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사안전연구실장
김수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사안전연구실장
최근 해사안전분야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e-Navigation(이하 e-Nav)이다.
e-Nav는 지난 2005년 12월 IMO MSC 제 81차 회의에서 영국, 미국, 일본, 노르웨이 등이 공동의제로 도입을 제안한 이래, IMO, IALA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세부 실행계획 수립과 국제 표준화를 거쳐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이행될 전망이다.

e-Nav는 '부두(출항지)에서 부두(도착지)까지의 항해 및 관련 서비스, 해상안전과 보안, 그리고 해양환경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전자적인 수단을 통해 선박 및 육상간 항행정보를 조화롭게 수집, 통합, 교환, 표현 및 분석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정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e-Nav는 선박에서는 어디에서나 통신을 이용하여 필요한 항행안전정보를 이용하고, 육상에서는 선박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통합 해상운송 및 해양안전체제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e-Nav 도입에 있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활용은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e-Nav는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뿐 아니라 해사안전, 해운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개별산업분야의 경쟁력을 살려 다른 나라에 한발 앞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관련기술 개발 및 세계 시장 선점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e-Nav를 이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선박에서는 차세대 전자해도, AIS, 통합항법장치, 선내 유무선네트워크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또한 육상에서는 각종 해사정보의 실시간 처리, 항행관련 빅데이터 처리, 원격선박관리 기술 등이 마련되어야 하며, 선박과 선박, 선박과 육상간 정보교환을 위한 데이터 통신기술이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연안역 통신뿐 아니라 위성통신이 포함된다.

e-Nav 도입은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지지와 공감속에 기술적인 검토와, 표준화, 현장 테스트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되겠지만 도입의 시기와 속도 및 범위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적지 않고 e-Nav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 대한 해석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IMO가 e-Nav 서비스를 위해 제안한 17개 MSP(Maritime Service Portfolio)중 MSP 9(선내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는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 : ICS)의 반대로 의견이 삭제되었으나 항해안전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제시되고 있다. 때문에 e-Nav를 선도하고자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제적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넘어 e-Nav 도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의제와 기술표준을 적극 제안하고 관련 국가와 국제기구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상운송, 해상안전, 조선시장에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e-Nav는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각국의 입장과 관련 사업기회를 선점하려는 주체들 간의 이해가 격돌하면서 향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e-Nav 추진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한 전략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 수립 중인 계획에 이들 요인들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e-Nav 도입 이전에 관련 현안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Nav 도입의 실제 주체는 해운선사라 할 수 있는데 선사들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신조선박의 ICT 장비 선가 비중이 8%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데 10년 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바, 선주들은 현행 장비의 업그레이드나 최소한의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해양사고는 선박에 첨단기술과 장비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해양사고의 80% 이상이 인적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e-Nav가 승선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사고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Non-SOLAS 선박이라고 통칭하는 소형선박 및 어선에 대한 적용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해양사고의 74% 이상이 100톤 미만의 소형선박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e-Nav는 선박간 정보교환뿐 아니라 선박과 육상간 정보공유와 활용이 크게 증가하게 되므로 육상부문의 투자도 선박과 병행하여 조화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 간의 정보공유에 따른 보안 및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e-Nav의 도입과 이행은 복잡한 국제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전문가 그룹을 통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과 관련주체들의 수요에 적합한 시스템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e-Nav가 사고를 예방하고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줌으로써 강행규정으로 적용되기 이전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용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Nav 대응,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여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세계적 수준의 해운, 조선, ICT 부문의 산학연 관련 주체들과 함께 e-Nav를 우리나라 해사산업의 새로운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만들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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