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RCEP, TTIP… 메가 FTA시대

 
 

동아시아 양자 FTA 및 거대 FTA 동시 진행, 전세계 377개건 체결
FTA 10주년 맞은 한국, 48개국 10건 발효

 

최근 거대 경제권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지역무역협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세계 FTA의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양자 FTA와 메가 FTA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국제 통상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1월 말 전 세계에서 377개의 FTA가 체결·이행 중이다. 1958년부터 2013년까지 WTO에 보고된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s) 건수는 381건이며 2000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향후 지역무역협정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도 중국-스위스, EU-캐나다 간 FTA 타결 등 전 세계 주요국들은 FTA를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거대 경제블록 간 다자 FTA협상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아태지역에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12개국이 참여하는 TPP,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ASEAN이 주도하고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동북아에서는 한중 FTA, 한중일 FTA 협상이 추진 중이다. 특히 RCEP, TPP 등 주요 FTA들이 협상 타결시한을 2014~2015년으로 정하고 있어 올해는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美·아태 12개국 참가 ‘TPP’ 초대형 FTA 부상
미국이 주도하고 아태지역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지난해 일본이 참여하면서 초대형 FTA로 부상했다. TPP는 전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거대 지역무역협정으로 총 21개 APEC 회원국 중 미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일본 12개국이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TPP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인 ‘21세기형 무역협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비관세 분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지난 2010년 3월 1차 협상 이후 지금까지 18차례의 협상이 열린 바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TPP에 대한 참여의사를 타진한 뒤 올 1월부터 TPP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1차 협의는 모두 마친 상태이다. 정부는 2차 예비 양자협의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대응방안 등 논의를 거쳐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EU와의 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의 협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TTIP 협상은 2013년 2월 양측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공식화되었으며 2014년까지 타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TTIP 타결시 EU는 1,200억유로, 미국은 900억유로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 선진국 간의 협상에서는 관세철폐에 따른 시장접근보다는 제도의 조화 등 규범과 국제통상 질서 수립에 중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총 16개국이 참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인 RCEP는 2011년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가 참여하고 있다. RECP 16개국의 인구는 34억명으로 세계인구의 48.7%를 차지하고, GDP는 21조달러로 전 세계 GDP의 29.5%에 달하며, 무역규모 역시 10.5조달러로 전 세계무역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RCEP 체결 시 EU, NAFTA, TPP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경제블록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RCEP는 2015년 협상타결을 목표로 올 한 해 총 4차례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의 TPP 참여와 동북아지역에서의 한중 및 한중일 FTA 추진, 아세안의 리더십 부족 등으로 추진동력이 다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FTA 체결국 교역비중 확대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현재 싱가포르, EFTA 4개국, 아세안 10개국, 인도, EU, 페루, 미국, 터키 등 총 48개국과 9건의 FTA를 발효한 상태다. 지난해 2월 한-콜롬비아 FTA 정식 서명이 완료되어 발효를 앞두고 있으며 호주와도 실질적 FTA를 타결했다. 올 3월에는 2005년 첫 협상을 시작한 지 9년여만에 캐나다와의 FTA를 타결했다. 
 

우리나라는 RCEP, 중국,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FTA 협상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한중일 FTA의 경우 농산품 등 품목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TPP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아세안 중심의 RCEP에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 및 영토 문제가 무역분야로 확대되기까지 하면서 한중일 FTA협상의 추진력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규모에서 FTA 체결국과의 교역 비중은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5,596억달러, 수입은 전년대비 0.8% 감소한 5,156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중 FTA 체결국과의 교역액 비중은 34.8%에서 35.4%로 증가했다.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은 2,106억달러로 전년대비 3.0% 증가했고 수입은 1,703억달러로 2.2% 증가했다.
 

