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기자재 국산화율 20%대 오일 메이저를 설득하라”

 
 
지난해 12월 10일 부산 Bexco, 500여명 모여 대성황
벤더 등록, PQ작성, 국산화 사례 소개 등 ‘핵심정보’ 공유

세계 제일의 해양플랜트 건조국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양플랜트 기자재는 여전히 판로를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플랜트를 통한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설계와 기자재에서 창출된다는 점은 단지 ‘조립’ 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 해양플랜트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와 판로개척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돼 큰 주목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부산조선기자재협동조합, KOTRA가 주관한 ‘2013 오프쇼어코리아 비즈니스 위크’는 훌륭한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고전하고 있는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에게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10일 부산 BEXCO에서 개최된 ‘2013 오프쇼어코리아 비즈니스 위크’에는 국내 조선소 및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업계 관계자 500여명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높은 관심에 부합하듯 오전부터 진행된 세미나는 오일메이저 사전검사기준, 벤더등록절차, 국내 주요 조선소의 기자재국산화 추진 계획, 해양플랜트 선종별 기자재 국산화 추진 사례 등 업계가 필요로 했던 ‘살아있는’ 정보가 공유됐다.

“PQ 등록, ISO 15928 전자입찰시스템 숙지 필요” 정용길 경성대학교 교수
해양플랜트기자재 구매조달 프로세스는 크게 △예측 및 구매조달 전략 △사전자격심사(PQ) △입찰참가 의향서(EOI) △제안요청서(RFP) △입찰평가 △계약자 선정 및 계약체결 △Bid&Contract 등으로 나뉜다. 국내 기자재업계는 초기 단계인 사전자격심사(PQ)에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PQ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PQ(Pre-Qualification)이란 입찰의 예비심사 단계로 본 입찰 참가를 위한 첫 관문이다. 대부분의 계약은 벤더등록을 통한 수의 계약이 일반적이며, 기자재업체는 PQ 등록을 통해 국제 인지도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PQ는 회사의 단순한 영문 브로셔(Brochure)가 아닌, 특정 제품에 대한 기술적 설명서(Technical Specification)라는 점이다.

PQ 작성방법의 주요 부문을 설명하자면 Company Profile에선 회사에 대한 내용을 비교적 간략하게 핵심만 소개해야 하고, 단순한 공장 사진을 넣는 것이 아닌 목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국내 업체들의 공통적인 취약부분이 바로 레퍼런스 목록(Referenct List)이다. 해양설비는 일반 조선과 달리 이 부문이 매우 중요하며,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재 업체는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한다. 이외에도 현재 공장 가동률을 도표로 제시하고, AS계획 및 현황, 회사의 최근 3년간 재무재표, 각종 인증서,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까지 소개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자입찰지원시스템인 ISO 15926이 개발됐다. 운영사들이 연간 관리하는 PQ가 400~500건이나 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 동 시스템이 개발됐는데, 우리 업체들은 동 시스템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NorHub(www.norhub.no)과 Eqhub(www.
eqhub.no) 등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PQ가 등재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기자재 업체들이 오일메이저를 상대로 유일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PQ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PQ를 작성해야 한다. 오일메이저들은 PQ를 포함한 각종 도큐먼트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R, 벤더등록 통합 서비스 OSQA 개발 중”
이정렬 한국선급 팀장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은 오일메이저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벤더목록에 등록돼야 한다. 프로젝트 진행시 오일메이저들은 벤더리스트에 등재된 등록 업체에만 입찰자격을 부여하는 만큼 벤더리스트 등재는 매우 중요하다. 벤더등록에는 PQ가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
KR은 국내 업체의 벤더 등록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벤더등록 기업 지원을 위해 S/W를 개발하는 중이며, 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한 교육 및 강의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벤더등록을 위한 정보와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의사소통 공간으로 포털(http://enipub.com)을 운영 중이다.

KR이 가장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OSQA(Offshore Qualification Support System) 개발이다. 동 시스템은 해양플랜트 기자재 제조기업의 오일메이저 벤더등록을 위한 기자재 설계와 제조 정보를 통합해 PQ문서 생성·유지관리 등의 필요한 정보를 관리한다. 그간 기자재 업체는 여러 곳의 오일메이저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수차례 다른 양식의 문서를 만들어 벤더 등록을 진행했다. 비용은 물론 정보관리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향후 개발될 OSQA를 이용한다면 다양한 기자재 업체간의 정보공유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비용은 물론 효율적인 정보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PQ용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는 점이다. PQ 업무 수행 결과물들을 축적하고 관리해 PQ 업무 지식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한번의 정보 관리로 다수의 오일메이저 기업들에 동시다발적인 PQ진행도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국내 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에게 바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 없는 상황으로, 유사한 기능을 가진 해외 솔루션들은 존재하고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 현재 KR은 기자재 참조 라이브러리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품목별 절차 및 기관정보, 시험평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어·용례 검색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기업내 각종 형태의 기술문서 번역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재사용하는 동 기술을 통해, 영문 번역과 문서작성의 비용·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용어·용례 검색 엔진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추가적인 에디터 구축 및 용어관리 지우너 모듈을 개발 중이다.

