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의 손실 보상을 중심으로

1. 서론
바다에서 발생하는 선박의 표류, 전복, 좌초 및 침몰 등의 사고는 항시 존재하는 위험이며, 이러한 사고의 발생 시 조속한 인명구조 활동은 촌각을 다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육지에 상주하는 구조대가 짧은 시간 내에 구조활동에 투입될 수 있으나, 육지로부터 수백 마일 이상 떨어진 대양 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의 도움이 인명구조의 절대적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발전된 현대의 물류 시스템에서 정기적으로 운항되는 Liner 선박들은 항로와 입출항 시간이 계획되어 운용되고 있으며 인명구조를 위해 수일의 이로(Deviation) 및 지연이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선주의 손실 및 책임이 상당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지면에서는 해상 인명구조로 인한 선주의 책임 및 손실의 보상방안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2. 해상구조의 의무

오래 전부터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다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것을 당연한 도덕적 의무로 여겨왔으며 이러한 이해들은 여러 국제협약을 통해 해상 인명구조에 관한 세계적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 기초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전세계 159개 국가가 서명한 UN SOLAS 협약(UN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 1914), 165개국이 서명한 UN CLOS 협약(UN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1982) 및 64개국이 서명한 국제해난구조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Salvage 1989) 등이 있으며 해당 협약들은 각 국가가 자국법을 통해서 각 국가의 해역과 공해에서 해난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SOLAS 협약은 선장의 구조의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SOLAS 협약 5장10조에서는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조난 신호를 접수한 선장은 조력을 제공하기 위해 구조지역으로 모든 속력으로 항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약들은 각 국가의 입법을 통해서 자국법으로써 효력을 미치며 그러한 자국법을 통해 해당 국가에 등록되거나 해당 국가의 영내에 진입하는 선박들을 상대로 해상인명 구조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해상에서 조난신호를 받거나 특정 국가의 인명구조 투입 명령을 받게 될 때 해당 요청을 무시한다면, 해당 선박은 관련 국가의 자국법에 따른 법적, 행정적 불이익 및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1). 또한, 인명구조 요청을 무시하여 인명사상이 발생 또는 확대되었고 그러한 사실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 해당 선주의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선주의 손실 및 그 부담 책임
한편, 선박이 인명 구조에 투입되는 경우, 선주는 수일의 시간손실, 연료소모 등의 비용이 발생하며, 지연된 항해로 인한 화물의 손상 및 클레임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2001년 Tampa 호 사건2)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국가의 이민국 관련 이슈 등으로 인해 선박이 장기 지연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선주의 손실 및 그 보상 방안에 대해서 알아본다.  

 
(1) 정기용선계약 (Time Charter)
정기용선계약은 선주와 용선자가 자유로운 협상에 의해 책임을 분담하며, 인명구조 목적의 이로를 허용하는 해상운송 관련 국제규칙들이(Hague Rule, Hague-Visby Rule, Hamburg Rule) 편입조항 없이 자동적으로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계약 시 계약조항의 확인이 중요하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정기용선계약서 “NYPE 1946 양식의 자유이로조항”(16조 - Liberty Clause)은 선박이 인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로하는 경우 선주의 책임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정기용선계약 하 원칙적으로 선장은 용선자의 항해명령을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의무3)가 있지만, 해난구조와 관련해서는 용선자의 동의 없이도 용선자의 항해명령을 무시하고 이로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용선자의 손해에 책임이 없다. 한편, 주의할 점으로 비록 자유이로조항에 근거 이로가 선주의 계약위반은 아닐지라도 별도 Off Hire 조항 (15조)에 따라 용선자의 Off Hire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인명구조에 따른 시간손실과 관련하여 Off Hire 조항 해석의 다툼이 있어 왔으며4), 그 결과 “개정된 NYPE 1993” 양식에서는 선주에게 유리하도록 인명구조를 위해 이로하는 경우 Off Hire 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언급하고 있다 (17조). 따라서, 선주는 NYPE 1993 양식 또는 유사효과의 조항으로 정기용선을 체결하는 경우 인명구조로 인한 시간손실 및 연료소모 등의 비용을 용선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5). 

