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용선자의 안전항 지정의무 기준과 책임범위

-The Ocean Victory 판결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정기용선 계약 하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항, 정박 및 출항할 때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도 회피할 수 없는 위험에 선박이 노출되었다면 안전항이 아니며1)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일반적인 정기용선계약상 안전한 항구 지정 의무가 있는 용선자가 부담한다.
최근 영국 판결인 Gard Marine & Energy Ltd v China National Chartering Co., Ltd(The “OCEAN VICTORY”)2)에서 법원은 일본 카지마항에서 강풍과 높은 파고의 영향으로 선박이 침몰한 손해를 용선자가 배상해야 된다고 판시하였다. 동 판결을 통하여 용선자의 안전항 지정의무 판단 기준과, 위반시 그 책임 범위를 살펴본다.
 

<사실의 개요>
‘오션 빅토리(MV OCEAN VICTORY)’호는 케이프 사이즈이며, 나용선자인 오션라인홀딩스(Ocean Line Holdings Ltd)는 시노차트(Sinochart)와, 시노차트는 다시 다이치(Daiichi)와 각각 정기용선을 체결하였다. 동 선박은 2006년 10월 24일, 일본 카지마항에서 출항 도중, force 9의 강풍과 심한 풍랑을 동시에 조우하여 방파제 끝에서 좌초되었고, 결국 전손되었다.
이 사고로 선주의 선체보험자가 등록선주와 나용선자의 권리를 양도받아 용선자에게 총 137.6백만불의 클레임을 제기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선박 전손 : 88.5백만 불
- 용선료 손실 : 2.7백만 불
- LOF 2000에 기한 스코픽(SCOPIC) 비용 : 12백만불
- 난파선 제거비용 : 34.5백만불
 

<당사자의 주장>
선체보험자인 원고는 당시 카지마항은 안전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전항 지정의무가 있는 정기용선자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정기용선자인 피고는 카지마항의 구조, 운영이 사고에 기여 여부와 상관없이 합리적 수준의 안전을 준수했다면 안전항이며 특히 당시의 태풍은 예외적이며 특별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설사 안전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원인은 도선사가 케이프 사이즈 선박의 출항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명령한 선장의 운항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선체보험자인 원고의 손해가 있다면 그가 지급한 선체보험금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의 판단>
피고는 안전을 위한 항만설비가 구비되어 있었고, 항만당국의 합리적인 상황판단이나 지시가 있었던 정도라면 (합리적 수준의 안전 “Reasonable safety”) 안전항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 항구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이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도 회피할 수 없었다면 안전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a)항구의 특성에 기인한 위험이 있었는지 여부 (b)그 위험을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 회피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법원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1. 이 사건에서의 안전항 여부
(1) 카지마항의 위험의 정도와 수준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카지마항에 강풍과 높은 파고가 동시에 발생하였는데, 카지마항은 긴 너울에 대비하기에는 선석이 취약했고, 현지 지형 때문에 항로가 강한 북풍에 취약하다는 위험요소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2)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의 위험회피 가능성
원고는 회피 가능성이 없었다는 근거로 케이프 사이즈 승선경험이 있는 전문가인 Gains 선장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Gains 선장은 카지마항에서 출항하여 항로로 진입하려는 선박은 강한 북풍이나 북북서풍이 좌현 고물로 불게 되고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이때 경우 선박조종 공간이 충분하면 그 수준의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선박을 운항할 수 있으나, 카지마항의 진입항로 폭이 2~3.5cable3)이고 당해 선박의 길이가 1.5cables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조종공간이 없었다고 평가하였다.

당시 선장의 Letter of Protest에서는 양 현으로 약 20도 정도가 기울어지는 롤링과 심한 피칭으로 선박의 운항이 극도로 어렵다고 기재되어 있고, VDR 자료도 이 사실을 뒷받침하였다.
 

(3) 결론적으로 법원은 당시 상황에서 일반적인 항해기술능력으로는 카지마항에서 안전하게 출항을 할 수 없으므로 안전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분쟁금액의 제한
피고는 선체보험자인 원고의 클레임 금액은 자신이 지급한 보험금에 국한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안전항 지정의무는 나용선자의 의무이며, 나용선자의 권리를 양도받은 원고는 피고에게 나용선자의 권리를 행사하여 안전항 지정의무 위반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결론
결국 법원은 당시 카지마항은 안전항이 아니었으므로 원고가 청구한 금액 전부를 피고가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다.
 

<대상판결의 해석 및 소결>
일반적으로 ‘안전항’에 관한 분쟁은 치안이 불안하거나 시설이 낙후된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나, 이번판결은 카지마항과 같이 잘 정비된 항구에서도 ‘안전항’에 관한 분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영국법상 ‘안전항’인지의 여부를 용선자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예외적이며 특수한 상황’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생하기 어렵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항구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 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항만정보가 대부분 공개되어 있는 작금의 시점에서 ‘특수한 상황’이란 이유로 용선자가 안전항 지정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해 항구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 위험에 대비한 항만당국의 지시나 절차, 항구에 설치된 장비등이 합리적 수준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전항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용선자는 선장이 항만당국 지시를 위반했고 그 지시를 따랐더라면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 또는 본선이 일반적인 항해술과 조종술을 실시하지 못했다는 본선의 운항상의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운항과실 입증할 수 있는 실증적인 자료는 대부분 본선에 있다는 점에서 용선자는 무거운 입증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용선자가 항해과실을 성공적으로 입증하더라도, 만약 정기용선 계약서에 지상약관으로 Hague / Hague-visby rule이 삽입되었다면 선주는 Hague-visby 규칙 4조 2항(a)에 기한 운항과실 면책을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이다.4) 이 사항은 이 판결에는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선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 주장이라고 판단된다.5)

이 판결로 인하여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의무의 엄격한 준수를 요구받을 것으로 파악되며, 이와 같은 Casualty 사건인 경우 분규 금액이 상당한 관계로 용선자는 회사 운용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용선자는 이에 대비하여 지정항에 대한 명확한 정보와 해당 보험을 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측면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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