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컨 전용선박 탄생, 연관기술 개발도 늘어

 

신선·냉동·냉장 화물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조선업계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한창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리퍼 선박(Reefer Vessel)으로 불리우던 냉동·냉장선의 시대가 저물고 리퍼 컨테이너(Reefer Container)를 수송하는 선박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리퍼컨만을 수송할 수 있는 풀 리퍼 컨테이너선(Full Reefer Conatainer Ship)이 국내 조선사에게 발주됐고, 조선사들은 리퍼컨을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리퍼컨 제조 업계도 생산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IT기반 리퍼컨 모니터링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리퍼 컨테이너(이하, 리퍼컨)는 195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온도조절이 가능한 컨테이너가 개발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해상운송에 사용된 것은 1960년대 중반, 별치식 리퍼컨(porthole reefer container)이 개발되어 컨테이너의 대량수송이 가능하게 됐다. 컨테이너 자체에 냉동·냉장설비가 갖춰져 있는 내장식 리퍼컨은 건조·수송 비용이 비싼 반면 운영상의 신축성과 다품종 소량화물의 Door to Door 운송에 적합하며, 컨테이너 자체에 단열장치만 되어 있는 별치식 리퍼컨의 경우 대량의 동종화물을 수송하는데 있어서는 더욱 경제성이 있다.


이후 꾸준히 증가됐던 리퍼컨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3가지 중요한 기술적 변화를 맞이한다. △컨테이너의 설정온도를 ±0.2℃ 이내로 유지·제어할 수 있게 됐고 △공기제어법(Controlled Atmosphere)의 도입으로 컨테이너내의 화물 보존기간을 크게 연장시켰으며 △온도를 -30℃이하로 설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리퍼컨은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2000년대 이후 기존 냉동선 시장을 대체하며 수송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과일, 어류, 육류 등 기존 냉장화물은 물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의약품, 의료기기 등 특수화물 수송에도 리퍼컨이 이용된다.

 

-45℃까지 급냉기술 발전, 온습도 관리, 고효율·친환경 리퍼컨 개발
“국내 연간 3,000~6,000개 리퍼컨 유통”

이처럼 신선화물 수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리퍼 컨테이너는 현재 캐리어(Carrier), 써모킹(Thermoking), 다이킨(Daikin), MCIQ(Maersk Container Industry Qingdao) 등 4개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18℃를 유지할 수 있는 리퍼 컨테이너는 설정에 따라 -30℃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며, 최근에는 -45℃ 이하로 온도조절이 가능한 제품은 물론 급냉속도(cool-down speed)가 빠르거나 온·습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제품 등 다양한 기술이 선보여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해운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고효율·친환경’ 수송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최소한의 전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 중이며, CO2 냉매를 이용해 냉각할 수 있는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신선화물 등 소비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 주요 선사들도 리퍼컨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리퍼 컨테이너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던 리퍼 컨테이너 판매량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상황이며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리퍼컨 제조사 국내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통상 연간 3,000~6,000대의 리퍼컨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지난해는 약 4,000대 이상이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 대형선사들이 약 2,000대씩, 중견선사들이 각각 200~400개 정도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극심한 해운불황으로 거래 방식은 과거와 달라졌다. 호황기에는 직접구매(Direct Purchase)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컨테이너 임대업체를 통해 확보하는 추세이다. 이에 대해 국내 컨테이너 임대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컨이나 리퍼컨 모두 임대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리퍼컨의 경우, 가격 자체가 드라이컨에 비해 훨씬 고가이다 보니 임대가 대부분이고, 임대업체들도 계절 성수기를 맞아 리퍼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미포조선, 청과업체 Dole社로부터
세계 최초 ‘풀 리퍼컨선’ 수주

