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낙관론에도 韓中 조선 경쟁격화와 연관산업 부진 변수

에코십·해양플랜트·BWTS 올해도 효자노릇 기대

 

2014년을 맞이하는 조선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밝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수주 반등은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길고 길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다가왔으며, 이에 화답하듯 많은 전문가들은 2014년을 조선산업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기’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조선업계가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며 세계 최고 조선강국을 향한 강력한 경쟁자로 재등장했으며, 연관산업의 계속된 불황은 조선시황의 반등이 ‘반짝효과’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분명 긍정적인 면은 있다. 지난 몇년간 계속되온 고유가 기조에서 우리 조선업계의 에코십과 해양플랜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선박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측되는 LNG 연료선박 기술도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여기에 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 올해내로 발효된다면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우리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2014 조선산업 주요 이슈
△“세계 최강 가리자” 韓-中 조선 전쟁 2라운드 개막 △조선 시황 낙관론 대세 속 신중론도 △‘고유가 시대’의 선물△ 에코십, 해양플랜트, LNG 추진선박 △“80조원 시장이 열린다” IMO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 임박

 

“세계 최강 가리자” 韓-中 조선 전쟁 2라운드 개막?
2014년에는 글로벌 조선산업의 ‘제1국가’를 가리기 위한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2000년대 이후 굳건히 세계 1위 조선강국을 지켜왔던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조선산업의 저가수주 증가로 2007~2010년까지 세계1위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한국은 2011년 다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며 2012년까지 총 수주량(cgt)과 수주금액면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양국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2013년 12월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 11월 말까지 한국은 수주량 3,060만cgt, 수주금액 372억불을 기록했으며, 중국은 3,800만cgt, 277억불을 수주했다. 2012년에는 한국(750만cgt·300억불)이 중국(710만cgt·155억불)을 수주량과 수주금액 면에서 모두 압도했으나, 2013년 수주금액은 여전히 앞서겠지만 수주량은 중국의 80% 정도를 웃돌것으로 보인다. (잠정) 한국은 대형컨선과 MR탱커 등의 고효율 선박을, 중국은 케이프사이즈 중심의 벌크선과 중소형 컨선에 집중한 결과 수주량과 수주금액이 엇갈리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에 비해 높은 선가를 유지하며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 특히 최근 에코십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동 분야에 앞서있는 국내 조선소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에코십 기술력을 키우고 있어 2014년부터 한중간 라이벌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정부는 조선업계의 에코십 건조능력 향상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 교통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중국 선박회사는 오래되고 낡은 선박을 친환경·교효율의 새 선박으로 교체할 경우 정부로부터 1GT당 1,500위안(약 247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는 중국정부가 중국 조선소의 에코십 발주를 늘리기 위한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Jiangnan Changxing Heavy Industry는 최근 홍콩의 CSSC시핑으로부터 발주됐던 컨선 3척을 1만 8,000teu급 초대형 컨선으로 변경해 건조할 예정이다. 한국이 독점했던 초대형 컨선 시장에 중국 조선업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에코십 발주 붐이 본격화되기 전 국내 조선업을 먹여살렸던 해양플랜트도 이제 한국이 우세하다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자국 유전을 통해 중국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기술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조선산업의 기술력 향상은 분명 국내 조선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집중 건조하면서 수주금액에서 중국을 압도했었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의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수주금액의 차이도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저가수주를 중심으로 수주량을 늘렸기 때문에, 총 수주금액에 있어서는 한국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에코십과 초대형 컨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중국도 빠른 기술성장을 이뤘으며, 이렇게 되면 수주금액 차이도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에코십 수주가 국내 야드로 몰리면서, 이제 국내 조선소도 동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등 경쟁국에게 수주가 전이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면서, “중국 조선업의 경쟁을 뿌리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조선 시황 낙관론 대세 속 신중론도
그동안의 불황이 너무 길어서였을까. 2014년 조선산업 전망은 전에 없던 ‘낙관론’이 대세이다. 2013년 중반 이후 이미 바닥을 찍고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내 ‘BIG 3’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수주목표를 초과로 달성했다. 수주실적만 봐서는 2007년 마지막 조선 호황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 12월 4일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은 1억 47만 7,270cgt로 12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1억cgt를 돌파했다. 이중 상선 발주는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신조선가 지수 역시 13년 6월 126포인트에서 132포인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4년에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NG선과 초대형 컨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들 선박은 국내 조선소가 수주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FL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뒤 이를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설비로 ‘바다위의 충전소’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일방적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의 불황으로 조선업체의 실적이 낮은 수준인데다가, 연관산업인 해운산업의 회복세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이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전통적으로 조선산업 호황은 해운산업의 호황 이후에 나타난다. 그러나 2013년부터 나타난 조선업의 수주반등은 그동안의 패턴과는 완전히 다르다. 해운산업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산업의 수주확대는 자칫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조선소에만 수주가 몰리는 쏠림현상도 여전히 문제이다. 조선산업의 턴어라운드를 이끌고 있는 해양플랜트, 초대형컨선, LNG선 등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독식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수주가 급격히 늘었던 MR탱커도 현대미포조선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반면 중소조선사들은 간간히 수주소식을 전해오고 있지만, 그동안의 불황으로 여전히 야드는 썰렁한 상황이다.
 

