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출자전환
채권단 “경영 악영향 저가수주 막는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조선사 회생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SPP조선도 채권단 자금지원이 긍정적인 상황이다. 조선시황 회복에 따른 수주도 진행되고 있어,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중소조선사의 상황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18일 STX조선해양은 1조 8,000억원의 출자전환에 성공했다. 그간 채권단 내에서의 이견으로 자금 집행에 난항을 겪어왔으나, 이날 극적으로 진행됐으며 이에 따른 신규자금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비록 STX조선해양이 현재 2조 6,000억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이고 3월말 상장폐지됐지만 채권단 자금 지원으로 어느정도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2척의 신규수주 계약도 완료됐다. 싱가포르 선사로부터 수주한 동 계약은 12척의 탱커선 계약으로 6,200억원 규모이다. 그간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던 50척의 저가수주 계약도 정리했다. 계약해지 선박은 2012년 이후 영국선주로부터 수주한 탱커선 13척과 캐나다 TEEKAY 탱커스로부터 수주한 탱커선 4척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무분별한 수주로 논란이 많았던 STX조선해양이 저가수주분을 정리하고 나서고 있다”면서, “계약해지 비용이 발생하지만 저가수주 계약은 해지비용보다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무분별하게 벌여왔던 해외 사업도 정리하고 있다. STX유럽의 매각작업이 올 상반기 중 진행될 전망이고, STX대련은 중국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초 STX조선해양과 한국산업은행은 STX유럽의 매각을 위한 주관사단을 선정하고 매도자 실사를 진행했다. 현재 매도자 실사는 마무리 단계로, 매각방법에 대해 STX조선해양과 한국산업은행, 그리고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대련은 중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STX대련의 경우 중국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이 1조원이 넘고, 지난해에도 법정관리를 타진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어 중국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만약 법정관리가 거부될 경우, STX대련은 파산절차를 밟울 가능성이 크다.


성동조선해양도 3월 19일 채권단의 합의에 따라 1조 6,882억원의 출자전환이 결정됐다. 그간 출자전환을 놓고 대립해왔던 채권단이 재실사를 벌인 결과, 성동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의 부채 중 절반에 해당되는 1조 6,882억원은 올 상반기까지 출자전환될 예정이다. 신규수주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성동조선은 올해 모나코 스콜피오사로부터 벌크선 14척, 루벤 브라더시사로부터 벌크선 6척, 머스크 탱커로부터 MR탱커 2척을 수주했다.

 

SPP조선 채권단 자금지원 ‘긍정적’, 삼진조선 조업 재개
자금난을 겪고 있던 SPP조선도 3월 중순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내용의 중간 실사보고서가 나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파란불이 켜졌다. 실사보고서의 현실성을 놓고 아직 채권은행 간 이견이 있지만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난으로 인해 2개월간 일부 조업중단 상황에 빠졌던 삼진조선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삼진조선은 올 초 투자자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조업을 재개했다. 그간 유동성 위기로 일부 수주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알려진 삼진조선은 이번 신규자금 수혈로 추가적인 계약해지를 막고 정상조업에 나선다는 목표다. 동사는 4월 14일 싱가포르 선사로부터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4척을추가로 수주했다.


중소조선 채권단 저가수주 근절 ‘가이드라인 강화’ 합의

이렇듯 국내 중소조선업계의 경영 정상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시황 회복과 친환경·고효율 선박 발주 증가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 조선사들의 ‘제값받기’ 움직임이 그간 경영에 부담요소로 작용했던 저가수주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4월 17일 중소 조선사의 채권단은 조선사의 저가수주를 막기 위해 수주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선박을 건조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저가수주를 막고 최소한의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하반기 저점을 찍은 선가는 최근까지 원가 이하의 수준이었다. 선박을 건조할 수록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조선사들은 당장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 저가수주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특히 중소형급 상선이 주력상품인 중소조선사의 경우, 중국 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잔량을 확보해야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50척의 수주계약분을 취소한 것도 채권단의 저가수주 근절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채권단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 계약 위주로 수주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가수주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도에는 찬성한다”라면서도, “조선사들이 낮은 가격에도 선박을 수주했던 것은 당장의 일감확보 측면도 있지만 호황기까지 점유율을 가져가고자 하는 전략이었던 만큼 아직 조선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가를 무리하게 올린다면 선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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