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엔지니어링센터 통해 능력 키운다”

 

 기본설계 가능해야 진정한 해양플랜트 强者

 

우리나라가 세계 1위 해양플랜트 건조국가의 명성을 얻게된 것은 세계 해양플랜트 건조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조선 'BIG 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활약 덕분이었다. 2008년 이후 세계 조선시장에는 수주 감소의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일찌감치 해양분야에 진출한 이들은 상선수주가 얼어붙었던 지난 몇년동안 해양분야에서 꾸준한 실적을 올리며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어왔다.


이제 조선 ‘BIG 3'는 진정한 해양플랜트 강자로 군림하기 위한 더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의 ’알짜배기‘로 일컬어지는 설계역량 강화에 나선 것. 이를 위해 3사는 설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설계인력을 확충하는 등 진정한 해양플랜트 제작업체으로의 도약을 향한 경주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해양플랜트의 설계는 기본설계, 상세설계, 생산설계의 3단계로 구분된다. 기본설계는 설비의 제원과 선형, 구조 등을 정하는 과정이다. 탐사작업을 해서 유전지대가 발견되면 어떤 종류의 설비를 구축할 것인지, 일일 생산량은 어느정도로 하고 몇년간 생산할 것인지, 경제성은 어느정도나 되는지 등의 설비의 아웃라인을 기본설계 과정에서 그리게 된다. 상세설계는 기본설계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를 만들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설계하는 단계이다. 어떠한 자재가 필요한지, 패키지가 필요한지 보다 구체적인 설계가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생산설계는 판형, 용접 부위 등 조선소에서 실제 생산작업에 필요한 사항을 도면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세-생산설계는 가능.. 기본설계는 해외업체가 주도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상세설계와 생산설계는 자체 소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기본설계이다. 해양플랜트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설계는 해양플랜트 건조의 가장 첫 단계이지만, 설계의 난이도가 가장 높을 뿐더러 발주처인 오일메이저들도 철저하게 검증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만 기본설계를 맡기고 있다. 상세설계도 Topside는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가 대부분 진행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통상 수주를 할때 보통 조선사와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다. 초기단계부터 Hull 부문과 Topside 부문을 각각의 전문회사가 맡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국내 업체들은 아직 Topside에서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분야는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가 거의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기본설계 역량 확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되고 발전시켜야 한다.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역사가 짧은 만큼 설계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더러, 설사 인력과 기술이 갖춰져 있더라도 해외 오일메이저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Track Record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자칫 대규모 해양오염이나 폭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일메이저들은 입찰과정에서 철저한 신뢰성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해외 업체의 손을 빌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조선 3사 모두 엔지니어링 자회사를 설립하고 빠른 시일내에 기본설계와 Topside 상세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설계 엔지니어링 부문 자회사인 디섹DSEC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영국 AMEC社와 합작해 미국 휴스턴에  AMEC Samsung Oil&Gas를 설립·운영 중이다. 따로 엔지니어링 자회사가 없었던 현대중공업은 올 1월 2일 ‘현대E&T’를 설립했다. 설계·엔지니어링 부문을 따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겠다는 계산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3社의 설계수준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설계·엔지니어링 국내 시장환경이다. 영세한 소규모 업체가 난립돼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설계 자회사의 설립은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난립된 인력을 집적해 설계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


현대重, 현대 E&T 올초 설립.. 18년까지 설계인력 1,600명 확충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그룹 설계 전문 자회사 '현대E&T'를  올 1월초 설립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설계 자회사인 미포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설립된 동사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했다.


