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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이라도 확실히 고쳐야
[489호] 2014년 05월 29일 (목) 17:33:01 윤민현 前 중앙대 객원교수 komares@chol.com

   
윤민현 前 중앙대 객원교수
□안전은 외형이 아니라 실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소를 잃게 된 원인을 조사하여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그저 열려져 있었던 외양간에 자물쇠 하나를 더 설치하는 정도에서 끝난다면 언제 또 다시 소가 뛰쳐나가거나 밤손님의 손을 탈수도 있다. 소를 잃게 된 원인을 두고 도둑 탓만 하거나 소의 난폭함만을 탓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외양간을 보수하기에 앞서 왜 소가 뛰쳐나갔는지, 왜 밤손님이 침입할 수 있었는지 그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아 제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소만을 탓하려 하거나 밤 손님을 비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해양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해양사고의 80%가 선원의 잘못으로 발생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고의 근본원인을 살펴보지 않은 판단이다. 필유곡절이라 했듯이 사고가 발생하는데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은 해상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과 조직 전반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이며 어디에서 그러한 원인이 싹트기 시작하고 어떻게 그러한 싹들이 잠재상태 하에서 사고로 이어지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에러와 과오들이 사슬을 이루며 잠재하고 있다가 마지막 어느 한 순간의 실수를 통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관계의 사슬(chain)을 되짚어 보면 사고의 원인은 사고 이전에 누적된 상태로 잠재해 있는 매니지먼트의 실패 혹은 과오(이를 잠재적 실패-latent failure)와 여기에 이어지는 선원들에 의한 마지막 단계의 실수(즉발적 실수-active failure)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이 사고로 이어지는 사슬과 그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기대할 수 없다.
사고의 조사는 최근에 발생한 사고와 같은 동일 사고를 방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추적, 확인해서 개선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당직항해사가 깜박 졸다가 선박이 충돌하였을 경우 ‘졸음’을 즉발적 실수라고 한다면 당직중 졸게 된 배경(과로, 인력 부족)과 그 원인을 잠재적 실패 혹은 하자라고 한다. 외관상으로는 에러 사슬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 실수, 즉 즉발적 실수가 사고를 일으킨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 내재하는 잠재적 실수가 더 큰 위협(threat)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욱 유념해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잠재적 실수가 현장 실무자보다는 관리자, 대다수의 근로자 보다는 매니지먼트의 의사 결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화물의 손상이 제때 정비하지 않은 햇치(hatch) 커버의 결함에서 비롯되고, 정시성을 강조한 나머지 무리한 태풍 돌파를 종용한다거나, 선원비 절감을 위해 질 낮은 선원을 채용하고, 정비를 소홀히 하여 선박을 기준미달선(sub-standard)상태로 방치하는 매니지먼트의 잘못된 행동(decision)이 바로 이러한 잠재적 하자의 표본이다.

