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정책금융 지원을...” 한 목소리

 
 
구랍 6일 국회 도서관, 해운업 위기 원인과 극복방안 논의
P-CBO 발행기준 완화, 영구채 발행,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구랍 6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운업, 긴급 진단과 전망’ 세미나는 현재 해운업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진단하고, 해운산업의 위기극복 현황과 문제점,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인제 의원실, 헤럴드경제, (사)녹색성장해양포럼이 공동주최하고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해양수산부, 한국선주협회, (사)한국해운물류학회가 공동후원한 이날 세미나는 이인제 국회의원, 홍승용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 최규성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장,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 등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양수산부 김성범 해운정책과장이 ‘해운업 현황과 주요 정책 과제’를,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 한종길 교수가 ‘해운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에 대해 각각 발제했으며 계명대 하영석 교수의 사회로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전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우호 해운물류연구본부장, 인천대 김홍섭 교수, 부경대 최순권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대책이 발표되고는 있으나 실무추진기관에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며 무엇보다 “해운산업의 유동성 긴급지원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해운업의 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일본의 해운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선사를 위한 영구채 조기발행을 지원하고 중소·중견선사를 위한 ‘시장안정 P-CBO’편입요건을 완화해야 하며 해운보증기금 조기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 세미나에 “금융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해운 벤치마킹해야”
해양수산부 김성범 해운정책과장은 해운업 주요 현황, 해운산업 동향 및 2014년 전망, 해운위기 극복대책 추진 현황,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김 과장은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는 △회사채 시장 발행 지원규모 확대, 영구채 발행 지원, 기존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 등 단기 유동성 지원 △해운보증기금 설립 △시황분석기능 강화 △톤세제 일몰기한 연장 등을 꼽았다.

