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운시장 여건 및 전망
7월 콤파스에 해양수산부 이상문 해운정책과장이 나와 ‘우리나라 해운정책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업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해운정책과장으로 부임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이 과장은 해운정책 당면과제를 진지하고 소상하게 발표하였다.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인 콤파스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계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아 상황은 불리하지만,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현안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으니, 해운업계도 장기불황으로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해운홍보에도 힘써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의 말대로 장기불황에다가 세월호 사고까지 터져 어수선한 상태에서 지원조치마저 더뎌 기력을 거의 상실한 우리 해운업계에 오랜 가뭄의 단비와 같은 해운정책을 기대하며, 이 일에 이상문 과장이 바른 길라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업계도 심기일전하여 해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자구와 자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한다.

해운업의 바로미터인 건화물선시황의 BDI 지수를 보면, 2003년부터 2013년 10년간 호황과 불황이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호황국면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세계 건화물선시장의 해상물동량이 급증하여 2007년에 BDI가 1만 2,000까지 폭등하는 호황기를 맞았다. 반면에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위축과 호황기에 발주하여 인도한 선박으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누적 심화되어 BDI가 500선으로 폭락하는 극도의 불황을 겪었다. 그것이 2013년 말부터 반등세를 보여 상반기 평균 1,176까지 회복되었으나 2014년 상반기엔 중국의 철광석 항만재고 급증 등으로 2014년 7월 2일 현재 BDI가 890으로 떨어져 있다.
다음으로 컨테이너 시황은 대표적인 컨테이너 지수인 CCFI의 2003년~2013년 추이를 보면, 신흥국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수요인 물동량의  우위로 호황을 시현한 반면에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비롯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선박대형화 경쟁으로 수급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불황국면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11년 운임회복 이후 CCFI가 평균 1,100 수준에서 보합세를 지속하다가 1014년 6월 27일 현재 1,092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컨테이너 시장을 전망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KMI는 2014년 하반기부터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선박수급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즉 CCFI의 중국~유럽간 운임이 2013년 평균 1,530에서 2014년 1,561, 2015년 1,616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단기간 시황개선이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 이유는 머스크가 2011년 이후 1만 8,000TEU 선박 20척을 대량 발주하는 등 초대형선 투입이 지속되고 실물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며 얼라이언스의 확대 등의 요인에 기인한다.
건화물선시장은 철광석, 석탄 등 주요화물의 수요 증가와 선박공급 증가율 감소 등으로 2014년 하반기 운임회복 전망에 따라 케이프운임이 2013년 하반기 일당 2만 2,891달러에서 2만3,000 내지 2만 5,000으로 회복되었으나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에 따라 시황개선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2. 주요 현안과 과제
다음은 주요 해운현안과 정책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해운보증기구 설립과 관련하여, 기본방향은 정책금융기관 자회사 형태의 보증기구로서 민간재원 50% 이상으로 하고 운용규모는 5,500억원인데, 운용배수를 5로 설정하면 20년간 44.7조원의 보증이 가능해진다. 이를 연내에 설립하여 어려운 해운업계를 신속히 지원하려고 한다. 주요 기능은 후순위 보증으로 신조 또는 중고선박 확보시 후순위 채무와 지분투자를 보증하고, 선박은행으로서 선박의 구매 관리 운용 등 톤니지 뱅크(Tonnage bank) 지원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 아울러 선박잔존가치 보증(LTV)을 하여 불황기 선가하락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향후 관계부처와의 합동연구를 통해 기구형태, 재원, 출자방식 등 세부방안을 2014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일몰기한이 2014년 말인 톤세제의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경쟁국과의 동등한 여건을 조성하여 적기선박 구입 유도 및 국적선대의 확보 등 우리 해운업의 위기극복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톤세제 운영을 통해 2013년 기준 71개 선사, 약 1,173억원의 법인세 절감 혜택을 보았으며, 지난 8년간 선박척수 2배와 톤수 3배의 증가를 이룩하였다. 2004년 491척에서 2012년 1,034척으로 크게 늘었고, 톤수도 같은 기간 1,200만톤에서 3,700만톤으로 대폭 증가되었다. KMI는 국적선 증가의 24%가 톤세제 시행에 따른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추진방안으로는 현재 일몰연장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 중에 있는데, 조특법 개정안이 금년 7월중에 마련되어 연내인 12월까지는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인 P3 네트워크 대응과 관련하여 그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2013년 6월 유럽3사인 머스크, MSC, CGM, CMA가 P3 선대의 구성과 서비스협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즉 2014년 2분기부터 태평양 구주 대서양 노선에 255척 선박으로 29개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심사를 하던 중국의 상무부가 지난 6월 7일에 P3 네트워크 승인을 불허하였다. 불허사유는 다음과 같다. P3 연합체 경영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이로운 영향이 불리한 영향 보다 크거나 이것이 사회공공 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여 P3 결성의 공정거래 여부를 심사하도록 요청했으나 중국의 불허로 의미가 없어져버려 7월 1일 철회하였다.

