레인보우호’가 2003년 6월 취항하여 중국 일조항으로 매주 월, 수, 토요일 주3회 출항하고 있다. 터미널의 연건평은 1층 1,582평, 2층 315평, 별관130평으로 총 2,027평이며, 3,600평에 이르는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2006년 실적은 승객 231,065명, 컨테이너 화물 44,191TEU이다.

평택국제여객터미널 전경
평택국제여객터미널 전경

2개 선사의 취항으로 국내에서 세 번째 규모를 가지고 있는 평택국제여객터미널은 인천· 부산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용객의 목적별 비율인데, 상인 비율이 94%에 달하고 있으며 관광객이 5%, 업무 등 기타 이용객이 1%이다. 상인비율이 각각 40%와 10%로 낮아지고 있는 인천과 부산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초기 카페리항로들이 상인들에 의해서 지탱되다가 점차 관광객 비율이 증가하는 수순을 밟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상인비율이 높다보니 이용객 숫자에 비해 평택 세관 직원 17명, 식물 검역소 직원 10명, 수의과학 검역원 직원 4명, 검역소 평택지소 직원 5명 등 세관과 검역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다.


평택국제여객터미널은 건립된 지 6년 남짓밖에 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하고, 여객선까지 이동하는 부두 또한 잘 정돈되어 있어 쾌적한 편이다. 또한 상인회의 협조로 관광객들을 위한 출입국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며, 이용객 수가 적어서 터미널 내의 매점이나 환전소 등 편의시설 이용에도 불편이 없다. 문제는 대중 교통편과 터미널의 수익성이다.

 

시외에서는 평택항과 직결되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기 때문에 여러 번 갈아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수익성면에서는 실제로 돈을 사용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터미널 이용료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쪽 문제 모두 관광객의 비율을 늘려나가면 차츰 해결될 수 있으므로 관계기관이나 선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 대중교통망 확충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자가 중국의 일조항과 일본의 오사카항 여객터미널을 이용해 본 결과, 이용객 편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여객터미널들이 동북아지역에서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운영으로 인하여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국제여객터미널들이 대형 카페리선이나 크루즈를 이용한 관광객 중심의 시설이 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 항만들 모두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여객터미널들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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