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해적예방법’ 발의 예정, 관련업계 의견차로 ‘막판 조율중’

 
 
국내에 뚜렷한 규정이 없었던 해상보안업체와 해상보안요원의 자격기준을 담은 해적예방법이 마련돼 올 상반기 중 발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해상보안업체의 자격기준이 민감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관련업계와 정부의 의견차이로 인한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해적예방 및 대응에 관한 종합적인 법률을 마련하기 위해 해적위험해역 지정, 선원대피처 설치 등 기존규정을 포괄하는 해적예방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적행위 예방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안’ 초안을 제시하고 관련부처 및 선사, 선박관리업체, 해상보안업체, 해경 등 관련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해왔다. 현재 동 법률안은 의원입법으로 상반기 중 발의될 예정이며 이에 모 의원 측과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법인 설립, 자본금 3억원, 20명 요원 보유
정부전투요원 3년 이상, 선장 허가 시 무기사용
‘해적행위 예방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 법률안은 해상보안업체와 해상보안요원의 허가·자격기준 및 무기류의 사용·관리 등 해상보안 서비스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제시된 초안에 따르면, 해상보안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3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고 20명 이상의 민간해상보안요원을 보유해야 한다. 해상보안업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업체는 △해상보안요원 고용과 훈련에 대한 절차서 △무기류를 포함한 장비의 조달·사용·유지보수·보관·운반에 대한 절차서 △무기류의 사용훈련, 승선 적합성 훈련, 의료관리자 교육 등 필수 교육 및 훈련 계획서가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보장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선박에 승선하는 해상보안요원의 자격요건도 마련했다. 해상보안요원의 자격기준으로는 일반적인 자격기준에다가 정부가 운영하는 전투부대에서 전투요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 경호기관 등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무장보안요원의 탑승도 가능하게 됐다. 위험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이 해적피해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무장해상보안요원을 승선시킬 수 있도록 했다. 무장요원이 선박에 승선하려면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의해 위험성 평가를 받아야 하고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인증받은 기관이 위험성 평가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

해적위협을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무장요원이 선장의 허가를 받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박 내 반입된 무기류의 사용에 대한 결정권한을 선장에게 부여하여 선원과 선박의 피해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으며 선박소유자(선장)와 해상보안업체(해상보안요원)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여 해상보안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방 분쟁을 미연에 방지토록 했다.

무장해상보안요원이 사용하는 무기의 사용절차 및 관리 방법 등도 규정하여 IMO 등 국제적 권고기준에 적합한 무기안전수칙을 갖추도록 했으며 무장해상보안요원이 사용하는 무기류는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적행위자의 법률 적용 및 구속 절차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해적행위 관련 선박 등은 현행범으로 간주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게 했고 구속영장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청구토록 했다. 이밖에도 동 법률 초안은 해적대응센터 설치, 해적선 폐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률안이 발의되면 해적행위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고 국내 해상보안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도양과 아덴만 일대 등 위험해역을 지나는 국내 선박에는 보안요원의 탑승이 필수적인 일이 됐으며, 해상보안업체의 자격기준과 관리감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이에 해상보안업과 보안요원에 대한 관련 규정이 정비되어 국내 해상보안서비스의 질도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국내 해상보안업체가 활성화되면서 고용창출과 외화유출 방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해상보안시장은 20여개의 국내 업체 뿐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대리점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해상보안업체들은 동 법률안의 도입에 대해 대부분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 ‘해상보안업 자격기준’ 민감 반응
“메이저 용선주 비즈니스 고려해야”
하지만 해상보안업의 자격기준을 둘러싸고 선사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해상보안업의 자격기준이나 요원의 탑승기준에 대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열린 간담회에서 선사 측은 “글로벌한 시장상황에서 국내 해상보안업체만 선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동 법률안에 대해 다소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외 메이저 용선주들의 경우 자사 선박의 보안업체 선정기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셀러마켓이라는 해운의 특성상 이들과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일 메이저들은 보안업체와 요원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인도양과 아덴만에 들어갔을 때 오일메이저들이 자신들의 명성이 떨어진다고 보안요원을 태우지 말라고 한 적도 있어 이 문제를 가지고 한창 싸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오일 메이저들은 보안업체의 업무수행능력과 요원의 자질 및 경력, 교전상황 발생의 대응절차 등 뿐 아니라 재정상태 보고서 및 인증서 등 자세한 문서들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선사들은 비용이 비싸더라도 그들이 요구하는 공신력 있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외국의 유수 보안업체를 선정해 요원들을 승선시켜왔다는 설명이다.

해수부가 주최한 간담회에 선사 측으로 참석했다는 한 관계자는 “국내 선주와 용선주 간에 사업을 하면 문제가 없으나 해운은 글로벌한 사업이다 보니 외국선주와 용선주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서 “메이저 용선주들이 해운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정부가 선정하는 보안업체를 사용하라고 하면 용선주는 다른 바이어들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사 측은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제성을 최소화하고 법률을 합리적으로 완화하여 선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선사 관계자는 “정부의 해적예방법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해상보안서비스산업 발전에 동 법률안이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갑자기 정부가 자격기준으로 국내 보안업체만 들어오게 만들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해상보안과 관련해서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선주사에게 돌아온다. 해외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낮은 국내 업체만 쓰라고 하는 것은 영업문제, 신뢰도 문제 등으로 현실과 맞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동 법률안은 앞으로 1차례의 최종 조율을 남겨두고 있다. 이와 관련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그 동안 해적예방법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선사와 보안업체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설명회를 가졌다”면서 “현재 법률안이 마련된 상태에서 발의를 추진 중이다. 최종 법률안에 대해서는 발효시효가 있어도 시행단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1번 더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IMB(International Maritime Bureau)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건수는 2011년 439건, 2012년 297건, 2013년 264건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의 해적사고는 감소한 반면 서아프리카 해역에서의 해적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선박수가 직전 4년간 보다 5.3배 늘어났고 피랍선원은 최근 3년 동안 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1월 카메룬 국적 화물선 ‘SAN MIGUEL’호가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 항해 중 해적에게 납치돼 선원 3명이 인질로 잡히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13년 해적피랍은 12척이며 300여명이 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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