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선사와 공생관계 구축에 정부 적극 노력해야”

주제: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의 배경과 의미, 관련업계에 미칠 여파,
       향후 해운법의 운영방안, 지속가능한 해운업 성장을 위한 정책정책 제언

 

패널: 양창호 인천대학교 교수,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사회·정리: 이인애 해양한국 편집국장

진행: 김승섭, 강미주 기자

일시·장소: 3월 17일 해사문제연구소

  
이인애 국장= 3월 6일 정부합동으로 발표된 ‘M&A 활성화방안’에 의해 사실상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이 허용됐습니다.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개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략투자자의 M&A시장 진입에 대한 제한 완화 차원에서 원유와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 추진 중인 해운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정책방향이 범정부 차원에서 공표된 것인데요. 정부는 단 3자물류의 촉진이라는 물류정책방향과 선화주간의 상생협력 정책방향을 감안해 해당화주의 자기화물 운송을 30%선에서 제한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앞으로 전문 해운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해운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본지는 수십년간 현안이던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을 어떻게 볼 것인지, 학계 전문가 2분을 모시고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학계는 동 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에 대해 진단하고, 향후 전문 해운기업들과 정부, 그리고 관련기관의 대처방안을 제시해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담진행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 아래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의 배경과 의미 △해운업계 미칠 여파 △향후 해운법의 운영방안 △지속가능한 해운정책방향 제언 순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배경과 의미에 대해 두 분 교수님의 견해를 듣겠습니다.

 

양창호 교수=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은 해운업계에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정도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대량화물 화주들의 해운업 진출에 대한 시도는 계속 있어왔는데, 이를 보는 시장의 의견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양창호 인천대학교 교수
양창호 인천대학교 교수
우선, 선사들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자사물량 수송’ 목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운업계는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운임 하락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자본과 물량을 앞세운 대량화주들 사이에서 기존 선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이죠.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국 자사 물량을 직접 운송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따라서 대량화주들이 해운업에 진출하면 그들의 물량을 처리하던 중소선사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은 자명합니다.
 

둘째는 대량화주들은 해운업 진출 억제는 ‘시장규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정성 확보와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가 들어 있습니다. 화주기업들은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정성을 잃은 판단이고 지나친 시장 규제라며 오히려 “세계적인 선사를 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시각은 M&A 등 건전한 투자는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다시말해,  M&A를 통한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시장진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을 필요로 하는 선사들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시장이 위축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금융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량화주의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는 관점입니다. 특히 팬오션처럼 덩치 큰 선사는 다른 선사가 인수하기에 벅찬 게 현실입니다. 외국선사가 인수를 희망해도 국부유출 등 우려가 있으니 차라리 국내 대량화주가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시각에 의거하고 있죠.

 

한종길 교수= 정부가 발표한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 중인 국내 해운업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운법의 관련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해운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LNG선 등 기간화물의 수송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여유가 있는 대형화주가 해운업에 자금을 공급하여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물론 해운업계가 우려하는 불공정 경쟁을 막는 안전장치로 대형화주가 인수한 해운사가 자기 화물을 30% 이상 수송하지 못하도록 제한키로 했죠. 이러한 정부의 대형화주 진출 허용은 국내 해운업체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고뇌에 찬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량화주의 해운업진출을 제한해 오던 정부의 정책변경은 일차적으로 경영상의 판단미스로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선사에게 있고, 또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정부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선사들의 현실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해운업의 전문화라는 시대조류에 역행하고 국내 선사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글로벌 선사는 해운업의 경기싸이클 변화가 심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선형과 선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또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좁은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국해운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일부 대형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했던 과거 사례를 보면 그룹사 이외의 타사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영환경에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량화주 계열선사의 성장은 자기물량에 국한되거나 자기화물을 기반으로 한 시장질서 교란의 우려가 큽니다.


