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시민의 친수공간으로 거듭난다


‘유라시아 관문’에서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컨셉 수정
부산시민 대상으로 공론조사, 2가지 대안 중 마스터플랜 확정

 

북항재개발 대안은 기존의 고밀도 상업공간을 포기하고 조망권·시민접근성과 친수성을 강조하는 방안으로 윤곽이 잡혔다.
6월 11일 BPA와 해수부, 부산시는 부산시청에서 ‘북항 마스터플랜 수정안 설명회’를 개최하여 수정된 마스터플랜 2개안을 소개하였다. 기존 마스터플랜의 용역을 맡았던 (주)삼안 컨소시엄이 지난 1월부터 수행해온 ‘북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대안 검토용역’을 통해 마련된 이번 대안은 시민을 위한 조망권과 친수 공간 확보를 기본으로 친수 개념을 좀 더 강조하는 1안과 상업시설에도 비중을 둔 2안 등 2가지이다.
BPA는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실시하여 이번 2가지 대안 중 하나로 마스터플랜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마스터플랜 수정안과 북항재개발의 향후 진행 계획에 대해 소개한다.

 

정부, 기존 계획 대폭 개선한 2가지 대안 제시

지난 해 말 있었던 북항재개발 사업 최종 보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친수 공간’컨셉에 대해 언급한 이후 기존 마스터플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지나친 고밀도 복합도시라는 점이었다. 기존 마스터플랜에서는 재개발의 중심부에 항만시설 및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배치하여 시민의 바다접근 및 조망권을 제약하므로 ‘북항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또한 사업구역을 1~4부두(43만평)로만 한정하여 주변지역 개발계획과 연계성이 떨어지며, 좁은 구역에 친수 공간, 국제비즈니스 공간, 국제관광 공간 등 많은 기능을 포함하려하여 매립면적의 증가 및 공간배치가 비효율적인 고밀도 지역이 된다는 문제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매립면적의 증가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기존 부두지역이 매립지 내부로 편입됨에 따라 기존 시설 활용과 항만의 문화와 역사성 보존을 간과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2가지 대안들은 △친수공간 대폭 확대 △기존 부두의 적극 활용 △매립 최소화 등을 기본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자성대 등 5~8부두와 영도 해안까지 재개발 범위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안, 친수 공간 및 조망권 확보가 핵심

북항재개발계획 대안 제1안 조감도
북항재개발계획 대안 제1안 조감도

2개안 중 ‘친수 공간 및 조망권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1안은 중·저밀도 개발안으로 일단 기존 마스터플랜에서 북항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던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한 고층 상업시설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항만시설도 양쪽으로 분산시켜 2부두와 연안여객부두 방면은 기존시설을 활용한 연안여객부두와 마리나 시설로, 3~4부두 쪽은 국제크루즈 터미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비운 북항 지구 중앙부에는 데크형 친수공간과 인공섬을 조성하여 매립을 최소화하고 이번 컨셉의 친수성을 강조하였다.

 

2부두와 3부두 사이에 조성되는 인공섬은 10만1,000㎡ 규모로 예술의 전당과 같이 조망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해양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1~4부두를 활용해 복합도심, IT·영상·전시, 해양문화, 상업·업무지구 등을 분산 배치하여 기존 상권과 연계해 원도심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도심에서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내의 교통망은 대상지 내부를 통과하는 35m 도로를 구성하고, 장래 송도 및 서면 등 도심지역과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부산역 전면부에 광장, 공원 등을 조성하고 인공섬까지 이어지는 40m 폭의 보행 데크, 보도 등을 확보하여 시민들의 친수 공간 접근성을 대폭 강화하였다.


1안은 전체 142만㎡ 가운데 72.9%인 103만8,000㎡가 공공용지이며, 이 중 27.1%인 38만5,000㎡가 친수공간이다. 또한 주로 상업용지가 될 분양 면적은 39만6,000㎡로 전체의 12% 가량이다.

 

1안보다 상업성 강조된 2안

북항재개발계획 대안 제2안 조감도
북항재개발계획 대안 제2안 조감도

2안에서도 1안과 같이 조망권과 접근성 확보를 위해 랜드마크타워를 비롯한 수직형 상업시설들은 빠지게 되었다. 더불어 2안은 ‘기존 부두시설의 활용 및 상업기능’을 고려한 계획안으로 기존 부두를 항만시설지구와 상업·업무지구, 복합도심지구 등으로 나눠 개발하며, 1안과 달리 IT·영상·전시 지구는 빠진다. 일단 기존 부두시설의 최대한의 활용이라는 기본 개념에 따라 현재의 연안여객터미널은 그대로 활용되며, 2부두에 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하여 항만 시설을 한쪽으로 집중시켰다.