 
(2) 항해용선계약 (Voyage Charter) 및 B/L 계약

항해용선계약과 B/L 운송계약은 화물운송을 위한 특정 항해를 전제로 체결하는 계약이며, 선주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로 이로금지 및 신속한 항해의 의무가 있다. 영국법 상 계약서에 명시 조항 없더라도 선주의 이로금지 및 신속한 항해의 묵시적 의무가 인정되며, 해당의무 위반 시 계약의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되어 용선자는 계약의 해지까지도 주장할 수 있다6). 하지만, 인명구조를 위한 이로/지연과 관련해서는 용선계약서나 B/L 약관상에 명시되는 자유이로조항(Liberty Clause)에 따라 또는 해상운송 관련 국제규칙들의 이로면책 조항에 따라 선주는 계약 상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7). 즉, 인명구조를 위한 이로로 인해서 운송이 지연되거나 화물에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선주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항해용선 및 B/L 계약은 항해일수와 상관없이 화물량을 기준으로 운임을 청구하기 때문에, 비록 선주가 인명구조로 인한 운송지연 및 화물손상 등의 계약위반의 책임은 면할 수 있을지라도, 인명구조로 발생하는 시간손실 및 연료비용은 용선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불가피한 장기 지연 시 선주의 관련 손해는 상당할 수도 있으며 선주가 인명구조를 회피하고픈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인명구조의 경우 구조자는 피구조자나 피구조자가 승선했던 선박의 선주 등을 상대로 구조료 청구가 불가하다는 점도 선주에게 부정적이다8). 

 
(3) P&I Club 의 보상
한편, 구조에 투입된 선박의 P&I Club 은 인명구조와 관련하여 추가로 발생한 선주의 연료, 항비, 임금, 비품, 식량 등의 비용을 보상한다. 따라서, 인명구조를 위해 이로하는 경우 선주는 그에 따른 연료비용과 구조된 인원의 하선을 위해 입항하는 항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P&I Club의 보상 범위가 선주의 순수한 시간손실 (loss of earning)을 포함하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손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아래는 Korea P&I Club 의 관련 조항이며 외국의 모든 P&I Club 역시 유사한 보상 범위를 가지고 있다9). 

 
23조 (밀항자 또는 난민 등에 대한 비용)
1. 조합은 가입선박이 전적으로 밀항자 또는 난민 등의 감호, 하선, 이송 및 송환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샌한 비용을 보상한다. 단, 이를 위해 우회를 하였을 경우에는 발생한 연료, 항비, 임금, 비품, 식량의 추가비용을 보상하되, 우회가 없었더라도 발생하였을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2. 조합원은 이러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3. 난민으로 인한 운임 및 용선료의 멸실 등을 포함하는 영업 손실 혹은 감가 및 보선 지연 등으로 인한 결과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아니한다. 또한, 밀항자의 경우 밀항자의 승선 예방조치나 또는 허가 없이 탈주/상륙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발생한 책임에 대해서는 보상을 거절 또는 감액할 수 있다. 

 
5. 결론
상기와 같이 해상 인명구조는 국제법적으로 강제된 의무사항으로 요청을 받게 되는 경우 선주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명구조를 진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해상운송관련 국제규칙들 (Hague Rule 또는 Hague-Visby Rule 등)은 선주가 인명구조를 위해 이로하는 경우 그에 따른 지연 및 손해에 대해서 선주의 책임이 없음을 명시한다. 또한, 정기용선계약의 경우, 용선계약 조항에 따라 선주의 인명구조에 따른 대부분의 손실을 용선자에게 넘길 여지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항해용선계약이나 B/L 운송계약 상황에서는 용선자에게 보상받을 수 없는 선주의 시간 및 연료 등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P&I Club을 통해서 연료, 항비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여전히 순수한 시간 손실(loss of earing)에 대한 보상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한 바다의 특성 상 해난 사고의 위험은 항시 존재하며 선주와 선원들 역시 그러한 해난위험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구조될 수 있다는 이해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제해사기구 (IMO)에서는 매년 해상 인명구조에 공헌한 사람에게 ‘용감한 바다인 상’10)을 수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들을 긍정적 기업 이미지 마켓팅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상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경우, 구조 후 본선 내 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 다수의 피구조자가 승선하는 경우 본선 내 안전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며, 피구조자의 응급조치 과정에서 선원의 과실로 상태가 악화되는 위험도 있을 수 있다. 난민의 경우 불법이민이라는 명확한 동기로 항구 도착 시 이민국의 통제를 피해 상륙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부상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도 주의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