한편 이 시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점은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과연 21세기에도 존립기반을 갖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량화주에게 빗장을 여는 것과 이것이 해당산업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해운 및 물류산업의 국제 경쟁력, 화주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필요한가를 따져보면 이번 정책결정은 조금 핀트가 맞지 않는 정책 대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창호= 이번 정책결정의 의미를 조금 더 보완하자면, 우리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언급한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에 대한 3가지 의견이 상존하던 차에, M&A에 의한 참여의 길을 터줘서 어려움에 처한 선사를 인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그간 문제가 돼온 국가 전략물자의 외국선사 수송문제가 언론에 나오면서 이같은 문제를 수습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대책은 해운업계 자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를 인수합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적선사의 해외매각으로 국가 전략물자운송권이 해외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됩니다. 특히 국가전략물자의 안정적인 수송에 대한 우려가 커져 결국 이번 정부조치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써 해운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대량화주들은 그동안 거양해운,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국내 최대화주인 포스코, 해운물류 강화를 공식 선언하고 금년 들어 벌크선 부문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자동차, 유연탄 수입에 관심이 있는 한국전력과 발전 5개사 등입니다. 원유부문에서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이 모두 팬오션과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들 정유사 등은 자기 화물이 충분하기 때문에 해운사를 성장시킬 여력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종길= 그렇지만 이번에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빗장을 열었다는데 있어서, 정부가 기대하는 기대효과인 국부유출 방지와 글로벌 해운선사 육성이, 과연 이번 정책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과연 그런 회사들이 글로벌 선사로 발전할 수 있는가. 또한 그런 기업들이 우리나라 해운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배경이 비록 지금 당장의 해운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다보니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 정책의 의미는 매우 달라질 것입니다.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양창호= 특히 이런 정책의 의사결정을 누가 했고 주체가 됐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불과 한달도 안됐어요. 국무조정실에 규제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국내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대량화주 해운업 금지를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낸 지 채 한달도 안돼서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M&A활성화방안에 대량화주가 구조조정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표한 것입니다.


현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방향은 규제를 확 풀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하겠다는 3개년 계획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 기본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같은 정부에서 같은 시기에 결정한 정책이 이처럼 상치된다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 혁신에 대한 정부의 의욕이 세세한 개별산업의 특성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를 ‘혁신’하겠다는 상위의 경제정책에 밀린 감이 듭니다.

 

이인애= 네,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은 해운업계 미칠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전문 해운선사는 물론 한국해운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짚어보았으면 합니다.

 

