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만과 뱃살문제가 계속해서 나왔다. 나도 그 면에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었다. 정상체중의 상한이 64kg인데 71kg이고 허리둘레는 92-3을 맴돌았다. 그래서 빼보려 노력하였지만 허사였다. 열심히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겨우 1-2kg 빼고, 조금만 게을리 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래서 심신을 오버홀 해서,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서고자, 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시간을 내기가 좋고, 전에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입소해보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나는 금년이 만 72세다.


단식과정에서


1)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경험이 있어 크게 두려움은 없었으나 9년 만에 하는 것이고 내 나이도 있고 해서 전보다는 약간 더 고생하겠지 하는 각오는 하고 입소하였다. 그러나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나도 의외였다. 같이 하는 다른 사람들이나 지도하시는 사범님들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처음에는 처음이니 그렇겠지 하였으나 끝날 때까지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하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한두번 고생하지만 나는 왜 안했을까? 내 나름의 결론은 ① 앞에 언급했지만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여보고자 초봄부터 운동과 소식을 실천하였다.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하였지만 건강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② 어느 계기로 입소하기 두어달 전부터 매일아침 하루도 안 빼고 단월드 수련에 참여하였다. ③ 입소하기전의 절식을 나름대로 철저하게 하였다. ④ 전번 경험을 살려 수련 중 가벼운 걷기를 틈나는 대로 열심히 하였다. ⑤ 처음부터 어려움을 즐기자는 마음자세로 입소하였다. 이런 것 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려움이 덜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 결과(단식수련에서 얻은 것)


결과는 정량적(수치로 계량화가 가능한 것)인 것과 정성적(수치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것)인 것이 있을 수 있다. 먼저 계량화가 가능한 것으로 체중은 71kg에서 정상체중의 상한치인 64kg에 근접(64.5kg)하였고, 허리둘레는 93cm에서 88cm가 되었다. 참고로 체중 71kg은 두어달 전의 것이고 전술한 단학수련과 입소 전 절식에서 2kg을 감량하고 69kg으로 입소하였다. 다음으로 정성적인 변화로서는 ① 몸이 매우 유연해졌다. 단월드 수련에서 몸이 굳어 안 되던 체조를 수련 중 시키는데, 평소 안되던 것이므로 안하려다가 수련 지도하는 분의 체면을 생각해서 하려고 노력하였더니 거뜬히 되어서 나도 놀랐다. ② 몸이 맑아진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내속에 있던 탁한 것들이 다 빠져 나갔다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었다. ③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다시 되돌아보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도 자기를 되돌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자기를 조용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그것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몸에서 얻은 것보다 이것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수련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


1) 다른 참여자들의 변화


다른 참여자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내가 놀란 세분이 있다. 한분은 아주 연약하게 보이는 50대로 보이는 여성이다. 수련 중 들으니 따뜻한 물에도 들어가기 싫을 정도고, 평지도 조금만 걸으면 못 걷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로도 연약하게 보였다. 다른 두분은 관절염으로 고생하다가 단월드에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는데 단식을 하면 더 빨리 나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는 분이다. 입소할 때는 걸음을 걷는데 불편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여기 오는 것이 무리인 분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이분들이 모두 어려운 수련과정을 거뜬히 해냈다는 점이다. 특히 어려운 과정이 두 가지 있었는데 찬물에서 25분 견디기와 새벽등산이었다. 그 중 찬물에서 25분 견디기는 평소 따뜻한 물에도 들어가기 싫어한다는 분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분도 거뜬히 해내셨다. 그리고 새벽등산도 거뜬히 해냈다. 새벽 등산의 경우 깜깜한 새벽(새벽 4시반 전후)에 매우 가파른 코스여서, 매주말에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등산을 하였던 나로서도 혼쭐이 날 정도로 난 코스였는데 이것을 앞에 언급한 세분을 포함한 참여자 전원이 해내는 것을 보고 정신적인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 식욕에 대하여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배고픔 정도 극복 못 할 것이 없다고 단단히 생각하였기 때문에 음식을 대할 기회가 있어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끄떡도 아니하였다. 그런데 보니 나도 음식을 보고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의지를 자율신경계를 지배하는 뇌간까지 지배하는 의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득도(도통)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참선에 해당하는 것 같은 깊은 명상과 수련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3) 고통을 즐기기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통을 피하려 하고 싫어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수련에서 느낀 것은 고통을 즐기는 지혜였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운동을 즐긴다. 그러나 운동은 즐거움과 함께 고통도 따른다. 그 고통이 싫은 사람은 운동을 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운동하는 것은 그 고통보다 큰 무엇을 얻기 때문이다. 일반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돈벌이, 연구, 공부 모두 하려면 고통이 따른다. 그래도 하는 것은 그보다 큰 것을 얻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주어지는 고통을 즐기니 성공하는 것이다. 만약 고통을 고통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단식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심신의 건강을 얻기 위하여 그까짓 고통쯤이야 생각하고 즐기니 고통이 오히려 즐거움이 되었다. 단식을 망설이는 분에게 “당신의 심신의 건강을 위하여 단식의 어려움쯤은 즐겨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보식에 대하여


이글을 집에 돌아온 당일에 집필하였으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시간도 없이 비웠던 자리를 메우기 위한 일들이 바빠서 10여일이 흘렀다. 이 기간은 단식보다 더 어렵다는 보식기간에 해당한다. 여기서 느낀 몇 가지를 추가한다.


1) 단식원에서 내준 식단


단식원에서 너무 자세하다고 할 만큼 상세한 보식 식단을 내주었다. 그것을 글자 그대로 지키기는 어려웠으나, 원칙은 오늘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보식 2-3일후까지 늘어났던 체중이 다시 줄기 시작하였다. 정해준 식단을 비교적 잘 지키고, 운동을 열심히 한 결과로 생각된다.


2) 생활의 변화시도


돌아와서도 곰곰 생각해 보니, 그 간 내 식생활이 개선할 점이 많았음을 느낀다. 그래서 생활을 개선해보고자 한다. 먹고 마시는데(소주) 사용하던 시간과 비용을 문화생활로 돌려보자는 생각이다. 시간과 돈을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보러 가는 시간으로 전환해보고자 한다.


3) 남은 보식기간과 그 후


아직도 10여일 이상의 보식기간이 남았으나 지금의 내 기분으로는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보식기간이 끝난 후에도 옛날 그대로의 생활로는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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