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남아 해역 해적공격 현황                                  출처 :IMB
2013년 동남아 해역 해적공격 현황                                  출처 :IMB
4~6월 유조선 연료유 탈취 등 선박공격 잇따라
야간 좀도둑→화물 암시장 거래 등 기업형 범죄

전 세계 해적 행위가 소말리아 해적의 급감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지역 해적들의 공격이 빈발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동남아 해역에서는 유조선이 연료유를 탈취당하는 비슷한 수법의 해적공격이 잇따라 발생했다. 동남아 해역의 해적들은 과거 야간에 침입하던 좀도둑 차원을 넘어서 항행장비를 파괴하고 탈취한 화물을 암시장에 거래하는 등 기업형 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해적 감소추세와 상관없이 동남아 해역의 해적이 들끓으면서 이 지역이 소말리아를 대신한 해적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제해사국IMB은 국제사회와 지역 국가들의 해적대응 공조체계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으며 동남아 지역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순찰강화, 무장요원 승선 등 해적경계를 강화하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올 4월 이후 동남아 해역 해적공격 6건
최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근해서 발생하는 해적공격이 급증하면서 동남아시아 해역이 위험지역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IMB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동남아 및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대한 총 6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했다. 유조선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탈취가 쉽고 높은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연료유를 노린 공격이 대부분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6월 7일 말레이시아 라부안항으로 향하던 한 유조선이 말레이시아 빈툴루 인근해역에서 해적에게 공격당해 연료유를 탈취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선박을 납치한 해적들은 항행장비와 레이더시스템을 파손시키고 약 100톤의 경유를 대기 중이던 오일바지선에 옮겨 실었으며 선원들의 귀중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동 선박은 10시간 동안 납치됐으나 20여명의 선원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4일에는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남중국해 동부 해역에서 싱가포르 유조선을 공격하는 해적이 발견됐으나 마침 연합 해상훈련 중이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해군에 의해 격퇴를 당했다.

이에 앞서 발생한 해적공격도 비슷한 유형을 보이고 있다. 5월 28일 싱가포르에서 연료유를 싣고 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르네오)으로 가던 태국 유조선 ‘오라핀4호’가 해적에 납치됐다. 해적들은 10시간 동안 유조선을 정지시키고 항해 및 통신장비들을 파손시켰으며 연료유 3,700톤만 대형바지선에 탈취해 달아났다. 오라핀4호의 선원 14명은 모두 무사했으며 연료유를 빼앗긴 후 풀려나 6월 1일 태국의 스리라차 항구에 입항했다.

4월 23일에는 말라카해협에서 총기 등으로 무장한 해적 5~8명이 디젤유 500만리터를 싣고 싱가포르에서 미얀마로 가던 일본 국적의 유조선을 공격, 디젤유 200만~300만리터를 강탈하고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을 납치해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해경에 따르면, 해적들은 쿠알라룸푸르 근처의 한 해변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와서 유조선에 실린 디젤 연료를 2척의 바지선으로 옮겨 싣고 5~6시간 만에 달아났으며 납치된 선원들은 수 시간 만에 결박을 풀고 말레이시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전 세계 해역 해적 공격 현황                                     출처: IMB
2013년 전 세계 해역 해적 공격 현황                                     출처: IMB
작년 해적공격 264건, 절반 이상 동남아 발생
2011년부터 전 세계 해적행위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적 공격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된다. IMB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적공격은 2009년 46건에서 2013년에는 128건으로 급증하여 전 세계 사고 건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해적들의 급증에는 과다한 어획활동, 느슨한 해운규제, 조직화된 범죄단체, 급진적 정치환경, 만연한 빈곤 등이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한 무장해적들의 선박 납치 및 화물탈취 공격이 늘어나면서 이 지역에서 저속운항을 하거나 건현이 낮은 항행 선박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IMB가 밝힌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적피해 현황에 따르면, 총 27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동기 33건보다 줄어든 수치이지만 이중 인도네시아 지역은 18건이 발생,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주로 자카르타 Tanjung priok, Dumai, Belawan, Taboneo, Muara Berau, Samarinda, Nipah 정박지 등에서 해적공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지역은 전년동기와 같은 4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해적행위가 묘박을 준비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치타공(Chittagong)항 정박지 및 진입항로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해협은 5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해 전년동기 2건 보다 늘었으며 대부분의 해적행위가 항해 중 또는 정박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취 화물 암시장 거래, 기업형 범죄 발전
1980년대 후반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해역을 연결하는 동남아시아 해역은 전통적인 해적우범지대로 알려져 왔다. 이들 해역의 해적들은 주로 야간을 틈타 정박 중인 선박에 도검류로 무장한 강도로 침입해 주로 개인 물품, 선용품 등을 빼앗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총기로 무장하고 인질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소말리아, 서아프리카 해적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흉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 해적들의 공격방식이 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최근의 공격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단순 로컬 강도에서 진화하여 조직화된 범죄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총기로 무장한 해적들은 소형 유조선 등을 타겟으로 선박을 납치하여 항행 및 통신 장비를 파괴하고 연료유 등의 화물을 대기 중이던 오일바지선이나 소형유조선을 통해 이동시키고 선박과 선원을 버려두고 달아나는 방식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