육상에서의 잠재적 실수 혹은 잘못은 실수라기 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적,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나쁜 관행(Bad corporative practice-BCP)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선원에 의한 실수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환언하면 즉발적 실수는 문자 그대 실수 그 자체라 할 수 있으나 BCP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경계하고 근절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들이다. 우리는 해상사고의 주 원인을 ‘인재(Human error)'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인재가 마치 선원들의 인재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과거 대형사고들을 분석해보면 선원들에 의한 인재보다 매니지먼트의 잘못으로 기인된 인재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즉발적 실수의 상당부분이 BCP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해상사고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BCP의 근절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효율’과 ‘철저함’을 구분하라!
BCP의 저변에는 이윤 추구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요하는 안전을 묵살하거나 희생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것은 ‘효율(efficiency)’이라는 것과 ‘철저함(thoroughness)’에 대한 명확한 이해다. 우리 주변에는 융통성, 요령이라는 이름하에 정석을 무시하며 적당히 넘어가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칙주의자, 완벽주의자라고 부르면서도 내심으로는 요령부득의 ‘꽉 막힌 사람’으로 불려지는 사람이 있다. 전자를 효율위주라고 한다면 후자는 철저함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안전을 소홀히 했다고 해서 그때마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의 문제이다. 안전을 희생시켜 얻을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은 당장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효율’ 이자 ‘절감’이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설마’하는 심리와 함께 ‘효율’의 유혹에 더 끌리기 쉽다. 100번 가운데 99번은 시간과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요령 있고 융통성이 있는 능력자로 평가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회사의 안전문화를 좀 먹는 BCP가 누적되는 것이다. 정석을 벗어났다고 해서 곧 바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100분의 1 확률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면 굳이 무한책임, 절대책임이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조직은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음을 이번 참사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안전 제일’이라는 구호를 자주 들을 수 있으며 산업현장(선박도 마찬가지)에 가면 큼지막한 붉은 글씨로 써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안전 캠페인’이라는 행사를 할 때는 반드시 선박에 가서 ‘안전 제일’의 구호를 목청을 높혀 외치곤 한다. 그렇게 해서 사고가 예방되었는가. 톱 매니지먼트에서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톱 매니지먼트에서 발하는 메시지가 일사불란하지 않고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강조하면서도(다분히 구호성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요령을 요구하고 적당히 하는 사람이 사고의 폭이 넓고 융통성이 있는 능력자로 평가되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실수Error’와 ‘하자defect, failure’를 함께 관리하자!
즉발적 실수는 시간적으로 사고에 가장 가깝고 실수의 유형(절차 미준수, 항법위반, 태만 등)이 바로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해양사고의 경우 조사의 일차 타깃이 되기 쉬운 반면 후자의 경우는 어지간한 조사만으로는 그 실체나 증거를 포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영국 격언에 ‘A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낙타의 등을 부러트리는 지푸라기)’ 라는 말이 있지만 거구인 낙타의 등이 지푸라기 한 개 얹는다고 해서 부러질 리가 없다. 사실은 낙타의 등에 이미 많은 짐이 얹혀져 있어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지푸라기 하나라도 얹히면 낙타는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안전관리, 리스크 매니지 먼트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지푸라기는 선원들에 의한 즉발적 실수이며 한계직전에 달하기까지 등에 이미 얹혀져 있는 짐은 앞에서 설명한 BCP 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푸라기만 탓하는 것이 맞는가?
 

해상사고에서의 즉발적 실수와 잠재적 실수(잘못 혹은 BCP)의 유형을 요약해보자;
즉발적 실수란  문자 그대로 순간의 방심, 실수 등으로 깜박 졸았다거나 항법위반등 주로 절차, 법규의 위반 등을 의미하나 후자의 경우는 매니지먼트와 조직상에 잠재해 있는 문제, 즉 BCP로서 대략 다음의 11가지 유형으로 분류 할 수 있다; ⓐ절차, ⓑ하드웨어, ⓒ설계 ⓓ정비관리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여건(Error enforcing conditions), ⓕ정리정돈(Housekeeping) ⓖ이중적 목표(Incompatible goals) ⓗ커뮤니케이션, ⓘ조직, ⓙ훈련, ⓚ방호 보완대책(Defences)으로, 이중 지면 관계상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몇가지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
ⓒ설계 :선박의 설계나 배치, 설비나 장비, 도구 등의 결함으로 안전에 역행하게 되는 경우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여건 : 개인 혹은 작업장의 각종 요소와 여건들이 안전치 못한 행동을 조장할 경우, 배의 성능을 알지 못한 채 승선하자마자 바로 항해당직에 임하거나, 무능력자를 채용한 경우 등
ⓖ이중적 목표 : 예를 들어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시간과 비용절감을 요구하여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 문서화된 매뉴얼과 일상의 지시가 불일치 하는 경우등
ⓗ커뮤니케이션 : 조직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혹은 안전의 확보에 필요한 정보들이 상호 신뢰하는 가운데 교환되지 못할 경우, 상의하달과 같은 일방적 소통. 
ⓘ조직 : 안전과 관련된 책임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거나 만연된 BCP의 영향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고 이상조짐 혹은 경보가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조직문화.
ⓚ방호구조체제 : 인적 과실이나 장비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를 경감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설비나 장비가 부적절한 경우. 즉 2차 방호벽이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의미.
 