해운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금융 쪽에서는 ‘왜 해운만 지원하느냐’며 산업간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다”면서 “해운은 공기와도 같은 존재이지만 ‘우리 선사가 무너지면 외국 선사를 이용하면 되지’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해수부와 업계의 반성이 필요하다. 해운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치를 국민들에게 다시 각인시킬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해운물류학회 한종길 회장(성결대 교수)은 해운업 시황 추이와 우리나라 상선대 현황을 통해 선사경영 위기의 원인을 짚고 우리나라 선사의 위기 실태를 발표했다. 이어 외국의 해운지원정책을 소개하고 일본 해운정책의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정책과 장기적인 해운정책 수립 등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해운정책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회장에 따르면 일본은 1964년의 해운집약정책의 큰 틀을 현재까지 고수하며 초장기적 관점에서 해운정책을 수립했다. 선박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장기투자와 더불어, 운항사, 선주사, 선박관리사의 역할분담이 철저해 해운업계의 생태계 건전성을 확보했다. 대량화물의 자국선사 우선주의 등 자국화주와의 적극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했으며 국책은행을 통한 안정적 선복확보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역시 다양한 선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계약을 우선시하며 사내에서 전문경영인을 발굴해 육성하고 장기 예측 능력을 강화하는 등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회장은 “생존의 기로에 놓인 한국해운에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강력한 해운은 국내 항만의 생존기반이다. 해운업만 특별하게 취급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양대 메가캐리어 무너지면 한국해운산업 붕괴”
이날 토론의 첫 번째 패널로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전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장기 해운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나 한국은 경쟁국에 비해 위기극복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대형선사 및 중소형선사 약 80여개 업체가 도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서 “우리는 아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투자는 엄두에도 못 내고 있으나 이미 외국은 위기관리를 마치고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무에 따르면, 중소형 선사는 2009년 이후 지난 5년간 79개사가 퇴회하고 82개사가 신규가입했으며 기존 선사와 신규 가입 선사간 치열한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대형선사는 대한해운이 법정관리 후 매각됐고 팬오션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며 한진해운,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김 전무는 “이는 한국해운산업의 붕괴를 뜻하고 신뢰도 추락을 의미한다”면서 “대형선사들은 영업적자 지속 및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양대 메가캐리어가 무너질 경우 한국해운산업은 붕괴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또한 Fast-Track제도 가입에 따른 선사 불이익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B등급 이상의 선사가 가입하면 금융기관의 신규여신 지원으로 회사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가입했으나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규 자금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기존 차입금의 이자인상, 추가대출 불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선주에 대한 선박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머스크, CMA CGM 등에 대한 선박금융 지원이 강화된 반면 국적선사는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여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선박 발주에 대한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에 유리한 지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지원 발표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방안 추진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대책이 발표되고 있으나 실무 추진기관에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정책 발표에 따라 추진기관에서 신속하게 효과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금융지원 요청사항으로는 대형선사를 위한 영구채 조기발행 지원을 꼽았다. 그는 “연초에 영구채 발행을 지원키로 했으나 지원이 지연되고 있어 선사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되었음에도 금융기관들은 보증을 주저하고 있다. 금융권의 보증을 통한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 및 부채비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소·중견선사를 위한 ‘시장안정 P-CBO’편입요건을 완화하고 정책금융기관의 LTV 부족분에 대한 보증상품을 조기개발해야 하며 해운보증기금의 조기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금융산업 융합성장 토대 조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우호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주요 해운사에 대한 유동성 긴급 지원으로 기업 신용 안정화를 도모하고 세계 해운시장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으며 해운 및 금융산업의 융합성장 토대를 조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은 세계해운시장의 펀더멘털이 더욱 개선되어 올 하반기에 이어 시황회복이 지속될 전망이나 국내 해운업은 세계해운경기 회복의 호기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2014년도는 선진국 경제와 세계 무역회복에 따라 물동량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선박량 증가세는 둔화되어 수급균형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주요 해운기업은 법정관리와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전념할 수 밖에 없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거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5대 선사 중 2개사는 법정관리로, 3개사는 유동성 위기 등의 이유로 신규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그는 시장위기에 대한 예측력 부재는 세계 해운산업의 공통적 상황이나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위기대응과 극복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으며 무엇보다 유동성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해운사에 대한 유동성 긴급 지원으로 경기 회복기 수익 기회 확보와 항구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순환 사이클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운 호황기 뿐만 아니라 불황기에 지속적인 선박투자가 이루어져야 전사차원의 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저선가 선대 확보가 원가 절감의 최대 요인이다. 현재 신조선 가격은 2009년 초 대비 평균 30% 이상 저렴하며 점차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해운 및 금융산업의 융합성장 토대를 조성하고 세계 시장을 향한 동일한 출발선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수출입물류 필수인프라로서 해운업의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금융업 외연을 확장하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면서 “전문성을 활용한 해운보증기금 등 해운특화 금융기관 설치로 금융업의 안정적인 해운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중 유동성 자본을 선순환 사이클 진입 단계의 해운산업에 투자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중소형 선박금융을 위한 은행 ‘Maritime&Merchant AS’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4년 2분기부터 영업을 개시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세계 주요 해운국 20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톤세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세계 시장에서 동일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세계 해운의 주력시장인 중국과 교역상대국의 거래패턴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과 심도 있는 토론 필요
인천대 김홍섭 교수(전 항만경제학회장)는 “정책금융 지원과 상업은행의 상환유예 등 다각적인 유동성의 지원에도 주요 해운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의 해운위기는 일정주기를 두고 자주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 접근과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방향으로 △해양 사상의 고취와 세계 해양대국으로의 비전 선포 필요 △세계 해운경기 예측 기능강화 △법, 제도적 지원과 해운업의 중요성 강조 △해운 및 금융산업의 융합 성장 토대 확립 △해운보증기금이나 선박금융 공사 등 체계적 금융 시스템 구축 필요 등을 제시했다.

부경대 최순권 교수는 해운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발전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금융권과도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면서 “오늘과 같은 토론회는 해운업계 뿐 아니라 금융계 관계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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