이와 같은 경향은 조선업계와 관련 기자재 업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최초로 ‘풀 리퍼 컨테이너선(Full Reefer Container Ship)’을 수주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7월 9일 세계 최대의 청과 생산·판매업체인 ‘돌(Dole Food Company)’社가 770feu급 리퍼컨선 3척을 발주한 것으로, 선가가 척당 5,500만불·총 1억 6,500만불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특수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말부터 동 선박을 건조해 2015년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동 선박은 길이 190m, 너비 30.4m, 높이 17m의 제원을 갖추게 되며, 바나나·파인애플 등의 청과와 각종 야채 등을 신선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수냉식 냉동·냉장 시스템(Water Cooling System)이 설치될 계획이다.  또 연비향상을 위해 설계시부터 파도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선된 선형이 적용되며, 연료분사 밸브 개폐를 개별 실린더별로 제어할 수 있는 전자제어식 엔진(M-Electronically Controlled Engine)이 장착된다. 이밖에 상하역 설비가 없는 항구에서도 빠르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도록 갑판 상부에 대형 갠트리 크레인 2기가 설치되고, 선수와 선미에는 ‘쓰러스터(Thruster)’를 각 1기씩 장착해, 항구 접이안이 용이하도록 조향성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화주·선사 맞춤형 리퍼컨 적재 기술 적용
현대重 ‘냉동컨테이너 전력공급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풀 리퍼 컨선이외에도 최근 일반 컨테이너선에도 리퍼컨을 적재하기 위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남미나 독일 선사들이 자사 컨선에 리퍼컨을 적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되는 과일 등을 싱싱하게 수송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만teu급 이상되는 컨선에 약 10%를 리퍼컨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선사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냉동장치나 냉각장치의 경우 이미 리퍼컨에 구비가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실어나르는 선박은 소켓을 통해 전기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선박용 냉동컨테이너 전력공급반은 선박에 적재되는 리퍼컨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배전반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68%를 기록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리퍼컨을 운송하는 경우 일반컨에 비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컨선에 적재된 리퍼컨은 운항 중에도 지속적인 확인과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온데크(on deck)에 3단까지만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재되는 컨테이너 사이에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래싱 브릿지가 현재 3단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이보다 위로 리퍼컨을 쌓게 되면 소켓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문제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운항 중 인력이 화물 이상여부를 점검하는데 있어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퍼컨끼리 한 곳에 모아놓는 경우 컨테이너에서 가동되는 냉각장치들이 뿜는 열기로 인해 화물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국내외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들은 리퍼컨을 보다 효율적으로 적재할 수 있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컨 관련 선박과 기술이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퍼컨 선박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측은 “풀 리퍼컨선의 경우 수요가 매우 제한적인 시장으로 현재로서는 향후 전망을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FTA 등 국가별 무역장벽이 점차 완화되는 추세임에 따라 청과물 등의 물동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퍼 컨테이너운반선의 선박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선사나 화주의 요구에 따라 리퍼컨 적재비율은 상이하기 때문에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신선화물이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온·습도 관리를 요하는 특송 서비스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장 확대에 대비해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와 결합한 리퍼컨 관련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실시간 냉동·냉장화물 운송상태 모니터링과 같은 서비스가 운송선사의 주요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박 내 냉동·냉장화물의 안전성 확보도 화주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유엔아이, 리퍼컨 관리 솔류선 ‘G2RMS’ 개발
실시간 리퍼컨 운송상태 모니터링

현대상선의 IT 기업인 현대유엔아이는 효율적인 리퍼컨 관리 솔루션인 ‘G2RMS(Global Reefer Real-time Monitoring System)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G2RMS는 크게 G2RMS-Headquarters, G2RMS-Vessel, G2RMS-Terminal 서비스로 구성돼 있으며, 선사-선박-터미널 간 실시간 리퍼컨 관련 정보를 선사와 화주가 직접 공유하는 서비스이다.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화주의 요구사항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음은 물론 수리업무도 최소화해 화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육안 모니터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실시간 대응미흡에 따른 손실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홀드 내 적재를 가능하게 하고 인력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리퍼컨의 폭넓은 관리가 가능하다. 다양한 메이커의 리퍼컨과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시켜, 어떠한 환경에서도 무선 중심의 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신 모니터링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유엔아이에 따르면, 동 시스템은 리퍼컨에 무선 태그tag를 부착해 리퍼컨의 온·습도를 관리하고, 정보수집장치인 리더기를 설치해 선박 정박기간 중에도 기본적인 업무관리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시간 알람, 이상 발생시 자동 감지 및 소리조치, 전자 매뉴얼 자동연계, 각종 기록 관리 등을 통해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선박 내 위성통신 시스템을 사용하면 육상 본사로의 리퍼컨 자료의 범위를 사용자가 지정한 후 송수신이 가능하고, 압축기능을 사용하면 가장 적은 비용의 위성통신료로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체 선단에 운송 중인 리퍼컨의 관리상태를 파악해 화주에게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도 있으며, 기항하는 터미널 시스템과 연계해 온습도 컨트롤 및 육상 운송구간과의 연계까지 가능하다. 동사 관계자는 “냉동·냉장화물은 운송인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관리가 잘못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력으로 할 수 없는 부문까지 제어할 수 있는 IT기반 리퍼컨 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선사들도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처럼 리퍼컨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글로벌 조선업계도 동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대형 조선사 위주로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기자재 시장의 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 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리퍼컨을 포함한 컨테이너 박스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국내 업체의 관심과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규모 중고 컨테이너 박스 취급 업체들이 컨박스 수리와 개조사업을 하는 것 외에 딱히 리퍼컨 관련 기자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동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