FTA 체결국으로부터 신선농식품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FTA체결국 농축산물 수입동향’을 살펴보면, 2013년 우리나라 수입액은 304억달러로 평년 대비 25%, 전년대비 2.7% 증가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임산물(아몬트, 타피오카, 호두)이 65억달러로 21.4%, 축산물(쇠고기, 돼지고기, 낙농품, 닭고기)이 46억달러로 15.4%, 과일채소(기타과실, 바나나, 오렌지, 포도, 체리)가 24억달러로 7.9%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35%에서 34%로 감소한 반면, 호주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52%에서 55%로 증가했다. 오렌지·키위·체리는 주 수출국의 작황부진으로 전년대비 수입이 감소한 반면 포도는 페루산과 미국산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칠레 무관세 농산품목 473개 추가
한국의 첫 FTA였던 한-칠레 FTA는 발효 이후 10년 동안 교역량이 4.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3년 한국과 칠레와의 교역량은 15억 7,491만달러였으나 10년 뒤인 2013년에는 4.5배 증가한 71억 1,908만달러로 증가했다. 대칠레 수출은 5억 1,718억달러(2003년)에서 24억 6,147만달러(2013년)로 4.8배, 수입은 10억 5,772만달러에서 46억 5,761만달러로 4.4배 증가했다. 품목별 수입은 철강금속이 전체 수입의 78.2%를, 농림수산물이 13.0%, 화학금속이 8.6%의 순을 차지했다. 신선식품 중에는 돼지고기의 경우 FTA 발효 이후 10년간 중량기준 2배(1만 5,000톤→3만톤), 금액기준 3.4배(3000만불→1억 200만달러)가 증가했다. 대칠레 주요수입품인 포도는 중량기준 5배(9,000톤→4만 7,000톤), 가격기준 10.6배(1,400만불→1억 4,400만불)로 증가했다. 포도는 남반구에 위치한 칠레의 상이한 수확기 및 우리나라 계절관세(11~4월까지만 특혜관세 적용) 등으로 97% 이상이 우리나라 포도 수확 비수기인 1~5월 사이에 수입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부터는 ‘10년 철폐’ 품목의 관세가 추가로 철폐돼 양국 간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 우리나라가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삼겹살, 냉동과실, 키위, 냉동홍어, 사과주스 등의 농축수산물 473개의 관세가 추가로 철폐돼 무관세가 적용된다.

 

한미 FTA 발효 2년, 신선과일 수입 급증
한미 FTA를 발판 삼아 미국산 신선과일의 수입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품은 미국 전체 수입의 14.3%를 차지하는 주요 수입품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신선과일 수입액은 3,700억원으로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2,670억원에 비해 38.6% 늘었다. 특히 미국산 신선과일 수입이 봄철에 집중되면서 지난해 3~5월 수입과일시장의 44.2%, 국내 전체 과일시장의 9.1%를 장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미국산 과일 수입량은 레몬·포도의 경우 FTA 발효 전 보다 2~3배 늘었고, 오렌지·석류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늦겨울과 봄에 수입되는 미국산 과일은 같은 시기에 출하되는 감귤·딸기·참외·토마토를 대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산 체리는 FTA 발효를 기점으로 기존 24%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오렌지에 이은 두 번째 미국산 수입과일로 부상했다.


반면 2010년 구제역 영향으로 크게 상승했던 미국산 육류 시장점유율은 FTA 발효 후 하락 추세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5년 이후 2012년 처음으로 수입량이 감소하여 총 8만 7,192톤이 수입됐으며 이는 전년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한 수치다. 국내산 한우의 공급 과다와 경기침체로 육류 소비 증가폭이 작아지면서 미국산 뿐 아니라 전체 쇠고기 소비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2011년 구제역 발생 직후 당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요가 급증하여 수입금액도 증가했으나, 구제역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난 뒤인 2012년에는 국산 돼지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은 다시 구제역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미 수산물 교역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과의 수산물 교역규모는 발효 전 보다 24.6% 증가(3억 1,000만 달러→3억 9,000만 달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산물 수출액은 12.4%가 늘었으며 이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8.3% 늘어났다. 대미 수산물 수출은 품종별로는 다랑어(27.2%) 김(61.8%) 붉은 대게(501.5%) 활넙치(76.9%)가 증가세를 주도했으며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로 생산이 중단됐던 굴(26.1% 감소)과 국내 생산량이 감소한 미역(17.6% 감소) 등의 수출은 줄었다. 수입의 경우 관세혜택에 따라 바닷가재(1637.7%) 연어(698.9%) 먹장어(61.1%) 정어리(312.3%) 등을 중심으로 수입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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