지난해 수주 반등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작년 수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불황기간 동안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 산업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내년 수주량 증가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의 선물? 에코십, 해양플랜트, LNG 추진선박
지난 몇년간 지속된 고유가 기조는 제조업·운송업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산업분야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예외였다. 특히 국내 조선산업은 고유가 시대를 기회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조선산업을 이끈 것은 ‘에코십’이라 할 수 있다. 초대형 컨선에서부터 MR탱커까지 에코십 수요는 급등했고 이는 지난 몇년간 수주가 끊겼던 상선시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몇년간 급속도로 치솟았던 유가가 이유였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던 유가로 인해 선주들은 운항비 절감 방안을 찾게 됐고, 그 결과 연료 효율이 높은 에코십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업에 ‘민폐’를 끼쳤던 고유가 상황은 조선산업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해 초대형 컨선과 MR탱커가 고유가의 수혜를 입었다면, 올해는 그 바통을 LNG선과 LNG 오프쇼어 구조물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우선 LNG 선박은 내년 상반기부터 발주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LNG는 비교적 낮은 가격과 셰일가스 혁명, 그리고 친환경 연료라는 점에서 수요가 높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까지 LNG 운반선과 FSRU 발주가 약 105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조선소 중 LNG 선박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 등 국내 ‘빅3’와 일본 조선소들 뿐. 이 중 국내 조선사들은 전세계 LNG선박 수주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주춤했던 오프쇼어 분야도 고유가 기조가 지속된다면 꾸준한 발주수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2014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2014년 유가는 소폭 하락하겠으나 두바이유,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현상 자체는 계속될 전망이며, 이는 향후 몇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고유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특히 각종 환경규제에 맞물리면서 고효율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있다.
 

이 중 LNG 연료선박은 시장에서 가장 크게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은 LNG추진 운반선을 미주 선주로부터 수주했다. 동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압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와 세계 최대 선박엔진 업체인 만디젤社가 제작한 친환경 천연가스 엔진을 장착한 선박으로 기존 LNG선에 비해 연료효율이 20% 높다.
 

아직 대형 상선에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LNG 연료션 개발 기술은 이미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LNG 추진 연료선박을 LNG 운반선에 적용함으로써, 새해에는 동 선박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80조원 시장이 열린다” IMO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 임박
조선해양 기자재 시장에서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이 새해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IMO의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적어도 올해안으로 신조선의 BWTS 장착 의무화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IMO의 발라스트수 관리협약 비준 국가는 전 세계 38개국이며 세계 선복량의 30.38%가 동의한 상황이다. 세계 선복량의 35%가 동의하면 바로 발효되는 동 협약의 비준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존선에 BWTS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3~5년 정도 유예됐다. 지난해 12월 5일 IMO 제28회 총회에서 발라스트수 협약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 동 개정안은 현존선의 BWTS 설치 비율이 낮고, BWTS 검증절차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현존선의 BWTS 설치시기를 유예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현재 BWTS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13개사로 추산된다. 이 중 8개 업체는 IMO의 형식승인을 취득한 상황이며, 보다 엄격한 인증인 미국USCG 인증 취득에도 도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USCG 인증의 직전단계인 AMS 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는 테크로스, 파나시아, 엔케이, 삼건세기 등 4개 회사이며, 전세계적으로 USCG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80조원의 시장’으로 불리우는 BWTS 시장은 우리 기자재 업체가 선도하고 있는 ‘레드오션’이다. 지난 3년간 국내 BWTS 업체들의 수출실적은 약 7,700억원. 올해내로 신조선 IMO 협약이 발효되면, 동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우리 업체들의 대박행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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