최근 여객선 사고의 원인과 관련, 이를 즉발적 실수와 잠재적 하자(혹은 BCP) 두 가지중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체크해보면 무엇이 더 심각하고 근절해야할 대상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본 사고를 두고 최근 3개 대형 해운회사 해사부분의 관리자들과 함께 침몰의 원인들에 대해 논의를 해본 결과 압도적으로 BCP가 주 원인인 것으로 지적한 반면 즉발적 실수를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물론 사고 이후의 인명구조를 위한 선원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였다). 
 

□구호보다는 실천이다!
이번 사고는 한국 해운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사고였다. 해운계가 자숙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와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와 시스템을 갖추는데 앞장서는 것도 해운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라는 생각에 차제에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보수해보자는 취지하에서 다음 세가지를 제안한다.
 

ⓐControl & Command체제 확립- Sosrep을 보라
영국은 대서양 북쪽에 위치하며 북유럽에 산재해있는 정유사로 향하는 대형 유조선이 통과해야 하는 영불해협의 입구 좌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조선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Torrey Canyon호(1967년),  Amoco Cadiz호(1978년), Braer호(1993년), Sea Empress호(1996년)등과 같은 끔직한 해양오염사고를 겪는 동안 해상재난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지휘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마침내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판사출신이자 해사법의 전문가인 Donaldson경(Right Hon Lord Donaldson of Lymington)에 의해 1999년 3월 15일자로 ‘Review of UK Salvage and Intervention and their Command and Control’ 이라는 일종의 재난백서가 완성되었다. 영국 정부는 도날드슨경이 권고한 26가지 사항 중 23가지를 채택, 이를 고스라니 국가비상계획(National Contingency Plan-NCP)에 반영하였다.