현대 E&T는 그룹 3사의 조선과 해양사업을 중심으로 설계 및 검사업무를 수행하며, 단계적으로 플랜트,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현대중공업의 비조선분 야까지 업무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350명 규모인 미포엔지니어링의 설계 인력을 2018년까지 전문 설계 분야 1,600명과 검사 분야 400명 수준으로 확대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무동은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 위치한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에 2015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6년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반잠수식 시추선, LNG-FSRU 등의 특수선종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룹 조선 3사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 전문 자회사인 현대E&T의 설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또한 2011년부터 서울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별도로 두고 설계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는 상세설계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기본설계 기술을 배양하기 위함이다. 동사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설계 단계 부터 밟아야 한다. 지금은 생산설계에 주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본설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DSEC 중심으로 휴스턴, 자카르타에 설계 센터 운영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EPC 업체로의 변화’를 주요 경영목표로 잡고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설계 엔지니어링 부문 자회사인 디섹DSEC은 조선해양설계와 자재수출, 품질검사 등 다양한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사는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과 같은 일반 상선 뿐 아니라 해양프로젝트와 특수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사업을 진행한다. 2012년 말에는 미국 NASSCO 조선소로부터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컨선 설계·자재 공급 패키지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회사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해외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동사는 지난해 중순 미국 휴스턴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각각 해양 기본설계와 생산설계를 담당하는 엔지어링 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미 자카르타 엔지니어링 센터에는 약 14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설계 업무를 수행했으며, 앞으로 인원 충원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미국 휴스턴 엔지니어링 센터 역시 올해 첫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최종 입주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17년까지 마곡 R&D 엔지니어링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측은 “마곡 센터 건립은 단순히 새로운 사옥을 짓는 것이 아닌 세계 1위의 조선해양 제작업체로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 조선해양 EPC업체로의 발전을 선언하는 상징이자 출발점”이라면서, “앞으로도 서울 마곡과 휴스턴, 자카르타를 잇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양 EPC 전분야에 전문화된 종합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重, 글로벌 엔지니어링 업체 AMEC과 공동출자한 AMEC Samsung 설립
삼성중공업은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 영국 AMEC社와의 공동출자를 통해 해양엔지니어링 회사인 ‘AMEC Samsung Oil&Gas’를 미국 휴스턴에 설립했다.

 
 

AMEC은 40개국에 종업원 2만 8,0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Shell, BP, 코노코필립스, 페트로브라스 등 세계 오일메이저가 진행하는 다양한 해양개발 프로젝트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등을 수행해왔다. 美 머스탱Mustang, 노르웨이 에이커Aker Solution 등과 함께 세계적인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 손꼽힌다.


삼성중공업은 AMEC을 통해 대형 해양생산설비의 EPCI 능력을 확보하게 돼 설계와 구매의 상당 부분을 해외 업체에 맡기는 현재의 사업구조보다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출자한 3社에서 파견된 인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2018년도 부터는 직접 채용을 통한 인력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업계 노력 있지만 정부의 인력양성 정책이 급선무
이처럼 우리 조선 3社는 자회사·엔지니어링 센터 설립을 통해 기본설계 능력 배양에 나서고 있다. 현대E&T가 국내 엔지니어링 인력을 중심으로 설립된 회사라면, DSEC은 국내 인력과 해외 센터와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AMEC은 세계 수준의 엔지니어링사를 합병하면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업체만의 노력만으로는 세계 수준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전한다. 정부 중심의 산업 육성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업계가 가장 필요로하는 것은 전문 엔지니어링 인력양성 방안이다. 국내 대학에서 공급되는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선은 바다위를 움직이면서 화물을 운반하지만 해양플랜트는 바다위에 고정되거나 떠서 기름이나 가스를 채취하는 것이다.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력의 대부분은 조선공학과 출신이다.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다보니 해양분야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수준으로, 채용하고도 또다시 교육시켜야 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인력 양성을 위한 교수진 개편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학 교수진들의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설계나 엔지니어링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해양플랜트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현직에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해양플랜트 전문 강의를 들을 수 없다. 해외 교수진을 초빙하거나 국내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의 설계인력도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결국 설계인력 확보와 양성을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해외강사 초빙 등 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정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설계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그나마 있는 인재들도 3社가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판이어서, 정부가 나서서 인력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우리 해양플랜트 산업은 ‘세계 1위’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만, 알짜인 설계부문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선사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능력 향상에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설계능력이 세계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는 것. 장기 계획을 통해 한걸음씩 발전해 나가겠다는 것이 국내 조선사들의 목표이다. 이와 발맞춰 정부에서도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당장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업체들은 말한다. 장기적인 계획하에 국내 설계인력을 고급화할 수 있는 정부의 방안이 있어야, 우리 조선업계가 진정한 해양플랜트의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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