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에도 배를 살 찬스는 있다”

 

케이프·VLCC 등 총 21척 선대 거느린 ‘滄溟’ 세계가 주목
270만dwt 선복으로 국내 10대선사의 중위군에 ‘껑충 도약’

 

<이경재 사장 약력>△55년 서울 출생 △73년 성동고 졸업 △77년 한국해대 항해과 졸업 △77년-81년 대한해운공사 △84년-89년 보양선박 영업부장 △89년 10월 세화상선 설립 △97년-현재 창명해운 대표이사
<이경재 사장 약력>△55년 서울 출생 △73년 성동고 졸업 △77년 한국해대 항해과 졸업 △77년-81년 대한해운공사 △84년-89년 보양선박 영업부장 △89년 10월 세화상선 설립 △97년-현재 창명해운 대표이사

과거 S&P의 귀재로 불리던 창명해운의 이경재 사장이 그의 포부대로 세계가 주목하는 해운기업 오너(owner)로 부상하고 있다. 2년 6개월만에 그를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만났다. 최근 수개월간 세계 해운계의 뉴스메이커였던 창명해운이 또다시 궁금해서였다.


뛰어난 S&P(선박매매) 감각의 소유자라는 평판에 대해, 당시 이 사장은 “끊임없이 연구해서 얻은 결과”이며 “마켓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준비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수”라고 했었다. 아울러 그는 ‘소신’과 ‘결단력’을 강조했었다. 이를 착실히 실현함으로써 지금 창명해운은 호황기를 제대로 향유하는 해운기업의 대표가 되어 있다.

 

04년엔 한국이 주목했지만
지금은 세계 해운·금융이 주목
2004년 호황과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해 BDI 6,000P 시대가 지속되는 현 시점에서 창명해운은 더욱 빛나고 있다.

 

 2004년말까지 10척이 채 안되는 선대를 보유했던 창명은 그 이후 시황의 굴곡에도 소신껏 꾸준히 선박을 확보해 왔다. 이로써 현재 계약을 완료하고 올 6월과 11월, 내년초까지 인도받을 선박을 포함하면 총 21척의 선대를 갖춘다. 약 260만dwt의 선복량 규모로 국내 10위권 선사에 진입해 중위권(6-7위)으로 껑충 도약한다. 게다가 최근 5만7,000dwt급 벌커 4척과 18만dwt급 벌커 2척 등 총 6척의 신조 발주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창명의 계약기준 선대는 27척·300만dwt 이상이다. 이러한 창명해운의 성공적인 도약에는 이경재 사장의 마켓을 읽을 줄 아는 능력과 소신있는 결단력이 엔진이 되었다.


이제 창명해운은 그리스 선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해운계의 흐름을 리드하고 있는 듯 하다.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창명에 대한 소식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첫 호황기에는 한국 해운계가 주목했지만, 또다시 찾아온 지금의 호황기엔 세계 해운계는 물론 금융계가 창명을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해운계가 창명해운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더욱 공격적인 이경재 사장의 선박확충 행보에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벌크시황이 조정을 받으며 운임지수가 2,000p 전후를 이어갈 것으로 여러 선사들이 전망했고,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시황에도 업계는 반신반의하며 주시했었다. 호황으로 강화된 체질을 바탕으로 많은 국내 선사들이 꾸준히 신조 또는 중고선 도입형태로 선복을 확충하는 가운데, 창명해운도 케이프사이즈 벌커와 VLCC급 유조선 등의 대형선박을 다양한 형태로 계속 사들였다.

 

금융비 높은 대형선은 3-5년
장기용선으로 ‘리스크 헷징’
그중 업계를 놀라게 한 계약사건이 지난해말 이후 계속 잇달았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 5척을 패키지로 묶어 한꺼번에 매입하는 ‘패키지 딜(Pacage Deal)’을 척당 5,000만달러에 성사시킨 것이다. 주변에서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었다. 그러나 이 계약이 완료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벌크시황이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며 5,000p를 돌파했고, 이후 시황은 계속 좋아져 7,000p까지 내다보는 분위기다. 시황이 강세를 보이자 배를 넘긴 선주측이 1척은 인도하지 않아 4척의 케이프선박만 2억달러에 인도받았다.


창명해운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힘차게 전진했다. 그 이후 8,100만불, 1억 200만불, 1억 1,500만불의 생각지도 못했던 높은 계약단가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을 도입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창명해운의 과감한 선박확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에 이경재 사장은 “장기용선 등의 방법으로 리스크 헷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창명은 소형선의 경우 금융상환이 모두 끝난 상태여서 단기용선으로 운용하고 있고, 금융비율이 높은 대형선은 장기용선을 주고 있다. 소형선은 좋은 시황을 향유하는 한편 대형선은 지금의 시황보다는 사뭇 낮은 가격으로 3-5년의 장기용선을 주어 안정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것.

 

“버블도 마켓, 새로운 패러다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실제 지난해말부터 고가로 매입한 선박들의 경우 패키지 선박중 1척은 3년간 장기용선을 내주었고 나머지 3척은 각각 1년간 용선을 주었다. 장기용선을 준 1척의 선박은 3년뒤에 80%이상의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며 이같은 환경이 나머지 3척의 1년 용선을 가능하게 한다. 8,100만불에 계약한 선박은 6월에 인도받을 예정이며, 내년 4월부터 창명이 운영하게 된다. 이 선박은 이미 내년 4월이후 4년간의 장기용선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총 5년간 용선이 확정돼 있고, 5년 용선으로 선가의 85%를 커버할 수 있다고. 올해 11월에 인도받을 예정인 1억 200만불에 도입한 선박도 5년간 용선계약이 체결됐고, 내년 4월 인도할 1억 1,500만불에 매입한 선박 또한 장기용선(5년) 계약을 맺을 계획이며, 5월중으로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이경재 사장은 밝혔다. 향후 벌크시황이 긍정적으로 예측되고는 있으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의 의미로 장기용선으로 충실한 리스크 헷징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 


이 사장은 “2013년이면 지금까지 사들인 선박의 금융상환이 거의 모두 처리될 것”이라고 말하고 “2010년까지는 벌크시황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 이후 시황이 불확실하더라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도입선박 건별로 리스크 헷징을 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부연했다.