한종길= 대량화주의 화물이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해운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되어왔습니다. 해운업이 갖고 있는 싸이클 산업이라 하는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좀 더 안정적인 수입확보가 가능한 대량화물들을 베이스에 깔고 우리나라 해운이 발전해 왔죠. 이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 글로벌 선사들이 모두 다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가장 안정적인 수익기반으로써 자국의 대량화물을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그런데 당장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게 되면 첫번째로 우려되는 것이, 우리 선사들이 글로벌 선사로 발전할 수 있는, 글로벌 선사의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에서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가능한 선형과 선종을 뺀다면 어려워질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중견선사들의 대량화주 물량이 제일 먼저 이탈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견선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대량화주가 시장에 진입하면, 해운시장 진출을 막는 새로운 진입장벽으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발전이라던지, 한국 선사의 안정적인 조업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편 시장운임 차원에서 본다면, 자사의 대량화물을 베이스로 해서 시장의 남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결국 국내의 한정된 시장에서 덤핑을 할 우려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미 기존에 경험을 했었고요. 해운과 유사한 물량 싸움하는 시장(택배 등) 에서도 자기물량을 일정점유율 이하로 낮춰라 하는 공정위의 규제에 맞추다 보니 덤핑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 안정조업기반 상실, 시장운임 교란  등의 문제가 당장 겪게 될 여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창호= 실질적으로 해운업에 미칠 여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조치의 긍정적인 면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지독한 침체 속에서 해운업계가 신규투자를 거의 못했는데 일부라도 신규투자를 할 수 있다는, 또 구조조정 중이거나 현금흐름에 압박받는 선사들이 대량화주를 통해 신규선박에 투자한다든지 선박금융을 일으키는 일은 있을 수 있겠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신조선을 한 척도 발주 못하는 상황은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의 적극적인 신조발주 행진과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중장기적인 선박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합니다. 어차피 현행 해운법상 대량화주가 해운사 지분을 최대 40%미만까지 확보할 수 있어 대형화주가 해운사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열려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대량화주의 진입이 지분확보를 통해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을 통한 진입은 그동안 해운업계 정서와 맞지 않다고 해서 진출시키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에 진출하면서 대신 자기화물의 30% 까지만 수송한다는 제한을 두는 것이 그나마 나은 조치라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내에서는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규제하는 해운법 24조 삭제에 대한 목소리가 대단히 높았다고 합니다. 이를 해수부가 한국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 법조항은 손대지 않고 M&A중인 해운기업의 인수 방식으로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내 입장이 정리된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 당국자는 대량화주의 진출을 어차피 법적으로 막을 수 없는 현실인데 이참에 30% 수송조건을 단 것은 ‘선방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때 주는 영향은 선종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선 컨테이너선의 경우는 전 세계 선사들이 초대형선의 건조, 선사의 초대형화 등 규모의 경제효과를 내세운 파멸적 경쟁을 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려운 상황이지요. 따라서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국영선사, 혹은 정부 밀착형 선사, 그리고 모기업이 자금력이 탄탄한 경우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세계 정기선사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민간선사 단독으로 대적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선사들은 모기업 그룹의 지원을 받는 체제로 소유구조가 변화되는 것은 순리입니다. 즉 오히려 대기업이 인수해서 자금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문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벌크선 해운의 경우는 이 조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량화주들이 자기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 운송사, 즉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되는 것입니다. 대량 수출입화물 화주가 직접 화물운송을 한다는 것은 해상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선사에게는 위협이 될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운송의 비효율성을 높여, 결국은 화주에게 그 비효율이 비용부담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해운업을 공부했거나 해본 사람은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들 압니다.  화주기업내 선박과 선장은 선박회사에서처럼 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인더스트리얼 캐리어는 비효율 요인도 모두 사내 비용으로 감내해버리게 됩니다. 많은 국가들이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의 활동에 제약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자가수송율에 대한 30% 제약조건은 제3자 물류를 촉진하겠다는 현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화주기업은 해운 자회사에게 물량을 몰아줄 것이 뻔하고, 마치 일반 물류기업이 물류자회사를 통해 2자물류가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산자부와 국교부, 해수부가 추진중인 3자물류에 기반한 물류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물류산업 선진화 방안’의  정책방향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해운산업 경쟁력과 물류산업 활성화라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거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간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논리의 비약일 수 있겠으나, 분명 그럴 개연성이 있습니다. 대량화주는 자기화물 운송권을 자회사에 줄 것이고, 해운사는 30% 운송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70%에 대한 운송권도, 누구에게 주든 간에, 다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실제로 자사물량을 자사 선사에 모두 주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대량화주는 운송권을 갖고 있는 자기화물 운송에 대해, 자체 해운업체의 수익성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보다 많은 물량에 대해 COA를 체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COA는 ‘원가+이윤’이라는 방식으로 운임이 책정됩니다. 10년간 운송계약을 예로 들어 케이프사이즈와 VLCC를 비교해보면, 케이프는 1일 2만달러 이상 보장해야 하고 VLCC는 3만달러 이상 보장해주어야 하는 구조인데, 불황기(2102년 기준)인 현물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운임은 케이프는 6~7,000달러에서 많아야 1만달러, VLCC는 5,000달러선까지 시황이 내려갔죠. 이 경우 대량화주가 운용하는 해운업체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불황에도 강한 체력을 갖춘 선사가 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국내 기간산업용 원자재 수송비가 해운전업사를 이용할 때보다 높아지는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평균적으로 장기운송계약을 많이 하는 자회사를 통해 들여오는 철광석과 석탄, 원유는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의 운송비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시적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년간 한전 자회사들이 일본계 선사에게 전체물량 18% 정도를 넘겨줘 사회적 비판을 받은 바 있죠. 이들 한전 자회사들은 한푼이라도 수입단가(비용절감)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대량화물의 COA는 그만큼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자회사에게 COA를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벌크선 운송시장은 COA뿐 아니라 일반 해운시장에서도 세계적으로 완전 경쟁시장이어서 세계적인 전문기업들도 많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데, 과연 화주기업 조직내에서 운영되는 벌크선사의 선박들이 운항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한종길=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은 일반 선박회사가 참여할 수 없는 시장이냐 참여할 수 있는 경쟁시장이냐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특수선입니다. 특수선은 선박이 크고 특수한 대형선, 특별한 하역설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송의 경험이 없고, 대형선박을 소유할 수 없는 자금적 여유가 안될 경우에는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직접 선박을 보유해 투입하는 케이스가 있고, 또한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선박을 보유함으로써 자기 생산물 시장을 확대하거나 비용을 상당히 절감시킬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대형화주가 해운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 즉 상당한 이익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참여하게 되면 어떤 영향이 발생할까 라는 측면에서는,  과거 일본의 경험을 예를 들면 1950년대 초반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전후재건을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철광석, 석탄,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석유회사, 철강사들이 다 계열해운사를 만들었습니다. 자금도 없고 해당화물의 수송경험도 없는 일본의 선사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선사들도 정부 자금지원을 받아야 겨우겨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같은 상황에서 신일본제철이나 쇼와석유 등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선박을 구입했던 것이죠. 이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 쇼와탱커, 다이이치쥬오기선 등입니다. 그런데 정작 해운불황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시장에서 넘어진 회사들은 그 회사들이었습니다. 결국 일본도 선복과잉과 시장불황기에 가장 약한 고리가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였습니다.

