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teu 선박 나온다면.. ‘극초대형선’ 시대 항만 터미널은?

 Cargotec이 상상한 2060년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Cargotec이 상상한 2060년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1만 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재 1만 9,000teu 선박이 건조되는 등 선박의 초대형화는 급속도로 진행돼 왔다. 머지않아 2만teu~3만teu의 ‘극초대형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항만산업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항만 전문가들은 항만의 자동화와 고생산·고효율화가 미래 항만터미널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올 하반기 개장할 로테르담 'Massvlakte2' 터미널은 현존하는 자동화 터미널의 가장 진보된 모습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며, 글로벌 항만업계와 전문가들은 그 이후의 터미널 패러다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첨단 항만기술 총 집약된 로테르담 ‘Massvlakte2’ 연말 개장
세계 항만업계는 올 연말 개장하는 로테르담 Massvlakte2 터미널을 주목하고 있다. 현존하는 모든 항만 자동화 기술이 총 집약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assvlakte2는 세계 항만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PM T가 운영하는 동 터미널은 컨테이너 야드와 열차 터미널간 컨테이너 전자동 환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유일한 터미널이며, 터미널 빌딩에서 컴퓨터를 통해 갠크리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전면 자동화된다. 고생산성 Lift AGV(자동화 이송차량, Automated Gudied Vehicle)는 동 터미널에 적용되는 또 하나의 혁신적인 기술이다. 배터리를 동력으로 하는 동 차량은 한번 충전으로 8시간 운전이 가능한 무인자동화 시스템이다.
 

야드 운영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된다. 26개 자동화 크레인과 ‘Houskeeping System'은 한 선박의 하역작업이 끝나자마자 자동으로 컨테이너 위치가 조정돼 다음 선박과 트럭의 접근을 위한 최적의 위치를 배정한다.
 

Massvlakte 2 터미널의 자동화 계획은 크게 생산성, 지속가능성, 지능화, 안전성의 네가지 키워드를 목적으로 추진된다. APM T측은 “선박 대형화와 더 빠른 화물처리를 원하는 화주의 요구는 터미널 운영사로 하여금 더 ‘SMART’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 유럽 터미널의 높은 지대와 인프라 비용을 감안했을때 높은 효율성을 갖춘 터미널을 갖춰야 하고, 이러한 기술을 잘 배열하고 활용해 최대한의 생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Massvlakte 2 터미널의 신 기술은 ‘Green Energy’를 통한 지속가능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동 터미널의 동력은 모두 전기로 이뤄지며 이는 CO2, NOx 등 배출가스의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외에도 철도와 바지선 및 연안선 네트워크는 동 터미널의 친환경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APM T측은 “Massvlakte2는 Le-Harve항, Hamburg항 대비 20~25%의 높은 생산성을 보여 줄 것이며, 컨테이너 처리속도가 2배 가깝게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대형선은 선사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며, 항만산업은 선사의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대형선을 가장 신속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외신을 통해 전했다.
 

“2만 5천~3만teu 선박 출현한다면, 현재 항만으로는 처리 불가능”
Massvlakte2가 현존하는 최신식 터미널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글로벌 항만업계는 미래 항만터미널에 대한 연구(R&D)를 지속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미래에 출현할 수 있는 2만 5,000~3만teu급 극초대형선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항만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항만시스템 개발회사인 Cargotec은 동사 홈페이지를 통해 2060년 컨테이너 항만 터미널의 예상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공개했다.(사진참조) 대형선에 실린 컨테이너 박스를 선박 위 돔에 설치된 크레인이 원형 형태로 회전해 처리하고 있다. 현재의 일렬 방식 크레인으로는 초대형선의 컨테이너 박스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상상에서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실제로 등장할지는 미지수지만, 차세대 컨테이너 터미널은 분명 현재와는 다른 모습과 패러다임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그린포트·무 인자동화·고생산성이 미래 터미널 핵심 3대 요소
미래 항만터미널은 크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그린포트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는 무인 자동화 터미널 △선사 요구에 대응하는 고생산 터미널 등 3가지 요소가 집약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항만물류 R&D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최상희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항만도 디젤이나 화석연료 부문을 전기나 다른 동력을 쓰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기존 유인터미널에서 무인 자동화 터미널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문은 선사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항만을 건설하는 것이다. 어느나라 항만이건 자국의 항만이 글로벌 중심항만으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고객의 니즈를 얼마만큼 부합할 수 있는가가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 결국 고객의 니즈는 선화주의 니즈가 될 것이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만큼 본인의 화물과 선박을 빠른 시간안에 처리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최상희 실장은 “선화주들이 향후 어떠한 운송수단을 채택할 것인가 예측함에 있어서, 초대형선으로의 선대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고 말하며, “처음 1만 5,000teu 선박이 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문기관들은 항만 인프라가 그에 따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이제는 그 이상의 선박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대형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선박의 진화에 대비해 고생산·고효율 항만을 준비할 것이냐가 항만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신항 2-3 터미널도 생산성 완벽하지 못해” 미래 항만R&D 필요성 지적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은 어느정도의 수준이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국내 항만 터미널 중 가장 최신식 터미널인 부산신항 2-3단계 컨테이너터미널BNCT은 2012년 개장, 아시아 최초로 도입된 수직배열 컨테이너 장치장과 무인 자동야드크레인, 스트래들 캐리어 등 최첨단 하역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연간 184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공칭하역능력은 세계 어떤 터미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최상희 실장은 동 터미널에 대해 “수직형 야드구조로 터미널 내에서 움직이는 모든 차량의 동선이 분리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도, “그러나 자동화가 고생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생산성이라고 하는 것은 선박의 화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야드하역 시스템을 갖췄느냐는 것인데, 2-3 터미널의 수직배치는 네덜란드의 터미널과 유사하지만 생산적인 측면은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와 싱가폴 등 항만 선진국들은 이미 미래형 터미널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있고, 글로벌 항만운영사들도 자체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R&D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KMI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의 연구활동은 진행되고 있지만,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만큼 국가가 주도하는 R&D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업계가 침체상황으로 미래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면서, “글로벌터미널 운영사 육성을 위한 정책이 제시돼야 하며 미래형 터미널의 연구과제도 국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외국 항만들은 컨선 대형화와 P3네트워크 등 거대 얼라이언스 등장에 발맞춰 항만시설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London Gateway가 연간 16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탄생했으며, Massvlakte2는 연간 5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터미널로 올해 개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앤트워프항은 초대형선 처리를 위해 수심을 증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항만시장은 매년 항만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5위 항만인 우리나라 부산항이 동북아 중심 무역허브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경쟁자들보다 앞선 전략과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는 1만 9,000teu급은 또 한번 세계 최대 컨선의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날로 초대형화되고 있는 컨테이너 선박에 대응하기 위한 항만기술과 연구는 필수적이다. 미래 항만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 또 우리나라 항만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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