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 오는 저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충남출신 작사가 조운파 학창시절 인천 연안부두 삶 그려
1979년 김트리오가 불러 빅히트…연안동 친수공원엔 노래비

어쩌다 한번 오는 저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에 꿈을 싣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 다오 말해 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바람이 불면 파도가 울고 배 떠나면 나도 운단다
 안개 속에 가물가물 정든 사람 손을 흔드네
저무는 연안부두 외로운 불빛 홀로선 이 마음을 달래주는데
말해 다오 말해 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연안부두 노래비
연안부두 노래비

‘연안부두(沿岸埠頭)’는 1979년 혼성노래그룹 김트리오가 부른 대중가요다. 김트리오는 이해연과 작곡가 베니 김(본명 김영순)의 자녀 김파, 김단, 김선 3남매로 이뤄졌다.
조운파(본명 조대원) 작사, 안치행 작곡의 이 노래는 올해로 35년째가 되지만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불리고 있다. 멜로디가 부드럽고 노랫말이 쉬워서다. 1980년 김트리오의 1집 음반에 실린 ‘연안부두’는 나훈아, 윤수일, 김수희, 조관우, 윙크 등 여러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연안부두 노래가 담긴 음반 표지
연안부두 노래가 담긴 음반 표지
가요에 나오는 부두는 만남과 헤어짐이 엇갈리는 곳이자 설레임과 망설임,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있는 삶의 현장이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임과의 애달픈 사랑의 자리로 보편성을 갖는 장소이기도 하다. ‘연안부두’는 대중가요가사들 중에서도 항구의 정취를 잘 그린 곡으로 꼽힌다. 노래 1절은 배의 들고남을, 2절은 헤어지는 사람들 광경을 정감 있게 나타내준다. 항구로 들어오는 배나 떠나는 배를 사연을 갖고 오가는 배로 나타냈다. 2절에선 더욱 애절함이 그려진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이나 가족들의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애달픈 헤어짐이기에 파도소리마저도 우는 것처럼 들리고 멀어져가는 배에서 안타깝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안개와 함께 가물가물 사라지고 있다. 해는 지고 불빛이 하나 둘 켜지는 항구가 그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런 운명을 스스로도 거부하고 싶어 “말해 달라”고 외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처럼 ‘연안부두’는 항구에서 이뤄지는 기쁨의 만남과 눈물의 이별 정경을 잘 그려내 대중들로부터 인기다.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7가 88번지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7가 88번지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천 연안부두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

연안부두는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동에 있는 인천항부두를 일컫는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곳엔 국내·외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덕적도 등 서해안의 섬들을 오가는 정기여객선과 제주도행 초대형여객선이 닻을 올리고 내리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중국 등 국제선여객선을 탈 수 있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다.

노래 ‘연안부두’는 어떤 배경과 동기로 만들어졌을까. 추억의 전통가요들은 빠른 템포의 요즘 신세대곡들과 달리 뭔가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1943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태어난 조씨는 학생시절 인천으로 전학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은 없어진 하인천부두에 자주 놀려갔다. 그는 바닷가에 앉아 오가는 배를 보며 장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 무렵엔 인천연안부두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래서 고깃배나 섬을 오가는 조그만 배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가끔 외국을 오가는 무역선들도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봤다. 이별하는 사람, 감격적으로 만나는 사람,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또 한쪽에선 생선을 파는 사람, 손님 소매를 잡아끄는 창녀 등 민초들 모습을 보곤 했다. 그는 그 때 연안부두에서 보고 느꼈던 삶의 애환, 로맨스, 절망, 눈물, 기쁨들을 가슴에 새겨뒀다가 훗날 노래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작사하게 됐다.

조씨는 해군하사관으로 복무한 뒤 상경해 순수문학동인회에서 활동했다. 시를 쓰다가 1975년 오아시스레코드사 문예부장으로 있으면서 작사활동을 시작했다. 나중엔 ‘날개’, ‘칠갑산’, ‘도로남’ 등을 작사·작곡하기도 했다. 지금은 교회 선교사로 봉사 중이다.
인천시 중구 연안동의 연안부두 친수공원 해양광장 쉼터엔 ‘연안부두’ 노래비가 서있다. 인천시가 1970~80년대 심금을 울렸던 인천시민의 애창곡이자 전 국민의 인기가요인 ‘연안부두’를 기념하기 위해 1999년 가을에 세운 것이다. 연안부두엔 7층 규모의 해양광장전망대와 카페, 유람선선착장, 4D입체영상관, 해수탕, 돌고래분수, 동물원 등 재미와 호기심 가득한 곳이 많다. 도로주변엔 ‘바다쉼터’, 연안어시장, 회센터들도 자리 잡고 있다.
 

‘연안부두’는 스포츠응원가로도 유명
4분의4박자, 고고리듬으로 나가는 ‘연안부두’는 스포츠응원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야구경기 땐 단골곡이다. 노랫말을 보면 스포츠와 전혀 관계없음에도 인천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경기 때 자주 불린다.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 등 인천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들은 물론 인천고, 제물포고, 인하대 등 인천의 학생스포츠팀들까지 오랫동안 응원가로 써오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문학구장 홈경기 때 8회 초가 끝나면(원정경기 땐 7회 말이 끝난 뒤나 8회 말 종료 후) 경기장스피커를 통해 이 노래 1, 2절이 흘러나온다. 인천 문학야구장 3루 스카이박스 아래 가로 전광판에 이 가사가 나와 1루 쪽 관중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돕는다. SK와이번스 팬들에겐 환희의 송가와도 같은 곡이 ‘연안부두’다. 지난 2009년 9월 2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선 이 노래 작사가 조운파씨가 ‘연안부두’ 노래발매 30주년을 기념해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시작 전에 시구를 하고 경기가 끝난 뒤 ‘연안부두’ 노래를 테마로 한 불꽃놀이 이벤트도 펼쳐졌다.

야구와 더불어 배구·농구경기장에서도 이 노래는 빠지지 않는다. 프로배구 V-리그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홈경기 중 1세트 첫 번째나 3세트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시간 때면 이 노래가 나온다. 다만 테크니컬 타임아웃시간이 30초여서 문학야구장과 달리 1절만 나간다.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 엘리펀츠의 홈경기 중 정규작전타임을 이용해 이 노래가 방송된다. 주로 3쿼터나 4쿼터 등 후반부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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