 

왜 약할 수 밖에 없었느냐? 결국은 고비용 구조를 극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면 이것이 해운불황이 아니라 철강불황 등 경제 불황이 같이 왔을 경우에는, 해운회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그를 극복할 수 있지만 이런 선사들은 단일 선종이거나 자사의 화물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해운시장에서는 선복과잉 투자와 고비용 구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도요타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자동차 수출을 시작하면서 일본 선사들을 보니까 그 어떤 선사도 자동차 경험이 없어요. 자동차전용선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요타가 1964년에 만든 회사가 도요후지해운이라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 전용선은 외항선 17척 내항선 7척입니다. 일본의 니혼유센이 보유한 자동차선이 120척. 쇼센 미쯔이 119척, 가와사키 80척입니다. 그러면 누가 도요타 자동차의 완성차 수송을 하고 있는가를 보면, 바로 일반선사(Common Carrier)들입니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들은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너무 지나치게 우리 상황이 이러이러하니까 화주기업에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하는데, 해운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글로벌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어떤 나라에서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활동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과 대만, 일본은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 우리와 직접 경쟁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전혀 이런 상상 자체도 없습니다. 일본도 그런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더스트리얼 캐리어가 시장에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주변의 사례에서 좀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신일본제철도 계열사 닛테츠해운을 1950년에 설립, 철광석 수송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선사인 신와해운과 합병된 NS유니이티드로 모든 수송을 이관했습니다. 또 스미토모의 그룹내 원료운반선사인 다이이치쥬오해운은 쇼센미츠이 계열사로 편입되었습니다.

 

이인애= 정부는 30% 자가화물 수송 등 제한을 해운법상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방안을 통해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에 따라 우려되는 폐해를 방지해보겠다는 방침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관련업계와 일부 언론에서는 해운법의 존치 자체도 의미가 없다며 이번 정책결정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요. 현 해운법의 관련조항은 앞으로 한국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해야 할 것인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산학 협력을 통해 해운업과 물류업의 발전방안을 연구하고 제언해온 두 분의 견해는 어떠한지요?