 

또한 항만 시설 배후의 상업단지에는 숙박시설 건설계획을 포함시켜 상업과 업무·항만의 기능을 통합한 복합항만지구를 구성하게 된다. 1안과 유사하게 3부두 앞쪽은 27만6,000㎡를 매립하여 인공섬을 조성하여 사업초기에는 최소한의 시설만을 설치한 친수공간으로 이용하지만, 향후 업무시설 수요 증가에 따라 국제 업무지역이나 해양문화지구로 개발할 수 있는 개발 유보지화 한다는 계획이다. 1안에서 랜드 마크로 고려되었던 예술의 전당은 4부두에 배치되며 전체 사업지역을 해안산책로로 잇게 된다.


교통체계는 서면까지 이어지는 도로망과 산책로, 그리고 데크 형태로 부산역에서 인공섬을 잇는 것 등 1안과 거의 유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안은 전체 사업부지 142만㎡ 중 57.2%인 81만5,000㎡를 공공용지로 지정하여 1안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친수공간은 45만1,000㎡로 오히려 1안보다 넓다. 또한 분양면적도 전체의 42.8%인 60만9,000㎡에 달해 상업성을 중시한 컨셉을 잘 살리고 있다.


2안은 전체적인 특징은 1안과 같이 접근성과 조망권이 뛰어나면서도 상업성을 염두에 둔 단계별 사업시행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항만과 역세권의 연계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 마스터플랜과의 가장 큰 차이는 ‘컨셉’

북항재개발사업 기존 마스터플랜 조감도
북항재개발사업 기존 마스터플랜 조감도

대안 검토용역을 통해 발표된 새로운 2가지 안과 기존 마스터플랜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컨셉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기존 마스터플랜은 △유라시아의 관문 조성 △국제해양관광거점 조성 △국제비즈니스 거점 조성 △친수공간의 확보 등을 중심으로 북항을 부산의 신성장동력이자 동북아의 중심적 해양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이번에 발표된 대안에서는 장기적인 발전 구상안이 제시되면서 북항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다.


해양부와 BPA에 따르면 전체적인 개발계획을 3단계로 나누어 1단계로 2020년까지 북항 재래부두(1~4, 중앙부두 43만 평)를 친수형 복합기능으로, 그 이후 2단계로 5~8부두를 국제 비즈니스·업무 등 성장 위주의 상업형으로, 3단계로 2030년 이후 영도 해안과 남항을 해양과학기술단지와 해양리조트로 각각 재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북항의 고밀화를 방지하기위해 2019년 임대기간이 끝나는 자성대부두가 개발유보지로 지정되어, 개발수요가 불확실한 상업·업무 시설은 2020년까지 장기적인 수요를 살핀 뒤 2단계 개발지역에 조성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북항 재개발 대안의 컨셉은 △친수공간 확보 △국제해양관광 거점 조성이라는 두 가지로 줄어들게 되었다.


랜드마크타워를 중심으로 한 시설들이 없어진 것은 단순히 조망권의 확보차원이 아니라 이러한 컨셉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부산은 TSR과 TCR이 시작되는 대륙철로의 발원지이자, 중국·동남아·유럽·미주의 항로가 모두 연결되는 대륙과 태평양간의 관문이라는 개념 하에 랜드마크타워를 중심으로 KTX부산역과 국제 크루즈 터미널, 연안여객터미널, 광역 버스터미널, 택시 환승센터 등을 연계하는 종합환승시스템을 구성하기로 했었다.

 

이를 통해 북항이 부산시와 국내관광뿐만 아니라 대륙으로 이어지는 관광의 관문역할을 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한다는 대외적인 시각을 가진 계획이었던 반면 이번에 공개된 두 가지 대안은 관광객의 유입보다는 좀 더 대내적인 시각에서 부산시민의 편의를 중점적으로 고려한 계획이라 생각된다.


교통계획의 경우 기존 마스터플랜은 수로를 이용한 수상버스와 LRT(경전철) 등 새로운 교통수단을 대거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대안에서 수로 등이 배제됨에 따라 평범한 도로망으로 대체되었다. 대신 친수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데크 등을 통해 도보를 이용한 접근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기존 안이 9조2,600억원이었던 데에 반하여 1안은 7조9,900억원, 2안은 8조1,700억원으로 1조원 이상이 절감되었다. 하지만 기반시설비는 각각 1조6,600억원과 1조5,100억원, 1조5,3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산시, ‘이번 대안에 찬성’
이번 북항재개발 대안을 중심으로 불거진 쟁점 중 하나로 부산시가 이번 대안의 지나친 친수성에 반대하면서 상업성이 좀 더 가미된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이러한 이분법적 보도와는 다르게 부산시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번 대안에 찬성하는 입장에 있었다.