동 권고사항의 핵심은 해양재난사고의 통제와 지휘계통에 정치권, 지자체, 정부 부처 등이 개입할 경우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함으로 정부를 대표하여 전권을 행사하며 이른바 Big Decision을 할 수 있는 전문가 한 사람(Charismatic Single individual)으로 하여금 사고를 지휘 통제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세부설명은 생략함). 실제 영국 정부는 동 권고에 의거, 관련법의 정비를 거쳐 SOSREP(Secretary of State Representative)으로 칭하는 1인 총괄책임자를 선정, 지휘체계를 단순화시켰으며 그 이후 영국 주변에서 발생한 해양사고에 대해서는 SOSREP의 주도하에 대처하고 있다. SOSREP의 역할에 대해서는 산업계는 물론 정부, 정치권 모두가 성공작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UK SOSREP 제도는 EU 국가, 호주가 그대로 채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Captain of the Port와 FOSC(Federal On-Scene Coordinator) 제도, 일본의 위기관리감등이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여객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Control & Command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이 SOSREP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다에서의 대형 사고는 육상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고 현장중심, 전문가 중심의 대응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의 ‘위기 리더십(Leadership in crisis)’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10가지 교훈가운데 제 1번이 ‘지휘관 모자를 함부로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위기관리 상황하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현장 지휘관이 결정된다고 한다. 정부부처의 역할은 대응체제의 결과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어야 하며 행정가 만능의 사고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전문구조회사(Salvage Company)를 설립해야!
이번 사고를 통해 또 한가지 여실히 드러난 점이 ‘구조능력의 부재’였다. 해양구조협회가 설립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국내에 다수의 구조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현실은 다르다. 한마디로 우리는 자체 구조능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해전 3.000톤급 선박이 대마도 근처에서 주기관이 정지된 사고가 발생하였다. 날씨는 어두워가고 기상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예인선이라도 급파하여야 하는데 국내에서 마땅한 선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실제 몇 천톤급의 외항선박이 한반도 근처에서 조난에 처해 있을 때 이를 구조하러 나갈 수 있는 구조선이나 장비, 인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화면에 자주 비춰졌던 모 회사는 우리가 기대하는 Salvage Company라기 보다는 구조회사를 보좌하는 여러기능 중 하나인 수중 작업사 수준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관문격인 대한해협의 주변을 살펴보자. 양식장과 어장으로 이루어진 남해안의 청정해역을 끼고 여수, 울산 등에 산업단지가 산재해있으며 한·중·일·러시아를 연결하는 선박의 주된 통행로이다. 각종 대형선박과 VLCC가 수시로 왕래하고 있으며 일반 외항상선의 경우 연료유만 수천톤을 싣고 다니는 선박이 대부분이다. 여객선이나 위험화물과 원유를 적제한 선박이 우리 해역에서 조난되어 긴급 대응조치가 필요함에도 자체 능력이 전무하고 외국의 대형 구조회사들 마저 적기에 수배가 되지 않을 경우 그 후속파가 어떨지 함께 상상해보아야 한다. 인명구조 뿐만 아니라 해상에서의 재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Golden Hour rule’이 적용된다. 재난관리를 위한 Salvor의 주 기능은 소화, 오염방제, 긴급수리, 인양, 이동, 제거이며 초기 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 Salvor의 책무는 인명구조와 환경보호 등 공익적 기능과 선박과 화물의 구조를 위한 상업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두 기능을 위주로 그 설립과 운영주체를 선정하되 상업적 기능 또한 자산의 구조를 통해 손해를 경감시킨다는 목적이외 돈 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웃 일본은 1895년(Nippon Salvage)과 1910년(Fukata Salvage)에 2개의 구조회사를 설립, 이제는 국제적인 Salvor이자 아시아 최대 구난전문회사가 되었다. 세계 제 1의 선사인 머스크 라인은 자회사로 국제수준급 Salvor인 Svitzer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주식회사 형태인 Nippon Salvage의 경우 상위 5대 주주가 전원 손해보험회사이며 NYK와 MOL이 소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양대 구조회사를 설립했던 당시 일본 선대는 불과 300만 톤 전후이었지만 작년기준 5,500만 톤의 선복을 보유한 우리에게는 Salvage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부 그리고 실질적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보험업계와 해운계가 그 주체가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 관련업계 모두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중지를 모아 그 기초작업에 나서야 한다.
 

ⓒ잠재적 하자에 대한 조사 기능이 있어야!
해양사고의 예방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취하고 있는 조치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여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서 이를 시정토록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행위자를 문책 혹은 처벌하는 것이 상례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것이 해양심판원제도다(세부 설명 생략). 그러나 그 실태를 살펴보면 과연 이 제도만으로 사고의 예방을 위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이번 사고의 예에서 확인된 것처럼 해양사고의 예방대책을 제대로 수립하려면 그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 분석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원인에서 핵심 부분을 점하고 있는 잠재적 하자 분야에 관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혹은 현 제도하에서 그러한 조사가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제까지 해양심판원에서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매니지먼트의 잠재적 하자를 조사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해양사고를 조사하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선원의 즉발적 실수를 포함 해운경영에 관련된 잠재적 하자까지도 폭넓게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조사가 근본적인 원인(root cause)을 찾아내려 하기 보다는 선원의 실수만 예방하면 사고가 근절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선원들의 처벌로 사고를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중상환자에 대해 반창고와 소독제 정도를 처방한 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의 NTSB(National Transport Safety Bureau), 영국의 MAIB(Maritime Accident Investigation Board), 독일의 BSU, 일본의 운수안전위원회 즉 JTSB(Japan Transport Safety Board)등과 같은 기능이 왜 존재하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08년 10월 1일부로 JTSB가 설립되기 이전까지 해양사고의 조사 시스템은 해난심판청(Japan Marine Accidents Inquiry Agency-JMAIA)이 정부측 조사를 주도하는 비교적 간단한 제도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조사관이 임명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JMAIA의 공청회가 개최되며 일본 면허 소지자에 대한 면허 정지 혹은 취소 처분 등이 내려진다. 여기에 불복할 경우 상급심으로 가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동경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이처럼 JMAIA의 주 목적은 일본 면장 소지자에 대한 재제이며 JMAIA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권고(재발방지를 위한)를 할 수도 있다. 충돌의 경우에는 과실비율을 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관련 클레임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JMAIA의 조사 결과를 두고 해상사고의 원인에 대해 적절한 조사가 행하여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심지어 조사관과 사건관련 변호인들 간에 격렬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예방차원의 조사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됨에 따라 결국 2008년 10월 1일부로 JMAIA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되었다. 즉 항공, 해상, 철도사고에 대한 조사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사고예방을 위한 권고사항들을 명확히 하도록 하기 위하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Aircraft and Railway Accidents Investigation Commission-ARAIC)의 기능과 JMAIA의 기능을 통합하여 JTSB를 설치하고 JMAIA는 기능을 조정하여 일본해난심판원(Japan Marine Accident Tribunal-JMAT)으로 개명하였다.
 