양창호= 우리 해운법 24조가 화주의 해운업진출을 규제하는 조항이죠. 액면 그대로 보면 규제조항은 맞습니다. 지금도 정부 내에서는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해운법 24조의 규제조항 철폐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그 얘기가 또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최근에도 해운법 24조의 폐지가 검토됐는데, 해수부가 나서서 특수산업 발전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설득해 해운법 해당조항은 손대지 않는 대신 구조조정 중인 해운기업의 M&A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러한 상황들로 볼 때 해운법 24조가 영원히 규제조항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의심이 갑니다. 언젠가는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운업법 24조를 유지한다는 의미는 신규로 해운업에 참여한 기업이 적용받을 규정 정도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기존 대량화주는 다 M&A를 통해 진입할 수 있게 됐으니 그 의미도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관행대로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들어오는 것을 전통적으로 막아왔던 상징적 조항이지, 실질적인 의미는 M&A를 통한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이 허용되면서 사라졌죠. 또한 상징적 조항으로서도 퇴색되어 버린 상황입니다. 이제 해운법 24조는 해운업의 시장안정을 위한 조항으로서는 의미가 없고, 앞으로 해운업계와 화주, 정부 모두 새로운 시장질서 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종길= 정부가 하고자 하는 해운법 24조의 개정, 30% 자가화물 수송제한 조항이 과연 실효를 가질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저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30%를 가지고 또 다른 자기들의 관계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맹점이 많은 규정이 될 것입니다. 이 제한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책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그 무엇보다도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당국의 의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정책실현을 통한 한국해운의 장기비전과 정책실현의 틀 구축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장기비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의 글로벌 선사를 육성하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선사가 컨테이너정기선 부문과 부정기선 분야에서 석유, 철강, 석탄으로 대표되는 대량화물을 수송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경기변동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면서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 글로벌 선사, 그 선사는 우리나라가 갖고자 하는 제 3자 물류서비스가 가능한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것이죠.


정책실현의 틀 구축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30% 조항을 정부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시행령 차원에서 다양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암묵의 룰을 만드는 것입니다. 화주와 선사, 그 사이 암묵의 룰을 보장해주는 정부와 금융권, 종합상사로 이뤄지는 해운관계기관의 써클에 의해 강력히 규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그런데 현실은 정부가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실현을 위해 어떠한 도구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 의문입니다. 그렇기에 사실 그 조항 자체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왜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냐는 측면에서는 도요타 자동차는 물류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자동차회사이죠. 정시(just in time)물류를 실현한 대표기업입니다. 그러나 도요타가 완성차 수송을 하지않는 이유는 자동차 수송만큼은 커먼 캐리어에게 맡겨서 경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신일본제철은 오늘날 제철회사의 모델을 만들었죠.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임해지역에 일관제철소를 설립해 원료를 수입해 미국보다 더 싼 철강재를 만들었습니다. 신일본제철도 자회사를 통해 해운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도요타와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정책의 목표가 글로벌 선사를 육성해서 제3자 물류전문기업으로 육성하고 또한 철강, 자동차, 석유 등 관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운용한다는 목적과 방향만 정확하게 수립한다면, 정부가 해야할 일은 저절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인애= 끝으로 지속가능한 해운산업 성장을 위한 해운정책에 대해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기이후 전세계 해운업계가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등 여러 왜생변수들로 인해 좀처럼 난국을 헤쳐나가기가 힘든 환경인데요. 도산하거나 은행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이 양산된 가운데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해운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를 강구하면서 기업별 핵심사업에 대한 체력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부정기선해운부문에서 대량화물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은 선박금융의 안전한 담보로 부각되는 등 해운기업의 기초체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시점에서 국내에서는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의 빗장이 풀린 것이죠. 대형선사는 물론 중견선사들도 금융위기이후 대량화물의 COA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을 확보하고 해운업에 진출한다면 이들 전업선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한국해운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해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해운정책방향에 대한 좋은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양창호=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게 된 상황에서 해운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향후 해운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전문선사와 대량화주의 계열선사의 윈윈 시나리오와 시장교란 우려 시나리오입니다.


윈윈 시나리오의 경우, 대량화주의 해운기업이 자기화물의 30%만 수송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 국내 해운 전업사(제3자 물류기업)에게 COA를 체결한다면 양자 간 균형을 이루어 어느 정도 시장질서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림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발전용 연료탄을 연간 약 1억톤 정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일본 전력회사들은 공공성의 관점에서 100% 일본 해운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어 수송을 하고 있죠. 대량화주가 전업선사들과 상생한다는 착한 마음으로 시장을 유지시켜서 어느 정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기들도 경쟁을 한다면 윈-윈이 가능하겠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와 반대의 시나리오는 대량화주가 자기화물 30% 수송을 제한받지만 70%의 운송권리도 갖고 있기에 대량화주간 일감(물량)을 주고받으면 쉽게 나머지 물량도 처리할 수 있으며, 이 경우는 전업선사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현재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지목되고 있죠.  30% 자기화물 수송이라는 단서조항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제완화의 대상이 되어 언제든지 그 비중이 높아지거나 폐지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불황기에 해운시장에 진입한 대량화주가 살아남으려면 자사 물량이외에 타사물량도 운임 경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겠죠.