KR이 개발하는 OSQA 시스템은 PQ 문서 자동 생성 시트메을 통해 다수의 오일메이저에게 동시다발적 PQ 업무 진행을 가능하게 하고, PQ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확하고 신속한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기자재 업체에게 필요한 업무를 하루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발주처별 기자재 승인 기준 다 다르다”
윤기영 현대중공업 상무
국내 조선 3사가 전세계 대형 해양공사 건조량의 70%를 수주하고 있지만, 핵심기술 부족으로 기본설계와 기자재는 외자 발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2009년도부터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확대 방안 계획을 수립했고, 2010년에는 국산화 품목 및 국산화 대상업체를 선정 벤더리스트 등재를 지원했다. 2010년 까지 28개 품목의 국산화를 추진해 26개 품목의 국산화를 완료했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발주처는 쉘(Shell), 엑슨모빌(Exxon Mobil), BP, Total, Chevron 등 5대 오일메이저를 포함 이태리,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영 석유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국산화 추진현황을 살펴보면 06년 9월 수주했던 고정플랫폼 설치작업인 Umm-shalf 프로젝트의 국산화 비율이 17.8%, Total사로부터 07년 6월과 08년 8월 맺었던 고정 플랫폼 공사가 각각 30% 이상의 국산화율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은 약 7개 아이템에 대한 국내 업체 기자재를 적용코자 했으나, 발주처에 따라 승인 여부는 모두 달랐다. 하이록 코리아의 Ball Valve의 경우, Total과 Ras Gas, Eni, Carigall Hess는 승인했지만, Exxon Mobil, Chevron, Adma Opco, Statoil 등은 동 제품의 사용을 거부했다. 극동전선, TMC, LS의 케이블은 대부분의 발주처에서 사용 승인이 됐지만 AMDA OPCO에서는 사용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적용은 까다로운 오일메이저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회사마다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게 승인을 받아도 품질과 인증에 대한 발주처의 문의가 계속 발생하고, 일부 아이템의 경우 몇개의 부품만 승인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국산 기자재 업체의 경험과 실적이 없다는 점인데, 이 경우 현대중공업이 발주처를 설득하거나 PQ 승인을 추진하면서 어렵게 승인되는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도별 국산화 추진 계획을 세워놓고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제고에 노력할 것이다. 09년부터 12년 사이 국산화 실적은 총 88개 품목, 3억 9,926만달러로, 13년은 10개 품목 1억 1,000만달러, 14년 7개 품목 1억 3,700만달러, 15년 5개 품목 1억 6,600만달러의 국산화 실적이 예상된다.

걸프만에서의 폭발사고 이후 오일메이저의 기자재 품질강화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며, 자국보호를 이유로 지역업체를 선호하는 등 국산 기자재의 적용 기회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발주처와의 긴밀한 관계유지와 구매 전략으로 국내 기자재업체의 해양플랜트 진출을 지원할 것이며, 단계적으로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해양설비 기자재율 10~30% 불과, 업체간 공동 기술개발·판촉전략 필요” 이중남 삼성중공업 파트장
해양 프로젝트의 계약형태가 바뀜에 따라 국내 기자재업체의 진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사황이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양플랜트는 PC 위주 분리발주로 엔지니어링은 발주처가 주관하는 대신, 제작과 구매는 조선소에서 수행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EPCI 일괄발주로 오일메이저가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제작·구매 단계에까지 모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서 계약사양은 합리적인 사양에서 오일메이저의 일방적인 사양으로 엄격해 졌으며, 일부 기자재 업체에게만 발주가 몰리고 있다.

우리 기자재산업의 경우 조선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60% 이상이나, 해양설비는 10~30%로 저조한 수준이다. 국산화 품목도 강재·배관재·선실자재 등 일부에 국환돼 있다. 이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발주처가 자체적으로 벤더를 관리하기 때문에 신규업체 적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간 협력을 통한 공동 기술개발 및 공동판촉 전략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은 기자재 특성 및 국내 업체능력 평가를 통해 선종별 기자재 국산화 가능 품목 약 150여종을 선정했다. 이 중 개발 완료된 기자재는 업체 선정과 실사를 통해 벤더 등록 절차를 밟아 실선 적용에 성공시킬 것이며, 미개발 기자재에 대해선 공동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국산화율을 드릴십 30~40%, FPSO 60~70%, 플랫폼 50~60%까지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드릴십 25%, FPSO 30%, 플랫폼 10%)

“탑사이드 설계 포함 EPCIC 역량 확보로 국산화율 높일 것” 배재류 대우조선해양 이사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국산화율 향상과 동시에 해양플랜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EPCIC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EPCIC 역량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엔지니어링 역량과 구매역량을 확보할 수 있고, 현재 강력한 야드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고의 건조능력을 유지하면서 오프쇼어 플랜트 분야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설계 역량을 자체 판단하자면 시추선인 세미리그와 드릴십은 독자설계가 가능한 상황이며, 생산설비인 FPSO는 탑사이드(Topside) 상세설계의 3/4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까지 전문인력 확보와 전략적 기술 제휴를 통해 해양 탑사이드의 상세설계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탑사이드 설계 역량 확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력이다. 최근 국내 해양플랜트 관련 인력양성사업이 연관 산업체의 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 사업으로 산업부와 부산시, 부경대, 해양플랜트엔지니어링협회, 조선3사가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2단계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국내 대학에 유치해 한국에서 상세설계를 수행케 하고,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상세설계를 수행하는 방안이 계획됐다. 마지막으로 3단계로는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와의 협력과 국내 핵심 인력 확보를 통해 엔지니어링사를 설립하고, 부산 북항 지역이나 녹산 R&D 특구에 설계·연구 인력 3,000명을 수용하는 별도 건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 등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통해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국내에 유치하고 향후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며, 해양플랜트 탑사이드 자체 설계로 설계와 기자재, 생산부문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