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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프로세스다
[490호] 2014년 06월 30일 (월) 11:23:08 김동훈 komares@chol.com

   
김동훈
1급항해사,
해운경영학박사,
인천해사고 교사
많은 사람이 고밀도로 모여 사는 현대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먼저 필요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존재한다고들 믿고 산다. 만일 많은 사람이 국민정서법를 앞세워 자기 감정대로 움직이면 사람간 감정의 교통정비가 안되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개연성이 높다. 국민 감정을 바라보면서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을 찾는다면 안전은 요원하다. 선박 운항으로 비유한다면 선장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인적과실人災을 볼모로 목소리만 클 뿐 뚜렷한 후속조치없이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모두가 잊고 살아간다.

왜 우리사회는 안전을 외면하고 성장과 자기 감정에 치중하고 있는가. 필자는 시스템경영의 부재 즉 안전에 대한 프로세스적 접근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은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한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분야에 종사하는 지인과 그렇지 않은 지인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선박과 해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해운에 종사한 지인은 최근 자신이 관리하는 선박이 미국의 모항구에 입항했는데 한국선박이라는 이유로 일반적으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PSC(항만국 통제) 검사를 1박 2일 동안 받았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외 매스컴에서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을 대서특필해서 인지 한국선박에 대한 특별 단속으로 시행한 PSC 검사에서 중대한 지적사항은 없었으나, 1박 2일간 PSC 수검을 받으면서 많은 고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 그리고 한국선박에 승선한다는 이유로 외국항에서 특별 검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해운 분야에 문외한인 지인인데 당분간 선박을 타고 여행하는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선박 그리고 해운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로 한국선박 특히 여객선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는 수준에 있었다.

세월호 사고에 따라 안전 문제는 새로운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안전이란 위험이 발생하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거나 그런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해양 안전이란 어떻게 정의할까.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의 위험으로부터 보호, 안정 및 안심을 포함한 상태로서 인류의 생명 보호와 해양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인적 재난 원인 발생으로부터의 재산 및 시설 환경의 보호와 글로벌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재해 및 긴급사항 등으로부터의 보호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주관적이며 다차원적인 안전이라는 개념은 이제는 프로세스 접근방식을 통해 명료화시킬 필요가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해 교육을 체계화하고,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여 훈련하고, 상호 작용하는 연속적인 과정을 매우 구체화하여 구분 가능한 단계로 정리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마치 제품이 생애주기가 있듯이 안전에도 각 단계의 특성과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이 어떻게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 어떤 이유로 중단되거나, 무엇을 할 때 이전단계로 퇴행하게 되는지를 섬세하게 파악해서 올바른 과정으로 옮겨가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안전은 프로세스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경영 활동에는 입력과 출력을 전제로 한 프로세스에 기반한 시스템 경영을 요구한다. 시스템 경영이란 I-P-O 구조를 갖는다. 시스템은 외부로부터 자원, 정보, 에너지 등 입력Input 자료를 받아 일련의 프로세스 활동Process activity을 거쳐 해당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Output을 출력하는 기본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기본구조는 「목표 지향성」이라는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안전프로세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해양)사고 예방」이라는 목표 지향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로세스 활동을 분석하고 설계함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활동의 프로세스 목표KPI를 설정하는 일이다.

해양사고 예방이라는 목표는 미래지향적인 해양국가 건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해양안전 확보없이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확신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나라 주변국들의 해양정책 강화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가의 해양정책 강화,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로 바다자원 확보 전쟁 및 주변 열강들의 바다를 통한 국부 창출 도모에 주력하는 모습들이 그것이다.
이미 2008년 7월 중국은 「국가해양사업 발전계획 요강」을 발표하고 통합해양행정 구현을 위해 국가해양국SOA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일본의 경우는 잃어버린 20년을 신해양 전략을 통해 찾고자 2007년 4월 해양기본법을 제정하고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해양정책 기능을 통합한 종합해양정책 본부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가전략 프로젝트인 신성장 전략에 해양이 새로운 프론티어 분야로 선정되고 해양을 일본 경제를 부흥시킬 주요 부문으로 삼고 있다. 북극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질·지리적 탐사와 연구를 통해 북극해 심해저를 영토화를 추진하고, 북방 4개 도서(섬) 반환문제의 강경화를 통해 국제해양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해양안전을 위한 프로세스에 기반을 둔 시스템 경영은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해양국가의 움직임 등의 정보를 우리나라 미래 해양주권을 강화하는 입력요소로, 국가 해양통제력의 범위에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활동 역량을 프로세스 활동요소로 삼고, 이를 선순환시키면 안전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해양국가로의 목표는 달성 가능하리라 본다.
해운기업의 경우에는 국제경쟁력 제고와 선박안전 확보를 프로세스 핵심목표로 설정하고 해운경제 지표와 기업의 당면 현실 등을 입력 자료로, 기업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경영활동 요소 등을 프로세스 활동으로 여기고, 체계적인 선박관리와 경영활동에 진력한다면 목표 달성은 가능하리라 믿는다.
프로세스에 기반을 둔 선박 단위의 안전관리시스템 경영이란 선박내의 업무를 분획, 이에 대한 지침서와 절차서를 만들고, 통계를 기반으로 매뉴얼화를 통해 안전관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안전관리 업무내용을 매뉴얼화하면 선원이 교체되어도 큰 혼란이 없이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며, 시스템적으로 매뉴얼이 갖춰져 있으면 최대한 빨리 일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시기적절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해양사고 통계 등을 분석하여 어느 수준의 교육훈련이 요구되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계획적인 교육일정을 통해 교육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실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배가될 것이며 만일의 사고 발생시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선박안전관리 업무와 항해, 갑판, 기관영역 등을 일정한 툴로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을 시스템 경영이라고 한다. 18여명의 선원이 승선하여 운영되는 선박 조직은 국제 기준에 맞게 균일한 업무내용과 기본적인 업무패턴을 유사하게 구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스템 활동은 한 선박에서 6-8개월 승선 근무하는 선원직의 특성을 살릴 수 있고,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대처가 가능하고 선원 상호간 신뢰도에 틈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식자들은 선박에는 ISM Code, ISO 9001, 14001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가 매뉴얼화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을지 모르나, 현재 운영되고 있는 내·외항해운의 안전관리매뉴얼 수준이 국제 수준과 일치하는지, 절차는 업무 수행에 적합한지, 수립된 시스템 문서에 따라 해당 업무는 수행되고, 수행근거는 적절히 보관·관리되고 있는지를 제도화, 생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프로세스 기반으로 시스템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총체적인 결함이 종합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진 참사로 판단된다. 이제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기본에 충실한 해양안전을 도모하는데 해양산업 종사자 모두는 중지를 모아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주변국의 해양영토 확장이나 경제 재건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양 진출 움직임을 외면하고 단지 대형 해양사고를 염려해서 해양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이 과거 조선시대의 빈도정책(외적의 침입을 우려해서 섬 주민들을 육지로 모으는 정책) 등으로 회귀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젊은 영혼들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해양을 통해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아·태지역 국가들과 해양경쟁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안전이 최고의 국정 가치가 되는 국가 개조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한편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탈바꿈하는 국가 역량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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