 

이렇게 해운업 진출 대량화주가 기존의 해운사와 상생하려는 노력 없이 물량확보와 대기업 계열 해운사의 성장만 외친다면 벌크선및 유조선 부문이 대량화주 선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존의 해운 시장질서가 교란되고 대다수의 해운사들이 고사위기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해운업에 진출한 대량화주가 기존 전업 해운사들과 상생하며 경쟁할 수 있는가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종길= 지속가능한 해운업 성장을 위한 해운정책에서 고려돼야 할 점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참여가 대량화주가 본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또 두번째는 해운업에 참여한다면 이것이 제살뜯어먹기식 경쟁이 아니라 전업 해운사간의 공생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과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없다면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지금이라도 막아야 합니다. 해운업에 진출한 화주가 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 정말 잘못된 판단이죠. 그리고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했는데 한국 해운회사의 존립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린다면 이것 또한 정책이 의도한 바가 아닐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해운업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에서 이미 가스공사의 사례가 있어요. 해운업계가 가스전용선을 확보하는데, 부족한 자금을 가스공사가 일부 공급하고, 선사들은 선박관리와 선대운용을 담당하면서 공유선을 건조했던 가스전용선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서라면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일반 선사들의 선복확보를 지원하는 형태, 예를 들어 ‘공유선’ 형태로 이뤄지고, 실제로 선박관리와 운항에 필요한 노하우와 인재들은 전부 일반 해운사들한테 있다는 점에서 선박관리와 운항은 전업 해운사와 협력하는 형태를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일본 선사들과 화주 사이에 협력적 공생관계 구축이라는 것에서 배울 필요가 있어요. 실제로 1964년 해운집약을 할 때에도 사실 큰 명분은 그리스 선주들이 일본 대량화주들과 장기운송계약을 맺으려 할 때, 일본 선사들의 안정적 경영기반을 흔든다는 우려가 매우 컸습니다. 당시 일본 대량화물 시장이 지금 우리와 똑같은 사례로 국부유출 측면에서 우려되면서 일본 화주와 선사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나온 것입니다. 이때 일본 선화주들도 단기적 이익을 노렸다면 협력을 안해도 됐을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이익, 국가적 이익 뿐만 아니라 자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봤을 때, 일본말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그래서 자기들만의 영업비밀을 만들어내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국선사를 육성발전시킨 것이 도요타자동차나 신일본제철, 파나소닉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했기에 협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이 양교수님 말씀한 대로 석탄 1억톤 중 단 1톤도 외국회사가 수송하지 않습니다. 국내 대량화주에게 타산지석이 될만한 오키나와전력의 사례가 있어요. 오키나와전력과 같이 물량이 적은 회사는 스팟시장에서 선복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런데도 오키나와전력은 일본선사를 이용한 장기운송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어요. 스팟에서  조달하려도 시도해보니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통해 적은 물동량이지만 일반선사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경험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화주가 시장에 진입해서 자기들 물량을 수송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 물동량만 수송하는 선사는 매우 비경제적이라는 것은 다 경험한 바입니다. 어떻게하면 선화주의 협력을 통한 공생관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갈 것인가가 중요하고, 그 첫번째 방안으로 공유선 제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인애= 공유선 제도란 선화주 간의 조인트벤쳐(JVC)를 말하는 것이죠? 가스공사와 국적선사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만든 코리아엘엔지크레이딩이 있는데요, 가스공사와 선사들이 실현한 조인트벤처 선례를 좀더 광범위하게 적용해야한다는 의미입니까? 일본의 경우 대량화물의 수입물량이 전량 일본선사를 통해 처리하는 것도 조인트벤처컴퍼니와 같은 개념으로 공동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인가요?

 

한종길= 네, JVC나 SPC를 말합니다. 일본회사들이 새로운 광구를 개발해 가스 수송할 때 선사만 선박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에 대한 지분을 선사, 가스회사, 가스개발 종합상사,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 그리고 선박을 만드는 일본조선소가 같이 공유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비용부담은 줄이면서 안정된 가격으로 선박운임을 설정하고 선박을 저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우리도 이런 틀을 만들어야 해요.