◎JTSB의 역할 : JTSB는 일본 영해 안에서 발생한 사고 혹은 일본 국적선의 사고에 대한 조사권을 행사하며 그 기능은 영국의 MAIB, 홍콩의 Marine Department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JMAIA와 달리 JTSB는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제재조치는 취하지 않으며 사고의 원인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일본 국적선이 관련된 사고가 영해 밖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JTSB가 조사할 수 있으며 일본인의 이해관계가 개재되어 있을 경우, 예컨대 일본 면허소지 선원들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 등이다. JTSB는 실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심각한 재산손해, 인명사상 등으로 이어질 뻔한 잠재적 사고도 조사대상이 되며 실무에서 이야기하는 니어미스(near miss)가 여기에 해당한다.

JTSB 조사관의 권한은 광범위하며 특별법(JTSB 설립근거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선, 사고와 관련된 선박에 승선하여 선박과 제반 서류를 조사할 수 있으며 만약 선주가 이에 불응하거나 비 협조적일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30만엔). 조사에 필요할 경우 VDR, AIS(JCG)등 제반서류, 물적 증거를 포함 각종 증거자료들을 확보(seize)할 수 있으며 선주에게 특정 증거를 보존토록 명령할 수 있다. 둘째, 조사관은 선원, 감독, 선장, 선주 기타 관련자들을 면담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을 녹음하고 경우에 따라 면담 후 전적으로 조사관의 재량하에 그 내용을 면담상대에게 보내줄 수도 있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관련당사자들은 면담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절하게 되면 JTSB의 조사결과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응하는 것이 상례이며 허위진술 할 경우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미화 4천달러 상당).

JTSB 조사관은 조사 완료 후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인터뷰 이해 관련자들에게 보내 검토하도록 하며 내용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있으면 30일 이내에 회신하여야 하며 필요시에는 추가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이해 관련자들에게 출석, 입장을 피력하도록 한다. 최종 조사 보고서는 사고 후 일년 이내에 제출하여야 하나 연장가능하고 최종 보고서는 MLIT와 당사자에게 송부하며 JTSB website를 통해 공개된다.
JTSB의 최종 보고서는 크게 ①사고의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 분석(factual analysis)과 사고의 원인에 관한 결론 ②사고 예방과 안전에 관한 권고사항(recommendation)의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JTSB의 사실인정(fact finding)은 후에 이어지는 민사소송과는 별개이지만 JTSB의 최종보고서를 반박(rebut)하기 위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실무적으로 보고서의 사실인정을 뒤집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선박의 충돌에서 JTSB의 최종보고서는 양측의 과실정도에 대해 논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JMAIA의 그것과 다르다. 즉 양 선박 각각의 잘못된 점만을 열거할 뿐, 과실의 비율을 정하려 하지 않고 단지 사고의 사실에 대해서만 밝힐 뿐이다.