해적들은 탈취한 연료유 및 기타 화물들을 암시장을 통해 높은 가격에 불법적으로 매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B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은 이제 단순 좀도둑이 아니라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범죄조직에 의해 기업형으로 해적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남중국 해역의 인도네시아 빈탄섬과 말레이시아 빈툴루 해역 사이를 오가는 소형 유조선들에게 해적의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해적들이 디젤유를 포함한 제품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 지역의 해적공격이 더욱 만연해지기 전에 국제 공조와 해적경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IMB는 6월 17일 “동남아 해역에서 소형 유조선의 탱커 납치가 빈발함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엄격한 반해적 대응방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IMB 해적신고센터 노엘충(Noel Choong) 센터장은 “최근 동남아 해적들의 변화된 공격이 우려스럽고 앞으로 이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소말리아 해적이 어떻게 활기를 쳤는지 기억하고 앞으로 국제공조, 연안국 순찰 강화 등을 통해 만연해지는 동남아 해적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IMB는 모든 선박들이 해적당직을 철저히 유지하고 인공위성 경보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며 해적공격과 의심선박을 해적신고센터에 보고하도록 당부했다.

 
 
올 1분기 해적공격 49건, 위협은 여전
한편 전 세계 해적사고 및 피랍건수는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해적의 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IMB와 해양수산부의 2014년 1분기 해적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적의 공격 건수는 2011년 전 세계 142건, 소말리아 해역 97건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2014년 1분기에는 총 49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동기 66건 대비 17건(26%)이 감소한 수치다.

세계 해적행위가 위축된 것은 해적활동이 가장 빈번했던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해적행위가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적행위가 줄어든 원인은 주요 해운국들이 해군 함정(16개국 24척)을 파견해 해적소탕 작전을 전개했고 선박에 무장보안 요원들이 승선해 해적에 대응한 것 등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해적피해 발생의 주요 지역은 인도네시아(37%), 소말리아(12%) 및 나이지리아(12%)에서 대부분의 해적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전년대비 1건 증가한 6건의 해적공격이 발생했으며 세부적으로는 소말리아 연안에서 3건, 아덴만에서 2건, 홍해에서 1건이 발생했다. 전년동기에는 1건의 피랍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발생했으나, 올 1분기에는 피랍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적공격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소말리아 해적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통항선박들은 해적피해대응요령(Best Management Practices)을 계속해서 고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MB는 올 1월 오만 살라라 연안에서 115마일 떨어진 곳에서 파나막스 제품유 운반선에 대한 무장해적 총격공격이 발생했으나 연합해군이 격퇴한 사례를 들며 연합해군의 공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연합해군이 모선을 격퇴했고 인도 선원 11명이 풀려났으며 5명의 해적을 체포한 바 있다. IMB측은 “이는 소말리아 해적공격의 감소추세에도 불구하고 왜 연합해군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면서 “현 상태에서 만족하거나 안주할 여유가 없다. 소말리아 해적의 피랍 성공이 1건이라도 발생하면 다시 해적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소말리아와 달리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해역에서의 올 1~3월 해적공격 건수는 12건으로 세계 해적공격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1척의 공급선 피랍을 포함해 6건의 해적공격이 보고됐다. 해적들은 무장이 잘 되어 있고 폭력적이며 연안, 강, 정박지 및 항만 등에서 피랍하거나 강탈하는 등 모든 수역에서 해적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안에서 170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해적공격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 콩고는 Pointe Noirs에서, 코트디브아르는 Abidjan에서 해적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적 무장 흉포화 추세 지속, 선원피해 52명
무장으로 인한 해적의 흉포화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IMB와 해수부의 자료에 따르면, 총기 및 도검으로 무장한 해적이 전년도 59%에서 63%로 증가했다. 올 1분기 발생한 총 49건의 해적사고 중 총기류 사용은 28%(14건), 도검류 사용은 35%(17건)를 차지했다. 1분기 해적으로 피해를 입은 선원은 총 52명으로 집계됐다. 선원의 인질 및 납치로 인한 피해가 48명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선원의 부상 및 사망자수는 1명으로 2013년 동기 대비 3명 감소했다.

해적의 공격대상 선박도 다양화, 대형화되고 있다. 해적은 높은 석방금을 노리고 화학제품운반선(13척), 벌크화물선(9척), 유조선(7척), 컨테이너(5척) 등을 주 공격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중 유조선 및 화학제품 운반선은 총기공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소말리아 해적활동은 줄었으나 위험은 여전하다고 보고 연합해군 등 해적행위에 대한 국제공조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국제연합UN 산하 해적기구,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해적위협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곳에서의 해적퇴치 활동을 2016년까지 연장하는 등 감시활동을 계속 하기로 했다. 소말리아 해적퇴치 연락그룹CGPCS도 “국제사회의 지속노력으로 소말리아 해적행위는 감소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연합해군사령부 역시 “연합해군의 대해적작전에 대한 노력이 감소할 경우 해적위협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해수부도 해적위험해역 통항 선박에 대한 안전운항을 당부했다. 해수부는 6월초 각 선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 해협에서 발생한 해적 침입사례 현황을 알렸으며 해적당직 강화 및 비상연락망 24시간 유지 등 피해예방대책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해수부는 청해부대 함정호송이 해적퇴치에 가장 실효적인 만큼 청해부대 파견기한을 2015년 12월로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무장 보안요원이 승선해 해적 공격에 대응하도록 하는 ‘(가칭)대한민국 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의 예방과 대응에 관한 법률’을 올해 안으로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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