조인트 벤처의 의미를 조금도 확장시키자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선사와 화주, 금융기관, 조선소, 원자재개발 종합상사 등이 공동으로 선박확보에 참여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어느 누구도 참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하기에 선사도 일방적으로 높은 운임을 주장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국익 차원에서도 대단히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공유선 제도를 중심으로 한 공생관계 구축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하는 것이 제생각입니다. 우리 선사들이 일본화물을 수송하는 사례가 있어요. 그런데 그 물량은 일본정부가 최저가입찰로 단기계약 위주로 조달하는 미국발 곡물수송으로 팬오션이 수송을 맡았어요. 그래서 팬오션의 법정관리행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이 발생한 것이 일본정부가 조달하는 미국 옥수수였다고 합니다.


대량화물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해야 하고, 정부가 해운업의 빗장을 열 때는 정부가 반드시 선화주는 물론 연관산업 간의 공생관계 구축을 제도(법)뿐만 아니라 일본과 같은 ‘암묵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개발을 담당하는 종합상사,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 자금을 조달하는 정책금융기관, 선사, 화주 5개 주체가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안에서 틀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외국선사에 비해 높은 운임을 받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로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한국해운의 발전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주와 선사의 공생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행정지도를 통한 대량화주와 선사간 협력 모델 구축을 유도해야 합니다. 대량화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송과 이를 통한 물류비 절감이지, 해운업 참여를 통한 외형확대가 아닙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대형화주가 선사와 금융기관, 조선소 등과 공동으로 선복을 소유하고 선박운항과 관리는 전문선사가 행하는 일본의 대량화물 장기운송계약과 같은 형태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할 것입니다.

 

양창호= 대기업 집단이 소속돼 있는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해운업의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이고,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이 결정된 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형세입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대량화주와 선사간 상생전략과 해운산업 안정적 발전방안을 고민했죠. 상생전략의 핵심이 선사와 화주가 공급사슬 측면에서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양측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설명해왔던 것인데, 이제는 대량화주 소속 해운사와 순수 전업 해운사들간의 상생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상생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일반 물류기업의 경우 대기업 집단의 물류회사들이 여럿 있는데, 2자물류 회사와 3자물류 회사 비교해 보면 순수 3자물류 회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개 2자물류사의 하청업체가 되어 버렸어요.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2자 물류처럼 되는 대량화주의 해운회사가 30%는 직접 운송하고 나머지 70%에 대해서는 전업 해운사에 나눠주면서 옥상옥의 역할을 해 비용부담이 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상생전략을 세울 수 있냐는 것이 관건인데, 시장논리로 볼 때는 상생전략이 있을 수 없어요. 같은 해운업체이기 때문에 상생전략이 어려운 것입니다. 선주와 화주간에 논리적으로는 상생이 가능합니다만, 한 선사는 안정적인 물량을 가지고 있고 한 선사는 경기변동 상황에서 체력강화를 위해 기본물량을 더욱 더 뺏기게 되는 처지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상생전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조치의 후속적 대응으로 정부가 아주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시장 균형화 조치를 취한다면 모르겠는데, 그 조치도 마땅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규제완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또다른 규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커다란 위기를 맞은 전업 해운사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간 규제완화에 대해선 일몰제를 말하면서 오랫동안 예고가 됐던 상황입니다. 분명한 예고는 없었지만 그런 징후는 있어왔죠. 해운사들은 대비를 했어야 했고 지금도 대비해야 합니다.