◎역할의 조정 : JTSB가 설립되기 이전에 JMAIA의 주요 기능은 ①해양사고의 원인 조사, ②사고예방을 위한 권고, ③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제재조치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이중 ① 과 ②의 기능은 JTSB로 넘어가고 ③의 기능만 JMAT에 남아있게 되었다.
JMAT의 절차는 JMAIA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JMAT 조사관이 승선, 선박을 검사하고 관련서류 수집 및 선원 기타 관련자들 면담할 수 있지만 조사관의 법적 권한은 그렇게 강력하지 못하다. JMAT 조사관은 어느 당사자에게 협력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이 JTSB와의 큰 차이점이다. 조사절차가 끝나면 조사관은 JMAT에게 공청회와 심판을 청구하고 JMAT의 심판관은 일본면허 소지선원들을 상대로 재제조치의 수위를 정하며 불복할 경우 바로 동경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기존의 JMAIA와 달리 JMAT하에서는 상급심제도가 없어졌다).

전기한 것처럼 JTSB의 최종 보고서는 과실의 분배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반면 JMAT는 책임의 비율을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JMAT의 보고서는 사실상 JTSB의 보고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JTSB 조사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일본에서의 절차는 현저한 변화가 생기게 되었고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하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JTSB에 의한 조사가 원인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원, 선박에 국한하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원의 과실을 주 대상으로 했던 JMAT에 의한 조사보다 훨씬 진일보한 제도이며 해상사고의 근본원인을 찾아내기 위하여 해운기업의 육,해상 조직 뿐만 아니라, 기타 분야에까지 확대 조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
그동안 몇 차례 대형 인명사고를 겪었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문책을 당하고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법을 마련,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해왔건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왜 그런가? 안전 불감증이란 말로 모든 것을 해명하려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히려 심각한 것은 누구의 잘못인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려하지 않는 우리들의 자세다.

인적과실은 선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원들의 그것은 순간 편하려고 잠시 헛눈을 파는 사이에 빚어진 문자 그대로 실수이지만 그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대상은 의도적으로, 조직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행하여지는 탐욕추구와 오만이다. 근절시켜야 할 대상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BCP), 즉 잠재적 하자이며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재난은 단지 발생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waiting to happen).
‘그대가 배를 버리면 배도 그대를 버린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안전은 ‘톱-다운(Top-down)방식’이어야 한다. 실질적인 리더는 효율과 안전이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선원과 관리책임자를 문책하고 막상 자신은 수면하에 잠재하며 사고를 무마하려 해서는 안된다. 안전캠페인은 선상에서 할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이사회 석상에서 먼저하고 그 의지를 선상에서 공표하여야 한다. 해운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SCR)은 돈을 많이 벌어서 희사를 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객, 선박, 선원과 화물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상황인식을 바로 하고 탐욕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곧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주체는 기업인 바로 자신이다. 탐욕에서 비롯된 매니지먼트의 잘못된 관행, 즉 잠재적 하자를 개선하여 즉발적 실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한 제 2, 제 3의 재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혹자는 ‘정석을 지키는 사람을 융통성이 없다’고 비하하기도 하고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고 한다. 정말 그런가? 과연 선진국들의 항아리에는 고기가 살지 못하고 부패지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후진국들의 항아리에는 고기가 가득차 있는가...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새가 살고 있는데 그 새는 밤이 되면 너무나 추워서 벌벌 떨면서 아침이 밝으면 집을 짓겠다고 다짐을 하다가도 뒷날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희희락락하다가 또 다시 밤이 되면 추위에 떠는 그런 생활을 되풀이 한단다. 그래서 밤이면 울고 낮이면 웃고 하는 이새를 ‘야명조소조(夜鳴朝笑鳥)’라고 한다. 온 국민의 가슴을 저미는 아픔을 겪고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다. 또 다시 ‘야명조소조’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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