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들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대전환을 가져 올 이슈가 있다면 바로 해운보증기금 도입에 관한 논의일 것이다. 금번의 대책은 과거 2-3차례의 위기 극복 방향이었던 산업구조합리화 보다 금융의 합리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의 위기가 금융부문에서 시작되어 은행도 위기 대처가 필요했기 때문에 해운과 금융 문제를 하나로 보아 국가 해운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전략이 선택되었던 것이다. 과거와 같은 은행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대출금 회수 압박으로 해운사는 ‘운임과 돈줄’의 이중 현안을 해결해야하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해운보증기금을 도입함으로써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해운과 금융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 나가는 것은 시의성과 타당성이 있다.

왜 해운보증기금인가? 먼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선순환 성장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운은 대규모 자본집약적 산업인 동시에 경기변동 리스크가 큰 산업으로서 선진화된 금융업 없이 해운업 발전은 생각할 수 없다. 유럽의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선박투자에서 시작됐고 수많은 경험과 자료를 축적하여 리스크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위기 이후 시장분석가와 전문가들이 해운의 위기를 논할 때 ‘호황기 고가 선박 투자-불황기 저가 선박 매각’을 한국 해운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불황기 저가 선박 투자-호황기 고가 선박 매각’의 선순환 성장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박투자시기를 경기 저점이나 회복기로 앞당겨야 한다. 그런데 은행의 금융건전성이 강화되고 있어 해운경기의 호황이 확인될 때 까지는 상업은행에 새로운 금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이 경기 회복기에는 기금의 보증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은행의 대출이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새로운 선순환 성장궤도에 진입하는데 해운보증기금이 꼭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선박금융의 취약성을 보완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은 달러화 기준으로 이루어지는데 국내 은행은 달러 조달비용이 비싸 외국계 금융기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보증을 활용, 즉, 대출 원리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해운보증기금으로 해소함으로써 금리 등 대출조건을 완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점차 더 많은 금융회사가 선박금융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금융도 확대해 나가며 해운금융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강화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 금융의 취약성을 보완하여 해운-금융의 안정적인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해운보증기금이 필요하다.

세 번째 중요한 이유는 해운산업자본과 지식을 축적하여 해운업의 지속적 발전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박은 대부분 대출비중이 60~70%에 달하여 선주의 부담이 크지 않다. 해운업을 지속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산업자본이 축적되는 규모가 작고, 전문적 지식도 축적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운경기가 회복되고 시장이 안정화되는 단계에서는 선주의 부담이 많을수록 선박금융 보증의 혜택을 확대한다면 보증기능을 활용해 해운산업자본과 지식을 축적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해운산업의 건전성이 제고되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해운금융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해운금융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해운산업 정책의 방향타로서 해운보증기금이 꼭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해운보증기금은 해운산업의 선순환 성장과 선박금융 은행의 금융안전망 제공, 그리고 해운산업자본 축적을 위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해운금융 여건이 녹록치 못하여 우리나라로서는 지금이 세계 해운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해운보증기금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해운보증기금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금번의 해운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이 제안됐는데 지금은 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해운보증기금이 설치되더라도 위기 극복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선가 등 시장가격이 오르면 새로운 선순환 성장궤도 진입에도 실패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부처합동으로 시작한 해운보증기금 연구가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최소한 2014년 1분기에는 설치 여부가 확정돼야 한다. 시장에는 정책방향의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서둘러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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