한종길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일본화주들과 선사들이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자국선사를 이용하는데는 애국심과 공정성 측면이라는 사회풍토도 있었겠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경쟁력이 확보됐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손해를 뻔히 알고서 상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본회사들은 그렇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우리선사도 대기업 해운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훌륭한 노하우와 차별화된 정책, 선박회사가 가질 수 있는 유리한 면을 잘 활용해서 대량화주의 해운기업과 충분히 경쟁해서 유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종길= 또한가지 생각할 점은 대량화주 계열선사가 과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자기화물 30%만 가지고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타 대기업집단 화물을 실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서 누가 타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물량을 주겠습니까?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면 물량확보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 A라는 자동차운송회사가 일본 T사의 자동차를 실어나를 수 있을까요? 우리 제철소 계열선사가 일본이나 중국 제철소 물량을 수송할 수 있을까요? 글로벌 경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결국 국내 작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로 갈 것이냐가 해운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운정책의 주요 목표가 세계 5위, 3위 선복량의 해운국가가 되자 주창하면서, 지나치게 성장만을 주장해왔어요. 그러나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성장입니다. 일본도 급성장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1960년부터 나온 말이 안정적인 성장입니다. 그때 만든 정책 틀을 가지고 5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워낙 대책을 많이 내놨습니다. 이제 대책은 그만 이야기하고 폴리시(policy)를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해운 폴리시의 지향점이 안정적인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안정적인 성장실현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간 우리는 너무 성장만을 중요시해왔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안정을 이루지 못하는 성장은 지금 우리가 겪는 여러 문제점을 나타내는 경기 불황만 닥치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또다시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해운업에 대한 빗장을 푸는 것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지 우리 해운업을 초토화시키는 정책이 되면 안된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이 아주 강력하게 선화주간 공생관계를 이룰 수 있는 틀을 지금이라도 도입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당국에서 대량화주에 해운업에 참여하되 선사와 공통으로 참여하라고 정책적인 유도를 해야 합니다. 정부 주요화물에 대해서는 가장 저렴하면서 안정적 수송이 가능한 선복량을 책정하고 선사, 조선소, 정부당국, 금융이 다함께 참여하여 비용 플러스 적정이윤 레벨에 합의하면 화주도 안정적인 수송을 확보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운임을 조정하고 10년안에 압축상각을 통해 선가를 완전상각하고 우리나라 한전에 싼값에 선박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금융기관이 저리에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조선소는 조금더 싼 가격에 선박을 국적선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에서 지원하고 화주는 10년이상의 장기운송계약을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양창호= 우리는 엉겁결에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는 조치를 맞게 됐습니다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큽니다. 특히 기존 선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장기운송계약이 점점 더 줄게 되는 대단히 큰 변화인데, 이를 잘못 다루게 되면, 몇몇 업체의 구조조정이나 유지를 위해 취해진 조치로 인해 수많은 중견선사들이 도산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해운회사들이 물량부족과 경영압박에 내몰리지 않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지원은 금융이나 정보, 여러가지 지식과 제도적인 지원일 수 있어요. 이미 일은 터졌고, 전업선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금융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해운경기를 보는 시각에 대한 지원이 행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해운경기의 원 싸이클을 내다보는 선박투자와 운영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해운시황이 좋지않고 장기수송물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해운전업사들이 어느 정도 튼튼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사례와 인력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 실질적으로 원싸이클을 보고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밸류 가치를 인정해주는 금융지원도 도입돼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많습니다.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은 물론 위기에 처한 해운업을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해운기업들의 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정부와 학계는 대량화주들이 전업 해운사와 상생하는 것이 왜 이익인지를 연구하고,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이고, 나아가 전업 해운사들의 체력강화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 하나하나 시행해나가야할 것입니다.    

 

이인애=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의 배경과 의미, 여파, 그리고 장차 해운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떠한 해운정책이 필요한 지를 두 교수님과 짚어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거론된 것 같습니다.

 

수십년간 해운법 24조로, 상생을 추구하는 정서와 여론으로 어렵사리 막아온 대기업집단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이 사실상 허용되면서 우리해운업계가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을 맞았으며, 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므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국내 해운시장의 균형화 내지는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해운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말씀과, 기존의 전문 해운기업들도 스스로 대형화주 계열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구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개진해주셨습니다.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에 따른 해운시장의 우려 해소에는 일차적으로 경쟁국의 사례를 통해 실효적인 해운정책 수립과 시행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해운과 관련한 여러산업간의 공생관계를 통한 해당기업의 이익은 물론 국가의 이익까지도 고려되는 국가경제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근원적인 상생방안이 모색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정책방향 제언을 정부당국에서 적극 수용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오늘 대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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