부산시 북항재개발팀 김종철 팀장은 “부산시도 해양부, BPA와 함께 공동용역으로 이번 대안을 마련한 것이므로 이번 두 가지 대안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나 클레임을 걸 이유는 없다”고 말한 뒤 부산시가 북항재개발사업에 대해 바라는 바를 △순수 친수형보다는 복합 도시형으로 되어야 한다 △연결성은 좀 더 개선이 되어야 한다 △기본계획 단계에서 시간만 끄는 건 곤란하다 등의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김 팀장은 부산시의 ‘순수 친수형보다는 복합 도시형으로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이분법적 시각에서 친수형보다 상업형을 선호한다고 오해받고 있다며 “부산시가 추구하는 것은 ‘24시간 살아있는 복합기능을 갖춘 친수공간’이다. 이번에 재개발되는 북항지역은 인근 도심과 밀접해있는 지역으로 만약 이런 지역에 순수 공원시설만 들어선다면, 인적이 드물어지는 심야엔 우범지역이 되고 그로 인한 공동화를 빚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이 24시간 가동되고 유동인구가 존재하는 곳이 되려면 여러 상업시설도 포함하는 복합 도심형 워터프론트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기존에 나왔던 마스터플랜은 복합 도시형에 대한 고려가 잘 반영되어 있었다. 하지만 랜드마크타워를 비롯한 지나친 고밀도 상업시설과 항만시설이 시민들의 친수시설에 대한 연결성을 낮게 하고 기존 도심의 바다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 등 ‘북항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어긋나기 때문에 재용역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팀장은 “하지만 이번에 나온 대안 기본계획도 연결성에는 큰 문제가 있다. 궁극적으로 북항과 도심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부산역의 지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워낙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문제로 북항재개발까지 지지부진 늦어질 수는 없다. 부산역 지하화는 차제하더라도 이번 대안의 연결성은 너무나 떨어진다. 이번 대안 용역에서 도심과 북항을 잇는 것은 40m 넓이의 데크 하나뿐이다. 이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데크의 폭을 100m 이상으로 넓히던가, 아니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던가 연결성을 좀 더 확보하는 문제가 현재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계획단계에서 지체는 곤란
김 팀장에 따르면 이번 대안이 좀 더 친수공간화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전 용역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인근 자성대 부두 등을 향후 수요를 살펴 장기적 개발 계획에 포함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금은 ‘친수형이냐 상업형이냐’는 이분법을 떠나서 ‘사업의 진척’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팀장은 밝혔다.

 

그는 “어차피 기본 계획이라는 것 자체가 법적인 구속력이 거의 없으므로 향후 북항재개발에 대한 기본설계, 실질설계를 거치면서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동은 불가피한 것이며, 또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기본 계획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 단계에서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은 정말 무의미하다”며 빠른 진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향후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고 해서 완전히 취소된 랜드마크타워 등이 다시 포함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일단 여론수렴과 회의 등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므로 기존 계획으로 다시 돌아가긴 어렵다. 하지만 랜드마크가 반드시 초고층 빌딩이어야 하거나 반드시 건물일 이유는 없다. 향후 섬을 중심으로 빌딩이 아닌 다른 형태의 랜드마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심지어는 섬 자체를 랜드마크화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결정은 부산시민의 몫
BPA는 이번 두 가지 대안을 두고 부산시민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공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론조사는 먼저 부산 거주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북항 재개발 사업과 마스터플랜 대안에 대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북항재개발사업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측정한 뒤, 한국리서치측이 조사 대상자들에게 대안에 대한 설명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대안 내용을 학습토록 하여 1차 설문조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참가자 중 100명을 TV토론에 참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BPA는 도시계획 전문가 등 관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하여 마스터플랜을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존 마스터플랜 발표당시 지적 사항 중 하나는 시민 의견수렴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존에 발표됐던 마스터플랜도 1년간의 용역기간동안 시민설명회 및 간담회 등 시민의 여론을 수용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러 모로 공론조사는 소수의 민간단체가 아닌 일반 부산시민의 대중적 의견을 듣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BPA 관계자에 의하면 공론조사를 통해 이번에 제안된 2개 안 중 하나가 7월 중에 마스터플랜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7월 중으로 마스터플랜이 확정되면 9월경 기본계획고시와 사업계획 입안을 실시하고 금년 내에 사업계획 고시 및 시업시행자 지정을 완료하여 내년에는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마스터플랜이 두바이와 같이 세계의 허브를 노리는 가슴 뛰는 재개발 전략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 발표된 대안들은 시드니의 달링하버나 일산의 호수공원과 같은 시민을 위한 차분하고 편안한 재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쪽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북항재개발은 우리나라 항만재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업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1의 세계적 항만이라는 부산의 위상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논리나 자신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수 여론에게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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