 

“2013년 이미 도입한 선박은 금융상환 다 끝나”
“중국이 성장속도를 완벽하게 늦추지 않는 한, 그리고 일본과 EU의 성장 속도가 늦추어지지 않는 한 물량증가는 지속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까지 시황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재 사장은 해운시황이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버블도 마켓이다”라고 주장했다. 해운시장에 투기세력이 개입한데 대한 나름의 진단이다.


주식이 고가에 사서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도 있듯이 이 사장은 “배를 저가에 살 수도 있고 고가에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버블도 마켓이라는 그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니 수개월만에 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선박을 도입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거다 싶다. 물론 요즈음과 같은 시황에서는 고도의 경험과 센스가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하고 소신과 결단성 등의 요소도 뒷받침해준 것 같다.


현재 창명해운이 보유한 선대(계약선박 포함)은 핸디사이즈 5척, 핸디맥스 4척, 파나막스벌커 2척, 케이프 벌커 8척, VLCC 2척 모두 21척. 그밖에 관계사에 여객선 수척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제외했다. 앞으로도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더 많은 선박을 도입해 선대를 계속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불황에 대비 하기 위해 적게 벌더라도 장기용선 헷징한다”
선도적으로 선박확충을 실현해나가는 이경재 사장에게도 불황에 대한 부담은 크다. 따라서 그는 불황에 대한 대비를 늘 생각하고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이 사장은 “불황에 대비하지 못하면 크게 낭패를 볼 것”이라면서 “2010년-2020년 기간중 언젠가는 엄청난 불황이 올 것으로 본다. 슈퍼싸이클 시황으로 변해있는 만큼 절대적인 운임지수들보다 ‘체감불황’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회사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헷징하며 간다”고 덧붙였다.


창명해운의 공격적 선대확충에는 운도 따라주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운도 실력”이라고 반박한다. 주변에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았지만 당시 시황을 주시하며 얻은 감(感)에서 실행한 것이지, 무리한 뱃팅이 아니었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제3자가 보기에, ‘능력’과 ‘노력’만큼이나 ‘운’이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그는 해양대 출신 CEO와 어린 후배들에게 ‘멘토(mentor)’가 되어가고 있다. 시황을 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없이 노력하고 준비해서 과감하게 투자하고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헷징을 하며 성장하는 창명이 성공적인 해운기업의 한 모델이 되고 있는 것. 그래서 이경재 사장은 실패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후배들이 급속도로 선대를 늘려가고 있다. 그들이 뒤따르고 있는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여기고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소홀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그의 해운업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 그리고 조심성을 느낄 수 있다.

 

일반인에 ‘해운알리기’와 ‘선원문제’ 해결 시급성 강조
현재 한국 해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선복량은 세계에서 3.5-4%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우리가 그리스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민족이 돈을 벌면 땅이나 집을 사는 것과 같이 그리스인들은 선박을 산다. 바다가 터전이기에 나오는 문화의 차이인데, 부존자원 없는 반도국인 우리나라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선원·선급의 문제만 개선된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해운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인에게 해운 알리기’와 ‘선원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해양수산부가 무엇을 하는 부처인지 해양수산인들만 알아서는 안되며 일반인들이 해운을 알아야 한다는 것. 해운기업들의 ‘사회환원사업’이나 ‘이미지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해수부 고위공무원들의 ‘바다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특히 이경재 사장은 선원문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선사들이 배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선원문제에 직면하는데, 이 문제가 선박도입에 발목을 잡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한국선원과 해운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 선원정책은 선원노조에 묶여 정부가 의지는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의 해법은 시급한 사안이다. 그는 외국인 선원의 고용이 확대된다해도 한국선원은 선사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관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재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려는 ‘승선 예비역제도’의 도입과 함께 사관양성의 교육시스템을 다양하게 갖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해양대 일반학과·일반대 출신에도
승선기회 부여 사관양성 창구 다양화
“해양대학 출신 중에서도 승선과만 배를 탈 수 있는데, 일반 타과 출신도 일정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승선자격을 부여하고 일반대학 출신 중에도 승선을 희망하는 경우 적절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사관이 되는 문호를 개방하는 등 ‘사람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고 그는 제안한다. 또한 “해양대학 출신이 배에서 내려서 육상 근무하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그들이 배에서 내려도 해운관련산업과 조선산업 등 종사할 일이 얼마든 있다. 역으로 사관이 될 인력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여긴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그의 새로운 해기사 양성관은 해운업계에서 이미 제기돼온 생각이기도 하다.  


창명해운은 벌크사업 부문 뿐만 아니라 해운관련 산업으로 사업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한·중(창명 라이너스:군산-청도 카페리) 한·일(팬스타라인닷컴)간의 여객 및 카페리항로에 업체 인수나 지분참여로 사업하고 있으며, 선박운용사(세계로선박금융)도 운용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KL-Net의 주식을 8.54% 매입함으로써 2대 대주주가 되는 등 한발 한발 해운관련산업내에서 사업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사상 초유의 벌크호황을 한껏 향유하고 있는 창명해운의 발걸음 마다 국내외 해운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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