철회사유는 중국과의 연계루트 구축이 목적이었으나 중국의 불허로 실익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P3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이를 분석하여 대응할 계획이다. 향후 두 회사 간의 P2 결성이라든지 중국선사와의 제휴 같은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참고로 P3 네트워크와 얼라이언스를 비교하면, 운영내용에서 얼라이언스는 선복공유만을 하지만 P3는 선복공유에다가 선박과 연료, 항만 등 운영 전반 사항을 공유하고, 운영방식도 얼라이언스는 공동운항과 배선을 하나 P3는 기업결합(M&A)으로 운영된다. 신고사항 면에서도 얼라이언스가 운항계획과 협약을 신고해야 하는데 비해 P3는 기업결합(한국, 중국)에 대한 수리절차가 필요하고 선복공유협정(미국)을 신고해야 한다. 운임책정은 얼라이언스가 각 회사별로 책정하게 되어 있으나 P3는 원가공유를 통한 공동책정을 하게 되어 있어 서로 다르고, 비용절감 면에서도 얼라이언스는 선복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선박운영비를 감소시키는데 비해 P3는 선박, 연료, 항만 등의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현재 얼라이언스는 G6와 CKYHE가 협약 신고를 했음에 비해 P3는 FMC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나 중국 상무부가 불허하고 한국의 공정위는 철회하는 등 상황이 서로 다른 편이다.
 

3. 기타 과제
그 외의 과제로는 해운기업의 유동성 지원과 크루즈산업 활성화 추진 등이 있다. 지난해 7월에 시행된 회사채 정상화방안에 따라 201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형선사의 회사채 4,880억원 규모를 차환하였고, 자산유동화증권인 P-CBO를 통해 중견 및 중소선사의 신규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또한 크루즈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금년 하반기에 선정하고 연간 10여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추진하고, 외국 크루즈선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금년 하반기에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이나 질의응답 보다는 이 과장의 보충설명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해운보증기구 설립과 톤세제도 일몰연장 같은 해운현안을 관계부처인 기재부 등과 협의할 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해운홍보 등 해운업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톤세제는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2005년 톤세제도를 신설할 때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더욱 애착심을 가지고 추진하겠다. 나아가 선진 해운국들처럼 톤세제의 영구시행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향후 톤세제도를 시행하여 얻어지는 과실로 해운발전을 위해 해운연구, 선원양성과 해운보증기구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 비포 유’와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영국의 조조 모예스 작 ‘미 비포 유’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두 책은 무더운 마른 장마 7월을 지치지 않고 무사히 버티게 해준 고마운 책들이다. 우리말로 하면, ‘너 앞에 나’라는 뜻인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우리에겐 아직 수용하기 어려운 안락사를 다룬 이야기이다.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환자가 된 윌과 그를 간병하는 스물여섯 살 루이자의 6개월 생활을 담은 책이다.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는 윌과 그의 마음을 돌이켜 보려던 루이자는 성격과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라 이 두 사람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서로 만나 말을 섞기조차 어려운 사이였다. 처음엔 단순히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직업적인 다소 냉담한 만남이었으나 서로의 개인적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하고 나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의 감정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섬세하고 탄탄하다. 윌의 결심을 돌이켜 보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는 루이자의 애타는 마음과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윌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으려고 그 길을 가고 만다. 윌이 자신을 필요로 하듯 자신도 그가 필요한 사람임을 깨닫고 동반자가 되기로 결심한 루이자의 가슴에 회한의 긴 울림을 남긴 채......

윌이 루이자의 진심을 알고 힘들어도 살아보기로 마음을 바꾸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끝까지 읽어 나갔으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도 짧은 만남, 긴 여운이었다. 윌을 떠나보낸 후 그가 알려준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진한 커피 속에 그의 체취를 맡으며 마지막 편지를 읽고 나서 향수 가게를 향해 거리를 걷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 두 사람은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루이자 속에 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윌의 마지막 부탁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 루이자. 떠난 자와 남은 자의 거리는 생각과 추억으로 길게 이어진다.  

이어 제목도 재미있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소개가 거창하다. “이 세상을 다 둘러보기엔 100년도 부족했다.” 이 단 한편의 데뷔작으로 유럽 서점가를 강타하고 큼직한 상들을 온통 휩쓸어버린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 그는 미디어회사에 근무하다 생긴 직업병 허리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서 요양하던 중, 그냥 한번 써본 글이 바로 이 책이다. 독자들은 과연 100세의 노인이 생일날 슬리퍼를 끌고 창문을 넘어 양로원을 도망쳐 그런 엄청난 모험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알란은 멋지게 해냈다. 100년 세계역사의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의 지난 100년간의 삶이 기상천외하고 파란만장하였으나 100세 이후의 삶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70세 아니 50세만 되도 뒤로 물러나 “나는 늙어 이젠 할 수 없어” 하고 옴살을 떠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당신은 아직 늙지 않았고, 새로운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100세 노인 아니 100살 청년 알란이 보내고 있다. 번역자의 소감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재미없는 책의 번역은 마치 호미로 드넓은 돌밭을 일구는 콩쥐가 된 심정이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책장을 넘기면서 혼자 키득거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작품으로 이야기에 빠져 정신없이 번역하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줄어드는 맛난 케이크 조각을 보듯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월드컵 축구 부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정치판, 경제불황, 각종 범죄와 사고 소식, 게다가 무더위...... 무엇하나 신바람 나는 일이 없는 요즘,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신선한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100세 노인 알란과 그의 일당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도 늙지 않았다. “인생은 100세부터다!” 유쾌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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